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에서 말하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 또는 **판매자 금융(Vendor Financing)**은 **"기업 A가 스타트업 B에 투자나 대출을 해주고, B가 그 돈으로 다시 A의 제품을 사주는 자기순환적 거래 구조"**를 의미합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나 코어위브 같은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해당 스타트업들이 그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 칩을 사들이는 구조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시장에서 이러한 순환금융 구조에 대해 심각한 경고음을 내는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착시 현상: "진짜 수요인가, 돈을 대줘서 만든 매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실제 AI 시장의 진짜 수요(Organic Demand)가 얼마나 되는지 가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자산이나 매출이 폭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일한 자본이 폐쇄된 루프 안에서 돌며 **매출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착시 효과**를 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지, 아니면 '자금 대출로 연명하며 부풀려진 거품'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집니다.
### 2. 2000년대 '닷컴 버블'의 통신장비 잔혹사 재현 우려
월가와 BIS(국제결제은행) 등은 이 구조를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의 통신장비업체 루슨트(Lucent)나 노텔(Nortel) 사태**와 똑 닮았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은 닷컴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그 돈으로 자사 장비를 팔았으나, 정작 스타트업들이 수익화에 실패하자 장비업체들까지 줄도산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AI 생태계 역시 AI 서비스(오픈AI 등)가 대규모 흑자 모델을 내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 3. 시스템 리스크 및 도미노 붕괴 위험
자금망과 지분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보니 **한 고리가 터지면 전 산업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연쇄 붕괴 위험**이 큽니다.
* 예를 들어, 최종 고객사인 AI 스타트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1.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업체(코어위브, 오라클 등)의 임대료 수입이 끊기고,
2. 이들에게 자금 보증이나 투자를 대준 엔비디아·빅테크 등은 **매출 취소**와 **투자지분 손실**이라는 **이중 타격(Double Hit)**을 입게 됩니다.
### 4. 숨겨진 장부 외 부채(Off-Balance Sheet)와 채권시장 경고
최근 빅테크와 AI 기업들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부채나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식 재무제표 장부에는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부채'와 가공의 우발채무를 쌓아 올려, 채권시장과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 요약
| 순환금융의 명(明) | 순환금융의 암(暗) - 진짜 문제점 |
|---|---|
| 초기 자금이 부족한 AI 생태계에 빠르고 대규모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력 | **실제 시장 수요를 착곡하게 만드는 거품 유발** |
| 엔비디아-스타트업 간 연대를 통한 안정적인 판로 확보 | **수익성 검증 실패 시 생태계 전체의 도미노 연쇄 도산 위험** |
결국 **"기술은 혁신적일지 몰라도, 그것을 지탱하는 자금 구조는 금융 공학적 돌려막기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 시즌마다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