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이산화탄소 포집
기후 변화 속도 늦추려 이산화탄소 모아 땅속에 가둔대요
이산화탄소 포집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입력 2025.01.07. 00:32 조선일보
지난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했습니다. 지난여름 서울엔 34일 동안이나 열대야가 이어져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 11월엔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죠.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자주, 더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어요. 여러 나라가 탄소 배출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요?
최근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없앨 수 있다면 기후 변화 속도도 늦출 수 있겠죠. 진공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듯,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모은 뒤 땅속 깊은 곳에 매립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진봉기
지구 기온 높이는 이산화탄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는 사실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지구가 일정한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가 꼭 필요하죠. 태양열은 지구로 들어와 지표면을 데우고 일부는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는데요. 이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 일부를 흡수해 지구에 머물게 한답니다. 덕분에 지구는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요. 이처럼 이산화탄소가 열을 가두는 현상을 ‘온실효과’라고 해요.
문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거예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지구에 갇히는 열이 많아져 기온이 오르죠.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시기보다 1.5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
급격한 기온 상승을 늦추기 위해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아이디어도 냈어요. 이렇게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기술을 ‘직접 공기 포집’이라고 한답니다.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노란 가루
미 UC버클리의 오마르 므완네스 야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가루를 만들었어요. ‘COF-999′라고 이름 붙인 이 노란색 가루는 마치 카레 가루처럼 생겼답니다.
COF는 ‘Covalent Organic Framework’의 약자로, ‘공유(共有) 유기 골격체’라는 의미입니다. 탄소를 기반으로 구성된 여러 유기물이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물질이죠. 이 가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장난감 블록을 쌓아놓은 것처럼 규칙적인 배열로 연결된 골격을 볼 수 있어요. 골격 중간중간엔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수없이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가루는 미세 구멍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합니다. 구멍 안에는 ‘아민’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아민은 염기성이라 산성인 이산화탄소 분자와 매우 잘 반응합니다. 공기를 COF-999에 통과시키면, 미세 구멍 속의 아민이 공기 속 이산화탄소만 낚아채는 거예요.
연구팀은 COF-999를 담은 튜브에 공기를 통과시키는 실험을 했어요. 섭씨 25도, 습도 50% 환경에서 약 18분 동안 공기를 흘려보냈더니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50%가 가루에 달라붙었어요. 이산화탄소를 전부 흡수하는 데는 2시간이 걸렸답니다.
가루에 모아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 가루를 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떨어져 나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다른 곳에 모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같은 가루로 100번 이상 실험을 반복했는데,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는 능력은 그대로라는 사실도 확인했답니다. 한 번 사용한 가루를 재활용할 수 있는 거죠.
연구팀은 이 가루 200g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 약 20㎏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이는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비슷하답니다. 연구팀은 수년 내에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해요. 가루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기 위해 가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투입되는 등 효율성과 효과 측면에서 향후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 땅에 묻죠
아이슬란드에선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뒤 땅속에 저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답니다. 스위스의 기후 기술 기업인 ‘클라임웍스’가 설계한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 ‘매머드’인데요. 작년 5월부터 가동된 시설이에요.
그래픽=진봉기
대기 중 공기는 질소와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매머드는 공기청정기처럼 빨아들인 공기 중 이산화탄소만 따로 걸러내는 장치랍니다. 매머드엔 마치 선풍기처럼 생긴 거대한 팬이 수십 개가 달려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선풍기와 달리 매머드의 팬은 공기를 빨아들이죠.
빨려 들어온 공기는 연결된 파이프를 따라 장치 내부로 이동해요. 공기가 화학 필터를 통과하며 이산화탄소만 붙잡고, 나머지 공기는 다시 대기로 돌려보내죠. 걸러낸 이산화탄소는 물과 섞어 탄산수로 만든 뒤 다시 별도의 파이프를 따라 땅속으로 이동시킵니다. 매머드 장치가 있는 곳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화산지대예요. 이 탄산수는 지하 800~2000m에 있는 현무암 지층에 매립된답니다.
어떻게 땅에 탄산수를 묻을 수 있는 걸까요? 현무암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어서 만들어진 암석이에요. 용암에는 가스가 많이 들어있는데,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가스가 빠져나가며 구멍이 많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엔 제주도에서 이 현무암을 많이 볼 수 있죠. 구멍이 송송 뚫린 검은색 돌이 바로 현무암이랍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가 섞인 탄산수를 현무암 지층으로 밀어 넣으면, 현무암의 빈 구멍으로 탄산수가 들어갑니다. 이후 탄산수는 현무암 속 칼슘, 마그네슘, 철 등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탄산수 속 이산화탄소는 암석에 녹아들게 돼요. 이런 과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암석에 가두는 것이랍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얀 부르츠바허는 매머드를 통해 1년 동안 땅속에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3만6000t에 달한다고 말했어요. 이는 자동차 7800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아요.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해 비용을 계속 낮춘다면,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해서도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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