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2017-10-25 기사 / 편집 2017-10-25 14:03:15
이응노미술관 '장 폴 아고스티& 이융세'展
첨부사진1 장 폴 아고스티(Jean-Paul Agosti), 'Jardin de la Metamorphose', 1994, 3×152H×103Lcm, Aquarelle sur Arches et feuille d'or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고암의 예술적 지지자였던 폴 파케티(1912-2010)의 아들 장 폴 아고스티(69)와 이응노의 아들로 고암 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융세(61)의 작업을 살펴보는 전시회를 연다.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 52일 동안 계속되는 이 기획전의 타이틀은 '장 폴 아고스티 & 이융세'.
장 폴 아고스티와 이융세는 모두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로, 이번 전시회는 이들이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 주제인 자연을 중심으로 두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는 자연은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는 오래된 주제이지만, 그 발전의 형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전돼왔다. 자연을 소재로 발전해 온 동·서양 회화의 역사와 맥은 다르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경계는 모호해지고 기법은 혼재된다. 장 폴 아고스티와 이융세의 작업도 단순히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할 수 없는 조형기법과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암 이응노 역시 한국적 전통과 서양기법의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모던아트로 나아간 화가였다.
장폴 아고스티의 작업은 먼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의 일부분을 확대해, 회화로 대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 폴 아고스티는 주로 정원이나 숲, 물에 비친 나무 등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이 회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색채와 형태는 작가의 해석에 따라 변화해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형성한다. 대상의 표면에서 반짝이는 빛을 표현한 그의 회화는 인간의 시각 및 지각 영역에 개입하는 색채의 변형을 활용한 것이다. 장 폴 아고스티는 붓자국으로 물체의 표면에서 반짝이는 빛을 생생한 원색으로 재현했는데, 그 자체가 자율적인 조형요소로 기능한다.
첨부사진2 장 폴 아고스티(Jean-Paul Agosti), 'Tumulus d'etoiles', 1986, 2×120H×174Lcm, Graphite et feuille d'or sur papier maroufle sur toile
이처럼 색채와 형태의 자율성에 대한 의식은 평탄한 색면의 장식적인 구성, 다양한 붓자국의 조직, 파사주(passage) 기법에 의해 통합된 하나의 붓질 등으로 형상화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소재로 한 회화는 색채의 자율성이나 형태에 의한 화면구성이라는 추상적 형태로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며 서양미술의 역사를 수립해왔다.
첨부사진3 이융세, 'Composition', 2017, 200×135cm, Collage de papiers coreens sur toile
이융세는 '물'을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 그의 콜라주 작품은 종이를 켜켜이 쌓아 층으로 만든 것인데, 이렇게 형성된 캔버스 표면의 질감은 흘러가는 물결의 곡선과 패턴을 연상시킨다. 각기 다른 색의 한지를 뜯어 붙여 만든 종이작업은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수면의 다양한 빛을 떠올리게 한다. 이융세의 종이콜라주는 원래 대상이 가지던 이미지를 해체하여 재료의 특성에 맞게 조합함으로써, 추상에 가까운 화면으로 재탄생한다.
고암 이응노는 동서양의 교류 속에서 한국적 전통과 서양기법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모던아트로 나아간 화가이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고암 이응노가 닦아온 기틀 위에서 새롭게 조형적 언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화가들의 행적을 따라가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의 부대행사로 27일 오후 1시부터 장 폴 아고스티와 이융세 화백이 직접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대전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같은 날 오후 4시 열린다.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4 이융세, 'Sable', 2008, 83×83cm, 한지에 먹, 과슈, 아크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