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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12
1. 길. 제주도. 밤.
달리는 도우의 용달차. 시야에 공항이 보인다.
2. 출입구 앞. 제주공항. 밤.
출입구에서 나오는 수아와 케빈.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는 케빈. 누구지...?
용달차 안에서 수아를 뚫어져라 보는 도우.
수아 : (도우를 봤다)
도우 : (수아를 뚫어지게 본다)
케빈 : (수아 보며) 여기 계세요. 주차장에서 차 가져올게요...(하다가 수아가 멍하니 도우쪽 보는 거 보고) 아시는 분이에요?
도우 : (차에서 내려 수아 쪽으로 온다)
수아 : (아직도 멍~)
케빈 : 선배님..
도우 : 최수아씨...
수아 : (아직도 멍~) 아는 분인데... 제주도에 놀러 오셨..나..봐요.
도우 : (케빈에게 정중) 안녕하세요.
케빈 : (밝게) 안녕하십니까. 오해 마십쇼! 항공사 계실 때 부군이 제 직속상사였고, 최선배님도 선배였습니다.
도우 : (별 관심 없고 수아 본다)
케빈 : (도우 경계)
수아 : (도우 보더니 역시 멍...) 죄송해요. 제가 지금 가봐야 해서..
도우 : (수아 빤히 보더니 선뜻 자리 뜬다. 다시 용달차로 간다)
케빈 : (도우 가는 거 보고 나서) 차 가져올게요! (주차장 쪽으로 달려간다)
수아 : (멍... 내가 뭘 한 건지. 그냥 땅만 보고 서 있는다)
도우 : (운전석에 가서 앉는다. 수아를 본다)
시선 땅으로 향한 채, 역시 멍~한 수아.
그때 도우가 하이빔을 켠다.
수아, 빛에 반응해서 도우 쪽을 본다. 빛이 쏟아진다. 눈부시다. 눈감는다.
도우, 하이빔 끈다. 계속 눈감고 있는 수아.
도우 : (창밖으로 버럭) 최수아! 정신 좀 차리지?
수아 : (눈을 뜬다. 정신이 들었다) 진짜...서도우.. (울컥)
<공 항 가 는 길>
3. 주차장-출입구 앞. 제주공항. 밤.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케빈. 출입구 앞으로 차를 대고 보는데, 수아가 없다. 두리번.
4. 차 안. 길. 제주도. 밤.
달리는 용달차. 차안의 수아와 도우.
말없이 운전하던 도우. 갓길에 차를 세운다.
도우 : (후~ 깊게 숨을 내쉰다)
수아 : ...
도우 : (핸들을 툭툭 친다)
수아 : ..
도우 : (본다)
수아 : (보지 못한다)
도우 : 여기서 일하고. 살아요?
수아 : (핸드폰이 울린다. 케빈이다. 받지 않는다)
도우 :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 하는 건지.
수아 : (창밖으로 고개 돌린다) 출발해줄래요. 효은이 데리러 갈 시간이에요.
도우 : ...
수아 : ...
-사이.
천천히 달리는 차안.
수아 : 여기요. 여기서 세워줘요.
도우 : 집은 어디예요?
수아 : (핸드폰이 울린다. 케빈이다. 받는다) 미안해요.
도우 : (수아 본다)
수아 : 버스 탔어요. 케빈두 수고 많았어요. (전화 끊고 내리려 하자)
도우 : 수아씨.
수아 : 정말 어렵게... 이제 겨우 살 만한데... 이제 겨우... 살 것 같은데. (말문이 막힌다. 문 열고 내린다)
집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돌보미 할머니. 수아가 달려가자, 수아쪽 보더니 환히 웃는다.
차안에서 그런 수아를 보는 도우.
잠시 후, 효은이가 나온다. 잠이 덜 깬 듯,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
수아가 효은이를 업는다. 가방 들고 할머니께 인사하고 걸어가는 수아.
도우, 라이트 끈 채 천천히 수아의 뒤를 따른다. 수아, 뒤에서 도우가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챈다.
집 앞에 도착한 수아,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들어간다.
도우, 수아가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도우 : 여기라고...? (어이없다)
도우, 미등 켜고 천천히 달려서 자신의 집 쪽으로. 길 끝쯤 가다가 불현듯 생각나는.
#해안가에서 이 길을 걸어가던 여자. 도우가 자전거 라이트를 켜주면, 멈칫 섰다가 다시 가는.
5. 안방-거실. 수아집. 제주도. 밤.
효은이 방에 눕혀놓고, 거실로 나오는 수아. 그대로 주저앉는다. 힘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밖으로 나가는.
6. 길. 수아집 앞. 제주도. 밤.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라이트가 켜졌다 꺼진다. 도우의 차다.
수아, 그쪽으로 간다.
도우 : (차창 내린다)
수아 : 여기서 살아요?
도우 : (끄덕)
수아 : ...집이.. 어디예요..?
도우 : 이 길 끝이요..
수아 : ...
도우 : 그게 다예요?
수아 : 저도 잘 모르겠어요.
도우 : ...
수아 : 이게 뭔지.
도우 : (그저 본다)
수아 : ...정말 모르겠어요.
도우 : 이게 뭔지, (단호하게 본다) 난 아주 잘 알겠는데..
7. 실내. 도우집. 제주도. 밤.
-벽면 하나 가득 이불보(9회 문선생님 댁에 ‘고은희의 비밀’이라며 상자 안에 있던.
바느질로 조각조각 잇고 자수도 한)를 걸어뒀다.
남수, 곱다고 감탄하며 사진기로 찍는다.
-남수, 위치 잡은 달항아리 하얀 면보로 닦고 또 닦고.
남수 : 화룡정점.
도우 : 호텔루 가실래요?
남수 : 그 비싼 델? 낼모레 가는데.
도우 : 고생해서 오셨잖아요. 하루라도 편하게 쉬시라구요.
남수 : 가더라두 내일. 아깝잖아! (소파 타닥타닥 두드리며) 오늘은 여서 자고.
도우 : 다른 거 더 필요한 건 없으시구요? (하더니 멈칫. 딴 생각)
남수 : (양말 벗고 웃옷 다른 쪽으로 놓으면서) 이불은 털 있는 건 내가 두드러기가 나니까,
담요 같은 거 말구 면으루 된 걸루(하고 도우쪽 보니 도우가 없다) 이 양반 또 나갔네.
8. 길. 도우집 앞. 제주도. 밤.
자전거 불빛 보이고. 페달을 밟는 도우.
9. 거실. 수아집. 제주도. 밤.
거실에 앉아 창밖을 보는 수아. 대문 밖으로 자전거 빛이 왔다갔다.
꼼짝 않는 수아. 숨도 쉬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갔나? 싶어서 나가보는 수아.
10. 길. 수아집 앞. 제주도. 밤.
밖으로 나가서 해안가쪽(도우집쪽)을 바라보는 수아. 갔나? 서 있는데.
뒤에서 라이트가 켜진다. 돌아보는 수아.
도우 : (웃으며) 여깄는데.
수아 : ...
도우 : (미소)
수아 : 아 그게... (경직)
도우 : (경직된 수아 표정 읽는다. 뭔지 안다. 더 편하게) 이웃. 최수아씨.
수아 : (괜한 한숨만)
도우 : 추운데 들어가요. 앞으로 오다가다 진짜 많이 볼 거 같은데.
수아 : 오다가다... (생각났다. 이 말. 빤히 도우 보기만)
도우 : (끄덕)
수아 : (잠시 땅만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들어간다)
도우 : (보기만)
11. 길. 제주도. 밤.
기분 좋게 페달을 밟으며 돌아가는 도우. F.O
12. 도우집 전경. 밤.
13. 혜원서재. 도우집. 밤.
“니 아빠 죽었어. 죽기 직전에 나한테 너 보낸 거야. 니 아빠가 하라는 대로 너한테 거짓말한 거구.” 혜원의 목소리.
혜원, 얼른 핸드폰 재생 정지버튼을 누른다.
석 : 통화 직후 바로 사고 났고.
혜원 : 그래서요. 저 때문이라구요? 협박이라도 하시게요?
석 : (그 어느 때보다 점잖게) 이게 협박감은 되긴 하나? 그럼 해야지.
혜원 : ...
석 : (쯧쯧) 도우는 혜원씨 죄책감 들까봐 아예 말도 말자는데, 내가 그럴 순 없잖아. 새겨들어. 협박 아니구 따끔한 충고야.
혜원 : ...
석 : (숨 고르고) 나나 도우나 입 닫고 얼마든지 살아. 도우말대로 어차피 다 벌어진 일. 우리 나이에 뒤치다꺼리 뭘 못해?
...어차피 헤어질 거, 좋게 헤어지자. 아니 좋게 말구... ‘사람답게’ 정리해라. (엄격) 고택 걸구 넘어지지 말구.
혜원 : 따끔한 충고 다 하셨죠. 나가세요.
석 : ?
혜원 : 제가 좀 바빠서요.
석 : (점잖은 태도 갖다 버리고 핸드폰 흔들며) 이 목소릴 듣고도 일이 손에 잡혀! 아 너 진짜... (어이없다) 좋게 말하니까! 아주!
혜원 : (정말 하던 일 마저 한다. 노트북 보고 자료들 비교하고)
석 : (헉.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뿐)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세상에 미안하지도 않냐구!
혜원 : (그저 일)
석 : (기가 차다. 얘 진짜 인간 아니구나... 너무 어이가 없으니 화도 안 난다. 오히려 탄식) 혜원아.. 그러지 마라..
-사이.
혼자 남은 혜원. 두 손으로 이마 받치고 고개 숙이고 있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14. 마당. 도우집. 아침.
마당 쓰는 석. 혜원, 아무 얘기 없이 출근한다.
석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마당 쓸다가.
석 : (열불 난다. 버럭) 당장 갈라서! 질질 끌기만 해봐! 합의는 개뿔!
혜원 : (무시. 그냥 나간다)
15. 해안가도로 전경. 제주도. 아침.
16. 거실. 수아집. 제주도. 아침.
가방 메고 나오는 효은.
효은 : 오늘두 늦어?
수아 : 아니.
효은 : 나 그럼 돌보미 할머니한테 안 간다.
수아 : 왜?
효은 : 할머니 허리 안 좋으셔. 나 때문에 저녁두 차리구. 신경 쓰시는 거 보니까 안쓰럽더라.
수아 : 오구 기특해. 알았어.
17. 버스정류장. 제주도. 아침.
셔틀버스에 효은이 태워 보내고 손 흔드는 수아. 집으로 들어가다가 멈칫. 길을 본다.
도우 : (소리) 이 길 끝이요.
18. 길-도우집 앞. 제주도. 아침.
속도를 내서 걸어 길 끝까지.
수아 : 여기... 집 어디라는...거지..? (하는데 뒤에서)
도우 : (소리) 최수아씨?
수아 : (돌아본다. 당혹)
도우 : 저거예요. 저 집.
수아 : 산책중이에요. 늘... 여기.
도우 : (아무렇지 않은 듯)
남수 : (도우집에서 나오며) 아무래두 아침은 먹구 호텔 들어가 봐야겠지..
도우 : 그러실래요?
남수 : (수아 보더니) 뉘신지..
도우 : (수아 보며) 부탁할 거 있다면서요. 필요한 게 뭐예요?
수아 : ?
도우 : 주문하세요. 근처에 끝내주는 목공소 있어서 알아서 척척.
수아 : (남수 눈치 보인다. 얼떨결에) 식탁이요...
도우 : 몇 식구예요? (정말 궁금한 것) 두 명? 음... 셋?
수아 : 의자는... 두 개면 되구요.
남수 : 두 식구네.
수아 : ...
도우 : 다행이네요. 두 식구라.
남수 : 뭐가 다행인데?
도우 : (딴소리) 넉넉하게 의자 네 개.
남수 : ?
수아 :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자리 뜨려는데)
도우 : 연락처를 주셔야죠.
수아 : !
남수 : 거 알 만한 사람이. 알아야 연락을 드리지.
수아 : 네.
도우 : (수아 앞으로 바짝) 난 번호 그대로예요. 알죠? 혹시나 연락 올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수아 : (핸드폰을 들더니 번호를 누른다. ‘공항’)
도우 : (번호 뜨는 거 보고) 기다렸더니 이렇게 오네. (바로 저장)
산책 낮에 하면 안 돼요? 해질 무렵에 나오니까 집에 갈 때 어둡잖아.
수아 : ?!
도우 : 자전거.
수아 : (아! 그때 그 남자!)
#해안가에서 돌아오는 수아. 자전거페달을 만지는 남자가.
수아, 겁이 난다. 땅만 보며 더 빠르게 걷는데. 뒤에서 은은한 빛이.
멈칫 서는 수아. 길이 환해졌다. 직진.
도우 : 멀리 가봤자 근천데.. 그래두 뭔지 몰라요?
수아 : ...
남수 : (스윽 다가오더니) 이왕 여까지 왔는데 아침은 전복죽 같은 걸루다가 꼬소하게 먹음 안 될까?
도우 : 좋죠.
수아 : (돌아간다)
도우 : (수아 보며) 연락할게요!
수아 : (집으로 향하는데, 설레고 좋은. 비로소 미소가)
19. 출입구 앞. 인천공항. 낮.
죽 둘러서 있는 시드니행 멤버들. 이제 막 도착했다.
박진석을 비롯한 기장단. 미진, 상협, 주현, 은주, 승무원들이 죽 둘러서서.
진석 :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동 : (박수 치고)
미진 : (제일 먼저 자리 뜬다)
진석 : (그런 미진 본다. 부기장과 인사하고 자리 뜬다)
둘이 간 뒤.
상협 : 술이나 한잔 하자.
은주 : 죄송해요. 전 오늘은 이만... (자리 뜬다)
상협 : 케빈 온댔는데.
주현 : 케빈 부기장님? 서울 오셨어?
상협 : 송선배랑 같이 보쟀는데.. 못 가시겠지?
주현 : 송선배 멀쩡한 거 같더니 비행 딱 마치니까 식은땀이 줄줄. 절대 부름 안 돼.
20. 일각. 인천공항. 낮.
횡단보도 앞에 나란히 선 진석과 미진.
진석 : (딴데 보면서) 몸은.. 괜찮냐?
미진 : (진석 보며) 수아 어딨어?
진석 : (미진 보며) 니가 만난다는 어린 앤 누군데? 누가 더 궁금한가 해보자구..
미진 : (유치하다 유치해) 너나 해. (택시 오자 세워서 잡아타고 간다)
21. 길. 수아집 앞. 제주도. 오후.
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수아.
그때, 자전거로 다가오는 도우. 수아, 자신도 모르게 경직.
도우 : (일부러 편하게. 스치며) 이웃님! 일 다녀오시나 봅니다.
수아 : (도우쪽 본다. 자전거 타고 가는 뒷모습)
도우 : (가던 길 가면서 손 흔든다)
수아 : (본다)
22. 현관-마당. 수아집. 제주도. 오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아. 피식 웃음이. (도우가 일부러 수아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저러는 거 안다)
-사이. 마당.
쓰레기봉투 들고 나오는 수아.
우연인지 때마침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도우. 담 너머에서.
도우 : 마침 클린하우스 가는데.. (*제주도는 클린하우스에 몰아서 버린다네요) 줘요. 버려줄게요.
수아 : (건넨다)
도우 : (끄덕. 넘겨받는다. 출발)
수아 : (도우 본다. 표정이 편안해진다)
23. 술집. 해질 무렵.
케빈, 그리고 주현과 상협.
주현 : 우리 팀 분위기 더럽게 안 좋았거든요. (술 마신다) 박기장님 때문에. 으이..
상협 : (케빈 슬쩍 본다) 분위기 왜 이래? 간만에 오신 분한테. 안 그래두 우리 둘만 나와서 미안한데.
케빈 : 아닙니다. 하하. 두 분이라도 어딥니까.
상협 : 은주씨라두 부를까?
주현 : 아까 걔가 젤 먼저 튀었잖아? 봤으면서.
상협 : 케빈 얘기 하기 전이지. 알았음 보러 왔지.
케빈 : 은주씨두 그 팀이었구나. 최수아선배님이랑 세트, 맞죠? 최수아선배님은 종종 보는데.
주현 : (놀람) 최선배를 어떻게 봐?
케빈 : 제주...도.
상협 : 최수아선배 거기 있어? 잘 계신 거 맞지?! 내가 최선배의 행복을 얼마나 빌었는데. 아 불쌍한 수아선배.
케빈 : ? 왜들... 이러세요?
주현 : (상협 보며) 아니라니까. (탁자 탕탕) 그거 잘못 안 거야! 송선배가 뒤집어쓴 거야.
박진석이랑 송선배 그런 거 아냐! 아 답답해. 밤새 대화만, 그저 대화만 했다니까! 박기장은 정말 그게 돼!
상협 : (다급. 입에 자물쇠하며 입 다물라는 손짓)
24. 농구대. 영숙아파트. 해질 무렵.
작은 카세트오디오에서 국민체조음악 ‘하나 둘 셋 넷’ 돌아가고,
혼자 국민체조 하는 영숙. (늘 같이 하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외로이)
25. 주방. 영숙집. 저녁.
식탁에 마주앉은 영숙과 진석, 식사중이다.
영숙 : 이 사진 좀 봐라. 니 동생 뉴질랜드서 사는 집이란다.
진석 : (보는 둥 마는 둥)
영숙 : (사진 치우고. 시무룩) 아침저녁으로다가 같이 체조하던 친구할매가 있었는데..
아침까지 같이 했는데, 점심에 응급실로 실려갔댄다. 딸내미가 문자 했더라. 어찌나 심란하든지..
진석 : 어머닌, 건강 걱정 말라니까.
영숙 : 니 와이픈 아침마다 전화 꼬박꼬박 온다. 잘 지냅니다, 효은이 어떻습니다, 알려주구. 수아 걔... 괜찮은 애야.
진석 : (그냥 식사)
영숙 : 늙으면 건강만큼 가족도 중요해. 응급실로 데려가구 주변에 전화해줄 자식이라두 있는 게 어딘가..싶구..
(슬쩍 보더니) 여기 재개발한다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더라.
진석 : 저희한테 넘겨요.
영숙 : (헉) 이 집 내 맘대로 하라며?
진석 : 건 얘기가 다르지. 어머니두.. 참..
영숙 : 내 집도 내 뜻대로 못하냐?
진석 : 돈이 돼야 뜻도 이루어집니다.
영숙 : (작심) 이 집만큼은 양보 못한다. 내 알아서 처분하고. 알아서 뉴질랜드 가고. 알아서 할 거야.
진석 : ...
26. 주방. 미진집/ 술집 앞. 저녁.
아무렇지 않게 제집마냥 편한 자세로 식탁에서 밥 먹고 있는 제아.
미진은 이제 신경도 안 쓰는 듯, 부스스한 모습으로 냉장고 문 열고 홍삼 한 팩 꺼내서 쭉쭉 빨아먹는다.
제아 : 어디가 어떻게 아프길래.
미진 : 그럼 니가 이러구 있는데, 없던 병두 생기지.
제아 : (먹는 거 보더니) 나두 하나만.
미진 : (화내는 것도 지친다. 그냥 준다)
제아 : (쭉쭉 빨아먹으며) 감시하랴. 알바하랴... 몸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냐.
미진 : 그냥 밥 먹으러 왔습니다, 해. 기분이라두 안 더럽게.
제아 : (딱히 반박도 안 하고) 슬슬 일을 뛰어볼까. (현관으로 가 신발 신는데)
미진 : (핸드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누구지? 받는다) 네...
케빈 : (E) 안녕하셨어요!
미진 : 어? 케빈?!
제아 : 케빈?
미진 : (나가라는 손짓)
제아 : (그냥 듣는다)
미진 : (듣든가 말든가) 웬일이야? 반가워라!
-술집 앞에서 전화중인 케빈.
케빈 : 저 잠깐 서울 왔어요. 뵙고 싶었는데 몸은 괜찮으세요?
미진 : 어딘데? (진짜 나가려고 하는데)
케빈 : 진석선배님이랑 술 한잔 하려구요.
미진 : ! (하지만) 아쉬워라. 다들 나 몸져누워 있는 걸루 알아. 케빈이랑 둘만 만나면 내가 어떻게든 나가겠지만.
케빈 : 아. 아깝습니다. 송선배님한테만 전화할껄... 하하하.
미진 : (웃는다) 말만이라두 기분 좋네.
제아 : (나간다)
미진 : 가라!
케빈 : 누구 있었습니까?
미진 : (나가는 제아 들으라는 듯) 어 수아 동생. 끄덕하면 와서 밥 얻어먹어.
제아 : (그걸 왜 말해!? 오만상 찡그리더니. 버럭) 잘 먹고 갑니다. (나간다)
케빈 : 수아선배님은 종종 봬요.
미진 : ?
케빈 : 제주도에 계시잖아요. 수아선배님.
미진 : ...걔 어떡하구 사는데..
케빈 : 효은이랑 잘 살죠. (하하) 시간 되시면 꼭 놀러 오십쇼!
미진 : ...
-끊고 나서 뭔가 개운하지 않은 케빈.
-끊고 나서 미진.
미진 : ..서도우 떨쳐내려고 멀리멀리 도망간 거였어.. 최수아...너 답다.
27. 주차장. 영숙아파트. 저녁.
전화 받는 진석.
진석 : 송사무장님두 나온다며?
케빈 : (E) 몸이 안 좋으시다네요. 제가 글루 갈까요?
진석 : 아냐. 지금 어머니한테 와 있는데.. 얘기가 길어지네. 집문제 때문에...
28. 길. 저녁.
왔다갔다 하는 케빈.
케빈 : 괜찮습니다. 걱정 마십쇼. 네. 놀러 오십쇼. (전화 끊는다. 고개 갸웃)
29. 주차장. 영숙아파트. 저녁.
케빈과 통화 후 바로 미진에게 전화하는 진석. 받지 않자.
진석 : (어쭈) 케빈은 받고, 나는 안 받고.
30. 주방. 미진집. 밤.
혼자서 맥주 마시는 미진.
핸드폰을 보는 미진. 부재중전화, 박진석. 무시하고 계속 술 마시는데 딩동딩동. 울리는 벨.
31. 거실. 미진집. 밤.
소파에 앉는 진석.
미진 : 와이프 없고. 시간은 있고. 이 자유를 누려야 하는데. 또 나야? 아.. 젊은 애들은 너무 덤빈다구 했지.
아무리 그래두 너무 들러붙는다.
진석 : 들러붙어? 표현 참 구차하네. 여기 드나드는 빌붙는 그 남자애. 그런 애를 두고 들러붙는다고 하는 거야. 백수에 연하에.
미진 : (또 그 얘기) 그니까. 왜 구차하게 굴어. 박진석 구차랑 안 어울려.
진석 : 오고 싶음 오는 거구 오기 싫음 안 오는 거구.. 내 마음이 그러면 그러는 거구.
미진 : (뚜껑 열린다) 아, 마음.
#9회 32씬.
진석 : (마저 마시고 잔 내려놓는다. 진지) 넌 나랑 아쉬운 거 없어? 그냥 마음 가는 대루 하자.
미진 : 내가 세상에서 젤 증오하는 말이 ‘마음 가는 대루’야! 수시로 바뀌는데, 하찮은 그 마음이 뭐! 뭐!
진석 : 아.. 그날... 마음 가는 대로 하니까 미련은 없잖아.
미진 : 후회가 쓰나미다! 제발 정신 좀 차려. 니네 가정 부서지기 전에!
진석 : (경직) 내 가정은 내가 알아서 지켜. 어디 함부루..
미진 : (발끈) 최수아 제주도 갔다며? 왜 갔을까? ...애쓰는 거라구! 최수아 죽을힘을 다해 가정 지키려고 애쓰는 거라구!
가서 아빠노릇, 남편노릇이라도 해가면서 여기서 자유를 누리시든가.. 여기 드나드는 니 처남 신경 그만 쓰구!
진석 : (놀람) 처남? 여기 드나드는 게 제아야?
미진 : 당신 우리집 드나드는 거 제아가 봤고! 그래서 나 협박하고 감시하고!
최수아는 제주도까지 가서 처절하게... (말하다가 만다) 왜! 당신 혼자만 멀쩡한데!
32. 엘리베이터 앞. 수아아파트. 밤.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진석. 열 받은 얼굴.
#당신 우리집 드나드는 거 제아가 봤고! 그래서 나 협박하고 감시하고!
진석 : (정신 차리자... 일단 확인을. 핸드폰 꺼내서 공항예약 홈페이지 연다)
33. 길. 수아집 앞-도우집 앞. 제주도. 아침.
집에서 나와 도우집 쪽으로 죽 걸어가 보는 수아. 근처쯤 갔다가 아무도 없는 것 확인하고, 그냥 돌아서 간다.
천천히 가는데. 용달차가 빵빵.
수아, 돌아보자 운전석의 도우.
도우 : 식탁 때문예요. 고객님 취향을 좀 알아야 하는데...
수아 : 이번엔 고객(풉)
도우 : (끄덕) 타시죠! 이웃이자 고객님.
수아 : (타면서) 9시까지 공항에 가봐야 해요.
도우 : 왜요?
수아 : 일해요.
도우 : 것 봐. 다시 공항이라니까.
수아 : ...
도우 : 그럼... 거기나 가죠.
수아 : ?
도우 : (미소)
34. 길. 차 안. 제주도. 오전.
운전석의 도우. 조수석의 수아.
수아 : ...
도우 : (수아 본다)
수아 : (어색해서 말 돌리는) 저기 짐칸이요. 저기.. 용달차 뒤에 함 타보고 싶었는데..
도우 : 해요.
수아 : 나중에요.
35. 목공소. 제주도. 오전.
아무도 없는 목공소.
수아 : 여긴 어디예요?
도우 : 여기 주인분 알아두면 도움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수아 : ..
도우 : (팔짱 끼고 빤히 보며) 나무식탁이 좋아요? 아님 다른 거?
수아 : 나무.
도우 : 색도 다양한데. 은은한 것부터 진한 거까지.
수아 : ...진해야, 음식물 떨어져두 덜 티나지 않나?
도우 : 아~~ 진한 거 좋아하는구나..
수아 : ..아니다. 은은한 거. 위에 테이블보를 깔든가..
도우 : 아... 은은하게. 감추는 거 좋아하는구나..
수아 : 아 진짜. (웃음이)
도우 : 얼마나 오래 있을 거예요?
수아 : (생각지 못한)
도우 : 아주 튼튼한 나무루 해주게. 세월이 가면 갈수록 질감도 좋아지고. 어떤 풍파에도 견뎌내는.
수아 : (본다)
도우 : 얼마나 있을 거예요?
수아 : ..아직 생각을 정리 못했어요. 얼떨결에 와서..
도우 : 생각해봐요.
수아 : (도우 빤히 보더니) 좀.. 달라진 거 같아요.
도우 : (저요?)
수아 : (끄덕) 뭔지 모르게... 편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도우 : (미소) 그거 맞아요.
수아 : ..
-사이.
차 있는 곳까지 같이 가는 둘.
도우, 문을 열어준다. 수아가 탈 수 있게 옆에서 잡아준다.
수아, 그런 도우를 본다. 도우, 아무렇지 않게 수아 옷까지 안으로 넣어주고 문 닫는다.
문 닫고 난 뒤. 차 앞으로 운전석까지 걸어가면서 차창 너머 수아를 본다.
#2회. 한강 둔치에서 차안의 수아와 차 밖의 도우,
마주보던 수아도 차 앞을 지나서 운전석에 타는 도우를 빤히 본다.
운전석이 열리고 타는 도우. 하고 싶은 말, 감정, 다 참는 듯. 침묵. 수아도 순간 긴장.
하지만 도우, 수아 안전벨트 한 것 확인하고 시동 건다.
36. 식당. 김포공항 근처. 낮.
케빈과 식사중인 진석.
진석 : 와이프가 신세 많이 진다며..
케빈 : 신세는요. 아는 거 알려주는 것뿐인데.
진석 : 몇 시 비행기야?
케빈 : 오후 두 시요.
진석 : 시간이 같네. 같이 가. 쉴 때라도 가족한테 가봐야지.
케빈 : ? ....네!
37. 일각. 제주공항. 낮.
무전기 들고 왔다갔다 하는 수아. 문자가 오자 들여다본다.
읽으면서 사람 없는 틈을 타 문자도 보내고. 핸드폰은 유니폼 주머니에.
도우 : (문자소리) 식탁과 관련해서 긴히 만나 뵙고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몇십니까?
38. 목공소. 제주도. 낮.
지영과 같이 식탁에 쓰일 나무를 고르는 도우.
수아 : (문자소리) 오전근무가 두시에 끝납니다.
도우 : (문자소리) 알겠습니다. 정확하게 데리러 가겠습니다.
39. 사무실 앞. 제주공항. 낮.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아. 들뜬 마음에 얼른 가려는데 전화가. 케빈이다.
40. 식당 앞. 김포공항 근처/ 사무실 앞. 제주공항. 낮.
케빈 : (식당 안의 진석의 모습이 보인다) 효은이 캠핑 갔다고 하세요. 저희 집에 효은이 며칠 두셔두 되구요.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놀러 오라고 해서..
수아 : 아니에요. 그게 왜 케빈 탓이야. 일단.. (어떡하지) 일단.. 잠깐만요. 몇 시 도착인지만 문자 줘요.
내가 지금.. (허둥지둥) 잠깐... (끊는다. 생각중) 어떡하지... 이걸... (하다가 얼른 전화 건다)
41. 목공소. 제주도. 낮.
핸드폰에 뜬 ‘한강둔치’ 보고 놀라는 도우.
도우 : (감격. 장난) 이게 얼마만의 통홥니까. 감격스러운데요?
수아 : (E) 오늘 두시.. 좀 힘들 것 같아서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죄송해요.
도우 : (걱정된다. 하지만 기분 좋게) 그래요. 다시 연락 줘요.
수아 : (E) 네.
도우 : (끊고. 핸드폰에 뜬 ‘한강둔치’라는 이름 다시 본다)
42. 출입구 앞. 제주공항. 낮.
달려가는 수아. 얼른 택시를 잡는다.
43. 운동장. 효은학교. 제주도. 낮.
체육수업 중인 효은. 일부러 효은이 눈에 잘 띄게 왔다갔다 하는 수아.
학생들이 수아를 보자, 그쪽을 보는 효은.
-사이.
효은 : (놀라서) 어떻게!
수아 : 진정하구. 일단 도우미 할머니댁에 가 있어. 만약에 아빠가 자구 간다구 하면 케빈삼촌이 너 데리러 올 거야.
효은 : 아빠후배가 이 거짓말에 동참해준다구? 엄만 걸 믿어? 한패 아냐?
수아 : (됐고) 그딴 걱정 하지 말구. 넌 절대루 집에 오면 안 돼!
효은 : (끄덕)
수아 : 어차피 한번은 닥칠 일이니까... 어떻게든... 해보자. (허겁지겁 자리 뜨려는데)
효은 : 엄마!
수아 : (본다)
효은 : (야무지게 타이르듯) 쫄지 마!
수아 : 네. (피식, 하고 돌아서는데)
44. 거실. 수아집. 제주도. 낮.
헐레벌떡 들어오는 수아.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났다. 부랴부랴 방으로 들어가서 더덕더덕 붙여놓은 ‘가정통신문’ 등을 다 떼어낸다.
한국교과서도 싹 다 서랍에 넣고. 사진이며, 죄다 상자에 넣어서 구석에 밀어놓는다.
45. 길. 제주도. 오후.
도우집 쪽에서 수아집 쪽으로 도우가 운전중인 용달차가 달린다.
수아집 앞을 지나쳐 가는데, 저 앞으로 수아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도우, 차를 세우고 본다. 수아, 슈퍼로 들어간다.
수아가 들어가자마자, 도우를 지나치는 케빈의 차.
-도우, 슈퍼 안에 있는 수아를 본다.
슈퍼 안의 수아. 음료수 한 병을 사더니 들이켠다. 긴장한 듯.
-케빈의 차. 길을 타고 죽 들어와 수아집 앞에 선다.
-도우, 수아가 물 몇 통 사서 나오는 것을 본다.
46. 마당. 수아집. 제주도. 오후.
마당을 서성이는 진석. 그 옆에 안절부절 못하는 케빈.
진석 : 집 비워 두고 어딜 간 거야..?
케빈 : 문 열어두고 간 거 보면 근처에 간 거 같은데요..?
진석 : 잠그나 마나.. (야트막한 돌담 보며) 애두 넘겠다. (휘 보며) 집이 엉성하네.
케빈 : 워낙 평화로운 동네다보니. (괜히) 하하하.
마침 들어오는 수아.
수아 : (들어오며) 왔어요.
진석 : (그냥 보기만)
케빈 : (괜찮아요? 하듯 수아 본다)
수아 : (눈 찡긋)
47. 수아집 앞. 제주도. 오후.
-수아집을 나오는 케빈. 차 있는 곳으로 가다가 용달차를 본다.
-용달차 안의 도우. 돌담 너머 왔다갔다 하는 진석이. 시동 건다.
케빈 : (용달차 지나가게 몸을 비키다가 무심코 운전자 도우를 본다. 고개 갸웃... 누구더라...)
48. 길. 제주도. 오후.
달리는 용달차.
운전중인 도우. (#10회 엔딩. 진석과 마주하며 걷던) 진석의 얼굴을 떠올린다.
49. 여기저기. 수아집. 제주도. 오후.
-요와 이불 개켜 있는 안방. 트렁크가방 엎어놓고 대충 화장대로 쓰고 있고.
-거실. 역시 휑하다. 대충 둘러보는 진석.
진석 : 책상도 없어? 효은이 공부는?
수아 : 적응하는 거 봐서 살까 했지.. 물 마실래요? (사온 물 건넨다)
진석 : 잠깐을 살더라두 제대루 살아야 적응두 빨리 하지. (대충 거실에 걸터앉아 물통 받아들며) 정수기 놔줘?
수아 : (고개 절레절레)
진석 : (슬쩍) 내가 얼마 전에 송미진씨 누구 만나냐고 물어봤지. 그때 좀 이상해서 떠본 건데..
수아 : ?
진석 : 그게 제아더라. 당신 동생, 수시로 드나들더라구.
수아 : (멈칫. 어이없지만 그냥 듣는다) 그래서..
진석 : 안 이상해?!
수아 : (본다) 뭐가 이상해요. 둘이 만나는데 뭐 문제 있나? 필요하니까 보겠지.
진석 : 하긴 필요하니까. 근데 미진씬 왜 나한테 반찬을 줘? 아, 내가 그 얘기 안 했나?
수아 : (가증스럽다. 이 인간.. 하지만)
진석 : 우연히 봤는데 밑반찬을 주더라구. 부담스럽긴 했는데 맛있더라. 음식 잘해.
아. (열연중) 내가 충분히 고맙다고 말했으니까 고맙네 어쩌네 연락하진 마. 또 갖다 줘, 하지 마.
수아 : (피식)
진석 : 웃어?
수아 : 우습잖아. 오자마자 득달같이 물어본다는 게 제아와 미진이라니. 얼마나 우스워.
진석 : (뭐지..?) 하다보니 나온 얘기지. 그걸 뭘..
수아 : ..미진인 자주 봐요?
진석 : (뚫어지게 본다. 기다렸다는 듯이) 제아가 무슨 소리 했지?
수아 : 아니.
진석 :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봐?
수아 : (똑같이) 하다보니 나온 얘기지. 그걸 뭘..
진석 : (어쭈. 따라해. 하는 김에 더 적반하장) 송미진 왜 그런 거야? 제아가 의심한다구 나한테 뭐라구 하던데.
반찬 줄 땐 언제구 나보구 조심하래. 웃기는 여자야.
수아 : 미진이가 그래? (딴데 보며) 보기 좋네. 동료끼리.
진석 : (괜히 더) 이상한 생각한다. 어?! 자넨 남자승무원들이랑 술 안 마셔? 얘기 안 해? 케빈이랑 안 다녀?!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멈춰 서는 지영.
지영 : 손님 계셨네! 식탁사이즈 때문에. 서도우씨가 보고 오래서요. (하는데, 둘의 싸한 분위기에 휙 보더니) 대충 봤습니다!
수아 : 네.
진석 : ...
지영 : (바로 나간다)
수아 : (진석 빤히 보며) 나 요즘 미진이랑 연락 안 해. 안심해요.
진석 : (움찔. 벌떡 일어나서 간다)
50. 가구점. 제주도. 오후.
진석, 스윽 둘러본다. 수아는 따라다니고.
진석 : (상판 탁탁 치며) 제대루 하구 살아. 잡도 얻었겠다. 효은이 학교 잘 다니겠다.
나두 한 달에 한두 번 제주도 와서 바람도 쐬고. 당신도 슬슬 살구. 좋잖아. 침대 2개? 싱글로다가.
수아 : 됐어. 매트만 사.
진석 : 효은이 졸업할 때까지만 최소 6년이야? 왜 대충 살아?
수아 : 내가 빨리 올라갈까봐 겁나요?
진석 : 응.
수아 : 응?
진석 : 결혼한 지 10년 넘어서 이렇게 가끔 보는 게 자네한테나 나한테나 축복인줄 알아야 돼.
수아 : 뭘 위한 축복인데?
진석 : 이렇게 사는 게 현명한 거야. 애틋하잖아. 애틋함이라두 있는 게 어디야.
수아 : (어이없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정은 애틋함만 있음 돼?
진석 : 왜.. 시비야. 까놓구 자네도 자유롭잖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마음껏 누리라구. 이런 남편 흔치 않아.
빡세게 일해서 돈 따박따박 보내주면서 자유롭게. 게다가 제주도서. 이게 웬 호사야. 누리라는데..
수아 : 같이 살기 싫은 것도 부부(ㄴ)가?
진석 : (무시. 가구 본다)
수아 : 이래두 부부냐구... 당신한테 난 뭐야?
진석 : (식탁 쪽으로 가며) 너에게 난 뭐냐... 그런 상투적인 질문은 그나마 뭐라두 남아 있을 때 하는 거야.
뭐라두 남았어야 그 오글거리는 질문에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지. 나이가 몇인데...
수아 : (얼음)
진석 : (식탁 앞으로 상판 탁탁 친다) 이거 괜찮네.
수아 : (단호) 식탁 샀어.
진석 : 그래? 침대는 됐다고 했고. 책상 사자.
수아 : 식탁 하나면 돼.
진석 : 소파는?
수아 : 식탁 하나면 돼.
진석 : 뭐가 다 식탁 하나면 돼.
수아 : 그거면 다 돼.
더 이상 진석 옆에 있기 싫은 수아, 옆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 옆으로 와서 앉는 진석.
침대 위 나란히 앉아본 게 얼마만인지. 순간 어색한 둘. 괜히 핸드폰 보는 진석.
분위기 파악 못하고 다가오는 판매원. “침대는 누워보셔야 알죠. 호호호.”
수아가 먼저 일어난다.
51. 가구점 앞. 제주도. 오후.
수아가 나오고, 뒤이어 나오는 진석.
진석 : 택시 타면 돼?
수아 : 몇 시 비행긴데요?
진석 : 한 시간 뒤.
수아 : 마을버스 타두 되구..
진석 : 빠른 걸루 타.
수아 : (다른 방향 본다)
진석 : (수아 보는 곳과 반대방향 보며)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둘.
52. 일각. 제주공항 앞. 늦은 오후.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 수아.
53. 카페. 늦은 오후.
미진 : (들어오자마자) 충성!
현주 : (본다)
-사이.
마주앉은 둘.
미진 : ...
현주 : 박진석이지?
미진 : 선배. 또 어디서 주워들었어. 아냐...
현주 : 내가 봤어. 예전에. 니 둘 구석에서 얘기하는 거. 격렬하게 싸우더만.
미진 : 옛날 옛적. 박진석 싱글이었고, 언니 48키로 나가던 시절에 사귀다 깨진 사이. 됐어?
현주 : 수아한테 사과해.
미진 : .....
현주 : 선배말 안 들어?
미진 : 왜?
현주 : 알아. 니가 뭔 죄니? 근데, 이게 아줌마 사이에선 정의야. 남편이 결혼 전에 만났던 여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얼쩡거림 안 돼.
그니까 니가 사과해. 따지지 말고 무작정. 그럼 돼.
미진 : ...이 집은 술 안 팔아?
현주 : 사과하고 억울해 미치고 팔딱 뛰겠음 와. 술 사줄게.
미진 : ...
54. 홍갤러리 전경.
55. 지은사무실. 홍갤러리. 늦은 오후.
매듭 꼬고 있는 미진. 그리고 지은.
미진 : 나보고 이걸 왜 하라는 거야?
지은 : 심란하다며. 정신건강에 좋아.
미진 : ...술이나 마시자니까. (그러면서 또 한다)
지은 : 바로 회의 있어. 미안.
미진 : ... (하다 관둔다)
그때, 들어오는 경숙. (두 팔에 서류 잔뜩 들고)
경숙 : (인사하고)
지은 : 어. 내 친구. 심란하대서 평정심 유지하는 법 가르쳐주는 중.
경숙 : (웃음) 서도우씨한테 연락 왔어요.
지은 : (화들짝) 어딨대!
경숙 : 제주도요. 거기 어르신 물건들 둘 곳도 다 마련했대요.
지은 : 역시!
미진 : (더 놀람) 제주도?! 서도우가?
56. 홍갤러리 앞. 늦은 오후.
나오는 미진.
미진 : 어떻게 된 거야.. 수아, 헤어진 거 맞는데.. 근데..갔더니...거기서 우연히, 서도우를? (고개 절레절레)
57. 일각. 제주공항 앞. 늦은 오후.
사복 차림으로 퇴근하던 케빈, 벤치에 앉아 있는 수아를 발견. 놀란다.
케빈 : (놀라서) 아직까지 계셨어요?
수아 : (정신 들어 본다)
케빈 : 박기장님은요? 벌써 가신 거예요?
수아 : 네. 후다닥 왔다 후다닥 가버렸네요.
케빈 : 잠깐이라도 보고 싶으니까 오신 거죠! (하하)
수아 : ...
케빈 : (무안)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수아 : 아니. 괜찮아요. (힘없다)
케빈 : (유심히 보더니) 들킨 얼굴인데. 국제학교.
수아 : 안 들켰어요. 건 의심두 안 하던데요.
케빈 : ..거짓말 계속 하실 거예요?
수아 : ...
케빈 : 왜요?
수아 : ...
케빈 : 선배님이나 효은이나,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수아 : (그러게. 그게 왜였더라. 무지 고통스러워서 일루 온 건데) 그러게. 왜 그랬을까...
그땐 거짓말을 해서라두 도망치고 싶었는데. 이젠... 거짓말을 해서라두 여기 있고 싶구.
거짓말을 계속 해야 하나 멈춰야 하나...
케빈 : 선배님. 이거. (손 올리더니 양쪽 선반 치듯이 톡톡 치다가 획 돌아서는 수아의 승무원 자세) 점검 끝.
수아 : !
케빈 : 끝내야죠. 그래야 좋은 걸 당당히 누리죠.
수아 : (대답 대신 앉아서 양손 위로 톡톡톡)
58. 전시실. 도우집. 늦은 오후.
전시장을 잘 닦고 있는 석.
그때, 전시장 앞으로 이삿짐차가 서는 것을 본다.
석 : (나가면서)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남자 : 여기가 김혜원씨 댁이죠?
석 : 그런데요?
59. 카페. 늦은 오후.
홍갤러리 건너편의 카페.
통화중인 혜원. 앞에 놓인 서류봉투를 만지작만지작.
현정 : (E) 20분부터 10분 정도 시간은 비어.
혜원 : ...
현정 : (E) 올 거야, 말 거야?
혜원 : ...
-사이.
가만히 앉아 있는 혜원.
60. 카페. 낮. (과거. 애니와 처음 보고 얼마 뒤)
애니와 마주앉은 혜원.
혜원 : (앞에 노트북 놓고 키보드 치는 중) 한식 좋아하고, 꿈은 건축.
애니 : 도예로 할래요.
혜원 : (본다) 왔다갔다 하지 마. 그때그때 합의된 말들은 적어서 보내줄게. 외워. 까먹지 말구.
애니 : 애니란 이름 싫어요. 그냥 은우로 해요.
혜원 : 새 가족인데 새 이름으로 해.
애니 : 독립적이고 자기주관 확실한 유학병 걸린 애니. 왜 그래야 하는데요?
혜원 : 그렇게 살아. (다시 적는다) 이번엔 진짜 도예다.
애니 : (툭 하고 물잔 건드려서 쏟아진다)
혜원 : (수건 꺼내서 닦아준다) 칠칠치 못하게.
애니 : (본다. 젖은 수건. 훗날 애니 상자에 들어있던 하얀면에 자수가 되어있는. 애니, 수건을 잘 접는다) ..꿈이 뭐였어요?
혜원 : 걸 니가 알아서 뭐하게?
애니 : 딸인데, 엄마 꿈 정도는 알아야죠.
혜원 : 보통 자식은 엄마 꿈 따위엔 관심 없어.
애니 : 전 관심 있는 애로 해줘요. 그렇게 적어요. 독립적이고, 자기주관 확실하고, 효심이 지극한... 은우. 서은우.
혜원 : 기왕이면 도우씨가 부르는 이름으로 해. 그런 아빠 니 인생에 택두 없어. 감지덕지야.
애니 : 그래서 꿈을 이룬 거예요? 서도우 만나서?
혜원 : ...
애니 : 아직 대답 안 했어요. 꿈이... 뭐예요?
혜원 : 난 꿈이란 말 싫어해.
애니 : ‘진짜 비참한 애들만 쓰는 말이 꿈이다.’
혜원 : ?
애니 : 아빠가 말해줬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구..... 진짜네. 그 말 듣구... 나 안 찾는 거 이해했어요.
혜원 : (본다. 이거 만만치 않네)
61. 카페. 늦은 오후. (현재)
-혜원이 앉았던 자리에 컵만 놓여 있다.
-카페창 너머 횡단보도. 갤러리 쪽으로 건너가는 혜원이 보인다.
62. 관장실. 홍갤러리. 늦은 오후.
홍관장과 혜원.
혜원 : 고택은 재단에서 기부형식으로 자금조달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도우씨가... 잘 지킬 겁니다. 도우씨가 살고, 도우씨가 관리해야 관장님이 아시는 대로 보존됩니다.
다른 사람이 관리하면, 절대로 그대로 보존될 수 없어요.
도우씨 이후 후계자가 없을 때엔 재단으로 들어오게끔 조치하겠습니다.
관장 : (보더니) 위자료는 어떻게 할까.
혜원 : ...
#카페. 과거. (61씬에 이어지는)
애니 : 이렇게까지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게 뭐예요?
혜원 : 효심이 지극한 애니가 그렇게 물었다 치고. 합의된 항목으로 대답해줄게. ‘다 너를 위한 것이다. 딸아.’
애니 : (잠시 보더니) 그 말 믿을게요. (울컥) 저 데리고 있는 거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할게요.
...애니란 이름 쓸게요.
혜원 : ...
-다시 관장실의 혜원.
혜원 : 제가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게... 제... 꿈이에요.
관장 : 꿈? (피식)
혜원 : 공부하고 싶은 과정. 일하고 싶은 분야. 구체적으로 작성해봤습니다. (내민다)
관장 : (힐끗 보더니) 고민 많이 했네.
혜원 : ...
63. 홍갤러리 앞. 늦은 오후.
갤러리를 나오는 혜원.
횡단보도 앞의 혜원, 하늘을 본다.
64. 목공소. 제주도. 늦은 오후.
지영이 식탁의 상판을 다듬고 있다. 그 옆에서 돕는 도우(작업용 가죽에이프런 하고).
지영 : 난 내가 만든 식탁 절대 내 주방에 안 놔. 내가 만든 식탁에 내가 만든 음식에... 뭐야, 세상에 나밖에 없는 거 같잖아.
혼자 사는 사람들은 누가 해주는 거 하나라두 있음 그게 최상품이야.
도우 : 하하. (전화가 온다) 잠시만요. (받는다)
석 : (E) 놀랄 노자다. 혜원이 나간단다. 이게 웬일이냐.
도우 : (가만히 듣는다)
65. 어딘가. 목공소 뒤편. 제주도. 늦은 오후.
통화중인 도우.
혜원 : (E) 이번주 안으로 갈게. 그래두 얼굴은 봐야지.
도우 : 내가 갈까?
혜원 : (E) 그럴 수 있음 그래주구..
도우 : 그래.
혜원 : (E) 아니다. 뭘 그래. 아저씨한테 서류 맡겨놓을게. 둘이 해결해도 되고..
도우 : 갈게.
혜원 : (E) 또 물어볼게. 만약, 애니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당신이 날 봐줬을까?
도우 : ...
혜원 : (E) 애니 때문이었던 거지? 이제 진실을 말해줘두 되는데.
도우 : 죽 지켜봤었어.
#전시실. (과거)
-(도우의 시선으로)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혜원.
-(도우의 시선으로) 시연하는 은희. 그 옆에서 은희의 손을 뚫어져라 보는 혜원. 감탄 또 감탄하며.
도우 : 사랑하지 않은 여자랑 결혼 안 해.
혜원 : ...
도우 : 이젠 초조함, 불안감, 이런 거 없이 편하게 살아...
혜원 : (E) 당연히 그래야지.
도우 : 괜찮으면... 애니한테 가봐. 좋아할 거야.
66. 납골당. 늦은 오후.
이미 그 앞이다. 하지만.
혜원 : (전화 받으며) 생각해보고... 응. (바로 끊는다)
한 번 더 애니사진 보고.
#카페. (전 회상에 이어지는)
애니 : 나... 잘할 자신 있는데.
혜원 : 그래서?
애니 : 같이 살면 안 돼요? 할머니. 석이삼촌. 엄마. 도우아빠. 나. 다 같이 가족으로.
혜원 : (불안하게 본다)
현재의 혜원. 애니의 사진을 보면서 처음으로 애틋함을.
혜원 : 니 말대루.... 그냥 같이 살걸...
67. 목공소 앞. 제주도. 늦은 오후. (혜원과 통화 후)
목공소에서 나오는 도우. 죽 걸어서 해안가 쪽으로.
68. 해안가. 제주도. 늦은 오후.
도우 : (하늘 보며) 엄마.. 위로해주고 있지?
#애니의 해맑게 웃는 얼굴.
도우, 걸터앉아 바다 본다.
69. 버스 안. 제주도. 늦은 오후.
버스 안의 수아. 풍경을 본다.
70. 버스정류장-해안가길. 늦은 오후.
버스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 수아. 케빈과의 대화 떠올린다.
#방금 전. (회상)
수아 : 그땐 거짓말을 해서라두 도망치고 싶었는데. 이젠... 거짓말을 해서라두 여기 있고 싶구.
거짓말을 계속 해야 하나 멈춰야 하나...
케빈 : 선배님. 이거. (손 올리더니 양쪽 선반 치듯이 톡톡 치다가 획 돌아서는 수아의 승무원 자세) 점검 끝.
수아 : !
케빈 : 끝내야죠. 그래야 좋은 걸 당당히 누리죠.
수아 : (대답 대신 앉아서 양손 위로 톡톡톡)
걷다가 멈추는 수아. 눈을 감는다. 손을 올린다. 양쪽으로 손가락 톡톡톡.
#과거. 기내. 승무원복의 수아. 양손 올리고 선반을 톡톡(선반 닫혔는지 확인하는) 복도 끝에서 정지.
눈감고 양손 올린 채.
수아 : 점검 끝.
71. 해안가. 제주도. 늦은 오후.
왔다갔다 하던 도우.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 확인하더니 달려간다.
72. 도우집 앞. 제주도. 늦은 오후.
집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수아.
도우가 다가오자. 감정을 참는 수아, 고개 숙이고 땅을 보며. 중얼중얼.
뭐지? 의아한 도우, 다가간다.
수아 : (고개 들어 밝게) 여기두 그게 될래나...
도우 : ?
수아 : 차로 한 바퀴 휘.
73. 길. 제주도. 해질 무렵.
침묵 속, 달리는 용달차.
도우 : ...
수아 : ...
도우 : ...
수아 : 묻고 싶은 거 많죠?
도우 : 당연하죠. 뭐부터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데..
수아 : 차 좀 세워줄래요?
도우 : ? (일단 세운다)
수아 : 저.. 뒤에 타두 돼요?
도우 : (끄덕)
수아 : 그동안 이거 보고 있어요. (자신의 핸드폰에서 뭔가 찾아서 내민다)
도우 : (받아들고. 본다)
수아 : 언제부터 살았는지, 어떻게 이 동네에 왔는지, 도우씨가 궁금한 것들 여기 다 있어요.
도우씨 생각날 때마다 나한테 보낸 문자들이에요. (차에서 내린다)
도우 : (놀람. 찬찬히 읽어본다. 중간중간 찍은 사진과 문자)
#11회 수아가 찍은 창고사진. 그때의 글. ‘도우씨 같은 곳을 찾았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방법을 찾았어요.’ ‘도우씨 생각하며 나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예요.’
74. 대합실/ 제주공항 앞. (방금 전)
텅빈 대합실을 보는 수아.
-2회 66씬. (수아시점)
에스컬레이터 위의 수아, 도우를 내려다본다. 점점 가까워진다. 도우가 고개를 든다. 서로 보는.
수아 : (문자소리) 그날부터
-2회 82씬. (차안 수아시점)
도우, 한강에 유해를 날리는
-11회. 제주 해안가를 왔다갔다 하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비슷한 곳만 맴돌고.
-길.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본다.
(70씬의 승무원 자세) 팔을 올려 선반 톡톡 두드리듯이 걸어가면서 중얼중얼.
수아 : (문자소리) 늘 같은 말만 하고.
75. 길. 도우집 앞. (방금 전)
걸어가는 수아. 눈앞에 도우의 집이 보인다. 울컥하는.
(71씬의 수아시점) 왔다갔다 하는데, 시야에 도우가 들어온다.
감정을 참는 수아, 고개 숙이고 땅을 보며. 중얼거린다. “보고 싶었어요...”
76. 길. 제주도. 해질 무렵.
-달리는 차. 짐칸의 수아,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머리 날리는.
-운전중인 도우.
도우 : (운전하며) 내가 했던 말 기억나요? 오다가다 또 보면, 그땐 나도 모른다고.
수아 : ...
도우 :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수아, 대답 대신 두 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본다. 바람이 분다.
두 손을 높이 들어본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관통.
수아,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톡톡톡. 하늘을 향해 쭉 편다. 살 것 같다.
-12회. 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