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눈빛만은 바다처럼 푸르고 불굴의 의지를 간직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무려 84일 동안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극심한 불운(Salao, 최악의 불운)을 겪고 있었습니다.
노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소년 마놀린이 있었지만,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운이 다했다며 마놀린을 다른 운 좋은 배에 타게 합니다. 그럼에도 마놀린은 매일 밤 노인의 낡은 오두막을 찾아와 음식과 낚싯용 미끼를 챙겨주고, 야구 이야기(노인이 숭배하는 '마이애미의 대이글 조 디마지오'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나눕니다.
85일째 되는 날 아침, 산티아고는 "오늘이야말로 무언가 큰 것이 올 것"이라는 직감을 안고,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로 홀로 배를 저어 나갑니다.
노인은 다른 어부들이 감히 가지 않는 먼 바다(멕시코 만류)까지 나아갑니다. 바다를 정복의 대상이 아닌 '사랑스러운 여성(La mar)'으로 생각하며 낚싯줄을 정교하게 깊은 바닷속으로 내립니다.
정오 무렵, 바닷속 약 700미터 깊이에 내려둔 낚싯줄에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바로 노인의 평생을 건 상대, 청새치(Marlin)가 미끼를 문 것입니다.
청새치는 너무나 거대해서 노인의 힘으로 끌어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청새치가 낚싯줄을 꿴 채 노인의 작은 뗏목 배를 이끌고 북서쪽 먼 바다로 천천히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노인과 청새치 사이의 목숨을 건 대치 상태가 시작됩니다.
낚싯줄이 노인의 등에 깊은 상처를 내고, 오른손은 낚싯줄에 쏠려 피가 나며, 왼손은 쥐가 나서 굳어버립니다. 노인은 배고픔과 피로를 견디기 위해 겨우 날생선(날다랑어 등)을 씹어 먹으며 버텰 냅니다.
바다 위에서 홀로 외로움과 싸우며 노인은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아, 소년 마놀린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인은 자신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청새치의 위엄과 고결함에 깊은 경외감을 느낍니다. 청새치를 "나의 형제"라고 부르며, 비록 살리기 위해 죽여야 하는 운명이지만 그 존엄함을 인정합니다.
지쳐 잠들 때면 노인은 젊은 시절 아프리카 해변에서 보았던 '사자들의 꿈'을 꿉니다. 이는 노인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젊음과 야성, 불굴의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사흘째 되던 날, 지친 청새치가 배 주위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노인 역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눈앞이 가물거리는 극심한 탈진 상태에 도달합니다.
청새치가 배 옆으로 바짝 다가온 순간, 노인은 자신의 모든 남아있는 힘과 영혼을 쥐어짜 짜내어 작살을 청새치의 가슴(심장 부근)에 깊숙이 꽂아 넣습니다.
거대한 청새치는 바다 위로 치솟았다가 은빛 배를 뒤집으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길이는 노인의 배보다도 2피트(약 60cm)나 더 긴, 무려 5.5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였습니다. 노인은 배 옆에 청새치를 묶고 뿌듯한 마음으로 항구로 향합니다.
청새치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다를 물들이고, 피비린내를 맡은 바다의 포식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마코 상어가 나타나 청새치의 살점을 한 움큼 뜯어먹습니다.
노인은 낚싯줄에 매달린 작살로 상어의 정수리를 찍어 죽이지만, 작살과 로프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계속해서 상어떼가 몰려옵니다. 노인은 노 끝에 노를 젓는 칼을 묶어 창을 만들어 상어들의 눈과 정수리를 찌르며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칼마저 부러져 버립니다.
노인은 이제 노와 몽둥이, 키잡이 자루까지 뽑아 들고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몰려드는 상어떼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상어떼의 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상어들은 청새치의 모든 살점을 뜯어먹어 버렸고, 배 옆에는 거대한 하얀 척추와 머리, 꼬리뼈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노인은 입안에서 피 맛을 느끼며 완전히 패배했음을 인정합니다.
87일째 밤 늦은 시각, 노인은 뼈만 남은 물고기를 끌고 조용히 어촌 항구로 돌아옵니다. 배를 묶어두고, 주저앉을 듯이 지친 몸을 끌고 돛대를 짊어진 채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노인은 침대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집니다.
다음 날 아침, 어부들은 노인의 배 옆에 묶인 청새치의 엄청난 뼈 크기(18피트, 약 5.5m)를 보고 혀를 내두릅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그 뼈를 보고 "상어 뼈인가보다" 하며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감탄합니다.
노인의 부러진 손과 지친 모습을 본 소년 마놀린은 눈물을 흘립니다. 소년은 노인에게 따뜻한 커피를 가져다주고, *"이제 운 따위는 상관없어요. 앞으로는 할아버지와 함께 배를 탈 거예요.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며 노인의 곁을 지킵니다.
노인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꿈속에서 다시 아프리카 해변의 사자 꿈을 꿉니다.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노인은 거대한 자연(청새치, 상어)과의 싸움에서 물고기의 살점을 모두 잃고 비록 현실적으로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파멸되었지만),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에서는 끝내 승리(패배하지 않음)했음을 보여주는 위대한 문학적 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