禾 벼 화
나락 ; 날
禾의 갑골문1
禾의 갑골문2
禾의 금문 禾의 전문
禾의 갑골문 자형은 키가 크고 이삭[①]이 길게 패는 벼의 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禾의 갑골문 자형 2의 (1), (2), (3)의 자형은 벼의 각각의 생장 단계를 나타낸 것이거나, 아니면 ‘벼’가 아니라 ‘새(/볏과 식물의 총칭)’의 뜻으로 사용된 자형들입니다. (2)번 자형은 물기가 있음을 표현한 다수의 이삭과 점들이 보이는데, 이는 메벼와 논벼(/물 농사)에 대한 구분, 혹은 메지거나 찰진 벼의 종류에 따른 구분을 나타낸 것입니다.
禾(벼 화)가 자형의 한 요소로 사용되어 벼나 식물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낟알, 나락’에서‘날’의 소릿값과 파생음(派生音), 볏과 식물을 총칭하는‘새(/사이)’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글자로 사용된 것입니다.
나락 (1) ‘벼1’를 이르는 말.
(2) [방언]‘벼1’의 방언(강원, 경남, 전라, 충청).
(3) <식물>‘벼1’의 북한어.
나록 ; ‘벼’의 방언(경상, 제주).
날그 ; 벼
날기 ; [방언] ‘낟알’의 방언(평남).
날기 ; [방언] ‘벼’의 방언(강원, 경기).
날래 ; [방언] 볕에 쬐기 위하여 멍석에 널어놓은 곡식(제주).
상기(上記)의 순우리말 단어들에서‘벼’가‘나+ㄹ’의 소릿값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벼를 다른 말로‘나락’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시각적인 느낌과 촉감적인 느낌, 그리고 청각(聽覺)이 아울러 배여 있는 소릿값입니다. 고맙게 잘 자란 벼들이 가을바람에 움직이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 그 여물은 낟알들이 손에 스칠 때의 느낌, 또 촘촘하고 가지런한 벼들이 물결치는 모습이 동시에 묶여 있는 말입니다. 또 어쩌면 풍요로운 땅, 넘쳐나도록 자라고 익어버린 낟알들이 수확의 손길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절로 떨어지며 나는 소리에 대한 표현 같기도 합니다.
나락은 사전적으로 벼의 딴 이름이라고 정의 내리긴 하지만, 본래는 생장과정의 한 단계에 대한 이름이지 않나합니다. 모, 벼 다음이‘나락’이지 않았나합니다. 가을 들판, 잘 익어가는 벼나, 혹은 벼 베기 후에 마른 논 위에 쌓여 있는 볏단을 보고‘나락’이라고 했지, 봄, 여름 논의 물속에 잠겨 있는 벼를 보고‘나락’이라고 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쌀’을 뜻하는‘낟알’은‘나락 알’의 축약된 소릿값일 것입니다. 벼, 보리, 조 등은 모두‘새(/사이 ; 볏과 식물의 총칭)’라고도 하는데, ‘쌀’은‘새(/사이) 알’이 축약된 소릿값 입니다. ‘새끼(/짚으로 꼬아 줄처럼 만든 것)’의‘새’도 볏과 식물을 뜻하는‘새/사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새[鳥] 알’이‘쌀’로 축약되지 않는 것은 식물의‘새’가 보다 강한 억양을 가졌고, 날짐승 새는 그에 비해 부드러운 소릿값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私 사사로울 사
나름으로 하다 ; 사, 사사롭다
私의 전문
私는 禾와 厶의 합자입니다. 禾가‘나락, 낟알’에서 소릿값을 가차하여‘나름’으로 쓰여, ‘나름으로 하다’에서‘사, 사사롭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서의 厶는 公(공변될 공)에서 八이 제거된 형태이며, 八은 分(나눌 분)의 축약입니다. 즉‘나누지 않다’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또 다르게는 禾를 利의 축약으로 보아, ‘이득[≒날찍]을 나누지 않다’로 보아도 같은 의미가 도출됩니다.
사(私) (1) 개인이나 개인의 집안에 관한 사사로운 것.
(2) 일 처리에서 안면이나 정실(情實)에 매여 공정하지 못하게 처리하는 일.
사사(私私)롭다 ; 공적(公的)이 아닌 개인적인 범위나 관계의 성질이 있다.
나름 (1) 그 됨됨이나 하기에 달림을 나타내는 말.
(2)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식이나 깜냥을 이르는 말.
상기‘사(私)’와‘사사(私私)롭다’에 대한 정의는 모두‘나름’과도 뜻이 통합니다. 배달말‘사’가 나타내는 바를 禾의‘나락’에서 소릿값을 가차하여‘나름’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私事(사사), 私生活(사생활), 私設(사설), 私立(사립), 私有(사유) 등에서 私가‘나름’의 뜻입니다.
和 화할 화
나란하게 맞추다 ; 화하다[어우르다]
和의 금문 和의 전문
和의 금문자형은 禾의 이삭 부분인 丿을 제거한 모양과 口의 합자이며, 전문 자형은 禾와 口의 합자입니다. 口는 자형의 요소로 사용되어, ‘맞추다’의 어기를 가지며, 禾의‘나락’에서‘나란하다’의 뜻으로 구분시킨 것입니다. 배달말의 [화하다]가 뜻을‘나란하게 맞추다’로 풀이한 글자입니다.
木의 금문 未의 금문 林의 금문 果의 금문
和의 금문 자형이 얼핏 木과 口의 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木, 未, 林, 果의 금문 자형과 비교해 보았을 때, 좌우로 뻗은 곁가지가 木에서는 직선인 것에 비하여, 和에서는 禾처럼 타원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화(和)하다 ; ‘합하다’의 전 용어.
화(和)하다 ; 날씨나 마음, 태도 따위가 따뜻하고 부드럽다.
和解(화해), 溫和(온화), 和合(화합), 調和(조화), 平和(평화), 和睦(화목) 등에서도 和가‘화하다’의 뜻입니다. 여기서의‘화하다’는‘어우르다(/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판이 크게 되게 하다≒합하다)’와 유사한 어기입니다.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中庸』
화함은 것은 천하의 통달한 도(道)인 것이야.
龢 화할 화
나란한 피리소리 ; 화하다[어울리다]
龢의 갑골문
龢의 금문 龢의 전문
龢는 龠과, 和[어우르다]의 축약인 禾의 합자입니다. ‘어우르는 피리소리’라는 것에서‘어울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盉 조미할 화
나란하게 하다 ; 화하다
盉의 금문 盉의 전문
盉의 금문 및 전문 자형은 禾와 皿의 합자이며, 禾는 和의 축약이며, 皿으로‘화하다(/무엇을 타거나 섞다)’의 뜻으로 구분시킨 글자입니다.
㭉 칼이름 화
나무 날 ; 넉가래
㭉의 갑골문(釫와 통용) 㭉의 전문
㭉의 갑골문1 자형은 禾[①]의 상부에 이삭 부분[②]을 한 번 더 겹쳐 놓은 형상이며, 갑골문2 자형은 木[③]의 상부에 禾의 이삭 부분[④]이 올려 있는 모양입니다. 이는 禾의‘나락’에서‘날(/보습)’을 의미하며, ‘나무로 된 날’이라는 것에서‘넉가래(/곡식이나 눈 따위를 한곳으로 밀어 모으는 데 쓰는 기구. 넓적한 나무 판에 긴 자루를 달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전문은 木의 상부에 가로획을 마치 좌우로 가르는 듯한 형상이 덧붙여 있습니다.
㭉가 갑골문에서 釫(삽 화/흙손 오)와 통하는데, 釫는 금속 재질로 고랑을 파는 도구를 의미합니다.
禿 대머리 독
날 하다 ; 민둥하다
禿의 전문
禿는 儿의 위에 禾가 표기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儿는 정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동작이나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禾가‘날/나락’의 소릿값에서‘날(/‘[접두사]다른 것이 없는)’로 쓰여, ‘날 하다’는 것에서‘밋밋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밋밋하다 (1) 생김새가 미끈하게 곧고 길다.
(2) 경사나 굴곡이 심하지 않고 평평하고 비스듬하다.
(3) 생긴 모양 따위가 두드러진 특징이 없이 평범하다.
禿髮(독발), 禿頭(독두), 禿山(독산), 禿瘡(독창) 등에서 禿이‘밋밋하다’의 뜻입니다.
穌 깨어날 소
생생한 날 ; 깨어나다
穌의 금문 穌의 전문
穌의 금문 자형은 漁(고기잡을 어)와 禾에서 丿이 빠진 모양의 합자이며, 전문 자형은 魚와 禾의 합자입니다.
漁의 갑골문
漁의 갑골문 자형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표현한 글자들입니다. 첫 번째 자형은 물 안에 있는 물고기를 바깥으로 끄집어 낸 표현이며, 두 번째 자형은 물과 고기를 함께 나타낸 것이며, 세 번째 자형은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네 번째 자형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있는 모양입니다. 穌 금문 자형은 이 네 번째 고기 잡는 모양을 따른 것입니다.
고기잡이와 벼는 어로(漁撈)와 농경(農耕)이라는 두 가지는 분명 고대의 생업의 중요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는 전혀 가지지 않고, ‘되살아나다, 깨어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표음자(表音字)로 사용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를 한자어(漢字語)로‘生鮮(생선)’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 [生鮮]은 한문(漢文)으로 유입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중국어(中國語)로부터 유입된 말은 아닙니다. 중국어에서 우리말의 생선은‘鲜鱼(선어)[xiānyú]’가 주로 쓰입니다.
穌의 漁가 나타내는 어감(語感)은 살아서‘생생하다’의 뜻입니다. 막 잡은 물고기의 펄펄 날뛰는 소릿값을 나타낸 것이며, 禾는 ‘날/낟알/나달’에서‘날(/[접두사]말리거나 익히거나 가공하지 않은)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생것’과‘날 것’은 같은 의미입니다.
생 (1) ‘익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 ‘가공하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날 (1) ‘말리거나 익히거나 가공하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 ‘장례를 다 치르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따라서 穌는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에 대한 순우리말 식의 역동적인 표현으로 본래의 소릿값은‘깨(/어나)다’입니다. ‘깨달음’, ‘깨들(/주로 어린아이가 참다못하여 끝내 웃음을 입속으로 높고 날카롭게 터뜨리는 외마디 소리. 또는 그런 모양)’, ‘깨끗하다’, ‘깨지다’, ‘깨물다’등의 예에서처럼‘갑자기, 역동적인, 문득’ 등의 어기(語氣)를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깨’가 穌의 원음(原音)으로 추정합니다.
穌가‘更生(갱생 ; 되살아나다)’의 의미로 甦(깨어날 소)[전문자형 없음]로 다시 표기(表記)되기도 합니다.
甦[/穌]生(소생)에서 穌가‘깨어나다’의 뜻입니다.
蘇 차조기 소
깨
蘇의 금문 蘇의 전문
蘇의 금문 자형은 穌와 동일하며, 전문에서부터 艹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穌의‘깨다, 깨어나다’에서 소릿값을 빌려와‘깨’의 뜻을 나타냅니다.
蘇의 훈(訓) ‘차조기’는‘깨’와 함께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외형은 물론이고 열매도 거의 유사한 형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