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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시국 선언문
“우리는 모두 언젠가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아무도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부패를 저지르거나 그에 연루된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사회의 이러한 곪은 상처는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의 근간을 위협하기 때문에 하늘에까지 이르는 중대한 죄입니다. 부패는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 공개적으로 부패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부패에 가담하여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자비의 얼굴」, 19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와 이와 연관된 수많은 정·관·재계의 부정과 부패 의혹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천명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른바 ‘비선 실세’를 통한 국정 개입은 국민 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유린한 반헌법적 행위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책임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
본 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공명정대한 재판을 강력히 촉구한다. 도덕 원칙과 사회 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 부패는 국가의 올바른 통치를 위협한다(「간추린 사회 교리」, 411항 참조). 어떠한 불의와도 결탁하지 않는 용기와 엄정한 법 집행이 조속한 국정 정상화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우선적 과제이다. 책임 전가나 사실 은폐 및 수습 지연은 국정 공백과 민심의 공황 상태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또한 현재의 국가 위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그 어떤 세력들의 부당한 개입을 거부한다.
교회는 정의에 위배되는 죄악의 구조를 반대한다(「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공동선에 심각한 해악을 주는 권력 구조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을 바꾸고 진실한 가치를 전달하며 더 나은 세상 건설을 위해 투신하는 참다운 신앙의 소명을 실천할 것이다(「복음의 기쁨」, 183항 참조). 또한, 교회는 그동안 예언자직을 온전히 수행해 왔는지를 겸허히 반성한다. 신자들은 정의와 평화에 투신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힘과 수단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의무(「가톨릭교회 교리서」, 2820항 참조)를 기억하며, 현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국정의 정상화와 국가의 안정을 위하여 인내하고 기도하면서 함께해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1일
위원장 유흥식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