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도반: 서로 도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
3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삶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
② 동일한 종결 형식을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③ 감탄사를 사용해 화자의 고조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④ 가정 표현을 통해 화자가 주목하는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⑤ 시각적 심상을 활용해 시적 대상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 <보기>를 참고하여 32번과 33번의 두 물음에 답하시오.
<보기>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협력을 통해 얻어지는 성장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용기이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시인은 수양 가지가 담을 넘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때 수양 가지의 성장을 돕는 건 수양 가지와 한 몸을 이루는 내적인 요소들의 협력적인 힘만은 아니다. 외적인 장애나 시련조차도 수양 가지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켜 궁극적으로 수양 가지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수양 가지의 이런 상황은 다른 대상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이를 바탕으로 얻어지는 주제 의식을 시인은 추상적 시어에 집약하여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32 윗글의 시상 전개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에서는 주제 의식을 형상화할 수 있는 소재로 ‘수양 가지’를 선택하고 있다.
② 2연에서는 주제를 부각할 수 있는 소재로 ‘담’을 주목하고 있다.
③ 3연에서는 ‘수양 가지’를 통해 생성된 의미를 다른 식물들로 확장하고 있다.
④ 4연에서는 ‘담’이 지닌 의미를 ‘도박이자 도반’이라는 시어로 수렴하고 있다.
⑤ 1연에서 4연으로 시상을 전개하면서 ‘수양 가지’가 지닌 의미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3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수양 가지의 성장을 도와주는 협력적 존재이다.
② ㉡은 수양 가지에게 외적으로 시련을 주는 존재이다.
③ ㉢은 수양 가지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의미한다.
④ ㉣은 수양 가지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⑤ ㉤은 수양 가지를 도와 함께 성장하는 역할을 한다.
31 ③ 32 ⑤ 33 ⑤
현대시 [31~33]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해제
이 작품은 수양 가지가 담을 넘는 모습을 통해 협력함으로써 얻어지는 성장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용기를 노래하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지은이는 가정적 표현을 통해 수양 가지가 담을 넘는 행위에 담긴 의미와 담을 넘는 것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화자가 규정하는 ‘담’을 넘는 것의 의미에 압축되어 나타나는데, 그것은 곧 ‘도박과 도반’이다. 즉 ‘담’을 넘는 것이 ‘도박’인 것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일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도전적 대상이 용기와 신명을 자극하여 함께 나아가게 하기에 ‘도반’인 것이다.
주제 협력을 통해 얻어지는 성장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용기
•1연: 수양 가지가 담을 넘는 내적 원동력
•2연: 수양 가지가 담을 넘는 외적 원동력
•3연: 수양처럼 담을 넘은 가지와 줄기들
•4연: 가지가 담을 넘는 것은 도박이자 도반임.
31 _ 표현상 특징 파악 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감탄사를 사용
이 글에는 감탄사의 사용이 나타나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대상을 의인화
‘수양 가지’를 의인화하여 협력과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삶을 통찰하고 있다.
② 동일한 종결 형식을 반복
‘~을 것이다’와 같은 동일한 종결 형식을 반복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④ 가정 표현
‘~ 않았다면’, ‘~ 아니었으면’ 등의 가정 표현을 사용하여 다양한 대상들과 협력을 통해 ‘수양 가지’가 담을 넘는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⑤ 시각적 심상을 활용
‘가지가 담을 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가지의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32 _ 시상 전개 방식에 대한 이해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수양 가지’가 지닌 의미 변화
이 글에서 ‘수양 가지’는 협력의 대상인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시상이 전개되면서 그 의미는 성장의 주체로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고 의미 변화는 나타나 있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수양 가지’를 선택
<보기>를 보면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시인은 수양 가지가 담을 넘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 이 글을 보면 1연에서 이 시의 제재가 되는 ‘수양 가지’를 선택하여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담’을 주목
이 글의 주제 의식이 협력을 통한 성장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용기이고, 이를 보여 주는 주체가 수양 가지라고 할 때, 수양 가지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소재는 ‘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담’은 1차적으로는 <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외적인 장애나 시련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궁극적으로는 수양 가지의 성장에 기여하는 협력적 존재인 동시에 ‘금단’의 대상으로서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용기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2연에서는 ‘무엇보다’를 통해 이러한 ‘담’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③ 다른 식물들로 확장
3연에서는 ‘수양 가지’ 이외에 ‘목련 가지’, ‘감나무 가지’, ‘줄장미 줄기’, ‘담쟁이 줄기’ 등이 제시되어 있다. 이것들은 ‘수양 가지’와 같은 속성과 상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수양 가지’가 지닌 상황의 의미를 유사한 다른 대상으로 확장하여 보여 주는 소재임을 알 수 있다.
④ ‘도박이자 도반’이라는 시어로 수렴
<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4연에서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하나의 시어로 수렴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그 시어는 바로 ‘도박이자 도반’이다. 즉 가지가 담을 넘는 행위가 용기와 도전 정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에 ‘도박’이고, 또 가지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도반’인 것이다. 다시 말해 ‘도박’과 ‘도반’은 이 글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시어인 것이다.
33 _ 구절의 의미 파악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수양 가지를 도와 함께 성장하는 역할
수양 가지의 성장은 곧 담을 넘는 것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뿌리’와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 주고 ‘비’와 ‘폭설’로 인해 신명이 났으며, ‘담’으로 인해 ‘꿈’을 꾸고 마침내 그것을 넘게 되었다. 그러므로 수양 가지의 성장을 도운 대상은 앞서 열거한 ‘뿌리’, ‘꽃과 잎’, ‘비’, ‘폭설’, ‘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목련 가지’는 수양 가지와 같은 과정을 겪는 유사한 대상이지 수양 가지의 성장을 돕는 대상은 아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협력적 존재
㉠은 수양 가지와 한 몸을 이루어 수양 가지를 성장하게 하는 대상이므로, 수양 가지의 성장을 돕는 협력적 존재라 할 수 있다.
② 외적으로 시련을 주는 존재
㉡은 수양 가지의 성장에 궁극적으로는 기여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외적인 장애나 시련의 성격을 가져 수양 가지로 하여금 도전 정신을 갖게 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③ 경험하지 못한 세계
㉢은 담 때문에 수양 가지가 넘어가 보지 못한 공간이므로 수양 가지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④ 수양 가지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킴
㉣은 수양 가지에게 금단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성격 때문에 수양 가지로 하여금 그것을 넘고 싶다는 욕망과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