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굴레를 하나씩은 갖고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 필립은 어렸을 때 다리를 저는
신체적 굴레, 청소년기를 지나면서는 미술에 대한 집착, 20대를 넘어서면서는 악녀와 같은 밀드래드에
대한 사랑의 굴레 등.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에 허우적대며 괴로워하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좌절하며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800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내용은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지만 소설 곳곳에 나오는
주옥같은 삶에 대한 설명들은 많은 생각거리들을 제공해주는거 같다.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며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다는 말이나, 군중속에서 돋드라 지지 않고 그곳에 뭍혀 있을 때 그것이 진정 행복이며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 사물에 대해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되는 장애(?)와 같은 불행에 대한
설명이며, 돈은 육감이다. 이것이 없으면 다른 오감이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게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 등.
사실 나도 늘 굴레에 속박되어 힘들어 했던거 같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다른 뭔가가 내게 있었고
그것때문에 힘들어 했던거 같다. 어렸을 땐 남다르게 큰 머리에 못난이 컴플렉스. 좀 더 자라서는
다른 집만 못하다고 생각되는 가난, 가난 까지는 아니지만 주위사람보다 못한 빈곤함. 학과에 대한
컴플렉스, 직업에 대한 컴플렉스, 지위에 대한 컴플렉스. 이런 것들이 다 나의 굴레요 속박인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 경건한 맘으로 주인공은 어떻게 이걸 극복할까 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읽었다.
이 책에서는 인생은 페르시아 융단처럼 한땀 한 땀 떠가는 것이라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결국은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아이를 낳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그리고 죽는다. 이것이 인생이며
이것이 인생의 가장 완벽한 무늬이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은 융단을 구성하는 한 땀 한 땀일 뿐.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라고.
결국 이러한 굴레에서 자유로울 때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고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작가의 설명.
이러한 굴레에서의 해방은 한 여인에 대한 사랑과 그녀와 결혼 그리고 직업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아이를 낳고 일하고 죽는 것.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속박할 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인생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거라지만 인생을 페르시아 융단에 비유하는 부분이 사실 공감할 수 없는(이해
가 안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부분도 있다. 언젠가 이 책도 이야기거리가 된다면 꼭 들어보고 싶네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페르시아 융단을.
첫댓글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태어나고 결혼하고 일하고 죽는 것...
정말 평범하게 보이지만
가장 행복한 삶이네요..
예전에는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굳이 특별하게 살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에는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게 된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