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장난에 대화가 종종 샛길로 빠졌다. 하지만 음악을 논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모습이다. 국민응원가 ‘말 달리자’의 주인공이자 한국 펑크록의 시조로 통하는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얘기다.
2010년 데뷔 1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이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펴냈다. 이 책은 인디밴드 최초로 1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크라잉넛의 성공 비결을 포장하지 않는다. 다만 비주류가 대단한 ‘스펙’을 갖춘 주류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말할 뿐이다.
“음악을 시작할 때 밥벌이에 대한 불안보다는 좋아하는 걸 하는 재미가 훨씬 더 컸어요. 심장이 떨리는 일, 몸이 가는 일을 따라간 거죠. ‘잘되려고 하다보면 지겨운데, 좋아서 열심히 하면 잘된다’는 게 저희 지론이에요.”
크라잉넛은 35세 동갑내기 친구들인 쌍둥이 형제 이상혁(드럼)·이상면(기타), 한경록(베이스), 박윤식(보컬)과 뒤에 합류한 김인수(37·키보드)로 구성돼 있다. 밴드가 15년 넘게 멤버 교체 없이 활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들은 그 비결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음악을 하며 놀았다”며 “싸운 적도 있지만, 모든 싸움은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디밴드라고 해서 무조건 배고프고 거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연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또래의 직장인보다는 조금 더 버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는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이들은 “술 먹지 않는 시간은 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밤새워 레코딩 공부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환갑 현역 로커’를 꿈꾸는 이들은 영원히 철들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나이 먹는다고 음악이 늙는 것은 아니에요. 에너지를 잃지 않은 채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자식이 나중에 재미없는 회사원이 된다고 할까봐 그게 걱정이라니까요.(웃음)”
2011-01-01/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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