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새해 첫 주일, 우리는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 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린 것을 기억하며,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냅니다.
여기서 ‘공현’은 구세주께서 동방의 박사들에게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심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구약 시대부터 약속된 메시아이심이
공적으로 드러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방인인 동방 박사들의 방문은, 예수님께서 드러내 보이심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온 세상, 모든 이를 위한 메시아로 오셨음을 드러냅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 2,11).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나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의 하느님, 심지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의 하느님이시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에페 3,6)을 뜻합니다.
그리고 성경에 의하면 모든 이의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님께 동방 박사만이 아니라, 어두운 밤, 들판에서 양 떼를 지키던 가난한 목자들도 경배를 드렸다는 사실을 들려줍니다(루카 2,15-20 참조).
즉, 동방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오신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고, 목자들은 찬양과 찬미를 드렸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경배하고 찬미하는 일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과연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예수님께 우리는 무엇을 드렸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그리스도를 뵈려고 멀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동방 박사들처럼, 우리도 새로운 한 해, 예수님을 용기 있게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 안에서 ‘공현’을 실현하는 첫걸음입니다.
신앙의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 나서는 길입니다.
우리가 걷는 그 길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별을 비추어 주실 것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이사야 60,1)
끝으로, 동방의 박사들은 자신들을 이끌어 준 별,
예수님의 별을 보고 경배하러 왔다고 전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우리를 예수님께로 이끄는 빛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우선, 그 빛은 우리에게 매일 매일 베풀어 주시는 은총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달란트, 장점, 베풀어 주시는 은총이 우리로 하여금 주님께로 나아가게 하고, 경배드리러 가게 할 것입니다.
또한, 이웃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이웃들은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빛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주님께 우리의 마음을 향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과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안에 계신 주님을 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들도 다른 사람들을 주님께로 이끄는 주님의 별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결코 다른 이들의 주님께로 향하는 길에 어둠이 되고, 걸림돌이 되고, 해방군이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마음 안에서 비추는 주님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비워야 하느님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얄팍한 지혜가 내 머리를 비추고 있고, 내 뜻이 내 존재를 비추고 있을 때, 내 목소리만 내 안에서 메아리칠 때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고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내 자신을 비울 때, 우리는 하느님의 현명한 지혜와 하느님의 목소리를 내 삶의 길을 비추는 별빛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강론을 마치며, 지난 2025년 교구신년 하례미사에서 교구장 주교님께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어젖힌 2025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 축복된 한 해로 우리 모두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하시며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똑같을지라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꿈으로써 우리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시각을 전환하는 근본적인 힘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로 당신의 강론을 마무리하셨습니다.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