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 전적으로 착오였어요.
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 그런데도 완전 범죄가 가능하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다. 대지그룹 오천석 회장의 애첩 벼정자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부인과
사멸한 오 회장이 혼인 신고를 해준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건강도 눈에 띄게
나빠져가는데 유산 분배에 대해 아무런 언질이 없자 초조한 그녀는 유언장을 위조한 뒤,
오 회장을 독살하기로 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 직전에 마시는 보약 속에 독약을 넣었다. 그날따라 오 회장은
바쁜 일 때문에 보약을 마시지 않았고, 침대 곁에 있던 보약은 가정부 아줌마가
호기심에 마셨다가 사망했다. 엉뚱한 사람이 죽은 것이다.
그렇다면 오천석 회장을 살해하려 했으나 가정부가 사망한 경우처럼, 범죄자가 인식한
'고의'와 실제 발생한 '결과' 사이에 착오가 생긴 경우, 범죄자의 형사 책임은 어떻게 될까?
① 오 회장에 대한 살인 미수죄만 성립된다.
② 가정부 아줌만에 대한 살인죄만 성립된다.
③ 오 회장에 대한 살인 미수죄, 가정부 아줌마에 대한 살인죄가 성립된다.
④ 오 회장에 대한 살인 미수죄, 가정부 아줌만에 대한 과실 치사죄가 성립된다.
정답
② 가정부 아줌만에 대한 살인죄만 성립된다.
설명
범죄 행위에는 원칙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고의는 구성 요건을 실현하고자
하거나 실현한다는, 인식이나 인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행위자가 인식. 의도한 사실과 실제로
발생한 객관적인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A라고 생각하고 발사했는데 실은B였다거나(객체의 착오), 또는 A를 겨냥하고 발사했는데
B에게 명중한 경우(방법의 착오)다.
이런 경우를 형법학에서는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착오를 일으켰다고 해서 '사실의 착오'라고 부른다.
사실의 착오는 '형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학자들 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행위자의 고의와 실제 발생한 사실은 어디까지 일치(또는 부합)되어야
하는가의 논란이다.
그런데 통설은 인식한 사실과 발생한 사실이 같은 구성 요건이면 고의와 그로 인한 범죄의 완성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A라고 인식하고 발사했는데 실은 B였다거나, A를 향해 발사했는데
B에게 명중된 경우 살인이라는 구성 요건은 같으므로 살인죄의 고의는 모두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형법은 사실의 착오에 관해서 단지 '중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않는다.'는
규정만을 두고 있어 이에 의하여 물건을 부수려고 돌을 던졌으나, 사람이 맞은 경우에 무거운 죄인
상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된다.
결론
내연남을 살해하려고 보약에 독약을 넣어두었으나 엉뚱하게 가정부가 마시고 사망한 경우도
사실의 착오다. 행위자는 가정부에 대한 살인죄가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