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 인간의 존엄과 가치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유럽의 암울한 중세 시기를 거쳐, 시민 혁명이 일어나게 된 발단이 된 것은 천부인권설과 계몽주의 사상이었다. 이 두 가지 사상 이후 지속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는 상상히기 힘들다.
인간의 존엄성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고, 헌법의 최대 목적이기도 하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은 헌법 전문 거의 맨 앞에 나타나 있고, 헌법이 우리나라의 최고법임을 감안했을 때,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를 알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나타나 있는 부분이고, 국민은 국가에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작위, 부작위, 수인, 급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을 '주관적 공권' 이라고 한다. 이 주관적 공권은 제29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②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등과 같이 비슷한 맥락으로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겉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잘 지키는 것 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그리고 기본권의 범위는 어느정도까지 인정되고 제한되어야 할까? 이런 점이 아직도 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기본권은 자연인, 다시 말해 인간에게만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자연인의 범위는 어디일까? 우리나라에서 자연인은 출생부터 사망시까지의 사람을 일컫는다. 즉, 죽은 사람이나 태아는 자연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태아의 권리는 상속 시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보상시에는 인정된다.) 이처럼 아직까지 기본권은 살아있는 국민에게만 주어져 있다. 그렇다면 자연인과 자연인의 기본권이 침해되거나 충돌될 때에는 누구의 편을 들어 주어야 할것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것이 아직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례에는 사형제도가 있다. 사형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로, 어느 누구도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 범죄자로 인해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람의 경우에는 어떨까?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람의 기본권을 존중해 주어야 할까? 국민 여론은 존중해 주지 않는 것을 원해 보이지만, 법에서는 아직까지 보장해 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1997년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로 사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형제도를 폐지하지는 않았고, 사형이 선고된 경우도 아직 남아 있다. 이처럼 기본권의 충돌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많은 토론과 의견교류를 하게 한다. 이렇게 아직도 많은 논란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사형제도를 반인륜적인 행위이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 하다.
기본권이 충돌하는 다른 사례를 가져오자면, 태아의 생명권과 부모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사례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태아의 성별을 출생 전에 부모에게라도 알려주는 것을 금지했는데, 원하지 않는 성별의 태아가 낙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즉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임신 7~8개월차인 한 부모가 국가에게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알 권리, 기본권에 포함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법원은 부모의 편을 들어 주었다. 이미 낙태를 하기에는 늦은 시점인 데다가 부모의 알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권리가 충돌할 때 양쪽의 권리 모두 한 발씩 양보해 두 권리 모두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여전히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기본권과 기본권이 충돌하고, 그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기본권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사건과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의견을 종합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인정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절대 경시되어서는 안될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내 기본권만큼 타인의 기본권을 존중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줄어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