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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정(情)이 많다는 것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산다. 차가운 이성(理性)보다는 뜨거운 감성(感性)으로 산다. 이웃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이웃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된다. 이웃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의 일처럼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은다. 아름다운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정이 많다는 것이 모두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감정적으로, 불합리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파성(黨派性)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遇)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 폐해도 심각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당파성으로 말미암는 사고(思考)의 양극화 현상이다. 네 편 내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한 다음, 내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난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전한 당파는 필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방면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힘을 모으고 일을 추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일처리와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당파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흐르면 문제가 된다. 합리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비합리적으로 나아가면 문제가 된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해야 하는데, 당파성에 함몰되어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성경은 “악인에게 네가 옳다 하는 자는 백성에게 저주를 받을 것이요 국민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한다(잠언 24:24). 내 편이라는 이유로, 악인에게 “네가 옳다” 하면 안 된다. 아무리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해야 한다. 역으로, 아무리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옳은 것은 옳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옳은 것을 아니라 하거나, 아닌 것을 옳다 하는 것은 악(惡)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태복음 5:37)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여호수아 1:7). 그리고 여호수아도 그의 말년에 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같은 말씀을 한다. “너희는 크게 힘써 모세의 율법 책에 기록된 것을 다 지켜 행하라 그것을 떠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여호수아 23:6). 우로나 좌로 치우치는 것은 당파성에 함몰되어 옳은 것을 아니다 하고 아닌 것을 옳다 하는 것이다. 우로나 좌로 치우치지 않고 정도(正道)를 가는 것이 개인이 살고 사회가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다.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되, 정체성이 모호한 기회주의적 행태(行態)는 경계해야 한다. 우와 좌, 양측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하여 양쪽의 눈치를 보며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행태는 극단에 치우치는 것 못지않게 나쁜 행태이다. 이런 기회주의적인 행태 역시 공동체의 건전한 전진을 가로막는다. 주님께서 라오디게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말씀하신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요한계시록 3:15-16).
정(情)을 나누는 사회는 따스하고 행복하다. 정을 나누되, 큰 정을 나누자. 나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을 때 잘못이라고 하는 것은 큰 정이다. 우로나 좌로 치우치지 말고,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하자. 큰 정이 흐르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
출처 : 아산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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