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시낭송 모음 너를 기다리며-정호승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첫댓글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