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라 자전거를 타고 삼화교를 지나 토비스콘도 앞을 따라 농협 쪽으로 갔다. 그런데 낯선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우리도 온천수에 목욕을 하고 싶다." 그래, 누구나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든 찬성 또는 반대, 그리고 그 외의 판단을 할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대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천수로 목욕하기 위해 온천을 파야한단 말인가!' 현수막이야 상징성을 우선으로 치겠지만, 온천수 목욕이 관건이라면 인근에 있는 관광단지로 여행을 가면 되지 않을까...? 비아냥 거리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 '아, 나부터라도 관점을 명확히 해야겠다' 싶었고, 차분히 정리를 해 보고 싶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사안에 대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겠다 싶었다!
나는 온천개발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근거는 첫째, 지리산 인근은 그나마 인정되는, 자타가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이는 '청정지역'이다. 그러면 이 곳에 사는 사람들만큼은 땅을 파 뒤집는 행위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에 서야 하지 않을까? 법률이나 논리가 아니라 '자존심'에서 말이다. 그래도 이 곳이 고향인 분들은 음으로든 양으로든 지리산의 덕을 보신 분들 아닌가! 그런 분들께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을 했고, 지금까지 어찌어찌 했더라도 '찬성'을 염두에 두셔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찬성 쪽으로 기우는 분들을 다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신다고 판단한다, 일단은!
둘째, '경제'... 돈 벌이를 기대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점도 좀 그렇다! 내가 알기로 이 곳에 계신 분들 중 '절대적'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은 없다. 집도 있고, 논도 있고, 밭도 있고, 산도 있고... 은행에 현금도 있고! 급전이 필요하시다면 융통도 가능하다. 어느 곳 못지 않게, 아니 좀 과장해서 어디보다 땅값, 집값이 '쎈' 곳이 여기 아닌가!
셋째, 두번 째 '경제' 부분과 맞물리는 것으로... 이 곳은 '농경'과 '상업' 그리고 '관광' 등이 서로 교섭되어 있는, 그러니까 농사도 짓고, 음식점을 비롯한 토산품 등을 파는 가게도 많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지리산, 뱀사골, 백무동 등으로 회자되는 관광지이다. 달리 말하면 부지런히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관광자원을 팔든 먹고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는 게 이 곳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대도시 부유층처럼 '더 더 더' 부자스럽게 살고 싶은 바램이 있을 뿐! 그래서 '온천'이 생기면 관광인파가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지금보다 '잘 팔리고, 많이 사갈 테니까,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아니냐'라는 계산을 하시는 것 같다. 천만에 말씀! 온천이 개발되고 사람이 몰리면... 단순 방문객들만 찾아오겠는가? 온갖, 갖가지 이속을 챙기기 위해... 흔히들 알고 있는 잠자리, 먹을거리, 여흥거리와 관계되는 여관/호텔, 음식점/커피점, 노래방/단란주점 등을 운영할 외지인들이 속속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 한 번 여쭤 보겠다. 지금 지역에서 그런 기대를 하고 계시는 분들, 그런 외부 전문가(?)과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으신지요?
넷째, 지면을 통해 일일이 밝힐 일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원주민과 귀농인들 간의 엇갈림이야... 어디에든 어느 시대이건 있었지 않겠습니까?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가오시고, 시집 오셨을 때, 지금의 말로치면 여러분들께서도 '새로 들어온' 분들이셨고, 이 곳에서 안착하고 삶의 터전을 일구시는 동안 '여기 사람'이 되셨습니다. 결국은 '시간'이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애가 걸음을 걷기 시작하듯... 언젠가 그리고 머지 않아 귀농/귀촌했던 사람들이 다시 '원주민'이 되고, 그런 경우가 반복되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갈등'은 언제나 있어왔고, 어쩌면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긴 안목에서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지금, 또 '지금' 놓치지 말고, 챙겨야할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다음에도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차이'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사실상 다른 영역인 '온천'개발과 맞물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현재, 각각을 별도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지금 우리 지역의 연령분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농촌처럼 논과 밭, 산과 들 등을 점유하고 계신 분들은 연로하십니다. 그리고 그 자녀분들은 외지에 나가계시고, 이미 그 곳에서 집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여기서 사시는 어른들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그 자리를 자녀분들이 들어와서 매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되묻겠습니다. 지금 이 곳이 아닌 다른 농촌지역처럼 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차피 내 아들 딸들은 이 곳에 들어와 나처럼 살지 않을테니까, 땅값, 집값 많이 받아서 일단 내가 넉넉하게 살고, 남으면 아들 딸들한테 주면 좋은 것 아니냐!'가 아니라, 그래도 어쨌거나 이 곳에서 집을 짓고, 터를 만들어서 애기들 키우면서 살... 그래도 아직까지 이 곳이 좋다고 찾아드는 귀농귀촌인들이 10년, 20년 후에는 이 곳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섯째, 이 곳에 오시는 귀촌귀촌인들은 모두 사회에서 한 가락 한, 저마다 무시할 수 없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목'하고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온천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시대에 걸맞게... 그리고 그렇게 희망하시듯, 지리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넉넉한 살림을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겠느냐구요? 저는 가능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산내에 계시는 분들의 역량을 결집하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하니까요! '다같이' 그리고 '오래동안'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나누고,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음 세대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합니다!
첫댓글 기회 닿을 때마다 다시 보고 고칠 것이다. 그래서 나의 과점을 정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