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춘형의 결혼 스토리다.
형은 나보다 5살 많은 1959년생이다.
형 집은 부모님께서 강변의 한 언저리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셨다.
형은 객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군 제대후 집에서 부모님 매운탕 집 일을 도우며
지냈는데 하루 이틀에 한번씩 매운탕에 들어갈 물고기를 강건너의 민물고기 도매상에 가서
사오곤 했다.
그 도매상은 형이 태어나기 전부터 형 부모님(필자에게는 큰아버지)과는 알고 지낸 사이여서 형 부친과
도매상 사장님인 아저씨하고는 자주 막걸리잔도 부딪치는 술친구이며 죽마고우셨다.
그러니 평소 스스럼없이 지내시고 희노애락도 함께 하시며 살아온 사이다.
쉽게말해 서로 당신들 집의 애들 나이는 기본이요 흔히 말하는 숫가락 갯수까지껠 정도다.
형은 늘 그렇듯이 그 어부집에 물고기를 사러 다니던중 어느 일요일,
그날도 도매상에 갔는데 나보다 3~4살 어려보이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있었다.
평소그 집의 여주인인 사모님은 성격도 밝고 화통하고 시원시원해서 그냥 편하게 누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누님 누구에요~? 하고 물었더니 아~ 둘쨋딸..하며 인사까지 시켜주었다.
서울에서 은행에 다니기게 서울에서 생활하며 휴일에 가끔와서 일손을 도와준다는 거였다.
형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아가씨가 눈에 아른거리고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에
운전을 어찌하고 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형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적이 없었기에 설레임과 흥분으로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더구나 서울같은 도회지 아닌 시골 강변에서 살아가다 보니 순수함이 많아서 그랬는지
그날이후 콧노래를 달고 살며 짬이나면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우리 어린시절 황순원의 소나기의 주인공 소년의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후 그녀가 휴일이면 가끔 온다는 그 도매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기가 부족하지 않아도
구름을 타고 가는 기분으로 일부러 사러갔고 그아가씨를 보고 온 날이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은 두방망이 질을해도 무슨 횡재라도 한 양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여러날을 설레임과 고민끝에 그 집의 사장님인 아저씨와 죽마고우인 부친에게 모든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부친왈, 그아가씨가 그렇게 마음에 드냐..? 하시기에 예~ 하고 대답했더니
알았다.내가 그집에 말해보마..
형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부친이 형에게는 천군만마를 안겨준것 같아서 하늘을 날것 같았다.
부친과 그집 아저씨는 돈독한 친구 사이였으니 기대가 컸고 희망의 불꽃같은 것이 보였다.
난 그후 아저씨가 우리가게에 오시기라도 하면 더 예의를 갖추었고 가시고나면
아버지~ 말씀해보셨어요..? 하며 물었고 부친은 아직 말을 못했다. 조만간 말해보마..
그러기를 수차례..그럴수록 형의 속은 타들어가는 조바심이 났고
진행속도가 늦은 부친께 본의 아니게 짜증을 부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집 아저씨가 우리집에 오셨고 부친은 매운탕에 술한잔 하자고
권하며 분위기가 적당히 익었을 무렵 부친은 조심스레 말씀을 꺼내셨다.
``거 머시냐..내 말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줌세.. 우리 큰아들 저늠이 자네의 은행에 다닌다는
둘째딸을 마음에 들어 하는데 혹시 자네 딸 어디 혼처나 사귀는 남자라도 있는가..?
아저씨왈.. 글쎄.. 아직은 사귀는 늠은 없는거 같던데..
그러자 부친께서는 기다리기라도 하신듯 그럼 우리 사돈 맺는게 어떻겠나..?
아저씨는 그말을 들으시고는 ``그래..? 하시며 날 한번 쳐다보고는 ``그러세..하며 흔쾌히 승락을 했고
난 그말을 듣는 순간 뛸듯이 기뻤다.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이름은 경희 21살 서울에서 ㅇㅇ은행에 근무한다고 그녀의 모든것을 말해주셨다.
그후 형은 휴일면 치장에 더 신경쓰고 어김없이 차를몰고 콧노래를 부르며 그집(물고기 도매상)에 갔고
차를 몰고 강변을 달리면서 그녀를 만나면 무슨말을 할까 고민하며 갔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면
부끄럼 많이타고 말 주변이 없는 형은 빨개진 얼굴과 말은 버벅거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자기자신이 모습이 한심 했단다.
그녀가 와있는 날이면 힘겹게 버벅거리며 말도 붙여보고 점점 다가갔는데 다행이 그녀의 성격은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시원시원했고 은행에 근무해서 그런지 상냥하기까지 했다.
형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점점 더 빠져 들었다고 한다.
형은 휴일만 기다렸고 그녀가 오는 휴일이 좋았다
어떤 휴일에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집에 달려갔건만 그녀가 오지않아서 풀이죽어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요즘 같으면 핸드폰 있으니 전화나 문자,카톡같은 여러방법으로 연락을 할수 있지만 그시절에는
통신의 제약이 컷기에 난감했다.
평소 그 집에 가면 누님(사모님)은 형에게 우리사위 왔는가~~? 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반겨주었고
형 또한 누님의 그런 농담진담에 기분이 좋았단다.
참고로 형는그녀의 동생이며 고등학교 2학년인 경혜에게 처제라고 부르며 친동생처럼 스스럼없이 지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녀는 서울에서 은행생활을 해서그런지 모든것이 세련된듯 했고
심지어 사람을 대하는 것도 부드럽게 물 흐르듯 했다..
그와 반대로 형은 시골청년이라 그런지 수줍음과 순수함 그 자체였다.
말을 잘 붙여 이어가려 해도 마음뿐 어렵게 한마디 꺼내면 다음 할 말이 없어서 안절부절 했으니..
부친은 그집 아저씨와 술자리에서 서울의 우리 큰며느리는 잘 있는가...?
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 하곤 했고 난 옆에서 어른들의 말씀에 진짜 사위인양 기분이 우쭐하곤 했다.
시간과 세월은 흘러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어느 일요일 그날도 그집에 갔더니 누님은(예비장모) 그녀가 급히 서울을 가야한다며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라 하시기에 웬 횡재냐 하는 기쁨으로 그녀를 태워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차안에서
어색하게 자주 끊어지는 대화와 침묵이 공존하던중 어렵게
저~부모님들께서 우리 둘을 추후에 결혼시킨다는 말씀하신걸 아시나요..?
그러자 그녀는 어줍짢게 억지 대답하듯 예~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고 또 어색함과 침묵속의
시간끝에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
터미널에서 혼자 돌아오는 길에도 그녀를 태우고 갔던 시간들을 더듬으며 대단한 추억을 쌓은 기쁨에 찼다.
그러고는 계절이 한번 바뀌었을 무렵 어부집 아저씨는 머쓱하고 무슨죄를 지은양 우리가게에 와서
부친께 술한잔 하자시더니 ``자네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하시며 쩔쩔매는 표정을 지었다.
부친은 왜 그러나~? 무슨일이 있는가~?
아저씨는 저~ 그게..참 어찌 말해야 되나..하시며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슬며시 내놓으셨다.
부친은 어리둥절해 하시며 봉투를 열어보시더니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시며 안절부절 못하시며
나를 부르시고는 말없이 몽투를 건네셨다
난 영문도 모른채 봉투 알맹이를 펴보니 세상에~~아뿔싸..
하늘이 무너지고 앞이 캄캄했다.
그녀.즉 둘째딸 경희의 결혼 청첩장이었다.
나의 망연자실 모습을 본 부친은 따지듯이 아저씨께 어찌된건가~?
우리사돈 맺기로 해놓고..
아저씨의 말씀에 의하면 은행에 다니는 딸이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과 사귀고 있었는데
집에는 내색을 안해서 전혀 몰랐고 최근에서 말을해서 알게되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부친은 내얼굴을 한번 살피시고는 격앙된 목소리로 그럼 우리아들은 어쩌누 이사람아~~?
아저씨께서는 ``면목없네..허나 어쩌겠는가~? 이렇게 된거..
어이~ 정만이(내이름)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근데 그상황에서 난 홧김에 그랬는지 어쨌는지~``그럼 막내따님을 주세요~~,,
막내딸이란 둘째딸 경희 동생인 이제 갓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경혜를 지칭한거였다.
나의 저돌적인 발언에 부친과 아저씨는 적잖이 놀라셨다.
당황하신 아저씨는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알았네~
막내딸은 무조건 주겠네..
단,지금은 학생이니 내년 졸업후에..
결국 해가 바뀌고 나는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예비처제였던 8년 어린 경혜와 결혼했다.
벌써 35년전의 나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