사회적·경제적 변혁이 굼틀대는 시기일수록 음악을 배우는 것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는 주장이 거세집니다. 음악이 아니라 무언가 ‘더 쓸모 있는 일’에 투자하라는 의미지요. 학교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효용성을 강조하며,미술이나 음악처럼 ‘밥벌이도 안 되는 과목’ 대신 주요 과목에 집중할 것을 요구합니다.정말 음악 수업은 시간 낭비에 불과한 걸까요? 클래식 음악은 특히 독일권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이 사실을 차치하고라도,음악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교육학자나 심리학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밝혀낸 사실입니다. 음악은 우선 우리의 표현 능력을 키워주는 정서적인 언어입니다.또 ‘음향으로 조직된 수학’으로 우리에게 규칙과 체계를 가르쳐주지요. 실제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타인에게 적응하고 반응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도 배웁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어릴 때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지요.어린 나이에 악기를 배운 사람은 평생 그 자양분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음악 교육에 중점을 두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비교적 쉽게 정체성과 소속감을 안겨줄 수 있죠.그리고 학교에 음악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면,똑 같은 교육 시스템에 얽매인 학생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개성을 길러주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를 보세요. 이 재단은 오래전부터 사각지대에 버려진 청소년들을 데려다 음악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슬럼가의 수많은 청소년들을 구제하고,베네수엘라 내에 폭발적인 클래식 음악 붐을 일으켰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도 길러냈지요. 1999년,이곳 출신의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18세의 나이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됩니다.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육성재단에 속한 30여 개의 전문 오케스트라 중에서 단연 으뜸가는 앙상블이지요.두다멜이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세계 각지를 돌며 많은 공연을 엽니다. 특히2007년에는 런던 프롬스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르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인정받지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음악을 배우는 것이 정말 시간 낭비일까요?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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