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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11
1. 카페 안. 오후.
(10회 엔딩에 이어) 멍하니 서 있는 도우.
옆의 사람이 “주문하실 건가요?” 하자 도우, 대답 않고 그냥 카페를 나온다.
#돌아보며 눈물 흘리던 수아.
도우, 수아가 간 방향을 쳐다보는. (10회 엔딩)
수아쪽> 수아, 진석의 뒤를 따라가면서. 진석은 계속 뭐라고 얘기하는데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잽싸게 손으로 눈물 훔친다. 진석은 그런 수아 눈치 못 채고.
어떻게 걷는지, 서 있는지도 모르겠는 수아. 뒤를 돌아보려다가 만다. 입술 깨물며.
2. 제주행 기내. 오후.
비상구좌석에 앉는 수아, 참고 있는데. 겨우겨우 감정 추스르는 수아 앞으로 오는 여승무원.
승무원 : 손님, 이곳은 비상좌석입니다. 비상시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수아 : (본다)
#2회 57씬. 수아가 도우에게 “손님 이곳은 비상좌석입니다.” 했던
승무원 : (대답을 안 하자. 미소) 손님.
수아 : 네. 알겠습니다.
이륙을 알리는 기내방송 나오고. 겨우겨우 참고 있는 수아. 툭 치고 드는
#컷> 툭 몸이 닿으며 스치는 수아와 도우. (10회 엔딩)
#컷> 뒤돌아보는 수아를 향해 미소지어주는 도우. (10회 엔딩)
-창쪽으로 고개 돌리는 수아. 눈물이.
<공 항 가 는 길>
3. 다가구주택 마을. 제주도. 해질 무렵.
엄마 기다리는 효은. 서서 공도 차 보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들어서는 수아가 보인다.
효은, “엄마” 하며 수아 쪽으로 달려간다.
수아, 달려오는 효은이와 포옹.
효은 : 엄마 나 벌써 애들 다 친구 됐어! 3학년 애들두 언니언니 하면서 나랑 놀아달래! 다 동생 친구 언니 오빠야! 넘 신나!
수아 : (미소 지으며 더 꽉 효은이를 안는다)
-계속 얘기하는 효은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수아. 둘이 걸어가는 모습에서.
4. 다가구주택 마당. 제주도. 아침.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들 미니버스에 타는 거 본다.
모두가 수아를 기다린다.
조금 늦게 나온 수아와 효은. 허둥지둥 차에 효은 태우고 수아도 같이 타려고 하자,
어느 엄마가 “오늘은 저예요.” 한다.
수아 : (무슨 소리지?)
지향 : 순번 정해서 애들 데려다주거든요. 오늘은 저 엄마.
수아 : 아... (내리면서)
지향 : 순번 다시 정해야겠네.
수아 : (내려서 다른 엄마들 우르르 어딘가로 가는 거 보기만. 집으로 가야 하나 저들을 따라가야 하나...)
지향 : 가서 아침이나 해요.
5. 카페 앞. 제주도. 오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꽃이 찍힌다. 그 위로.
엄1 : (소리) 서른아홉이 문제라니까. (찍은 사진 SNS에 올린다)
다가구주택 엄마들이 카페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는 중이다.
지향, 닫힌 문 너머 실내를 들여다본다. 상수동 같은 분위기의 모던한 카페.
엄1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생을 함 바꿔볼까.. 하는 게 이때야. 그러다보니 저 아줌마처럼(건너편 본다)
싱글 : (웃으며) 결혼 안 했다니까요.
엄1 : 좋겠다. 암튼 다 때려치구. 아무데서나 아무렇게나 한달 지내자.. 한 게 벌써 넉달째인가?
싱글 : (그냥 웃음) 저 더 있을 건데요.
지향 : 그래서 깨달음은 얻었구요?
싱글 : 노니까 참 좋구나.
엄1 : (수아 보며) 시간 지나면 여기 왔을 때 했던 걱정들도 다 수그러들어요.
지향 : 전투력이 급하강.
싱글 : (끄덕) 인생 2막 생각하러 왔는데. 무상무념. 하하.
수아 : (그저 듣는다. 직방 어플 보면서)
싱글 : 방 얻으려구요? 죽 있을 건가봐요.
수아 : (살짝 미소 짓고 다시 직방 어플 본다)
엄1 : 스마트폰으로 알아보나봐?
지향 : 요새 누가 발품을 팔아요~ 어머! 이 집 우리 옆집인데~ 사진이랑 똑같네!
(수아 보며) 제주도 오래 있어본 적 없죠? 여행 온 거 말구.
#8회 30씬.
도우 : 어디 출신인데요?
수아 : 제주도요. 아 그거 기억난다. 엄마아빠 기다리던 거. 두 분이 일 마치고 올 때쯤 되면 제가 꼭 나갔거든요.
해는 지고. 허허벌판에. 바람 많이 불고. 조용하고. 아. 전깃줄. 고개 들면 전깃줄이 많았어요. 거기에 새들이 다닥다닥.
도우 : (듣더니) 그런데서 살래요?
벽에 몸을 기대는 수아. 힘이 없다. 가게주인 기다리면서 얘기 나누는 거 보다가.
6. 길. 제주도. 오전.
혼자 걸어가는 수아. 한발자국 걸을 때마다. 짧게 치고 드는.
#1회. (수아시점) 에스컬레이터 내려가는 수아. 올려다보는 도우.
걷다가 서고.
#1회. 연결통로로 걸어오는 도우.
#9회. 고택방. 나란히 마주보고 누운 둘.
또 걸으면.
#5회. 기내에서 서로 보는.
#8회. 2층에서 여명을 같이 보던 도우.
#10회. 수아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도우.
길 한복판에 얼음처럼 서 있는 수아.
7. 농구대. 영숙아파트. 오전.
농구대 앞에 작은 녹음기 갖다놓고 국민체조 하는 어느 할머니.
지나가다가 그 옆으로 가서 슬쩍 따라하는 영숙.
둘이 같이 ‘하나 둘 셋 넷’ 국민체조 구령에 맞춰 체조한다.
-사이.
농구대에 앉아 웃으며 담소 나누는 영숙과 할머니.
영숙, 전화가 오자 얼른 받으며.
영숙 : 어. 효은에미야. (듣는다) 나야. 내 집에서 건강하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중이지. 아~주 좋아.
(괜히 할머니 들으라는 듯) 꿈에 그리던 우아한 노년이야. 효은이는... 그래? 잘됐네.
(할머니한테) 손녀가 국제학교 다녀서 제주도에 있어요.
할 : 어구... 대단하네..
영숙 : (미소. 흡족) 아고. 뭘 매일 전화를 해. 뭐?
8. 현금출납기 앞. 오전.
영숙, 통장정리가 끝난 통장을 빼서 읽더니 흐뭇.
수아 : (E) 돈 좀 보냈어요. 월급 드린다고 큰소리쳤는데, 퇴직금이 돼버렸네요.
어머님의 우아한 싱글라이프를 응원합니다.
통장에 보낸 사람 이름 대신 ‘급여’라고 찍혀 있다.
9. 길. 제주도. 오전.
은행에서 나와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수아. 걷다가 또 멈칫. 다시 걷고. (씬6과 같은 상황)
10. 다가구주택 마당. 제주도. 낮.
차 한 대가 들어온다.
카페에서 얘기 마치고 삼삼오오 주택가로 오던 아줌마들. 차에서 내리는 남자 슬쩍슬쩍 쳐다보는데,
훈남 케빈이다. 모두 술렁.
케빈 : (두리번거리다가) 혹시 여기... 최수아씨라고...
지향 : 있어요.
엄1 : 남편?
케빈 : (손 절레절레) 아닙니다.
그때, 들어오던 수아. 일행과 케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케빈 : 안녕하셨어요.
모두 : 어머머... 누구? (모두들 질문 하나씩)
수아 : (당혹) 후배예요, 후배. 여긴 어쩐 일루?
케빈 : 근무지가 여기예요.
수아 : 지방으로 간다더니 여기였구나.
엄1 : 대학후배? 뭔 후배? 어떻게 이런 후배를 타지서 우연히 봐?
엄2 : 존댓말 쓰는 후배는 또 뭐야? (소란)
케빈 : 박기장님이 연락 주셔서.
수아 : (케빈도 케빈이지만 이 호기심 가득한 아줌마들부터 해결해야겠다) 울 남편 후배요. 내 후배 말구.
모두 : 어머. 더 이상해. 남편 후배를 왜?
케빈 : (안되겠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24기 에이에어라인 기장이었습니다.
제 직속선배님이 여기 계신 최수아선배의 부군이신 14기 박진석기장이십니다.
박진석기장님의 명을 받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중입니다. 오해들 마십쇼!
11. 거실. 다가구주택. 제주도. 낮.
열린 방문 너머 방안을 보는 케빈. 교과서 쌓여 있고. 담요 하나 덩그러니. 수건 둘둘 만 베개.
무안한 수아, 쓰윽 방문 닫는다.
굴러다니는 ‘가정통신문’ 집어들고 거실에 대충 걸터앉는 케빈.
수아 : 대접할 것두 없는데..
케빈 : (읽던 것 내려놓는다)
수아 : (가정통신문 반 접어서 옆으로) 박기장님한테 본대로 얘기할 거예요? 가봤더니 난민처럼 살구, 애는 동네 학교 다니구..
그때, 지나가면서 슬쩍 케빈 쪽 보는 엄2.
케빈 : (엄2 지나가자) 시간 되세요?
수아 : ?
케빈 : 제주도에 왔음 제주도다운 데서 살아보셔야죠.
12. 길. 제주도. 낮.
운전중인 케빈. 보조석의 수아.
케빈 : 이런 동넨 말만 많습니다. 제가 아무리 입 다물어도 박기장님한테 얘기 들어갈 걸요.
수아 : ...
케빈 : 두 분이 좀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해서 이러는 거라고, 굳게 믿고 도와주는 겁니다.
수아 : (끄으으덕)
케빈 : 전에 알던 기장님이 조용히 살구 싶다구 글루 가신 건데. 동네 좋다구, 완전 대만족 하시더라구요.
이왕 큰 맘 먹구 멀리까지 나와서 사는데, 그런 데서 살아보셔야죠.
13. 어느 동네. 제주도. 낮.
입구에 띄엄띄엄 있는 제주가옥들. (낡은 슈퍼가 보이고, 그 옆으로 좁은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 해안가 길로 이어지는)
케빈 : 겉은 이래도 안은 꽤 편하게 고쳐놨어요.
주인 : (인부들이랑 지붕 손보다가)
수아 : (들어가서 인사)
주인 : (다짜고짜. 제주사투리로) 애 있어요?
수아 : 네.
주인 : (제주사투리) 지붕에서 소리가 나서 애들이 무서워하더라구... 여기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라 학교 다니기엔 좋아.
이틀 후에 들어와요. 여기저기 손 좀 보게.
수아 : (케빈에게) 주변 좀 보구 올게요.
케빈 : (제주에 살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서류들을 물어본다. 꼼꼼히 집을 살펴보기도 하고)
둘이 얘기 나누는 동안 집 밖으로 나가는 수아.
14. 길-창고. 제주도. 낮.
양쪽으로 나무, 갈대, 자연이 흐드러진 긴 길. 죽 걸어본다.
저 멀리 해안가가 보인다. 와~ 짧게 감탄하는 수아. 더 걸어본다.
그때 핸드폰이. 케빈이다. 받는다.
케빈 : (E) 어디세요?
수아 : 근처예요. 여기 마음에 들어요.!
케빈 : (E) 제가 그랬잖습니까. 하하. 제주에서 비밀스럽게 살려면 이런 데서 사셔야죠.
수아, 전화 끊고 주변 보니 길 끝으로 해안가. 그 앞에 집 한 채(창고) 덩그러니 있는 것이 보인다.
#9회 16씬. 고택 방안에 누워 도우와 마주하던 수아.
수아 : (문자소리) 세상과 뚝 떨어진 것 같은,
수아, 핸드폰으로 창고와 해안가가 같이 나오게 찍는다.
서둘러 케빈 쪽으로 가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도우씨 같은 곳을 찾았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주인에게 인사한 뒤, 케빈의 차를 타고 가며 창밖 풍경을 보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방법을 찾았어요.
-보조석의 수아. 문자를 쓰고 ‘최수아’라는 자신의 번호로 문자를 전송한다.
제주도 와서 처음으로 미소 지으며.
수아 : (문자소리) 도우씨 생각하며 나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예요. 이제부터 뭐든 다 얘기할 수 있어요.
15. 카페. 인천공항. 오후.
유니폼 입은 승무원들. 주현, 상협, 은주까지.
혜진 : 박기장님이랑 송사무장님 둘 사이 묘한 거 알구 최수아선배 일 관두구 외국 나간.걸.까?
선영 : 것두 소문? (큭큭)
주현 : 둘이 그렇구 그런 사이면 와이프가 왜 도망을 가? 말두 안 되는 소리. 그만 좀 해라. (은주 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은주 : (그저 침묵)
하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상협.
상협 : 선배님!
창훈 : (뒤에서 듣고 있었다) 이런데서 소문이 기어나오는구만. 출근길에 애 아파서 되돌아가다
인생무상을 느껴 회살 관뒀다구 해서, 것두 이유라구 했는데... (비아냥) 여기서 진정한 최수아 퇴직사유를 듣네.
16. 카페. 늦은 오후.
주방에서 승무원복 바지에 셔츠 소매 걷어 올리고 설거지중인 창훈. (가사일 돕는 것이 익숙한. 손님 없고. 문 닫으려고 뒷정리중)
현주, 그 옆에서 심각하게 듣는다.
현주 : 송미진이랑 박진석이? (헛웃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송미진 걔 지금두 잘 나가. 뭐가 아쉬워서..(어쿠...)
창훈 : 나두 뭐라구 하긴 했지. 수아 아직 연락 없어? 얜 어딜 간 거야?
현주 : 전화번호도 바뀌었던데. 연락 오겠지. 다 효은이 때문에 갔을 텐데 뭐.
17. 농구대. 아파트 안. 저녁.
-가방에 축구공이며 소품들 집어넣으며 통화중인 제아.
제아 : 누나..! 미쳤어! 왜 누나가 튀어?! 어디야?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둘을 그냥 둬! 오늘 매형 온단 말야!
수아 : (E) 미진이 박진석이랑 만나는 거 아냐. 밥 얻어먹는 거야. 승무원들 사이에서 송미진은 쏭이모야. 쏭셰프.
제아 : 누나 진짜!
수아 : (E) 제아야, 누나 믿어. 미진이 아냐. (끊는다)
제아 : 야! (씩씩) 니가 그러니까! 니가 그러니까 박진석이 널 만만하게 보고 ..아니지. 이럴 때가. (미친 듯이 어딘가로 달려간다)
18. 버스정류장. 가양동. 저녁.
도착한 제아, 숨 몰아쉬며 벤치에 앉는다.
제아 : 아, 배고파. 알바에, 감시에. (후드티 모자 뒤집어쓰고는 가방 뒤적뒤적. 꼴랑 천하장사 한 개. 꺼내서 우적우적)
최수아. 니가 동생 덕을 보는 날이 오잖아. 고생하니까 보람 있잖아.
19. 공항버스 안. 저녁.
뒷자리에 앉아 있는 미진, 눈감고 있다. 피곤해 보인다.
그 앞앞 자리에 앉은 진석.
진석 : (문자 보낸다. 문자소리) 한잔 하자.
미진 : (눈뜬다. 핸드폰으로 문자 확인하고 답문 보낸다. 문자소리) 피곤해.
진석 : (자리에서 일어난다. 죽 본다. 아는 사람 없다. 통로 사이에 두고 미진의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간만에 공항버스를 탔더니 송사무장님을 다 뵙네요.
미진 : (창가 쪽으로 몸 더 돌리며)
진석 : 아직도 그 남자 들락날락해?
미진 : 네.
진석 : 내가 떼 줘?
미진 : 뭐, 그럴 필요까지.
진석 : 간만에 들러붙는 남잔데 함 잘 해보시든가. 음음(괜히 콧노래)
미진 : (본다) 박기장님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으십니까?
진석 : 그럼. 좋지. 죄다 부러워하는데. 한달에 한두 번 보는 부부. 한두번부분데.
미진 : 한달에 한두 번? 수아 국내에 있어?
진석 : 관심 꺼.
미진 : (하는데 전화 온다. 현주선배다. 최대한 밝게) 충성!
진석 : (뭐야?)
20. 카페/ 공항버스 안. 저녁.
현주 : 수아 어딨는 줄 알아?
미진 : (진석 보더니) 몰라.
현주 : 넌 왜 몰라?
미진 : 선배. 수아가 어딨는 줄 내가 알아야 돼? 박기장님한테 물어볼까?
진석 : (거절의 손짓)
현주 : 박기장이랑.... 됐어. 뭘 그런 걸 물어봐. 친하지두 않으면서.
미진 : 그러니까.. 연락 오면 전화할게.
현주 : 미진아. (뭐 물어보려다가) 아니다. 수고했어. 들어가.
미진 : 응. (끊는다)
현주 : ...
-버스 안.
진석 : 수아랑 연락 끊어.
미진 : 니가 뭔데 나한테..
진석 : (본다. 알텐데)
미진 : 그래, 말 잘했다. 수아도 없는데 죄책감 장난 아니니까 그만 아는 척, 그만 술 한잔. 어?
(창밖 보더니) 떡하니 기다리고 있네..
진석 : 누가?
미진 : (자리에서 일어나며) 누군 누구야. 내 집 들락날락하는 남자지.
진석 : (창밖 보려고) 어디 면상이나 볼까.
미진 : 알 수도 있는 사람일 텐데.
진석 : ! (화들짝 고개 돌린다)
미진 : (그래. 알려지는 건 싫겠지. 비겁한... 내리는 쪽으로 간다. 차가 선다. 내린다)
진석 : (미진이 내리고 차가 떠난 뒤에야 창밖을 본다)
-끼이익 버스 선다.
21. 미진집 앞. 저녁.
앞서 걷는 미진. 쫓아가는 제아.
제아 : (추궁) 둘이 별일 없었지?
미진 : 없다구 하면 니가 믿어? 가!
제아 : 집까지 가봐야지! 박진석 기다리나 보구 현장에서 딱!
미진 : 인생 낭비다. 젊음을 왜 그딴 데 쓰니..
제아 : 넌 그 젊을 때 박진석 만났잖아.
미진 : (현관 앞에 도착. 문 열려다 만다. 부글부글) 너..?
제아 : 그래 너. 울 바보 같은 누나가 너 믿으란다!
미진 : ...
제아 : 너랑 박진석이랑 죽어두 아니라구. 쏭셰프 너한테 밥 얻어먹는 거래. 아직두 널 믿는다. 그 멍청이가!
미진 : 간만에 니 누나 말 좀 듣지.
제아 : (수그러든다) 믿는다.
미진 : 가. (현관문 여는데)
제아 : 배고파 뒤쥐겠네... 밥이나 사줘.
미진 : ?! (힘들지만 체념. 들어가며) 뭐 먹을래?
제아 : (따라 들어가며) 해줄려구? 피곤한데 사먹지?
멀리 서 있던 진석, 남자(후드 뒤집어써서 제아인지 모른다)와 미진이 들어가는 것을 본다.
22. 주방. 수아집. 저녁.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는 진석.
진석 : 백수에 연하에 빌붙어먹는 애네. 한심하다 송미진. (허탈하고 화난 듯 벌컥벌컥 마시다가) 누구야? 누군데 내가 알아?
(갸웃하더니 어딘가에 전화 건다)
23. 여기저기. 다가구주택. 제주도/ 거실. 수아집. 저녁.
효은 : 이 방, 내 방 할까?
수아 : 아무데나 잡아. 아무데서나 자구. 아무데서나 공부하구. 며칠 사는 건데 뭐.
효은 : (가방에서 신문 하나 꺼낸다. 제주도에 있는 소식지 같은. 양반다리하고 앉아 펼쳐서 한장 한장 넘기며) 집 알아봐야지.
수아 : 맘에 드는 집 하나 봤는데.
효은 : (본다) 어떤 집인데.
수아 : 더 살게 되면 들어가구..
효은 : 당연히 더 살아야지! 국제학교 다니는 중인데.
수아 : (하는데. 전화가 울린다. 진석이다. 내키지 않지만 받는다) 네.
진석 : 효은이 적응 잘하지? 말하는 것도 어려움 없을 테구.
수아 : 바꿔줘요? (하고 효은이 보자)
효은 : (고개 절레절레. 방문 열며 ‘이 방, 내 방!’ 조용히 얘기하고 들어간다)
진석 : (E) 아냐, 괜찮아.
수아 : (거실에 걸터앉아) 비행 다녀왔어요?
진석 : (소파에 걸터앉는다. 기장복차림 그대로. 모자만 테이블 위에) 어. 집이야 지금. 오다가 송미진씨 우연히 봤어.
수아 : (얼음)
진석 : 사귀는 남자 있나봐. 정류장에서 기다리대...
수아 : (잠시 침묵) 그래서요?
진석 : 그렇다구. 누구 만나는지 말 안 해?
수아 : 그런 말을 왜 걔가 나한테 해야 하는데요?
진석 : (어쭈) 뭐야 그 말투가. 기분 나쁘게. 안함 안하는 거지. 잘 적응하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니까. 잘 있고.
수아 : 잘 있을게요.
진석 : 그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수아 : 안 해요.
진석 : 아.. 너무들 하네. 둘은 휴양지에서 살면서.
효은 : (방문 빼꼼 열고)
수아 : 당신두 일루 와서 같이 살아요.
효은 : (헉. 미쳤어! 손짓)
수아 : (걱정 마. 눈짓)
진석 : 가장이 그럴 수 있나. 빡세게 일해야지. 쉬어. (끊는다)
수아 : (끊는다) 효은아!
효은 : 잘 해결됐어?
수아 : 응. 그 집으로 들어가자.
효은 : 야호!
수아 : (황당하고 씁쓸하고)
-진석, 핸드폰 끊고 뭔가 개운치가 않다. 맥주 마신다.
24. 사무실. 홍갤러리. 밤.
서너 명이 테이블에 앉아 회의중. 혜원의 주도. 그 옆에 지은이와 다른 디자이너들.
화면 모니터에는 시뮬레이션 화면이 떠 있다. 심플한 북유럽디자인에 나전칠기류의 고가의 문짝을 달아본다.
열성적인 혜원. 끝 가장자리에 앉아 심드렁하게 보는 지은. 옆을 보니 경숙이 열심히 적고 있다.
자신이 가져온 두꺼운 책(장인들의 작품목록) 뒤적이다 화면 보며 어울리는 장식 찾아 포스트잇도 부치고.
지은 : (중얼. 투덜) 왜, 도우 빼고, 도우네집 사람들이 여기 다 와 있냐구.
25. 1층 가게. 밤.
구석 테이블. 전씬의 멤버들과 혜원이 간단히 맥주 마시며 얘기중.
바 앞에는 지은과 현우만이.
지은 : 도우 연락 없지?
현우 : 정착하면 오겠지.. 일은, 할 만하구?
지은 : 하기 싫어... 요즘엔 다 싫다. (술 마시고는) 도우 보고 싶다.
(혜원쪽 쓱 보며) 혜원씬 무지하게 잘 사는데... 우리 도우는 어디서 뭘 하구 사나.
26. 전시실-마당. 도우집. 밤.
하나하나 불 끄고 마당으로 나오면서.
석 : 전화두 안 받구. 연락두 없구... 핸드폰 안 터지는 덴가? (버럭) 도대체 어디서 헤매구 다니는 거야.
김혜원과 단둘이!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냐구!
약간 취기 도는 얼굴로 들어오는 혜원.
혜원 : 전 아저씨랑 사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석 : 나두 그래. (일부러) 하하하.
혜원 : 우리 잘 살아봐요. 전 하루라도 더 서도우와이프로 살려구요. (미소)
석 : (웃음) 니가 나가나 내가 나가나. 함 해보자구!
혜원 : 다 까발렸더니 마음도 편하구. 도우씨랑 잘 지내고 싶어지네. 못 살겠으면 나가시든가...
석 : (버럭) 건 아니지!
혜원 : (그냥 간다)
석 : 저거 진짜 버틸 분위긴데?
27. 거실. 수아집. 제주도. 늦은 오후.
이사한 집이다. 매의 눈으로 화장실 문 열어보고, 싱크대 물 틀어보는 수아.
그 옆에서 ‘더’ 매의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효은.
수아, 안방 미닫이문을 여는데 잘 안 열린다. (결국 열리기는 하는데 뻑뻑하다)
수아 : 잘 안 열리네... 그냥 열어놓구 살든가.
효은 : 여기 살아보니 더 좋아. 나 성격두 좋아지는 거 같구. 엄만 그거 못 느껴?
수아 : 산 지 얼마나 됐다구..
28. 안방/ 거실. 제주도. 아침.
-수아는 안방에서 면접 갈 준비하고(간만에 차려입고. 메이크업도 하고)
-효은이는 거실에서 학교 갈 준비.
효은 : (가방안 내용물 확인. 잘 챙겼나) 엄마. 나 평생 하고 싶은 거 생겼어.
수아 : 축구라며.
효은 : 건 어렸을 때 잠깐 그런 거구. 나 농사지을래. 농장 가는 시간이 젤 행복해.
수아 : (심드렁) 그 꿈도 조만간 또 바뀔 것이다.
효은 : 절대. 완전 내 체질이야. 오늘 면접 보면, 취직하는 거지?
수아 : 취직은 아니구. 사람 빌 때마다 부르나봐.
효은 : 무조건 일 얻어. 아님, 나 기숙사 가면 엄만 서울 가야 한단 얘긴데 취직하면 안 가두 되잖아.
일이 있다. 효은이 데리고 살란다. 그러니 기숙사도 안 보내겠다. 아 맞다! (해맑게) 취직했다고 뻥치면 되겠다!
수아 : (화났다) 너! 자꾸 거짓말하면(문 여는데 잘 안 열린다. 삐걱거리다 열린다)
-방에서 나오는 수아. 효은 신발 신는 거 본다.
수아 : (문 열다가 하려던 말 까먹고) 안 되면 농장에라도 취직할 테니까 거짓말은 거기까지.
효은 : 알았어. (일어난다)
수아 : 너 원래 엄마 아빠 떨어져 사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
효은 : 으그... 이런 부부도 있고 저런 부부도 있고.
29. 버스정류장. 제주도. 아침.
셔틀버스가 오자 “먼저 갈게!” 달려가는 효은.
수아는 손만 흔들고. 효은이 탄 버스가 떠나는 거 본다.
수아 : (문자소리) 방문이 잘 안 열려요. 그런데 이게 장점이 있어요. 잔소리하려다 문 여는 사이 까먹어요.
정류장 앞에 가서 서는 수아. 고개 들어 맑은 하늘을 보다가
#8회 15씬. 창밖을 보며 도우가 했던 말.
도우 : 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담담해질 수 있다는 거거든요.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
수아 : (문자소리) 지금 제가 그래요. 도우씨가 한 말, 모습, 표정. 다 힘이 돼요. 오늘도 응원해줘요.
미니버스가 오자 올라탄다.
30. 미니버스 안. 제주도. 낮.
‘최수아’로 문자를 전송하는 수아. 풍경을 바라본다.
수아와 할머니 한두 분. 그 외에 야구모자 쓴 운전기사가 전부다.
정류장이 보이고, 수아가 내릴 준비를 한다. 버스가 서고, 수아가 내린다.
운전기사(얼굴은 보이지 않고)가 백미러로 내리는 사람을 힐끗 본다. 안전하게 내리는 것 확인하고 다시 출발하는 미니버스.
운전기사가 도우다.
31. 사무실. 제주공항. 낮.
-사무실. 직원(남자)과 얘기 나누는 수아. 그 옆에 케빈이 서 있고.
-사무실 앞. 수아와 같이 나오는 케빈.
케빈 : 며칠만 하면 된대요?
수아 : 일주일요.
케빈 : 한 달에 한두 번 콜이 갈 겁니다. 올 때마다 유니폼 받고, 끝나면 반납하면 돼요.
여기두 교육파트 있으니까 어플라이 해두세요. 사실 선배님 정도면 알아서 모셔가야 하는데,
제가 더 열렬히 소문 내드리겠습니다!
수아 : 꼭 그래줘요. (미소) 다시 들어가 봐야죠?
케빈 : 네.
수아 : (씩씩하게) 수고해요!
케빈 : (인사하고 다시 사무실로)
-나오면서 대합실을 한번 죽 보는 수아.
수아 : 다시... 공항이네..
32. 해안도로. 제주도. 낮.
시야의 눈부신 풍경들을 보며 운전하는 도우. F.O
33. 은희방. 고택. 낮.
은희방 먼지 닦은 데 또 닦으면서.
석 : (혼자 중얼중얼) 힘들지. 힘들어 죽겠어두 누구 부탁인데.. 걱정 붙들어 매. 잘 있다가 도우 전화 오면 글루 안전하게 가심 돼.
(하더니) 서도우 이거. 버르장머리 없이 전화두 안 받구. (하고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전화 거는데. 받는다!) 야!
도우 : (E) 형! 잘 있었어!
석 : 너 어떻게 된 거야!
도우 : (E) 미안미안. 내가 정신이 없어서. (하더니) 네. 아.. 알겠습니다.
석 : 야 뭐야!
도우 : (E) 아니. 여기 담 때문에. 돌담장인, 장난 아냐.. 신세계야. 형 보면 좋아할껄?
석 : 뭔 소리래. 어디야! 어떻게 된 거야?
도우 : (E) 주소 보낼게. 짐부터 보내줘. 잠깐만... 네... 또요?
석 : 이게 전화하다말구.
도우 : (E) 오늘은 또 왜요? (여자소리> 오늘 하루만 해줘요.)
석 : 그 여자 뭐야. 야! 오늘 하루만 뭘 해줘!
도우 : (E) 땜빵.
석 : ?
도우 : (E) 주소 보낸다! (바로 끊는다)
전화 끊고 문자 바로 도착. 주소 확인하는 석.
석 : (미소) 핸드폰 빵빵 터지는 데구만!
34. 도우집(창고개조). 제주도. 낮.
깨끗하게 변신한(뭔가 멋지게 달라진) 창고(이하 도우집).
그 집에서 뛰어나오는 사람, 도우다. 다급하게 해안가로 뛰어간다.
기다리던 남자(42세, 철수)가 휙 열쇠를 던진다.
도우 : 오늘은 또 어딜 가시게요?
철수 : 묻지 마!
도우 : (미소)
35. 미니버스 안. 제주도. 낮.
도우 바로 뒤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할 : (제주사투리로) 아직두 이걸 해?
도우 : (운전하다가 백미러로) ?
할 : (제주사투리) 그때 내가 봤잖아.
36. 다른 동네. 제주도. 낮. (과거)
배낭 메고 떠돌아다니는 행색이 역력한 도우. (10회 엔딩 차림 그대로)
큰 바위에 걸터앉아 버스 기다리며 쉬는데, 미니버스 한 대가 들어와 급정거한다.
운전기사(철수)가 내려오더니 복통을 호소한다.
철수 : (어딘가 전화 건다) 일단 나와봐 나와. 아구구구구구.
도우 : 괜찮으세요?
철수 : 다다음 정거장까지만 가줘요. 거기 내 아우... 아구구구구.
도우 : ?
도우, 얼떨결에 운전석에 앉는다. 운전석 뒤에 할머니 한 명뿐(전씬의 할머니).
할 : (제주사투리) 응급차 불러! 아무나 운전하는 거 아니지!
도우 : 저, 일종면허가 있기는 한데..
-도우, 운전한다. 그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철수. 다음 정거장에 사람이 없자, “패스!” 외치고.
-조심조심 운전하는 도우. 다음 정거장에 멈춰 서자, 철수가 앞문을 연다.
뛰어내리자, “아구 형님!” 달려오는 젊은 남자. ‘얼른 타라’ 뭐라고 둘이 얘기하며.
젊은 남자가 운전대를 잡는다.
도우, 풍경을 보다가 끌리듯이 내린다. 미니버스가 다시 달리기 시작.
-입구에서부터 둘러보는 도우. 슈퍼와 아담한 집 몇 채. (그중 하나가 수아가 살기로 한 집)
그 옆으로 난 길을 본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도우.
37. 길(14씬과 같은 길). 제주도. 낮. (과거)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는 도우. 양쪽에 갈대, 나무들이 바람에 서걱서걱. 햇살이 눈부시다.
은희의 목소리가 겹치고.
은희 : (소리)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파도소리 들리고, 돌멩이 냄새에, 듬성듬성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서걱서걱, 햇살이 짜안~한, 고작 경운기 한 대 지나갈까 말까 한 거기에 말이에요.
길 끝에 다다른다. 바다가 보인다. 도우, 짧게 감탄.
은희 : (소리) 내가 스물다섯 살 때 만든 보자기가 국수나무꽃을 보고 있네요. 앵두나무에, 동백나무까지 보고 있어요.
동백나무(개화시기 11월 초, 나머지 국수나무나 앵두나무는 개화시기 아님)에, 좁은 길을 따라가면서 이어지는 바다까지.
도우, 고개를 돌리니 허름한 창고가 이 모든 풍경을 보는 듯 서 있다. (수아가 봤던 창고)
38. 미니버스 안. 길-버스정류장. 제주도. 낮. (현재)
운전중인 도우.
도우 : 덕분에 찾아다니던 집두 만나구. 가끔 이렇게 운전두 하구. 전 좋은데요. 하하.
-사이.
정류장에 서는 미니버스. 할머니를 부축해서 같이 내리는 도우. 할머니 손 흔들며 가고, 도우 다시 탑승.
-텅빈 미니버스를 운전하는 도우. 눈앞으로 탁 트인 푸른 하늘이.
39. 그리고 둘. 몽타주.
-(전씬과 이어지는 버스 차창 너머) 탁 트인 하늘.
버스 안에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수아. 공항버스정류장에 차가 서자, 얼른 내린다.
-제주공항 내 락커룸.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수아.
-제주공항 일각. 유니폼 입은 수아, 무전기로 뭔가 얘기하고.
-목공소. 주머니에 연장이 가득한 가죽에이프런을 두른 목공소 여주인(39세, 지영, 히피스타일). 낮은 선반을 마무리하는 중.
도우, 가죽에이프런을 하고 옆에서 돕는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수아. 집에 가려다가 해안가 쪽 본다.
40. 길. 제주도. 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도우(모자 착용), 페달이 이상하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페달을 돌려본다.
해안가에서 집 쪽으로 가던 수아. 어느 남자(도우)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페달을 돌리는 것을 힐끗 보고 좀 더 빨리 걷는다.
도우, 지나가는 여자(수아)를 본다. 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혼자 가다니.
도우, 수아 쪽으로 자전거 라이트를 켜 길을 밝혀준다.
걸어가던 수아, 멈칫. 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 간다. F.O
41. 도우집 앞. 제주도. 낮.
-실내. (지영이 만든) 선반이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다.
-용달차가 서고, 용달차 뒤에서 짐을 잔뜩 내리는 도우.
철수 : 이것만 옮기면 끝이야?
도우 : 네. (통화중이다) 형. 다 온 거야?
석 : (E) 어. 다야. 문선생님이라고 했나? 달항아리... 것두 내가 같이 보낸다니까 부득부득 직접 사람 보내신다구.
도우 : 그냥 보내주셔두 되는데.
철수 : (힘들다) 3박 4일 내내 짐만 옮기네..
도우 : (전화 받으며 철수가 다닐 수 있게 길 비켜준다)
42. 실내. 도우집. 제주도. 낮.
불을 켜면, 풀지 않은 짐들이 실내에 하나 가득. 하나씩 풀고 위치 정하고.
시간경과. 저녁.
도우, 냉장고에서 물통 꺼내서 벌컥벌컥 마시고. 짐을 하나 풀어본다. 치고 드는. 멈칫.
#8회 33씬. 낑낑거리며 리어카에 목재 싣고 나타나는 수아.
노인 : 아구... 여자가 힘이 장사네!
수아 : (승무원 미소) 더 시킬 일 없으십니까?
#8회 34씬. 막걸리 마시는 수아.
#8회 34씬.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어색하게 웃는 수아.
그런 수아를 보며 “그런데서 살래요?”
계속 상자들을 열어보는 도우. 열다가 만다.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서 마시는 도우, 식탁에 걸터앉는다.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한강둔치’로 전화 건다.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기계음만이 공허하게 흐른다.
익숙한 듯 기계음 들으며 맥주 마시는 도우. F.O
43. 엘리베이터 앞. 호텔. <시드니>
미진, 은주, 상협, 주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고.
그 뒤로 오는 진석, 모자 내려 쓴다. 그 옆에 부기장 서고.
주현은 딴 데 보고. 은주는 미진과 진석 슬쩍 보고. 상협은 그런 은주 툭 치고. ‘그러지 마’ 하듯.
순간 미진, 휘청거린다. (비행중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
주현 : (보다가) 몸 안 좋으신 거 같은데.. 비행 내내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진석 : (모자 내려 쓴 채 본다)
미진 : 괜찮아. 알잖아 강철체력.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미진 들어가려다가 어지럼이. 옆에 있는 주현 손잡고 비틀.
승무원들, 괜찮으세요...하고.
상협 : (진석과 부기장 보며) 먼저 올라가십쇼.
진석 : (순간 고민하다가 탄다. 부기장도 타고)
44. 미진룸. 호텔. <시드니>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 미진.
그 옆에서 미진 승무원복 정리해주는 은주. 조용히 나가려고 하자.
미진 : 은주씨.
은주 : 네.
미진 : 수아랑 연락 돼?
은주 : 아뇨.
미진 : ..가봐.
은주 : (본다. 표정)
45. 도우집 전경. 아침
46. 마당. 도우집. 아침.
마당을 쓰는 석. 출근하는 혜원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혜원 : (말없이 걸어가기만)
석 : (계속 쓸다가 혜원이 나가자) 어이구 못 살겠다.. 어이구.. 어이구. 아, 저 독한 것.
47. 관장실. 홍갤러리. 낮.
홍관장과 혜원.
홍 : (서류를 양쪽으로 나누며 이건 좋구. 이건 아니구. 시안들 중에서 채택하는 중. 훅 치고 들어온다) 도우랑 갈라선다며.
혜원 : (또 이 얘기) 아직...
홍 : (무시) 위자료는 나한테 청구하구. 혜원이 넌 공부를 좀 더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슬쩍) 그리구 고택 말인데, 내가 정말 그 집을 갖고 싶거든. 단순한 소유욕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끼는 게 다칠까봐 두려워서 그런 거야. 왠지 넌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혜원 : ..
48. 혜원서재. 도우집. 저녁.
생각중인 혜원.
49. 실내. 도우집. 제주도/ 혜원서재. 도우집. 저녁.
선반 위에 작품들 대충 위치만 잡아놓았다.
창틀에 걸터앉은 도우, 창밖 보며 혜원과 통화중이다.
혜원 : 전화로 하기 좀 곤란한 얘기가 있는데.
도우 : 전화로 해. 괜찮아.
혜원 : 도우씨 생각 변함없는 거지?
도우 : ...
혜원 : 하긴. 서도우가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사람이 아니지.
내가 일년이든 이년이든 정리한다구 질질 끌어두 도우씬 기다릴 테고.
도우 : ...할 말이 뭔데?
혜원 : 나, 정리됐어.
도우 : (하던 동작 멈추고 바닥에 앉는다)
혜원 : 대신 위자료라는 게 있어야지.
도우 : 말해봐.
혜원 : 내가 뭘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도우 : (집중)
혜원 : 그중 하나. 고택을 우리 재단에서 관리할 수 있게 넘겨줘.
도우 : 우리가 관리할 능력 돼.
혜원 : 알아. 하지만 당신 이후는?
도우 : ...
혜원 : 어차피 공공재산 돼.
도우 : 그땐 내가 알아서(하는데)
혜원 : 해줘야 할 텐데.
도우 : ...
혜원 : ...
도우 : 홍관장이 그렇게 하래?
혜원 : ...
도우 : 그들한테 맞추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당신 페이스대로 일해.
혜원 : 내 이혼조건이야.
도우 : (답답)
50. 혜원서재 앞. 도우집. 저녁.
모든 얘기를 듣고 있는 석.
51. 출입구 앞. 제주공항. 낮.
공항을 빠져나오는 석. 저 멀리 용달차의 도우가 손을 흔든다.
52. 길. 제주도. 오후.
운전중인 도우. 조수석의 석.
석 : 꼴좋다. 버스 운전에 용달차 운전에, 어르신이 너 이러구 사는 거 보면 아. 진짜...
내심 북유럽 어딘가에서 오로라 보면서 어르신 작품들 모아놓나.. 판타지를 꿈꾼 내가..
도우 : (웃는다) 북유럽에도 동백꽃이 피나? 그 추운데? 알았음 갔지.
석 : 안 가봤어? 구석구석 다닌다며?!
도우 : 어머니 한국 좋아하시잖아.
석 : 갈려면 백야 있고 펭귄 있고 아님 일년 내내 쓰레빠 신구. 그런 데루 가지! 고작 여길 와서 헤어지네 마네.
53. 해안가 횟집. 제주도. 늦은 오후.
둘이 간단하게 식사중.
석 : 혜원씨 부탁 들어줄 거야?
도우 : ?
석 : 고택.
도우 : 아냐.
석 : 그럼 됐구. 거 걱정돼서 달려온 거야. 니 성격에 고택 넘겨주구 헤어질 거 같아서.
도우 : ...혜원이한테 들었어?
석 : 나랑 말 안 섞어. 무서워 무서워.
도우 : 뭐가 무서워. 워낙에 맞춰 살아 버릇해서 그래. 우리 어머니에 홍관장님까지.
석 : 살벌하게 맞추지. 그니까 무서운 거야. 물불 안 가리구 맞춰대니까.
도우 : 혜원이두 이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54. 실내. 도우집. 제주도. 해질 무렵.
석,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정리중인 것들 죽 보며.
석 : (울컥) 우리 어르신... 여기 다 있네... (큰절 올린다)
-사이.
석 : (창밖 풍경에 감탄. 이리저리 둘러보며) 딱 어르신 같은 데를 골랐냐...
도우 : 낮은 낮대로 느낌이 있고 저녁은 저녁대로 또 좋구.
석 : 다 정리된 거야? (보더니 선반 툭툭 치며 짜증) 이건 뭐냐.
도우 : 형한텐 택두 없는 솜씨긴 한데. 그래두 나무 잘 만지는 사람이야.
석 : (마음에 안 들지만 꼼꼼히 보다가) 저건 뭐야? (구석에 종이가방을 가리킨다)
도우 : (본다. 뭐지?)
도우, 종이가방을 열어보니 상자가 들어 있다. 말레이시아 주소 보이고 아래 라고 쓰여 있다.
도우 : 메리이모? (하다 보니!)
#8회 42씬. 차안의 메리.
차창 너머의 도우가 카트 끌고 오는 거 보다가 발 아래 뒀던 큰 쇼핑백을 뒤에 은희 작품들 사이에 놓는다.
도우 : 그때 두고 가신 거 같은데...
석 :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 안에 가방과 핸드폰이 들어 있고, 핸드폰에는 메리의 쪽지가 붙어 있다.
쪽지를 펼쳐보는 도우.
메리 : (소리) 애니가 사고 당시 갖고 있었던 가방과 핸드폰입니다. 핸드폰에는 애니의 마지막 통화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도우 : (읽어보고 석이쪽 본다) 거기에 음성녹음 된 게 있다는데.
석 : (뭔가 누른다. 음성이)
애니 : (E) 이번에만 갈게요. 가서 아무 말도 안 해. 안 해왔잖아. 왜 날 못 믿느냐구요. 할머니 생신이잖아요.
엄마, 부탁이에요. 나, 이번만 가서 할머니, 아빠, 석이 삼촌 보구 올게.
혜원 : (E) 오지 마.
도우, 놀라서 들고 있던 종이가방 툭 떨어트린다.
55. 외진복도. 말레이시아공항/ 도우집. 서울. (과거)
#1회 55씬, 56씬의 구체적인 상황.
은희가 창가에서 통화중인 혜원을 본다.
애니 : (전화 받은 채 눈을 질끈 감는다)
혜원 : (내려다보며 은희에게 목례. 고개 살짝 돌린다. 차분) 약속했잖아. 약속한대로 해.
애니 : 그렇게 불안하면 다 말해요. 진실을 안대두 뭐라구 할 사람 없어. 알잖아요. 다 좋은 사람들인 거!
혜원 : 내 가족이야. 왜 그들한테 배신감을 안겨줘야 해? 다 됐고. 진실은! 넌 독립적이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아이라는 거.
외국서, 의무도 책임감도 없이 자유롭게 니 미래를 설계하며 살 수 있다는 거!
그렇게 살 수 있는 걸 고맙게 여겨. 아무나 그렇게 사는 줄 알아?
애니 : 집에 가고 싶단 말이에요. 다 그립고, 다 보고 싶고. 잘 해왔잖아요. 잘 할 수 있어. 실수 안 해!
혜원 : 니 아빠 있는 곳 안 궁금해? 약속만 지켜.
정면으로 또각또각 걸어오는 승무원. 이어폰을 끼고 걸어오는 수아다.
애니 : (정면으로 승무원을 본다. 단호) 엄마 도움 없어두 돼. 내 힘으루 만날 수 있어.
나 오늘 가. 다 말할 거야. 그게 엄마를 위해서두..
혜원 : 니 힘으루? (은희가 걸어가는 뒷모습 본다) 니 아빠가 널 왜 나한테 보냈을까?
떠돌아다니면서 작품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걸 믿니?
애니 : ...?
혜원 : 니 아빠 죽었어. 죽기 직전에 나한테 너 보낸 거야.
애니 : !
혜원 : 니 아빠가 하라는 대로 너한테 거짓말한 거구.
애니 : (얘기를 듣는 놀란 두 눈.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걸 왜 이제...
(다리가 후들거리고 말문이 막힌다)
애니, 핸드폰 쥔 팔이 힘없이 떨어진다. 주머니에 핸드폰 넣는데, 뭔가가 잡힌다. 꺼낸다. 옥구슬.
주변 소음이 사라진다(sound off).
고요함 속에 애니. 옥구슬 손에 꼭 쥔 채 눈을 감는다. ‘아빠’... 외마디.
56. 몽타주(과거와 현재의 교차)
-(현재. 전씬의 무음 이어서) 해안가. 망망대해를 보는 도우. 감았던 눈을 뜬다.
-(과거. 1회) 달리기 시작하는 애니.
-(현재) (수아집 방향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하는 도우. 정신없이.
-(과거. 1회) 달리던 애니, 툭 수아와 부딪히고. 떼구르르 구르기 시작하는 옥구슬.
-(현재) 제주공항 일각. 유니폼의 수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잡히는 것을 꺼내니 그 옥구슬이다.
만지작거리다 다시 주머니에.
-(과거) 다시 달리는 애니.
-(현재) 걷고 또 걷고. 수아집 앞을 지나가는 도우.
-(과거) 사람들을 뚫고 달리던 애니. 그리고 들리는 사고소리(주변 소리 터진다. sound on)
-(현재. 저녁) 정류장. “(제주도사투리) 조심해요.” 경적 대신 창밖으로 소리치는 운전사.
미니버스가 도우와 한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 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도우, 오던 길 되돌아간다.
그때 버스에서 내리는 수아, 집을 향해 걸어간다.
거리를 두고 앞에서 도우가 걷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수아와 도우의 모습에서.
57. 거실. 메리집. 낮-저녁. <말레이시아>
식탁에 서너 명의 현지인들. 메리, 한국요리를 가르치는 중.
메리 : (김치전 뒤집으면서) This is the Kimchi pancake.
모두 : (와~ 흥미롭게 보고)
메리 : (소리)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처분도 못하겠고 갖고 있기 괴로워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이. 저녁.
식탁에 혼자 앉아 있는 메리.
메리 : (통화중) 그렇게 묻히는 줄 알았는데... 문제가 되진 않겠죠? 줄곧 걱정했어요.
도우 : (E) 애니 유품인데...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메리 : (울컥)
58. 안방. 수아집. 제주도. 저녁.
옥구슬을 작은 상자에 두는 수아.
59. 실내. 도우집. 제주도. 저녁.
석, 창 너머로 도우를 본다.
힘든 듯 왔다갔다. 해안가 쪽으로 걷는 도우.
석, 도우 몰래 상자 속에서 애니 핸드폰을 빼낸다.
60. 도우집 앞. 제주도. 저녁.
맥주 한 캔 들고 해안가로 나가는 도우. 대충 걸터앉아 맥주 마신다.
어두운 바다. 하늘. 핸드폰을 꺼낸다. ‘한강둔치’이라는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건다.
바로 나오는 자동음.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혼자서 전화기에 대고 통화하듯 중얼거리는 도우. 혼잣말하듯. 하소연하듯.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아주 조용히) F.O
61. 일각. 제주공항 앞. 낮.
벤치에 앉아 있는 도우와 석.
석 : (어이없다) 그래서 끝내 혜원씨한테 얘기하지 않겠다구? 너 미쳤어?!
도우 : 불안에 죄책감까지. 그러구 어떻게 살아.
석 : 잘 살걸? 아~~~~무렇지 않게 너무 잘 살걸? 애당초 남 생각 못하는 부류들이 있다니까!
도우 : 혜원이가 자유로웠음 좋겠어. 죄책감도 불안도 다 없이, 능력껏 눈치 안 보구 자유롭게...
석 : 따질 거 따지고 털어내든가!
도우 : 여기서 묻자. 어차피 헤어질 거고...
석 : 안 헤어진다면?
도우 : (본다) 뭐가 남았다구 그러구 살아.
석 : 서도우와이프로 하루만 더 사시겠대요. 하루만 더. 하루하루 해서 평생!
도우 : ..
석 : 내가 알아서 해!
도우 : (본다)
석 : (단호)
62. 사무실 앞. 제주공항. 오후.
유니폼 입은 수아와 케빈.
케빈 : 송선배님은 한번을 안 오시네?
수아 : ?
케빈 : 두 분 베프, 맞죠?
수아 : 미진이랑 잘 알았구나, 몰랐네.
케빈 : 좀 웃기잖아요, 송선배님. (혼자 피식)
수아 : (어라) 혹시?
케빈 : (긍정도 부정도 아닌)
수아 : (웃음) 진짜? 대박.
케빈 : 그냥... 하하하.. 송선배님 사귀는 사람 있어요?
수아 : 있긴 누가 있어요! 미진이 계 탔네! (하다가 아....표정이...)
케빈 : 있구나.
수아 : (묘한 표정)
케빈 : 저 내일 서울 가요. 간 김에 좍 인사하구 오려구요. 주의사항 있음 미리 팁 주십쇼.
효은이 국제학교, 외에 더 없습니까?
63. 실내. 도우집. 제주도. 늦은 오후.
도우방을 제외한 실내에 은희의 작품들이 자리를 잡았다.
협탁 위 애니사진과 은희사진을 나란히 올려놓는 도우. 그 옆에 다리미도.
-도우, 핸드폰으로 전화 받으며.
도우 : 도착하셨어요! 네 지금 갑니다! 네. (얼른 집 밖으로 나가 용달차에 시동 건다)
64. 대합실. 제주공항. 저녁.
걸어가는 수아.
수아 : (무전기에) 이제 업무 교대 하겠습니다.
여자 : (E) 그러십쇼. 오늘도 연예인이 탑승했다는데.
수아 : (무전기에) 와~ 신기해.
여자 : (E) 여기 살면 생각지도 못한 사람 오다가다 많이 봅니다. 하하.
하는데, 커다란 상자가 쓱 지나간다. <수신인: 서도우>라는 이름이 보이고.
남수, 상자를 안고 불안불안하게 걷는다. 수아와 반대방향(게이트)으로 간다.
-공항 게이트 앞에 차 대고 기다리는 도우. 다시 차를 몰고 주차장에 대고, 달린다.
-수아, 다리 후들거리며 이동 중인 남수를 발견. 얼른 카트 몰고 그 옆으로 간다.
수아 : 손님. 이거 사용하셔도 됩니다.
남수 : 이게 중요한 거라. (바들바들)
수아 : 중요하니까 쓰셔야죠. 위루 올리세요. 제가 끌게요.
남수 : (조심 또 조심하며 상자를 카트에 올린다)
65. 횡단보도-주차장. 제주공항. 저녁.
수아, 카트를 끌고. 남수, 옆에서 상자 잡으며 횡단보도 건너 주차장 쪽으로.
수아 : (무심코 겉면에 적힌 수신인을 봤다. 서도우?!)
남수 : 스톱스톱! 왔네!
수아 : (카트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간다)
남수, 상자를 들어 올리자 상자에 가려졌던 도우가 보인다. 놀란 도우가 수아를 보고 있다. 마주보며.
놀란 수아, 획 돌아서 카트 끌고 무작정 직진.
남수, 상자를 도우에게 떠안긴다.
상자를 든 도우, 용달차 쪽으로 가면서 계속 수아 보고.
66. 일각. 제주공항. 저녁.
카트 끌고 무작정 온 곳. 무전기가 오자 비로소 멈추는 수아.
여자 : (E. 윙윙) 수고 많으셨고.
수아 : 봤습니다.
여자 : (E. 윙윙. 소리가 웅얼웅얼)
수아 : 헛것을 본 것 같습니다.
여자 : (E. 소리가 웅얼웅얼. 범위가 벗어난 것) 소리가.. 이게 왜 이러지. 이탈하셨습니까? 최수아씨?
수아 : 그럴 리가 없습니다.
67. 주차장. 제주공항. 저녁.
용달차에 상자를 올려놓자마자.
도우 : 잠깐만요. (얼른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남수 : ?!
68. 대합실. 제주공항. 저녁.
두리번거리는 도우. 다른 지상직 근무원이 보일 뿐.
69. 락커룸. 제주공항. 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수아. 멍~하니 꼼짝 않고 앉아 있다.
70. 차 안. 길. 제주도. 밤.
도우 : (운전중) 숙소가 어디시죠? 모셔다드릴게요.
남수 : (뭔 소리) 숙소? 도우씨네 가면 다 해준다구 문선생님이 그러시더만.
도우 : 저희 집으루 가신다구요?
남수 : 그럼 이 시간에. 타지서. (섭섭)
도우 : 그렇죠. 저희 집. 당연합니다.
남수 : (안심) 가서 잘 놓구 사진 찍구 와야 해요. 문선생님이 다짐 또 다짐.. 아고 힘들어. 하늘루 바다 건넌 게 이게 처음이라...
71. 실내. 도우집. 제주도. 밤.
도우, 문 열어주고 안으로 남수 들이자마자 나가는데.
남수 : 물 한잔 했음 싶네. (실내 고은희 작품들 보더니) 아고 좋다. (바닥은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징검다리 건너듯 들어가고)
난 소파에서 자도 되고. (하고 보는데 이미 도우는 없다)
72. 길. 제주도. 밤.
달리는 도우의 용달차. 시야에 공항이 보인다.
73. 사무실 앞. 제주공항. 밤.
수아, 사무실을 나오는데 옆방에서 나오는 케빈.
케빈 : 어!
수아 : 퇴근이에요? 늦게 하네..
케빈 : 효은이 픽업할 거죠?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수아 : 왜?
케빈 : (?) 그냥요.
수아 : 아. (생각났다) 미진이..
케빈 : (웃음) 아니라니까요. 효은이 데리러 가요.
#놀란 눈으로 보던 도우.
수아 : (고개 절레절레) 부탁이 있는데, 나 좀 데려다줘요.
케빈 : 그런다구 했는데...
수아 : 그르니까.
케빈 : ? (이상하다)
수아 : 차 한잔 할래요?
케빈 : (정말 이상하시네) 효은이.. 데리러 가신다구.
수아 : (깜박) 아 효은이. (멍~) 내가 지금 정신이..
74. 출입구 앞. 제주공항. 밤.
출입구에서 나오는 수아와 케빈.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는 케빈. 누구지...?
용달차 안에서 수아를 뚫어져라 보는 도우.
수아 : (도우를 봤다)
도우 : (수아를 뚫어지게 본다)
케빈 : (수아 보며) 여기 계세요. 주차장에서 차 가져올게요...(하다가 수아가 멍하니 도우쪽 보는 거 보고) 아시는 분이에요?
도우 : (차에서 내려 수아 쪽으로 온다)
수아 : (아직도 멍~)
케빈 : 선배님..
도우 : 최수아씨...
수아 : (아직도 멍~) 아는 분인데... 제주도에 놀러 오셨..나..봐요.
도우 : (케빈에게 정중) 안녕하세요.
케빈 : (밝게) 안녕하십니까. 오해 마십쇼! 항공사 계실 때 부군이 제 직속상사였고, 최선배님도 선배였습니다.
도우 : (별 관심 없고 수아 본다)
케빈 : (도우 경계)
수아 : (도우 보더니 역시 멍...) 죄송해요. 제가 지금 가봐야 해서..
도우 : (수아 빤히 보더니 선뜻 자리 뜬다. 다시 용달차로 간다)
케빈 : (도우 가는 거 보고 나서) 차 가져올게요! (주차장 쪽으로 달려간다)
수아 : (멍... 내가 뭘 한 건지. 그냥 땅만 보고 서 있는다)
도우 : (운전석에 가서 앉는다. 수아를 본다)
시선 땅으로 향한 채, 역시 멍~한 수아.
그때, 도우가 하이빔을 켠다.
수아, 빛에 반응해서 도우 쪽을 본다. 빛이 쏟아진다. 눈부시다. 눈감는다.
도우, 하이빔 끈다. 계속 눈감고 있는 수아.
도우 : (창밖으로 버럭) 최수아! 정신 좀 차리지?
수아 : (눈을 뜬다. 정신이 들었다) 진짜...서도우.. (울컥)
-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