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동안 입었던 면바지가 지난 주에 구멍이 나서 버렸다. 모르고 살았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오래 입었다.
유학생으로 살면서 뭐든 아끼던 습관이 몸에 많이 밴 나는 귀국한 지 얼마되지 않아 들린 마트에서 면바지 색깔이 마음에 들어 냉큼 샀다. 당시 가격이 2만원이 채 되지 않아서 쾌재를 부르며 서로 다른 색깔로 2개를 샀는데 하나는 아직도 멀쩡하다.
지난 주 개강을 앞두고 멀리 나가기 귀찮아 이번에도 결국 집 근처 마트에 바지를 사러 갔다. 요즘 유행은 통 큰 바지여서 정장용 바지를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마침 딱 한곳에 바지가 있길래 입어봤는데 무난히 괜찮았다. 허리가 좀 많이 큰 것이 아쉽지만 다른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이 더 싫어 그냥 구입했다.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6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사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셨다. 50대 초라고 말씀드리자마자 깜작 놀라셔서 내가 더 놀랐다. "어머~ 너무 날씬하네. 요즘은 외모로 나이 판단하면 큰 실수하겠어요 정말." 하면서 너털 웃음을 지으셨다. 바지가 나에게 잘 어울린다며 엉덩이를 툭 치셨던 것이 새삼 생각나신 듯 했다. 나는 연세 드신 분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ㅎㅎ
며칠 후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일정이 있었다. 헤어질 무렵 그 분이 나에게 웃으며 "엄청 여리여리하시네요. 제가 생각했던 느낌과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라고 하셨다. 3일만에 같은 얘기를 두 번 듣고 나니 문득 궁금했다. 사람들은 50대를 어떻게 떠올리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나를 처음 만난 20대들도 "제가 생각했던 교수님 모습이 아니어서 놀랐어요."라고 자주 말한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교수 이미지도 정형화된 것 같은데 나는 그에 맞지 않나보다. 왜지? 긴 생머리때문에? 정장 대신 종종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어서? 아님 후드티 입어서? 그런데 요즘은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지 않나? 아닌가? 에잇, 모르겠다.....
결론: 나는 첫 만남에 사람을 놀래키는 캐릭터다. 나를 처음 만나는 분들, 각오하시라!!! (추석을 앞두고 웃자고 한 얘기니 너무 기분 나빠 하지 마시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