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일 금요일 (근로자의 날)
천마산 야생화 탐방
나홀로
자차이용 : 다래산장
– 돌핀샘 – 마당재 - 다래산장
산행거리 : 약
10 km 산행시간 : 약 7 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2059279
거리 10.2
km
소요 시간 7h
13m 7s
이동 시간 5h
30m 28s
휴식 시간 1h
42m 39s
평균 속도 1.8
km/h
최고점 719 m
총 획득고도 300 m
난이도 보통
어제 장거리 산행을 한 다음날이라 가까운 근교산을 찾는다. 천마산에 가본지 꽤 오래된 것 같아 그 동안 어찌 변했는지 천마산의 근황이 궁금하다.
황금 연휴 3일째날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밀린다. 평소 30분이면 충분한 길인데 올림픽 대로가
막히는지 GPS 가 포천가는 고속도로로 안내한다. 이 고속도로는
개통된지 2~3년 되었는데 늘 한산해서 좋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과의 교류가 늘어나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별내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오남리를 지나 팔현계곡으로 접어든다. 이렇게 오니 평소보다 거리는 멀지만 막히지 않아 40분만에 목적지인
다래산장에 도착했다.
다래산장
연휴기간이라 사람들이 멀리 나간 것인지 다래산장 주차장이 헐렁하다. 주차하고 채비를 갖추는데 식당 주인이 ‘혼자 오셨어요? 내려올 때 드실거죠?’하고 설레발친다. 전에는 주차하고 가도 아무말이 없더니 최근 들어 주차하는 사람들에게 식사하고 가라고 권한다. 하기사 건너편 호평리쪽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공영주차장 뿐인데 4시간
기준으로 7천원을 받으니 이 곳에 주차하고 식사를 하더라도 괜챦은 거래다.
긴 가뭄에도 불구하고 천마산 계곡에는 물이 풍성하다. 계곡이 긴데다가 높은 곳에는 늦게까지 얼음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날씨는 여름으로 달려간다. 우리나라 날씨가 온난화현상으로 인해 봄 가을이 짧고 무더운 여름이 길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기상관측을 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을 비교한 것이다. ‘혯날엔
이렇지 않았는데…’하는 어른들의 기억도 그렇다. 옛날에는
겨울이 무척 춥고 길었다. 겨울에는 도로에 쌓인 눈이 늦게까지 치워지지 않고 있었다. 눈도 많이 내렸다. 어렸을 때 마당에 눈을 쓸고 뒤돌아보면 또 그만큼
쌓여있어 쓸고 또 쓸곤 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겨울에 눈이 귀하다.
그게 다 온난화현상 때문이라 한다.
천마산 계곡 입구
야광나무꽃이 피었다. 나무도 꽃도
그리고 잎도 돌배나무와 비슷하다. 흰 꽃이 피면 밤에도 주변이 훤할 만큼 빛을 발산한다 하여 야광나무라
부른다. 이 시기 계곡에 들어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야광나무는
장미과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이다.
병꽃나무
병꽃나무
조팝나무
계곡 입구에 있는 농장의 담장 개나리꽃
야광나무
어느새 벌깨덩굴도 활짝 피었다. 꿀풀과
벌깨덩굴속 여러해살이 풀이다. 보라색 통꽃이 방금 피어난 듯 생기있다.
보라색이 무척 진하다. 입술처럼 생긴 꽃잎의 아랫입술 안쪽에 하얀 털이 길게 나 있는데
벌들이 드나들 때 먼지를 털어주는 기능인가? 꽃의 세계는 신비롭기만 하다. 수술 4개와 암술 한 개는 윗입술 끝에 달려있다. 그러면 벌이 이 꽃 속으로 날아들 때 아랫입술에 있는 털에 걸리지 않으려고 높이 날아서 윗입술에 있는 꽃술에
닿으면서 수정을 시키는 걸까? 옆에서 보면 꽃 모양이 참배암차즈기처럼 입벌린 뱀같다.
벌깨덩굴
괴불나무에는 잎이 나왔다. 잎이
나온 겨드랑이에 각각 두 개씩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이제 좀 있으면 하얀 꽃을 피울 것이다.
괴불나무
계곡에는 는쟁이냉이가 한창이다. 십자화과
황새냉이속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모양이 주걱과 닮았다 하여 주걱냉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는쟁이냉이
애기나리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백합과
애기나리속 다년생 식물인데 애기나리와 구분이 쉽지 않다. 우선 키가 크고 꽃잎에 녹색이 감돌며 꽃이 두
개 피어 있으니 이건 큰애기나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큰애기나리
처녀치마 군락지에는 딱 한 송이만 씨앗을 맺었다. 이른 봄에 피었던 다른 꽃들은 수정에 실패한 것인지 아니면 수 많은 탐방객들의 성화에 못이겨 제풀에 꺽인 것인지
꽃의 흔적조차 안보인다.
처녀치마
미나리냉이꽃도 이제 피기 시작했다. 이른
봄부터 새싹이 돋아나 마치 비온 뒤에 내나무 크듯이 쑥쑥 자라나던 것이 어느새 하얀 꽃을 피웠다. 흔한
꽃이지만 이렇게 모여서 피어 있으면 주위풍경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꽃이다. 미나리냉이는 겨자과 황새냉이속
여러해살이풀이다.
미나리냉이
계곡에 피어 있는 꽃과 또 꽃이 지고 맺은 열매와 그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올라가는데 저 앞에서 두 사람이 부지런히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당개지치꽃이다.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당개지치꽃이 지금 막 피고 있는 중이다. 처음 홍천의 사명산에서 이 꽃을 보았을 때 보라색 꽃에 홀딱 반했었다. 당개지치는 지치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름에 ‘개’자가 들어간 것은 뿌리를 염료로 쓰는 지치에 비해 그 효능이 미약하다는
뜻이고 ‘당(唐)’자가
들어간 것은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당개지치의 어린 싹은 송곳나물이라 하여 식용한다.
당개지치
마당재에서 내려갈 때 이 당개지치 군락이 있어서 찾아가보려던 참이었는데 이
곳에서 활짝 핀 당개지치꽃 군락을 만나니 반갑다. 두 여인은 이 천마산 아래에 살면서 자주 오르내린다는데
사람 왕래가 뜸해서 위로 오르지 않고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한다. 나를 만나 돌핀샘 아래 꽃밭까지 동행하겠다고
한다.
야생화에 취미를 들였지만 아직 초보 수준인데다 나처럼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꽃만 보면 무조건 달려들어 앞 뒤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도 천마산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야생화를 많이 보아온 때문인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당개지치
민눈양지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민눈양지는 잎이나 줄기에 털이 없고 꽃 가운데가 붉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민눈양지꽃
꽃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금강제비꽃이 피었다.
꽃이 크고 뒤쪽 꿀샘이 튀어나왔다. 도르르 말린 잎이 점점 펼쳐지고 꽃이 핀 다음 무성하게
커진다. 수 많은 제비꽃 중에서 꽃의 크기가 으뜸이다.
태백제비꽃은 꽃 안쪽에 강한 털이 나 있고 그 털 주변이 노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잎은 갸름하고 결각이 있으며 꽃은 우윳빛이다.
금강제비꽃
앞서가던 두 사람이 산비탈쪽을 두리번 거리더니 뭔가를 찾은 듯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까이 가보니 큰앵초꽃이다. 아직 피기 전 꽃망울을 잔득 맺었는데
진한 보라색 꽃망울이 마치 성냥개비처럼 생겼다. 작년에 돌핀샘 아래에서 딱 한 포기 보았는데 이처럼
우연챦게 만개하기 전 큰앵초꽃을 보았으니 반갑기만 하다. 큰앵초는 앵초과 앵초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말은 행운의 열쇠. 나는 오늘 행운을 잡은거다.
큰앵초
내가 두 사람에게 보여주려 한 것은 꽃밭에 나는 큰구슬붕이꽃이었다. 작년에 일초님과 이 곳 꽃밭 한켠에 낙엽 속에서 큰구슬붕이꽃을 많이 보았던지라 올해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어쩐 일인지 하나도 안보인다. 해걸음을 하는 걸까? 아니면 올 봄에 사람들이 하두 많이 다니면서 땅을 밟는 바람에 서식지가 파괴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이 곳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피나물꽃이 많이 피어 있는 사이사이에서 큰구슬붕이을 찾았었다.
큰구슬붕이 - 2019년 5월 11일 천마산에서 만난 꽃
큰구슬붕이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온 두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에 구석구석
더 돌아다니는데 여기에 또 큰앵초꽃이 피어 있다. 꿩대신 닭이다. 아니
닭대신 꿩인가? 이번에는 꽃이 몇 송이 피어 있다. 그 옆에는
꿩의다리아재비꽃도 이제 막 필 준비를 하고 있다.
큰앵초꽃
꿩의다리아재비꽃
나도개감채
여기서 하산하겠다는 두 사람과 헤어져 돌핀샘으로 향했다. 빈 병에 약수를 가득 채우고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마당재쪽으로 하산하기로 정했다. 내일 오대산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지라 되도록이면 힘들이지 않고 내려가야 한다. 하늘을 보니 맑기는 하지만 미세먼지가 있어 어짜피 조망은 그리 좋을 것 같지 않다.
현호색은 변신의 여왕이다.
돌핀샘
길을 가는데 가까운 곳에서 딱따구리 새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딱따구리는 딱딱딱 하고 쪼는데 이번에 들리는 소리는 이보다 더 둔탁한 쿵쿵쿵하는 소리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며 살펴보니 머리에 빨간색 깃털을 달고 몸집이 큰 크낙새다. 신기한 나머지 나는 카메라를 꺼내 동영상을 촬영했다. 새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지 날아가지는 않고 계속 나무를 쪼면서 높은 쪽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푸드득 날아간다. 신기한 일이다. 이처럼 도심에서 가까운
천마산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크낙새를 보다니.
노랑제비꽃
금붓꽃
철쭉
이제 천마산 중턱에도 철쭉꽃이 피었다. 철쭉이
피었으니 이제 계절은 여름 문턱에 들어선 것 같다. 낙엽송 숲에 있는 노랑앉은부채 서식지를 살펴보았다. 초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앉은부채잎이 무성하게 올라왔다. 철망을 씌워놓은 곳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철망이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랑앉은부채 군락지
마당재에서 팔현리로 내려가는 길에 말발도리꽃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었으나
시간도 그렇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산행준비를 해야겠기에 그냥 지나쳐 내려간다. 내가 눈여겨 보고싶은
것은 바위말발도리꽃이다. 매화말발도리는 묵은 가지에서 피고 바위말발도리는 새 가지에서 핀다는 그 차이점을
갖고 올 해는 그 구분을 꼭 해보고 싶다. 이제까지 다니면서 말발도리를 유심히 보았으나 모두 묵은가지에
피어있어 매화말발도리라고 판단하였다.
각시붓꽃
매화말발도리
하산길에 있는 당개지치 군락지를 지난다. 꽃
색깔이 오전에 천마산계곡을 오르면서 보았던 당개지치꽃보다 더 짙다. 여기도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다. 하나하나 사진에 담는다. 작년에는 너무 늦게 찾아가는
바람에 다 시든 꽃을 담았는데 이번에는 아주 적절한 시기인 듯하다.
당개지치
벌깨동굴
오후 5시 30분 산행을 마치고 다시 다래산장에 도착했다. 식당주인이 지인들과
식당 베란다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산에 있는 식당에서 제일 만만한 메뉴가 산채비빔밥이다. 주차비 대신 먹는 밥이지만 비빔밥 한 그릇에 만원이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배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반찬이 맛있는 건지 상위에 차려진 반찬이 모두 내 입맛에 잘 맞는다. 밥 한 그릇에 행복 한 그릇 다 비우고 하루를 마감한다.
산괴불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