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최명애
가족과 집에서 멀지 않은 명봉산에 가기로 했다.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니 서둘렀다. 체육 기구 있는 곳까지 갔다가 어둠이 깔리기 전에 산에서 내려올 참이었다. 오는 길에 아들이 운동화 끈을 매느라 잠시 엎드렸다. 허름한 잠바를 입은 아저씨가 급한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아저씨가 가는 길로 바쁘게 따라갔다.
그 길로 따라갔더니 성당 공동묘지다. 순간 아찔하였다. ‘이게 뭐지, 아저씨는 어디로 갔을까?’ 길이 보이지 않는 데 왔던 길로 가려고 돌아보니 방향을 못 잡겠다. 점점 더 어둠이 내리고 있다. 아들은 “움직이지 말고 거기 있어 보세요” 하고 산이 끊긴 쪽으로 가보았다. 아래는 고속도로라고 했다. 다행히 좁은 수로가 있었고 그 길을 따라가면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고 했다. 가시덤불과 풀들을 헤치면서 수로를 따라 겨우 내려오니 불 켜진 집이 몇 채 보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길로 나왔다. 아들이 침착하게 판단해서 무사히 산에서 내려온 것이다.
산에서 내려왔지만,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출발지의 반대편에 있다. 택시를 타고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홀린 것 같다. 그 아저씨는 걸음이 매우 빨랐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길이 없는데 아저씨가 어느 쪽으로 갔을까? 만약에 혼자 있을 때 이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0년 전 일인데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젊은 시절 영천에 근무할 때 일이다. A 선생님은 대구에서 자가용으로 통근했다. 늘 다니는 길인데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다. 고속도로 오다가 논바닥으로 차가 굴러서 한 달간 입원을 했다. 그녀는 왜 사고가 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도로가 있는 쪽으로 따라왔을 뿐인데 논으로 달려갔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쪽으로 도로가 나 있었다고 한다. 길이 나 있으니 간 것인데….
군위◯◯초등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그날도 퇴근 후 대구에 도착하니 집 전화가 울렸다. 교무부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깜짝 놀랐다. 그날 점심도 함께 먹었고 시골집 과수원에 우물을 판다고 조퇴했다. 선생님들은 부랴부랴 군위병원으로 모였다. 웅덩이에 들어갔는데 땅을 파던 포크레인에서 떨어진 바위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즈음 그는 교통사고로 사망을 한 아이, 여름방학 때 못에서 수영하다 익사한 아이 두 명의 학생을 잃고 힘들어하던 중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여교사 두 사람이 카풀을 해서 다니던 차가 도로에서 추락하여 큰 사고가 났다. 한 사람은 허리를 다쳐 한 달 동안 병원에 있었고 또 한 명은 얼굴을 성형수술까지 하고 우울증까지 앓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교장선생님이 다리를 다쳐서 깁스하고 목발을 짚게 되자 동네 사람들은 고사라도 지내야 하지 않겠냐고 웅성거렸다. 모두 조심히 지내자고 다짐하고 간단히 차려놓고 고사도 지냈다.
겨울방학 때 당직이 돌아왔다. 남편이 데려다주기로 해서 새로 뽑은 차에 아들과 조카를 태우고 학교로 출발했다. 군위 우보 쪽으로 가는 길이다. 굽은 길을 도는데 갑자기 차가 팽 돌아 반대 차선으로 들어갔다. 핸들을 꺾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고모”,“엄마”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는데 나오려고 하니 벨트가 묶여 있었다. 좀 더 정신이 들어 벨트를 풀고 나왔고 뒤따라 남편도 나왔다. 아이들이 밖에 먼저 나와 있었고 차는 길옆에 가로수를 들이받고 아래로 떨어져서 수로 위 쓰러진 나무에 거꾸로 얹혀 있었다. 나무가 스프링처럼 받쳐준 것 같았다. 아이들도 무사했고 차에서 빠져나오면서 긁힌 자국만 있었다. 꼭 누군가 떠받들어 받아준 느낌이다. 차는 폐차를 하였으나 식구들이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온 것이 기적이다. 조상님의 은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도로 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도로로 올라가니 가로수가 2개 넘어져 있었다. 미끄러진 곳의 바닥에는 밤사이에 얼음이 얼어 얇게 깔려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가까운 마을에 가서 전화로 군청에 연락하고 가족에게도 연락하였다. 형제들이 놀라서 달려왔고, 가족들이 모두 무사한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이렇게 1년 동안, 이 학교 직원들은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당하였다.
살다 보면 믿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우연의 일치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불행은 인과 관계가 있음을 알고, 그러한 일을 겪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안 좋은 일은 늘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첫댓글 진짜 미스터리네요~
우연인지 몰라도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도 사망 사고가 많아 고사를 지낸적이 있었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기적 같은 일을 만나기도 하고 청천 벼락 같은 일도 만나게 됩니다. 늘 기도하며 늘 조심하며 지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이 놀랐겠습니다 하늘이도와서
그래도 큰사고없음에 고마워해야겠습니다
우리주위에 항상안전에 유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