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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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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스크랩 삼류본색 4 (스케이트)
黃薔(노란장미) 추천 0 조회 34 07.10.26 08: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삼류본색 4

 

사람이 어떤 취미를 갖게 되기까지는 저마다 다른 동기와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싫어하던 것을 순전히 여자때문에 하는 넘이 바로 나입니다.



중딩 삼년을 마친 그해 겨울은 매우 길었습니다.

3월에 있는 고등학교 입학까지 무려 3개월간의 묵시적인 해방이 있엇죠.

다른 세계에 살던 분들,,,,, 소위 범생이들에겐 휴식과 준비의 기간이었겠지만

나 같은 놀기좋아하는 꼴통에겐 천재일우의 기회일 뿐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압제와 고통의 사슬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한바탕 시원하게 놀아보리라 일찌감치

고입시험을 치루기도 전에 굳게 맘 먹고 있었지요.

막상 시험이 끝나고 놀게 되자 이건 되려 할일이 없더군요.

 

그나이에 일탈이라고 해봤자 뭐가 잇엇겟습니까?

 

추운 겨울이라 가출(?)도 못하겠고.....난 정말 겨울이 싫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래전 부터 나의 호기심의 자극하던 여자를 한 번 사귀어 보리라 맘을 먹었습니다.

대상은 같은 동네에 살던 여학생이었는데 어느 동네나 고만 고만한 어깨들이 주먹자랑을 하고

제법 이쁘장한 미인이 하나 둘쯤은 있기 마련이듯이 내가 살던 동네에도 키가 크진 않앗지만

 

아담하면서도 진짜 예쁜 여학생이 있엇습니다.

 

요즘말로 동네 얼짱'이었죠.

당연히 주위에 꺽떡쇠들이 득실 득실했는데 .........



그 나이엔 자신을 제대로 판단할만한 식견이 부족한 때인지라 그 치열한 경쟁에서

나만은 살아남을 수있다는 투지에 불탔었습니다.

솔직히 주제파악이 전혀 안되었을 때죠.

이 주제파악이 안되어서 내자신이 진정 삼류라는 것을 알기까지 난 정말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역쉬 사람은 일단 생기고 봐야 하나 봅니다.

 

 

제아무리 기능이(?) 다양하고 내구성이 좋아도 당최 디자인이 시원찮으면 손길은 커녕 눈길초차 끌지 못하는 겁니다. 쵸우카구...-.-;

지금은 도리어 편합니다.

 

일류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주제파악이 되었으니 더이상 헤메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고 삽니다....닝기리 -.-


 

하여튼 이여자, 지금은 어디서 애 낳고 잘 살고있을 그녀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부릴 찬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연히 그녀가 길에서 스케이트를 어깨에 매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눈치빠른 분덜은 벌써 감을 잡으셨겠지만 나는 곧바로 어머님께 달려갔지요.

 

그리고는 다짜고짜 스케이트를 사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삼류본색1에서 밝혔듯이 씩씩하게 얼음을 지치는 아들모습을 상상하면 스케이트를 몇 번

사주었건만 되려 난 스케이트가 싫다고 남을 주어버려 일찍부터 부모마음을 멍 들게 한

 

전과가 있는 나입니다.

다시 사달라는 나도 솔직히 계면쩍긴 했지만 오직 이길만이 그녀를 만날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굳세게 어머님을 졸라댓건 겁니다.

물론 지킬수도 없고 지키지도 않을 수많은 구라를 남발했었죠.

자식이기는 부모없다고.....나의 변덕에 혀를 끌 끌 차시면서도 결국 스케이트사 주시더군요.

'전승현표 스피드 스케이트' 그당시엔 휘겨나 하키용은 별로 타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다른 브래드는 "세이코" 밖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네요. 가격차이는 비슷했던 것 같고....

이렇게 조르고 졸라 스케이트를 산 나는 다음날 아침밥을 먹기가 무섭게 스케이트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불행히도 그녀는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앞에서 비틀대며 넘어지는 꼴을 보여줄순 없는 거 아닙니까?

마침 동네 선배들이 있어서 구두끈매는 법부터 서는 법, 넘어지는 법, 커브를 트는 법,

또 장갑을 왜 꼭 껴야하는지 등 등 기본사항에 대해 자세히 배울수 있었지요.

하지만 뭐든지 원리를 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듯이 스케이트도 하루아침에

 

배울수 잇는 것이 아니더군요.  

이해한 것과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선생님이 칠판에 미분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듣고 그 원리를 이해합니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은 비슷한 문제를 칠판에 적고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 이해를 했는데 막상 풀려니 잘 안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해는 했어도 아는 것은 아니지요.

 

이렇게 아는 것과 이해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해한 것을 아는것과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안그러면 늘 실전에선 구라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님이 논어에 '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 하신 겁니다.

학만 있고 습이 따르지 않으면 뜻만 있고 결과는 없는 모양이니까요.



얘기가 또 샜지만 그해 겨울은 스케이트장에서 살았습니다.

하루라도 안가는 날이면 그날은 꼭 그녀가 왔을거 같아 얼마나 조바심을 쳤는지....

또 그해처럼 어머님다리를 많이 주물러드린 적도 없구요.

 

매일 스케이트장에 가기엔 내 용돈으론 턱도 없었으니까요.

 

하여튼 그해에 받은 세배돈은 스케이트장에 가는데 다 써버렷습니다.

스케이트장에서 군것질거리가 어디 한 두개입니까? 오뎅도 먹어야지 핫도그도 먹어야지

떡볶기며, 라면이며......그때가 좀 많이 먹을 때아닙니까?

어쨌든 그녀를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적은 몇 번안되지만 도저히 말을 붙여볼 엄두는 못내었습니다.

하지만 사필귀정이라구....근데 사필귀정이 이럴때 써먹는 말 맞습니까^^?

 

오월동주? 이것두 아닌데......웬수는 외나무다리?

뭐 대충 넘어갑니다. 삼류가 다 그런거지 안그러면 지까짓게 삼류겠습니까?

그날!      평생을 두고도 절대 못잊을 그날!

 

 태어나서 첨으로 졸라 울트라 나이스 캠 짱으로 쪽팔림을 느낀날......



스케이트를 배운지 얼마 안되어서 실력도 불안,불안한데 그만 그녀를 만나게 되었지 뭡니까?

하수들이 늘상 그러듯이 솔직히 못타면 못하는 대로 하면 될것을 그걸 어찌 잘해보려는 마음에

오뎅을 먹고잇는 그녀의 옆을 지나치면서 힐긋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호되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중심을 잃으면서도 속으로 '이러면 X된다'는 마음에 더욱 중심을 잡으려다가 그만 발라당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머리까정 얼음판에 부딪치고 말았던 겁니다.



지금은 믿을넘 하나 없지만 한때 중딩시절까지 전교제일의 IQ를 자랑하던 내가 단 한번의

반전도 없이 여적 꼴통인것과 늘 치매현상으로 사리를 분별 못하는 것을 따지고 보면 아마

그때의 충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가리가 깨지든 말든 나의 관심은 오직 그녀뿐이라 전치8주의 뇌진탕으로 해골이 뒤죽박죽이

된 상황에서도 이런 나를 보는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는데......

아...띠바! 차라리 보지나 말것을........

그순간 그녀의 입에서 오뎅 건더기가 뿜어 나오면 깔깔대고 웃는 모습이 들어오지 뭡니까?

에고 쪽 팔려라..... 그때의 나의 심정은 스케이트고 뭐고 당장 죽고만 싶더군요.

정신이 오락 가락 혼미한 와중에도 '넌 뒈져야 돼. 넌 살가치도 없는 넘이야'소리가

후장으로 부터 울려퍼지더군요.


엉덩이는 아프지 해골은 아직도 윙 윙 거리며 정신은 없는데 맘은 어찌나 착잡하던지 ....

스쳐지나가는 선배가 일으켜 세원준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긴 했습니다만......

참말로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오늘은 대충 수습이 안되더군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책마련에 골몰하는데 오뎅을 다먹은 그녀는 그녀의 추종자들과 어울려
트랙을 빙 빙 돌면서 내 옆에만 지나치면 입에 손을 막고 낄 낄대고 웃는 겁니다.

이거 참말 미치고 환장 하겠더라구요.



엉덩방아 한번 찧었다고 울면서 집에 가자니 싸나이 체면에 구김이 가고 기냥 게기자니

족팔림이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게다가 그녀와 말을 건내며 스케이트를 타는 넘들은 어쩜 한결같이 잘타는지 ......

 


그것이 어떤 열등감으로 작용했던지 후일 딱 한번 말을 붙여본 적이 있엇습니다.

그런데 오호통재라.....그때 왜 내가 그런 말을 했던고....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 거리면 나의 유치함에 한숨만 나옵니다.

주변머리가 없던 나는 뻔히 알고 있엇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어느 고등학교에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시험을 쳐서 학교에 갔던 때라 그녀가 별로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한걸 가지고 비아냥거렸던거 같습니다.

그녀의 주위에 득실한 넘들도 나보다 못한 고등학교에 시험친 애들이고.....

톡 까놓고 말해서 시골 촌구석에 다 거기서 거기지 뭐이 다를게 있겠습니까?



내딴엔 지난번의 어떤 창피를 만화하기 위해 위신(?)을 세워보려했겠지만 

 

원체 말주변이 없어선지 외간 여자와의 대화가 첨이라서 그랫는지 생각하고 말이

 

틀리게 나온겁니다.

딴 멘트도 많앗건만 왜 그말이 튀어나왔는지...그날 집에가서 거울을 쳐다보며 내자신에게

날린 대포(?)질만 해도 100번도 더 될겁니다.

흔히 드라마에서 관심잇는 상대에게 괜한 생트집을 잡듯 좋으면 좋다고 하면 그만인데 .....

이게 뭡니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미친넘입니다.

평소 마련해 두었던 각종 구라들은 다 어디 갔는지 ....

 

몇 마디 변변히 하지도 못했는데도 이성관계에서 만큼은 고수였던 그녀가 잽싸게

 

상황을 판단하고 한마디 던지곤 외면하더군요.



'아유, 쫓아다니는 애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닝기리......진짜 이런 무시무시한 마무리 개쪽을 당하다니......

아침에 훔쳐 바른 아버님 스킨냄새가 날 더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남자들을 많이 만나본 그녀는 내가 자신한테 관심이 있엇다는걸 뻔히 알았을테고

쭈빗거리면 말을 건 놈이 한다는 것이 그따위 소리나 하고 있으니 일고의 가치도

없엇던 거죠.


그이후로 그녀를 보게 되어도 마음만 시릴뿐 다시 다가갈 용기는 사라지고 말앗습니다.

하지만 스케이트실력은 늘어서 이제는 안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자는 것이 더 힘들 정도가 되었지요.

앞으로 가는 건 물론이고 뒤로도 가고 옆으로도 가고 씨~원하게 얼음판을 깍으면서

 

급정지하는 맛(?)도 알게 되고....남들이 하는 잘난척(?)은 나도 다 할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이런 모습을 보여줄 그녀는 그자리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스케이트는 얼음이 녹으면서 이별을 고하고 그후에도 겨울이 오면

난 어김없이 스케이트장을 찾았고 때론 그녀를 볼수도 있었습니다.

그녀를 볼때마다, 그녀와의 아련한 추억과 잊으려 할수록 더? 생생해지는 그날의

쪽팔림을 어찌하지 못하고 끝내 자격지심에 어색해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어렸던 만큼 순수했던 시절이여......



요즘은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되었던 논들이 택지로 바뀌면서 주위에 집들이 들어서니

스케이트 한번 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몇 번인가 롯데월드에가서 타보고는 그후론 영 기회가 없다가 미국에 가서 다시 스케이트를

타게 되었습니다.

첫사랑의 환심을 사려고 시작햇던 스케이트 실력을 엄한 이국땅에서 노랑머리 여친에게

실컨 자랑하고 왔지 뭡니까...

미쉘이 나보고 프로란 소리도 했고 자기 형제들과의 만남도 스케이트링크에서 주선했을 정도니

배운 보람은 있엇다고 해야 하나?



참 이쯤에서 한가지 고백을 해야 맘이 편하겠네요.

내가 스케이트를 탄다고 해도 엄청 잘 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져 동네 2류급 실력이지만 미국은 그만도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미국은 그런 시설들이 잘 구비되어 있고 어떤 분야든 세계적인 실력자가 미국에 있다는

것일뿐 일반인들은 상 상외로 '말짱 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사람들이 좁은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서인지 재주도 많고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내가 미국에 있을때 미국넘치고 뭐 하나 잘하는 넘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처럼 잡기에 능한 넘들은 더욱더 보기 어려웠구요.

하여튼 별거 아닌 재주도 재주라고 으쓱대는 걸보면서 한심한 생각에 웃은 적도 잇지만

한편으론 그럴수 있는 환경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벌써 삼류본색씨리즈가 시작된지 한달이 되갑니다.

 

이쯤이면 짧은 멘트라도 한번 날릴 만도 하건만 꾸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제깍 답멜날리고 두발 뻗고 주무시길 바랍니다. ^_^ 



..... 휘리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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