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간까지의 물리학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무 엇이 가장 근본적인 물질의 구성요소이며, 이들의 운동원리는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앞에서 말한 대로 우선 관측자, 장소, 시간에 대해서 무관한 원리 및 현상이어 야 하였고,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누가하던 반복될 수 있는 것만을 과학적인 원리 및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 이후 자연의 이해에 더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방향으 로 발전하여, 현재는 많은 자연현상에서 왜 라는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설명하는 데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해서, 어떤 사건을 기술해서 그 사실에 대 해 같은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기준이 같아야 하기 때문에 단위를 설정하게 된다. 이런 단위가 있어야 어떤 양에 대한 크기의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다. 단위는 과학적인 이해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객관적인 척도인 셈이다. 먼저 대상 하나를 골랐다고 하자. 가장 그 대상을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은 객관적인 자료인데, 예를 들어, 크기, 모양, 무게, 위치, 속도 등 많은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이 중에는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특성을 살 려서 이상화 시켰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필요한 단위가 있다. 이상화 시켜서 크기를 아주 작게 했다든지, 그래서 모양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었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위치, 질량, 속도 등은 그러한 환경에서도 물체의 특성을 대변할 수 있는 양으로 남는다. 이외에도 색깔, 온도 및 아름답다, 예쁘다 등에 대한 정보도 사실 상 대상을 묘사하는 개념인데, 이런 것들 중에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우선 중요한 양으로 시간, 거리를 생각해 보자. 시간을 나타내는 단위로 초가 있다. 이 단위를 정의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으며, 이제는 전자시계를 만드는 시대여 서, 그 기준을 원자적인 정확도를 갖도록 설정했다. 이 원자를 다른 영향이 없는 상태에 놓았을 때, 그 진동의 주기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어서,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우주인에게 도 같은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리는 어떤가? 여러개의 단위 가 있지만, 그 중에 meter 미터단위가 국제적인 표준으로 인정되어 있다. 예전에는 나폴 레옹시대에 만들어진 백금막대를 기준으로 1m 라는 기준을 삼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원자 에서 나오는 빛을 기준해서 meter를 잡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색깔의 단위이다. 우리가 말하고 있는 색깔을 표시하는 단위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우리 눈에 들어오 는 색깔은 그 빛에 의한 것인데, 이는 빛이 가지고 있는 특성 빛은 파동이기 때문에 파동 의 특성 즉 빛의 파장 파장이란 파도에서 한 꼭지에서 다음 꼭지와의 거리를 말한다. 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빛의 단위는 파장의 단위이고, 그것은 거리인 셈이다. 여기에 서 음악의 높은 음과 낮은 음도 그 단위를 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도 역시 파동이어 서 파장이 있고, 파장의 크기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현상 들은 기본적인 단위가 간단해질 수 있다.
질량이라는 단위는 실제로 우리가 가지는 무게라는 개념을 객관화 시킨 것이다. 지구상에 서 재는 어떤 물질의 무게는 지구의 중력작용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한 물 건을 지구상의 적도에 놓았을 때와 북극에 놓았을 때, 같은 저울로 잰다고 해도 다른 눈 금을 가르키게 된다. 이것은 북극과 적도가 지구의 중심에서부터 거리가 다르고, 또 지구 의 자전에 의한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영향을 모두 배제시키고 나면, 그 순수한 원인이 남는데 그것을 질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뉴턴의 제2법칙에서 힘이라는 것을 정의할 때, 힘이 주어지면 그 입자의 상태의 변화를 주게 되는데, 그래서 가속도를 가지게 된다고 했었다. 따라서 가속도는 얼마나 큰 힘이 주어졌는지에 따라 변하게 되는 데, 이 관계를 맺어 주는 상수가 곧 질량이다. 저울로 재는 무게는 지구가 물체를 잡아 다니는 힘이고, 물체는 지구 쪽으로 중력가속도를 갖고 떨어지기 때문에 그 비례상수를 구하게 되어서, 그것을 질량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량은 그 물체를 나타낼 수 있 는 근본적인 양으로 그 단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속칭 말하는 킬로그램 kg 가 이 단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위는 사실상 각 나라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길이 의 단위로 한자 두자 하면서 ‘자’라는 단위를 사용했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아직도 일반적으로 피트, 야드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위사이에 관계만 알면, 다른 단위 로의 전환이 가능하니까, 실제로 쓰고 있는 단위에 대한 정확도는 유지되고 있는 셈이 다.
또한, 많은 개념은 복합적인 단위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속도는 일정한 시간동안 에 간 거리를 가리키니까, 그 단위는 거리/시간의 단위이다. 즉 복합적인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단위체계를 속도의 '차원(*)'이라고 한다. 어떤 양의 단위를 더 기준이 되는 단 위 즉 시간 거리 질량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을 '차원분석(dimensional analysis)'이 라고 한다. 차원이라는 단어를 2차원 3차원하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위에 대한 분석을 ‘단위분석’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길이는 길이 의 차원이, 시간은 시간의 차원이 있다고 할 수 있어서, 차원분석이라는 표현도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가속도에 시간을 곱하면 어떤 단위가 되겠는가? 가속도는 [거리]/[시 간]^2 인 차원을 갖는다. 따라서 시간을 곱하면, [거리]/[시간] 이 되어서 이 단위는 속 도의 단위가 된다. 한 물리량의 단위는 언제나 일정해야 하므로, 복잡한 경우에라도 단위 체계를 모두 정돈하여 보면, 우리가 어떤 양을 다루고 있는 지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차원분석은 매우 유용한 개념인 것이다. 어떤 한 대상을 표시하는데 서로가 다른 차원으 로 그 대상을 기술한다고 하면, 아무 비교할 가치가 없어지고 만다. 서로가 정확한 비교 를 위해서 또는 같은 인식을 위해서는 같은 차원을 갖는 양으로 비교되어야 한다.
힘을 나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힘은 뉴턴의 제2법칙에서 질량 곱하기 가속도이다. 질량은 kg의 단위를 갖고, 가속도는 속도 나누기 시간이기 때문에 거리 나누기 시간의 자 승이 된다. 따라서 힘의 단위를 분석해 보면 (질량*거리/시간의 자승) 즉 (ML/T)이다. 여 기서 M은 질량의 단위, L은 거리의 단위, T는 시간의 단위이다.
단위 중에 거리로 위치까지 나타낼 수 있을까? 위치는 기준 점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 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몇 개의 거리 수치로 위치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동으 로 3m, 정북으로 4m 등이다. ) 이 때, 차원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즉 차원이라 하면 물질 의 물리적인 상황 중에 위치(나중에 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위치뿐만 아니라 운동을 나타 내기 위한 총 숫자)를 기술하기 위해서 독립적으로 가장 작게 사용해야 하는 좌표의 수 를 말한다. 비행기의 위치를 얘기하겠다고 하자. 먼저, 위치를 말하기 위해 기준 점을 잡 아야 하며, 그 기준점을 광화문에 있는 서울거리 원점으로 한다고 정할 수 있다. 그 다 음 필요한 것이 정동으로 얼마, 정북으로 얼마, 높이 얼마인 위치에 비행기가 있다고 표 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3개의 숫자를 대어 주어야 듣는 사람이 그 위치를 틀리 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만일, 방향과 거리로만 위치를 알려 준다고 하여 3개 대신 2개 로 줄일 수 있겠는가? 또는 4개의 숫자를 주어서 위치를 알려 준다고 하면, 그 숫자가 꼭 필요로 하는 숫자가 되겠는가?) 이 3개의 숫자는 3차원 공간을 얘기하기 위한 숫자인 것이다. 이 숫자를 우리는 자유도 (degree of freedom, DOF)"라고 부른다. 즉 차원의 숫자는 위치를 나타내는 자유도의 숫 자와 같다. 그러나 자유도는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비행기라고 하면, 그 비행기의 앞 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날개는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어야 비행 기의 정확한 상황을 나타낼 것이다. 앞 끝의 방향은 2개의 숫자, 날개의 방향은 1개의 숫 자로 표시가 가능하다. 따라서 3개의 숫자가 더 필요하다. 따라서 비행기는 6개의 자유도 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야구 방망이가 하나의 자유도는 얼마인가? 비행기와 다른 점은 야구 방망이는 '회전 대칭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도는 5개이다.
위에 얘기한 비행기의 위치를 다시 보자. 이 비행기의 위치는 분명 3개의 길이를 나타내 는 숫자로 표기되어 있으나, 실제로 광화문네거리 거리 원점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느 냐는 숫자하나와 방향으로 표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위치를 나타내는 데에는 거리와 방 향을 표시해서 정확한 위치를 나타내는가 하면, 서울의 기온을 나타내는 데에는 방향이라 는 개념이 필요 없다. 단지 온도의 크기를 말하는 한 숫자만으로 충분하다. 이처럼 어떤 양은 크기와 방향을, 어떤 양은 단순히 크기만을 가지고 그 특성을 표시할 수 있다. 전자 를 ‘벡터’라고 한다. 후자를 ‘스칼라’라고 한다.
한편, 우리가 크기를 말할 때에는 얼마만큼의 정확도가 있는지를 밝혀야 하며, 정확도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76 이라는 숫자는 적어도 6자 다음 에 오는 숫자에 대한 정확도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12.76이라고 한 것이다. 그 다음 자 리가 정확히 0 이었기 때문에 그 정확도까지 포함시켜서 표시한다면 12.760이라고 써야 만 자신의 의미가 전달된다. 마지막이 0이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안 쓰면 그 정확도를 잃 어버리고 만다. 또한 12.76 x 3.46 = 43.9766 이라고 계산기는 보여 줄 것이다. 하지만, 12.76에서 정확도를 지키는 자리 숫자 즉 유효숫자는 네 자리인데, 3.46 에서의 유효숫 자는 세 자리이다. 이러면, 43.9766 중에서 다만 처음 세 자리 만이 유효 숫자가 된다. 따라서 43.9766의 세 자리가 유효한 숫자로 표시한다면 44.0으로 표시해야 한다. 네 번 째 자리에서 반올림을 해서 세자리 숫자를 유효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 면, 12.76+3.46 하면, 덧셈에서의 유효숫자는 소수점을 맞추어서 가장 적은 유효숫자 자 리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그 답은 16.22 모두 유효하다. 이처럼 하나의 숫자에 대한 정확 도를 지켜야만, 정량적인 논의에서의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유효한 자리수를 표기하면서도 아주 큰 숫자나 아주 작은 숫자를 표기하는 데에 조금 편리한 표기법을 개발해 냈다. 그것은 34600000000.처럼 346억을 표시할 때 가지는 숫자들을 간략하게 346 x 10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10(10의 8승) 은 1 다음에 0을 8 개 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소수점이 온다. 위의 숫자를 3.46 x 10 이라고 쓸 수도 있다. 반면에 10(10의 역(-)2승) 이라고 쓰면, 1 분의 100 이라는 의미이다. 즉 0을 두개 하고 1을 적으며, 소수점을 처음 0 다음에 치면 된다. 이렇게 표기하고 나면, 어떤 숫자가 10의 8승이라고 하면, 이 숫자의 크기가 10의 7승에 비해서 크고 10의 9승 에 비해서 작다. 즉 그 숫자의 대체적인 크기를 말할 때, 이 멱수만을 말할 수 있다. 이 렇게 숫자의 크기를 그 멱수만 가지고 표시하는 것을 ‘크기정도(order of magnitude)’ 라고 한다. 적어도 정확한 개념을 얘기하지 않을 때, 전체적인 비교나 크기 개념을 말할 때 매우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는 먼저 과학적인 생각들을 전개하기 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양 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할 때에는 그 양의 크기가 다른 양에 비해서 얼마나 큰가를 말하 면 이보다 더 정확한 개념의 전달이 있을 수 없다. 어떤 것은 90%나 차지하고, 다른 것 은 5% 밖에 안 되지만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다. 95%가 매우 중요하고, 5%는 그 만큼만 중요하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