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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시 모음
낡은 자전거 - 안도현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 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자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편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퀴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 - 복효근
넘어져보라 수도 없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르팍에 상채기를 새기며
제대로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하리라
요즘처럼 아주 작은 어린이용 자전거 말고
페달에 발끝이 닿지도 않는
아버지의 삼천리호 자전거를 훔쳐 타고서
오른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더욱 오른쪽으로 핸들을 기울여보라
왼쪽으로 넘어질 것 같으면 왼쪽으로 핸들을 더욱 기울여보라
그렇다고 어떻게야 되겠느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밖에 없는 이 곤두박질 나라에서
수도 없이 넘어져보라
넘어지는 쪽으로 오히려 핸들을 기울여야 하는 이치를
자전거를 배우다보면 알게 되리라
넘어짐으로 익힌 균형감각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아비들을 이해할 날도 있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에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네가 아비가 되어 있으리라
노란 자전거 - 최마루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는 질긴 생명 같은 뱃가죽이다
체인은 어떠한 고난에도 이길 쇠심줄이고
손잡이는 황소대가리이다
페달은 비 오는 날의 우산 같은 희망을 밟아가고
나는 짐짝처럼 구겨진 마음의 병들을 고치러 화사한 병원에 간다
나비 고추잠자리 쨍쨍한 여름 그리고 물 수제비
아름다운 수채화에 박혀버린 투영된 추억
그리고
신나게 달려가는 바퀴의 잔잔한 노래
나를 나에게 행복하게 팔던 날!
추억 안으로 스며드는 노란 그림
어느새
하늘의 융단을 날은다
아버지의 자전거 - 박운초
마음 한쪽
아픔의 지도를 그렸던
기억이 있네
밤보다 더 어두웠던
슬픈 융단 같은 새벽
세상을 등진 내 아버지
어느 해부터
주인을 잃고 우는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
“어디로 가야 하니?”
내게 물어 와도
대답 할 수 없네
겨울이 오기 전
아버지의 사랑
너에게 넘겨주리라
자전거 도둑 - 신현정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게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들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들며
자르르 하르르
잠자는 자전거 - 박정원
그가 지나온 길들이 나무에 기대어 있다
왼쪽은 위로 오른쪽은 아래로 향한
페달 밟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그
힘을 받쳐주던 체인도 털털거리며 달리던 바퀴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혼자 힘으론 결코 나아갈 수 없는 페달처럼
낭떠러지 직전에 멈춰버린 브레이크처럼
위태로운 발자국들 그림자들
수많은 정차, 왼발 오른발 무릎을 꺾었던 경계선 끝에
룰룰랄라 달리던 시간들도 얼기설기 비친다
그가 부린 짐들도 비켜서있다
어깨를 내어준 나무가
오르내리던 길에서 만난 응달까지도 불러와
고요히 토닥이고 있다
저러고 싶을 때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깨워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지개를 켜고 스스로 걸어 나갈 때까지
마냥 지켜보고 싶은 풍경을 영원히
덧칠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랑의 편지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7 - 유하
어둔 밤, 페달을 돌려
자전거 전등을 밝히고
사랑의 편지를 읽는 사람아
그 간절함의 향기가 온 땅에 가득하기를
사랑은 늘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힌다
자전거의 길을 따라 어떤 이는 와서
그 빛으로 인생을 읽고 가기도 하고
구원을 읽고 가기도 한다
그대, 부디 자전거가 가는 길로
사랑의 편지를 부쳐다오
세상의 유전이 다하고 암흑이 온다 해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나는 나를 불 밝혀 그대 편지를 읽으리라
두 사람 - 곽재구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큇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나 그들을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그들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불러서 세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추억의 삼천리 자전거포 - 주용일
면 소재지 중학교를 통학하며 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거나 체인에 기름을 얻어 치던 곳
중학교 못 간 석이는 그곳에서 세수대야에 주부를 담그고
빵꾸를 때웠다, 기계충의 석이 머리 위로 신작로 지나가던
삼륜차가 하얀 먼지를 씌워놓고 사라지던 곳
석이에게 미안해 금빛으로 빛나는 중학모자를 벗고 까까머리로 지나던 곳
몇 대의 중고 자전거가 늘어서 있고 기름때 묻은 헝겊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던 곳
장날 석이와 함께 주먹만 한 찐빵을 몰래 훔쳐 먹던 시장 옆
이제는 석이가 주인이 되어 지나는 나를 불러 세워 텅 빈 위장에
막걸리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주는, 추억의 삼천리 자전거포
* 주용일시집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듯하다]-문학과경계사
고장 난 자전거 / 권혁웅 (1967~ )
고장 난 자전거, 낡아서 끊어진 체인
손잡이는 빗물에 녹슬어 있었네
고장 난 자전거, 한때는
모든 길을 둥글게 말아쥐고 달렸지
잠시 당신에게 인사하는 동안에도
자전거는 당신의 왼쪽 볼을
오른쪽 볼로 바꾸어 보여주었네
자전거는 6월을 돌아나와
9월에 멈추어 섰지
바퀴살 위에서 햇살이 가늘게 부서지네
내가 그리는 동그라미는
당신이 만든 동그라미를 따라갔지
우리는 그렇게 여름을 질러갔지
고장 난 자전거, 9월은 6월을 생각나게 하네*
뜯어진 안장은
걸터앉았던 나를 모를 테지만
녹슨 저 손잡이는 손등에 닿은 손바닥을
기억하지 않겠지만
* 안네 소피 폰 오터의 노래 < Broken Bicycle>에서
자전거를 배우는 아버지 / 박후기
파밭에 고꾸라진 아버지가
파꽃처럼 짧게 쳐올린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자전거와 함께 일어서는 저녁이었다
어린 내가
허리 부러진 대파와 함께
밭고랑에 드러누워
하얗게 웃던 밤중이었다
식구들이 깔깔거리며
대문 밖을 내다볼 때,
입 벌린 대문 깊숙한 곳에 매달린 알전구가
목젖처럼 흔들렸다
아버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지 마세요
아버지를 태운 자전거처럼,
한쪽으로 기운 살림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환한 파밭의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늘 같은 자리만 맴도는구나,
벗겨진 체인을 끼우고
손으로 페달을 돌리며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는 허리 부러진 파를
뒤란에 옮겨 심었다
흙 속에 뿌리만 묻은 채
옆으로 누워 잠자는 대파들처럼,
식구들은 옹기종기
한 이불 속에서 대파 같은 다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많이 배웠지만
아버지보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 1 / 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겨울 아침 골목길
중풍 걸려 추운 날씨인데도
밖으로 나와 걷기 연습하는 늙은 남자를 본다
낡은 유모차에 의지하여 비척비척 가고 있는
늙은 여자를 또 본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더구나 내 눈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
자전거 / 이기홍
자전거의 페달을 힘껏 밟자
아스팔트가 일어선다.
자전거는 일어선 아스팔트를 내려놓으며 길을 만든다.
강물 위에, 오전과 오후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자전거가 지나고 나면 지워지는 길
자전거 바퀴에 길이 잠긴다.
수만 겹의 길이 감겨 무거워진 자전거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바퀴를 공회전시킨다.
감겼던 길들이 마당 가득 풀려난다.
풀려나는 길에서 물비린내가 나고
벗어놓은 스타킹처럼 구겨지는 길
나는 헝클어진 길들을 펴서 한 장의 지도를 만든다.
다시 가벼워진 자전거를 타고 나는
그 지도 속의 먼 길을 되돌아간다.
해바라기 길에서
바퀴살처럼 반짝이는 스타킹을 신고 나온 너를 만난다.
세발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다 / 이종섶
중년을 지나 노년에 접어들면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두발자전거를 버리고
어쩔 수 없이 갈아타야 하는 세발자전거
또래의 노인들이 그러하듯 김 씨 역시
실내전용과 실외전용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마당이나 공원에서 사용하는 것들은
자유롭고 편해서 좋으나
함부로 굴려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거실이나 방안에서 이용하는 것들은
고운 색과 멋진 자태가 마음에 들어도
눈치를 보며 쓸쓸한 방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의지에 관계없이 어느 것을 타든
저속주행을 할 수밖에 없으나
과속의 위험이나 사고에 대한 불안이 없고
두 다리의 추진력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공해나 유지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제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었어도
문제 하나쯤은 달고 나오는 법
내리막길이 가장 위험한
세발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어
마지막 길 가는 저 노인 조심하지 않으면
우물쭈물하다가 큰일날지도 모른다
한 그루와 자전거/ 허수경
저 나무는 한번도 멈추지 않았네
저 자전거도 멈추지 않았네
사람들의 마을은 멈춰진 나무로 집을 짓고
집 속에서 잎새와 같은 식구들이 걸어나오네
멈추지 않는 자전거들의 동심원들은 자주 일그러지며
땅위에 쌓여갔네 나무의 거름 같은
동심원들 안에서 사람의 마을은 천천히 돌아가네
차륜의 부챗살에 한 그루의 그림자를 끼워 넣으며
자전거는 중얼거리네
멈춘 나무 사이에서 멈추지 않는 자전거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한 그루와 자전거가 똑같이 멈추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천천히 멈추면서 한 그루가 되는 것은 얼마나 아려운가
베를린 침대 자전거 / 임효빈
강의 수면이 반짝이는 베를린에서 헤어졌다
슈프레 강가에서
불어난 물처럼 짖고 있는 두 마리 개를 보았다
개들의 예민한 꼬리는 끊임없이 어떤 기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강물과 섞이지 않았다
멍멍,
강을 옆에 놓고
개의 젖은 눈처럼 싸웠지만
눈물이 흐른다고 말하는 나와 개의 눈물은 미완일 뿐이라고 말하는 당신
그런 당신의 눈물을 개들이 보는 순간 강물이 뒤척였다
우리의 사랑은 맞을 거라 했지만 심장이 불규칙해 프로크루테우스가 지켜보는 곳에서 사람을 탓할 뿐이었다
약간의 흔들림에도 이층의 잠이 무너지고 나는 불어난 물처럼 흘러넘쳐 아슬아슬하게 커브를 돌았고
우리는 눈물의 함량이 같아질 때까지 베를린 침대 자전거를 탔다
등이 등을 밀면서
자전거와 사람이 나란히 간다 / 이근화
아카시아 꽃잎이 날려 온통 뿌옇고
내가 아는 오월이 아니다
좁은 골목길 끝내 내가 아는 길이 나왔으면
앞만 보고 간다
간다
자전거와 사람이 나란히 간다
한 사람
안장 위에서 좌우로 핸들을 흔들며
속도를 늦추고 균형을 잡는다
한 사람
종종 잰 걸음으로 발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그래서 둘이 나란히 간다
내가 모르는 길 위에서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아카시아 꽃잎이 날려 온통 뿌옇고
여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길을 헤매는 동안
골목길은 좁고
두 사람만 허락한다
내가 유령이 되면 괜찮다
괜찮다 나를 가게 한다
앞과 뒤가 없다
앉음과 일어섬이 없다
좁은 골목길이었고
나를 반으로 접었다
내 짝눈도 나란히 붙었다
눈을 멀게 하는 오월
허공을 베는 꽃잎들
좁은 골목길 끝에 내가 아는 길이 나왔으면
한 사람의 뒷모습
한 사람의 뒷모습
같은 사람이 아니다
내 발 위에 내가 있지 않다
자전거 타는 사람
― 김훈의 자전거를 위하여
김기택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페달을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딴지에 바퀴 무늬 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딴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 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을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 솟구치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 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
당신의 2기통 콧구멍으로 내뿜는 무공해 배기가스는
금방 맑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달달달달 굴러가는 둥근 다리 둥근 발
둥근 속도 위에서 피스톤처럼 힘차게 들썩거리는
둥근 두 엉덩이와 둥근 대가리
그 사이에서 더 가파르게 휘어지는 당신의 등뼈
낡은 자전거가 있는 바다 / 손택수
외갓집 소금창고 구석진 자리에 낡은 자전거 한대가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었지만, 수리하면 쓸만하겠는걸. 아마도 나는 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쌩쌩 미끄러져 다녔을 은륜의 눈부신 전성기를 생각했는지 모른다. 논둑길 밭둑길로 새참을 나르고 포플러 푸른 방둑길 따라 바다에 이르던 시절, 그는 아마도 내 이모들의 풋풋한 젊은 날을 빠짐없이 지켜보았으리라. 읍내 영화관 앞에서 빵집 앞에서 참을성 있게 주인을 기다리다, 아카시아 향기 어지러운 방둑길로 푸르릉 푸르릉 바큇살마다 파도를 끼고 굴러다니기도 했을, 어쩌면 그는 열아홉 꽃된 처녀아이를 태우고 두근두근 내 아버지가 될 청년을 만나러 가기도 했으리라. 바다가 보이는 풀밭에 누워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썰물져 가는 하모니카 소리에 하염없이 젖어들기도 하였으리라. 그때 풀밭과 바다는 잘 구분이 되질 않아, 멀리서 보면 그는 마치 바다에 누워 즐겨 꿈에 젖는 행복한 몽상가로 보이지 않았을까. 첫사랑처럼 한 번 익히고 나면 여간해선 잘 잊혀지질 않는 자전거, 손잡이 위의 거울 먼지를 닦아본다. 거울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나를 품고 있었다는 눈치다. 턱없이 높은 앉을깨 위에서 페달이 발에 잘 닿지 않는다고 하면 투정을 부리던 철부지 아이를, 맥빠진 앞바퀴 뒷바퀴 타이어에 바람 빵빵 밤 늦도록 소금자루 같은 달을 태우고 비틀대던 방둑길을
꽃은 자전거를 타고 / 최문자
그녀가 죽던 날
꽃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녀의 남자가 입원실 현관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막 아네모네 꽃을 내리려고 할 때
그녀의 심장은 뚝 멎었다
꽃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영안실 근처로 갔다
죽을 자리에서도 타오른다는 아네모네가
놀란 자전거를 타고 앉아
헛바퀴만 돌리고 또 돌렸다
그날,
꽃은 온종일 자전거에게 끌려 다녔다
꽃을 태운 자전거는 참았던 속력을 냈다
꽃도 그녀처럼 자전거를 타고 앉아
남자의 등을 탁탁 때리며 달렸다
꽃은 내부가 무너지도록 달렸다
마지막 꽃 한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뭐라고 말했지만
바람이 그 말을 쓸어갔다
그날,
빈 자전거 한 대
고수부지 잡석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바다 / 이상인
아침이면 섬마을에 수평선으로부터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바다가 있다.
밤새 깜박깜박 졸던 등대불이
깜짝 놀라 빨개진 눈을 부비고
신기한 듯 뒤따라 날아오는 갈매기떼들
비자금 선창에 내린 푸른 자전거는
숨가쁘게 달려왔던 출렁이는 길을 바라보며
따르릉 철석 종소리를 내본다.
드디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섬언덕을 올라가고
멸치처럼 말라붙은 섬마을 사람들의 삶은
푸른 자전거의 푸른 바퀴가 지나간 자리마다
피가 도는 지느러미를 꼼지락거리며
이리저리 헤엄쳐 다닌다.
눈꼽 낀 개들이 돌고래처럼 흘러다니고
파도소리를 가지고 놀던 코흘리개 아이들이
통발을 깁던 노인들이
자전거의 푸른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기인 해안선이 바퀴살에 모두 감기어
푸른 자전거가 멈출 때까지
바다는 섬마을의 깊은 자궁 속에
곤히 잠들어 있는 바람소리 울음소리 같은 것들을
일깨우고 다닌다.
빈 자전거 / 정대구
누구를 태워 여기까지 왔는가
낡았지만 아직은 쓸만한
문밖에 세워둔 자전거 한 대
빈 안장은 또 누구를 더 태우고 싶어하는지
세월이 좀먹나, 문안을 기웃기웃
기다리는 마음에 바큇살 녹슬고
황톳길 달려왔는지 붉은 흙 묻힌 채
다시 주인을 태우고 낯선 세월 속으로
햇살 가볍게 퉁기며
바람을 가르고 떠나고 싶어하는
지칠 줄 모르는
빈 자전거 한 대 문밖에 서있네
누가 페달을 밟을 것인지
여기서부터 갈 길이 먼데
구름 몰려드는 서쪽 하늘 치어다보며
어서 나와. 어서 나와 두 발 동동 구르는
문 밖에 세워 둔 자전거 한 대
빈 안장에 내 손을 대본다
푸른 자전거의 때 / 고재종
말매미 말매미 떼 수천 마리의 전기톱질로
온 들판을 고문해대어선
콩밭에서 콩순 따는 함평댁의 등지기 위로
살 타는 훈짐 피어오르는 오후 숲참때
저기 신작로 하학길을
은륜을 번뜩이며 달려오는 막내녀석,
그 씽씽 그 의기양양
문득 허리를 펴다 가늠한 함평댁의 입이
함박만하게 함박만하게 벌어질 때
때마침 목덜미를 감아오는 바람자락과 함께
푸르고 푸른 풋것들이
환호작약, 온갖 손사래를 쳐대는 것이었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 이창기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
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
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
겨우 일으켜 세운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
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
양조 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
깻잎 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
잘 있거라
처녀애들 젖가슴처럼
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몸을 싣고
나는 재빠르게 모퉁이를 돌아선다
근데
이미 오래전에 한 사내를 소화시킨 듯한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저 여인이 기억하는,
혹은 잊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시집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2005년 문학과지성사
자전거를 닦으며 / 문정영
수락산 고갯길을 바퀴로 밀고 간다
내 등과 자전거의 안장이 同行이다
지금껏 나를 태우고 온 자전거는 이제 내게 짐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행 중 하나가 떠난다
내 세계를 따라 들어온
자전거의 바퀴며 손잡이도 몸의 일행이었던 것이다
내가 힘들게 오르는 동안 짐으로 여긴 것은
결국 내 존재存在였던가
고갯마루에서 다시 자전거를 닦으며
내려갈 길의 경사를 점검해본다
몸 안의 양쪽 브레이크를 꽉 쥐어 본다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유홍준
눈이 없는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르는 개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찌감치 부모의 눈알을 후벼 먹은 후레자식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여 들었다 제멋대로 각목이 쟁여져 있었다 훔쳐온 자전거가 벌겋게 썩어가고 있었다 개만도 못한 자식들이 자전거 체인을 벗겨 흉기를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돌려 피우며 팔뚝을 지지고 있었다 비린내가 풍겼다 고기는 팔고 비린내만 달고 온 어머니, 돈에도 비린내가 난다 돈에도 비린내가 나 빠지지 않는 사람냄새에 진절머리 쳤다 눈 없는 아버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손목에 체인을 감아쥐고 무엇을 후려치고 싶은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전거 / 류지남
얘야, 원래는
스스로 굴러간다는 뜻이긴 하다만
자전거는 결코 그 이름처럼
스스로 굴러가지 않는단다
바람에 쓰러지지 않게
두 다리에 한껏 힘을 주고
언제나 저만치 앞을 보며
온몸으로 밀고 가는 것이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아니 되고 그렇다고
마구 내달리기만 해서도 안 되는,
세상 살아가는 그런 이치를
이제 일곱 살인 네가 하마 알랴마는
호동그런 눈망울 가득 푸른 하늘을 담고
낑낑거리면서도 신바람이 난 네 뒤를 밀다가
세상 사는 일에 턱없이 뒤뚱거리기만 하는 애비는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앞을 향해 열심히 내닫는 자전거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법이란다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달리는 자전거의 실루엣 / 임수련
달리는 자전거에 실려 가는 꽃나무
꽃 피면서 달리고 달리면서 꽃 핀다
달리는 나무가 꽃봉오리 맺고
달리는 자전거가 꽃술을 열고
고갤 갸웃거리며 따라가던 길도
그 꽃바퀴에 감기고
아하, 위에서 웃고 있던 하늘도 어느새
그 큰 엉덩일 걸치고 실려간다
꽃나무도 꽃 피우고 자전거도 꽃 피우고
자전거도 가지 뻗고 나무도 가지 뻗고
가지 끝을 향해 꽃송이들 자꾸만 피어난다
마침내 지친 하늘이 자전거에서 떨어지고
그 하늘 따라 풀린 길이 쫓아가고
탱탱하게
돌아가는 두 개의 바퀴는 거대한 뿌리
달리는 자전거 바큇살에 햇살 바람
나른한 오후가 사람들의 눈빛이 피어난다
길과 하늘 어찔해진 우주가 피워내는
소리들의 저 막춤!
한 번도 꽃피우지 못한 그대와 날
달리는 자전거가 어디론가 떠메고 간다
2인용 자전거 타기 / 문숙
결혼이란 안장과 체인이 두 개 달린 자전거를 타는 일이지
앞사람이 페달을 밟아 뒷바퀴를 끌면
뒷사람은 발을 맞추면 된다네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바퀴는 구르지 않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두 바퀴를 물고 있던 체인이 쉽게 벗어나기도 한다네
그럴 땐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체인을 걸어야 하지
앞바퀴와 뒷바퀴를 묶으며 기름때를 묻히기도 한다네
한 번 벗어난 체인은 쉽게 고정되지 않지
시간을 흘리며 생을 낭비하기도 한다네
짐이 돼버린 자전거를 끌며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지
지쳐 있는 두 사람은 목적지가 멀기만 하다네
각자 길을 되돌아보며
바퀴에 감긴 시간을 계산해 보기도 한다네
그러다가 문득 뒷바퀴를 돌려서 앞바퀴를 굴릴 생각을 하지
때로는 뒷바퀴가 앞바퀴를 밀고 가기도 한다네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 고운기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자전거 바퀴를 위한 레퀴엠 / 안정혜
탱탱했던 탄력 잃고
자전거 타이어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주렁주렁 링거 줄에 매달려
명줄 이어가던 중환자실 아버지처럼
온몸이 축 늘어져 있다
숨 막히게 내달려온 속도의 궤적들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굴곡진
길, 내 하루의 무게를 대속하느라
사방무늬로 갈라지고 터지면서
타이어는 머피의 법칙을 악물었겠지
(웃어라, 내일은 더 나빠질 것이다)
상처는 의외로 깊다
타이어 온몸으로 전이되었다
연장을 들고 병든 타이어를 빼낸다
앙상히 드러나는 뼈
충직한 뿌리가 공손히 드러난다
농사꾼 아버지의 손도 그랬다
닳고 닳아 옹이가 생겨도
아버지의 뿌리는 단단한 사랑이었다
그 넓은 그림자 아래서
맨 처음 꿈의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바퀴 위에서 구름을 배우고
바람의 계보에 눈을 떴다
널브러진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넣는다
병풍 뒤에 돌아눕기 무섭게 내다버린 아버지처럼
폐타이어, 한 방울의 숨도 남아 있지 않다
자전거 타고 방 보러 간다 / 박형권
자전거 타고 방 보러 간다
장마전선이 물폭탄을 쏟아부은 동네의
자작한 하수도를 따라
늘 곰팡이가 솟아오르는 우리의 정오(正午)를 지나서
나팔꽃 아래 듬성듬성 파인
골목으로 들어선다
비가 새지 않으면 방이 아니라고 믿는
공인중개사의 늙수그레한 자전거가 앞장을 서고
딸 자전거를 타고 나온 비옷 같은 아내가 그 뒤를 따르고
나는 아내의 젖은 꼬리를 물고
아직은 종아리가 단단한 페달을 밟는다
이 서울의 지표면에는
창틀이 마당과 맞물린 우리의 꿈을 품어주려고
축축하게 젖어서 기다려주는
반지하 단칸방이 있어
우리의 미래는 송이버섯처럼 번창하리
보증금 삼천오백만원은 우리 생명보다 소중하여
왼쪽 가슴에 단단히 찔러넣고 두근두근 돈이 심장소리를 들을 때
자전거 타고 방 보러 간다
대체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기에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는지
참새들이 골목에 나와 고단한 날개를 말린다
언젠간 바퀴를 크게 저을 수 있지만 오늘은 기어를 저속에 놓고
우린
자전거 타고 방 보러 간다
우리 네 식구가 냄새를 풍기며 구더기처럼 꼬물거릴
그 기도(祈禱)를 찾아서
푸른 자전거 / 이윤학
어둠이 내릴 때 나는
저 커브 길을 펼수도
구부릴 수도 있었지
저 커브 길 끝에
당신을 담을 수도 있었지
커브 길을 들어 올릴 수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저 커브 길밖에 없었을 때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커브 길 밖에서는 언제나
푸른 자전거 벨이 울렸지
나무 자전거 / 이영식
나무로 만든 자전거 한 대 갖고 싶네
핸들과 페달, 바퀴까지
나무로 깎아 붙인 자전거로 노을 속을 가고 싶네
느릿느릿 해거름 저녁 저어 가다가
온몸 밀고 당기는 달팽이 길도 내어 주고
한 자 두 자 재며 가는 자벌레들 행진도 기다려 주며
늘보 걸음 기우뚱거리는 푸른 자전거
나무로 깎은 자전거를 타고 싶네
폭죽 터지는 순간 스쳐 지나고
풀씨 같은 별들 외로움으로 돋아 올라도
나무 바퀴는 게으름의 속도를 탈피하지 않으리
물렁뼈 같은 시간, 느리게 더 느리게
그리움의 노를 저어 가다 보면
핸들에서 싹이 트고 바퀴살에 잎이 돋아
달팽이와 자벌레 숨결도 옮겨 붙는 꿈의 나무 자전거
내 몸도 온통 푸른 물이 든 채로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실려 가겠지
물푸레, 물푸레 자전거를 타고 싶네
자전거 / 황규관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가 기대 서 있다
큰애가 내리자 작은애가 한때 즐겁게 달렸던 낡은 자전거
중학교 삼년, 자전거만 타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주 체인이 벗겨지고 벨은 망가졌어도
달리는 일 장딴지의 힘을 더 키우고 싶었던 게
가슴에서 요동치는 멍 때문이었음을
훗날 멈추고 나서 알았다
자전거는 무엇을 태우는 일에 골몰하느라
아예 먼지덩어리가 됐을까
귓바퀴에 씽씽 바람 불도록 달리다보면
닿는 곳은 자갈투성이 학교 진입로였다
내지 못한 수업료에 자전거는 절룩거리는데
나는 아이들이 버린 자전거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내 장딴지는 자라서
나는 아이들이 버린 자전거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내 장딴지는 자라서
나는 정말 자전거가 되었다
바람에 몸부림치는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
바퀴가 타도록 달리는 자전거
다시 달리는 꿈을 꾸는 버려진 자전거
(황규관 시집 ‘패배는 나의 힘’, 창비, 2007)
자전거 타는 나무들 / 김륭
나무들도 자전거가 있어요
쥐도 새도 모르게 자전거를 타고 놀아요
두 팔 쭉 뻗어 올려 훔친 해와 달을 바퀴로 굴려요
쿨쿨 내가 잠든 사이 자전거를 타요
하늘로 올라가요 쑥쑥
키가 커요
자전거 도둑 / 박형권
중랑천에 꽃 피었다는데
꽃구경이나 갈까
대문 앞에 허전하여 치어다보고 내려다보고
어디가 비어 있나 샅샅이 뒤지고서야
아,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맞았구나
아내의 장바구니를 실어나르고
딸의 심부름을 실어나르고
내 새벽 둔치 길을 실어나른 식구 같은 자전거가 사라지고 없다
아내도 나오고
주인집에서도 나오고
한골목 사람들 모두 나아서 추리하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고
내 속에 잠겨 있던 의심만 떠올랐다
이 골목의 새벽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분리수거 할머니!
가다가 멈칫!
ㅡ 아빠. 어디가세요?
학교 갔다 오는 딸처럼
<우리 슈퍼>좌판 앞에서 자전거가 나를 부른다
ㅡ새벽에 담배 사고세워놓고 가더니 이제 찾으로 오는 거야?
목련꽃 보기 부끄러워 돌아올 수 없었는데
자전거가 나를 살살 달래가며 집 앞까지 끌어다놓았다
내가 나를 훔쳐갔다
나한테 용서받는 것이 제일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