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영웅 살라딘을 지옥으로
-윤동재
얼마 전 평생지기와 둘이
이스라엘 자유여행 갔다가
무하마드가 승천했다는 예루살렘의 황금사원에 가 보았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친구는
황금사원에는 들어가지 않고
십자가의 길을 둘러보겠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나는
황금사원에 들어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친구와 통곡의 벽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황금사원에 들어가자마자
황금사원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관광객인 줄 알았으나
그들의 말을 잠깐 들어보니
이슬람의 장군이자 술탄 살라딘에 대해
저승에서는 아직도 그를
지옥으로 보내야 하느냐
천국으로 보내야 하느냐를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결정을 내려 알려주자고
핏대를 올리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었다
살라딘이 예루살렘성을 함락할 때
성안에 있었다는 프랑스 신부는
자기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살라딘이 예루살렘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걸 알고
투석기에다 돌 대신 빵을 달아
성안으로 넣어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예루살렘성 안의 기독교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갈 때
각자 지닌 것을 몽땅 가져갈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했다
살라딘의 부하 가운데 한 사람은
기독교의 성묘를 파헤치자는
강경파의 주장을
살라딘이 천국의 가장 위대한 속성은
자비라며 물리쳤다고 했다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는
살라딘의 유일한 맞수였는데
그는 살라딘과 치열한 싸움을 치렀음에도
자기 말이 죽었을 때
말도 없이 어떻게 싸우느냐며
살라딘이 자기에게 말을 보내주었고
자기 몸에 열이 나서 싸울 수 없었을 때
살라딘이 물과 과일을 보내주었다고 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무슬림들은
살라딘을 영원히 존경하기를 바란다며
나도 무슬림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들의 주장은 모두가 하나
살라딘을 지옥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살라딘은 자기가 있는 곳을
늘 천국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천국에는 구태여 살라딘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저승으로 보낼 사람을 뽑자고 하자
그때부터 갑자기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신부고 부하고 왕이고 황제고
다들 체면이고 권위고 뭐고 없었다
그들은 각자 자기를 뽑아도
자기는 절대 저승에 갈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저승에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
순식간에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다
급기야 모두 살라딘을
지옥으로 보내자고 할 게 아니라
저승에 있는 살라딘을 이곳으로
어서 빨리 다시 데려오자고 했다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보고 싶었지만
나는 결말을 보지 못하고
통곡의 벽 앞에서 기다릴 친구를 생각해서
할 수 없이 통곡의 벽 쪽으로 아쉽게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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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렘 황금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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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17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