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低氣壓, Cyclone)
-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날씨 -
아이슬란드 상공의 저기압. 북반구에서 저기압에서 바람은 공기밀도가 높은 바깥에서 중심을 향해 반시계방향으로 불어 들어온다.
저기압은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를 가져온다. 이런 날씨는 사람을 우울하면서 공격적으로 만든다. 이런 저기압의 성질을 이용하기도 한다. 옛날, 북미 인디언들은 비가 올라치면 전쟁을 준비했다. 전사들이 더 공격적이며 용맹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저기압은 비만치료에도 이용한다. 기압이 낮은 고지대에서 운동을 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한다. 해발 1000미터 고도에서의 산소량은 평지에 비해 88%에 불과하다. 저기압과 저산소 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혈액 속 적혈구가 증가한다. 이것은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산에 가서 운동하기 어렵기에 인공저기압실에서 운동을 한다. 비만 환자의 경우 과다지방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피가 잘 돌지 않는다. 지방이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런데 저기압환경에서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몸에 쌓여있던 지방이 분해된다. 저기압도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저기압이란?
저기압모식도 <그림: 케이웨더>
저기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성저기압이다. 다른 하나는 통상 우리가 저기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온대저기압이다. 중위도저기압이라고도 한다. 여기에서는 온대저기압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저기압은 동일한 고도에서 주위보다 기압이 낮은 구역을 말한다. 저기압 중 기압이 가장 낮은 곳을 저기압 중심이라 한다. 그리고 이 중심의 기압 값을 중심기압이라고 부른다. 저기압의 범위는 일기도 상에서 등압선이 막힌 가장 바깥선 까지 본다.
그림은 저기압의 모델을 나타낸 것이다. 저기압에서는 하층에서 공기의 수렴이 있다. 수렴된 공기는 상승기류가 된다. 상승한 공기는 상층에서 발산한다. 저기압 구역에서 흐리고 비가 내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이다. 즉 공기가 상승하면 압력이 낮아진다. 이 경우 공기는 단열팽창한다. 단열팽창으로 인하여 공기가 냉각되므로 기온이 낮아진다. 상공으로 갈수록 노점이 낮아져 응결이 일어나는 것이다. 더 상공으로 올라가면 응결이 강화되면서 비구름을 만든다.
북반구에서 저기압에서 바람은 공기밀도가 높은 바깥에서 중심을 향해 반시계방향으로 불어 들어온다. 저기압은 중심으로 갈수록 등압선 간격이 좁아진다. 기압경도력이 강해지면서 바람이 강해진다. 저기압이 우리나라로 이동해오면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온대저기압은 규모가 고기압보다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도 면적 이상은 커버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저기압의 발생과 분류
저기압은 중위도 지방의 전선상에서 발생하는 파동(wave)에 의해 형성된다. 다른 것으로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강제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다. 또 국지적으로 가열되어 발생하는 열저기압도 있다. 전선상의 파동으로 만들어진 저기압은 일기도상에서 구분이 된다. 그러나 지형저기압과 열 저기압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저기압의 분류는 중심의 기온이 찬지 아니면 온난한지에 따라 구분한다. 먼저 한랭저기압(Cold core Low)을 보자. 동일한 고도에서 저기압 중심 부근의 기온이 주위보다 차가운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그림처럼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차가워진다. 따라서 상층에서 저기압성 순환이 강해지는 저기압이다. 지상부터 상층까지 일관되게 저기압이 위치하기에 키가 큰 저기압이라고도 한다. 대기의 안정도가 불안정해 강수의 발달이 쉽다. 따라서 강수의 지속시간이 길고 양도 많으면 이동도 느리다. 극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 폐색 저기압, 그리고 분리된 저기압 등이 이에 속한다.
한랭저기압 모식도 <그림: 케이웨더>
온난저기압 모식도 <그림: 케이웨더>
다음이 온난저기압(Warm core Low)이다. 동일한 고도에서 저기압 중심 부근의 기온이 주위보다 높을 때 발생한다. 기온의 체감율이 적어 상층으로 갈수록 저기압성 순환이 약화․소멸된다. 어느 고도 이상에서는 오히려 고기압성 순환이 생긴다. 상층으로 갈수록 저기압성순환이 약해지기에 키가 낮은 저기압이라고도 한다. 키가 낮기에 빨리 이동한다. 초기의 온대 저기압이나 열 저기압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화남지방에서 이런 유형의 열적 저기압이 자주 발생한다. 때로는 전형적인 저기압으로 발전하면서 남해상이나 중부지방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저기압이 영향을 줄 때 반드시 흐리고 비가 올까? 습도가 낮은 마른 저기압의 경우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강한 일사로 열저기압이 만들어질 때가 있다. 이때도 습도가 낮으면 맑은 날씨를 보인다. 사막이 좋은 예다. 강한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 강원영동지방으로는 지형적 저기압이 만들어진다. 이때도 구름이 별로 없는 맑은 날씨를 보인다. 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면 무조건 흐려지고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저기압 패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저기압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자. 계절마다 저기압이 이동하는 경로도 다르고, 저기압의 모양도 다르다. 봄철에는 주로 중국 화남지방에서 열적 기압골에서 시작하여 저기압으로 발달하며 북동진해 우리나라를 통과해 나간다.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형성된 불연속면을 따라 작은 중규모 저기압이 지나갈 때 나타난다. 또는 북쪽을 지나가는 상층 기압골의 힘을 받아 장마전선이 활성화되면서 저기압으로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가을철에는 봄철과 달리 북서쪽에서 상층 골이 접근해 오면서 지상 저기압의 발달을 유도한다. 발달된 저기압이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에는 대륙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따라서 상층 기압골이 북서쪽에서 접근하며 저기압이 함께 발달해 이동해 온다. 또는 대륙고기압의 일부가 변질되어 이동성 고기압으로 분리된 후 그 후면에서 약한 기압골이 발해만에서 발달하는 경우가 있다. 지상일기도에서 본 4계절의 전형적인 저기압 패턴이 아래 그림이다.
봄철의 전형적인 저기압패턴 <그림: 케이웨더>
여름철의 전형적인 저기압패턴 <그림: 케이웨더>
전형적인 가을 저기압패턴 <그림: 케이웨더>
전형적인 겨울 저기압패턴 <그림: 케이웨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저기압의 이동 경로
우리나라 주변을 통과하는 저기압의 진로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여섯 진로가 있다. 먼저 진로 1을 보자. 바이칼호 방면에서 동진 하여 오호츠크 해로 들어가는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멀리 있으므로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저기압으로부터 뻗친 불연속선의 말단이 북한을 통과할 때는 악기상을 보인다. 이 저기압은 만주 부근에 도달할 때쯤은 폐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해에 들어가면 새로운 저기압이 발생하여 발달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좋은 날씨를 보인다. 다만 바람은 강하게 분다.
우리나라 주변을 통과하는 저기압경로 <그림: 케이웨더>
진로 2의 저기압은 만주 방면에서 남동 진하여 동해 북부로 이동하는 저기압이다. 동해에 진입한 후 다시 북동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진행 방향을 바꿀 때까지는 발달하지 않으나 방향전환 후에는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저기압은 키가 낮고 작으나 전선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겨울에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는 심한 강풍과 함께 폭설을 가져오기도 한다.
진로 3은 경로 2보다 남쪽인 화북 지방에서 동진하여 북한서해상을 거치는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은 우리나라를 지나서 동해로 들어간다. 그 후 북동으로 진로를 바꾸어 북해도 방면으로 이동한다. 이 저기압은 화북에서는 활성을 띄지 못하기에 나쁜 날씨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기압이 강화되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경우에는 심한 강수를 보인다. 강한 남서풍이 불면서 해상에 돌풍 등 악기상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진로 4 저기압은 진로 3보다 남쪽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 남한을 거쳐 동해 해상으로 이동하는 경우다. 주로 여름과 장마철에 많이 발생해 이동하는 저기압으로 많은 비를 뿌릴 경우가 많다.
진로 5와 6 저기압은 화남과 대만의 북동 해상 또는 남중국해에서 발생한다. 발생한 후 e동진하여 일본을 통과해 나간다. 이 저기압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진로 5의 경우 남해안 지방으로 나쁜 날씨를 보일 때도 있다.
인체에 영향을 주는 기압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고저기압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체는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톤 아동병원 ‘비게노 프린스’ 박사의 연구를 보자. 그는 날씨의 변화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연구했다. 1단계는 대체로 맑은 고기압권내의 날씨다. 온도와 습도의 일교차는 그리 크지 않으며 기압은 높다. 이러한 쾌적한 날씨는 인간의 몸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주며 반사반응 속도를 짧게 해준다고 한다. 2단계는 맑은 날씨이지만 1단계보다 구름양이 증가하는 날이다.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갔지만 기압능의 영향으로 좋은 날씨를 보인다. 1단계보다는 기압이 떨어지면서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커진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좋은 날씨다. 그러나 허약한 사람에게는 편두통이나 뇌졸중 같은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면 사람들은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 공격적이 되며 육체적 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출처: Gettyimages>
세 번째 단계는 저기압이 접근해 올 때이다. 기압이 서서히 하강하면서 온도와 습도가 상승하고 구름이 점차 증가한다. 사람들은 무덥고 답답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요통이나 궤양성 출혈이 나타나며 우울증이 심해지고 간질성 발작이 시작된다. 특히 이런 날씨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 단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아지며 조산(早産)의 위험성도 커진다고 한다.
네 번째 단계는 본격적인 저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이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구름이 밀려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통과한 후에는 기온은 급격히 내려가고 습도는 감소한다. 기상변화가 가장 극심한 때로 사람들은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 공격적이 되며 육체적 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동맥과 장의 경련 반응이 생기며, 인후통과 경련성 기관지염이 많이 발생한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단계는 저기압이 통과하고 고기압이 다가올 때이다. 기압은 상승하고 기온은 낮아진다. 이때 심혈관계 질환자나 호흡기계 질환자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천식환자의 발작 가능성이 높아질 때다. 고․저기압과 신체반응과의 연관성을 이용한 건강 지키기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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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