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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민화 시 <금계 이야기> 대본 블라디미르 벨스키 / 러시아어 초연 1909년 10월 7일 모스크바 솔로돕니코프 극장 배경 가공의 시대, 동화의 나라인 도돈 왕국 <2003 파리 샤틀레 극장 / 108분 / 한글자막> 파리 오케스트라 & 마린스키 합창단 연주 / 켄트 나가노 지휘 / 이치가와 엔노스케 연출 / 미술 아사쿠라 세츠 도돈 왕..............동화의 나라 도돈의 왕.................................알베르트 샤기둘린(베이스) 그비돈...............도돈 왕의 장남.................................................일리야 레빈스키(테너) 아프론...............도돈 왕의 차남.................................................안드레이 브레우스(바리톤) 아멜파...............궁정의 여시종장..............................................엘레나 마니스티나(알토) 폴칸....................장군, 군사령관.................................................일리야 반니크(베이스) 점성술사..........................................................................................배리 뱅크스(테너) 셰마하 여왕.....동방의 신비스러운 나라의 여왕...............올가 트리포노바(소프라노) 금계(金鷄)........점성술사가 가지고 온 신비스러운 닭.....유리 마리아 사엔츠(소프라노) --------------------------------------------------------------------------------------------------------------------- === 프로덕션 노트 ===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 정신의 환상적인 면을 요약해냈다. 오페라를 "본질적으로 가장 매혹적이며 도취될만한 것들로 꾸며낸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고향에 대한 풍부한 민족적 유산을 동화같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창조해낸다. 공상과 평범한 보통의 것들이 기발한 관현악적 기량과 강렬한 낭만주의적 성악 형식을 통해 한데 녹아있는 것이다. <황금닭>은 이름 높은 가부키 배우인 이치가와 엔노스케가 1984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의 공동제작으로 처음 무대에 올렸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를 샤틀레 극장이 리바이벌한 작품이다. 샤틀레의 프로덕션은 그가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연출을 다시 한번 무대에서 재현하고 있다. 1939년 일본의 가장 중요한 가부키 가문 중 하나에서 태어난 이치가와 엔노스케는 자신의 예술에서 거장의 위치에 오른 인물로, 현대 관중들로 하여금 이 전통극 형식에 호감을 갖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에도 시대 가부키의 에너지와 흥분을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오고 있다. 그가 선보인 수퍼 가부키 공연은 하이테크 특수효과와 다이내믹한 조명, 훌륭한 의상과 미니멀한 무대장치 등을 통해 가부키에 새로운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는 이 화려한 <황금닭> 프로덕션을 위해 일본인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작업했다. 결과적으로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무력 충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이 환상적인 풍자 오페라에 꼭 맞는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을 부여했다. 푸쉬킨의 1834년 민화 시를 바탕으로 하여 1907년에 완성된 <황금닭>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지막 오페라이자 그가 쓴 가장 도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러시아인들에게 만주를 돌려달라고 설득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에 절망한 일본 정부는 1904년 뤼순 항에 해군을 보내 공격한다. 러시아 방어시설들은 퍄괴되었으며 첫 전투뿐 아니라 뒤이은 싸음의 대부분에서 패전하였다. 육군과 해군은 어떤 중대한 군사적 위협조차 준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국가에 의해 굴욕감을 느끼게 된다. 1906년 일본의 승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황금닭>의 작곡에 착수하는데, 푸쉬킨의 원래 이야기를 군대의 무능력함과 귀족들의 어리석음, 정치적 부패에 대헌 풍자로 바꿔 놓은 리브레토를 사용한다. 이듬해 그가 악보를 완성하였을 때 검열에 제출할 것을 강요받았고, 그 결과 이 작품의 제작이 금지된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1908년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이 오페라가 공연되는 것을 들어보지 조차 못했다. 마침내 1909년 모스크바 무대에 오르게 되었을 때 이 작품은 정부의 검열로 상당 부분이 변경되었다. 신랄한 풍자가 긴장감있게 묘사된 <황금닭>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중 가장 간결한 작품이다. 이국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 세계를 향한 그의 편애적 애호가 여전히 눈에 띄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여 오케스트레이션은 좀 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작보다 화음의 범위와 멜로디가 엄격하다. 지배적인 음조는 불길한 전조를 띠고 있는데, 특히 위협적이면서도 화려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전체 극의 틀을 짜맞추는 점성술사의 성격을 알려주는 점이 눈에 띤다. 그의 노래는 테너 음역에서도 매우 높게 쓰여졌다. 오페라의 격렬함은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황금닭 역에 의해 더해지는데, 이 역은 급변하며 불안한 긴장감을 나타내주는 트럼펫 테마와 함께 쓰인다. 도돈 왕의 베이스와, 여왕의 눈부신 콜로라투라는 그들의 민속곡에 기초한 아리아를 연상케 하지만, 판에 박히지 않은 신랄함과 불온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대본가 블리디미르 벨스키의 오페라 <황금닭> 서문 === 푸쉬킨의 이야기 <황금닭>은 인간들의 정염과 나약함이 가져오는 파멸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희극으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순수한 인간 배역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서나 이 줄거리를 대입시키게끔 해준다. 이러한 면에서 작가는 언질을 주지는 않지만 동화적인 방법으로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멀리 떨어진 광국" 혹은 "세계의 경계선에 위치한 국가"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돈'이라는 이름과 이야기 속의 특정한 세부내용이나 표현은 시인이 자신의 작품에 <술탄 황제>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러시아 설화의 분위기를 부여하고 싶어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Princd Bova 나 Jerouslan Lazarevitch, Erhsa Stchetinnik 의 업적을 상세히 설명하는 우화들이나 국민적인 관습과 의상을 공상적으로 그려낸 그림과도 비슷하다. 결국 동양적인 흔적과 '두오도(Duodo)' 나 '귀돈(Guidone)'을 비롯한 이탈리아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사랑하던 자유와 방종이 덧입혀져 원시적 색채로 그려졌던 러시아 인들의 예의범절과 일상생활을 역사적으로 묘사해 내려고 하고 있다. 오페라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모든 장면의 세부 묘사로, 이것은 작품의 특별한 성격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다음의 비평은 동등하게 중요하다. 명백한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황금닭>의 취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상징적이다. 이것은 유명한 2중창인 "우화라 할지라도, 내각 허락하길, 인간의 노래의 한 구절로 마음이 끌릴 수 있다"에서 믾은 부분 추측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두 명의 환상적인 인물인 점성술가와 여왕 사이의 관계에 대한 미스터리를 숨기고자 한 푸쉬킨의 방식으로부터 이야기의 대체적인 매시지가 강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도돈에 하항하여 음모를 꾸민 것인가? 그들은 둘 다 왕의 몰락을 의도하던 중에 우연히 만나는 것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작품의 해석을 결정 내리기 위해서는 꼭 풀어야 할 질문이다. 이야기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상상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좀 더 명백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대에서의 연기에 대한 몇 마디의 말을 놓처서는 안될 것이다. 여전히 살아 있어 오늘까지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마법사가 오랜 세월 전에 자신의 마술로 공기의 신의 딸을 정복하여 취하려 했다.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인간인 도돈 왕을 이용하여 그녀를 얻고자 하였다. 그는 성공하지 못했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환등기를 비추어 왕의 냉혹한 배은망덕함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1907 블라디미르 벨스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은진 글> 황금 닭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지막 오페라 〈황금 닭〉은 짧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딸린 3막 구성의 작품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동화 《황금 닭 이야기》(1834)를 바탕으로 블라디미르 벨스키(Vladimir Belsky)가 대본을 쓴 이 오페라는 작품이 완성된 1907년에는 왕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상연이 금지되었다가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사망한 뒤인 1909년에야 초연될 수 있었다. 진보적 예술가의 혁명정신 1905년, 당시 러시아는 러일전쟁과 왕정의 폭압적인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차르 니콜라스 2세(Nicholas II, 1868~1918)는 전쟁을 반대하는 국민감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했고, 결국은 패전함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로 인해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국민들은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평화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차르(러시아 황제를 가리킴)의 군대가 잔혹하게 무력진압을 펼치자 민중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고 대규모의 시위로 확대되었다. 이 시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학생들도 동참했고, 학교 당국은 이 학생들을 퇴학시키려 했다. 음악원 교수로서 혁명정신에 공감하고 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학생들을 옹호하다가 결국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만다. 학교 측의 처사에 분개한 글라주노프 역시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차르 치하의 독재정치와 러시아의 제국주의를 폭로하는 작품을 쓰기로 하고 1906년부터 〈황금 닭〉에 착수하여 이듬해에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왕정은 곧바로 상연금지를 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그의 음악적 명성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음악원은 그를 다시 임용했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하여 그의 마지막 역작이었던 〈황금 닭〉은 그가 사망한 뒤 2년이 지난 후에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정수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음악으로 구현한 푸시킨의 작품은 언제나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정도로 그는 푸시킨이 전달하고자 하는 비판적인 정신과 러시아 민중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푸시킨이 그리고자 했던 신랄한 풍자와 러시아 민중들의 삶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모든 장면을 세심하게 고찰하여 푸시킨의 비판적 의도를 재현하고자 했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보이는 음악 속에 심오한 상징들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진보적인 정신을 교묘하게 표현하였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러시아 민족주의 오페라의 총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이나 쇼스타코비치의 〈코〉와 같은 20세기 오페라의 초석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롤로그 막이 오르기 전, 오케스트라가 전체 오페라에서 지속적으로 제시되는 라이트모티브를 연주한다. 뒤이어 실로폰 반주에 맞추어 점성술사가 고음의 테너로 노래하면서, 우화극을 통해 교훈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겠다고 노래한다. 셰마하 여왕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자식도 나라도 잊은 왕 늙고 무능력한 도돈 왕은 국경에서 반란을 일으킨 이들을 어떻게 할지 방안을 논의한다. 이때 점성술사가 등장해 마법의 힘을 지닌 황금 닭을 도돈 왕에게 바친다. 이 수탉은 위협이 닥칠 때마다 울 것이라고 아뢴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점성술사에게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점성가는 나중에 말하겠다고 한다. 이윽고 첫 번째로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왕은 두 아들을 출정시킨다. 두 번째 닭 울음소리가 들리자 이번에는 왕이 직접 출정하기로 결정한다. 전쟁터에서 도돈 왕은 전사한 두 왕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왕자들은 적진의 셰마하 여왕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칼부림을 벌이다가 죽음을 맞은 것이다. 도돈 왕은 적진을 공격하라고 명령하였지만, 적진에서는 눈이 부실 듯 화려한 의상을 걸친 셰마하 여왕이 나타난다. 젊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왕은, 더없이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노래 ‘태양의 찬가’를 부른다. 여왕은 도돈 왕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군대의 힘을 빌지 않고 자신의 매력만으로 도돈 왕을 정복하겠노라고 도발한다. 그리고 늙고 멍청한 왕은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넋이 나가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한다. 여왕은 자신을 반대하는 폴칸 장군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말하고, 왕은 폴칸 장군을 참수형에 처한다. 왕은 군대를 이끌고 셰마하 여왕과 함께 수도로 향한다. 여왕의 노예들은 도돈 왕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른다. 왕과 셰마하 여왕의 행렬대가 나타나자 신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영접한다. 그때 점성술사가 등장하여 황금 닭에 대한 보답으로 여왕을 아내로 맞고 싶다고 말한다. 화가 난 도돈 왕은 점성술사의 머리를 때리고, 순간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점성술사가 쓰러진다. 이윽고 황금 닭이 횃대에서 날아오르더니 왕의 머리를 쪼아 죽인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암흑이 뒤덮고 셰마하 여왕의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에필로그 점성술사가 다시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단지 우화적인 요정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자신과 여왕은 실제 인물이라고 말한다. 서곡의 황금 닭 모티브가 드높이 연주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주요 음악 2막 여왕의 아리아 ‘태양의 찬가’(Hymn to the Sun) 이 노래는 아찔할 정도의 고음과 이국적인 장식음, 현란한 반음계로 더없이 관능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아리아를 제대로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최고의 기교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요염한 표현을 요구하는 이 아리아에 수많은 내로라하는 소프라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 === 줄거리 === 명작 오페라 해설 금계 Le Coq d'Or 金鷄 제1막 막이 오르기 전, 실로폰 반주에 맞추어 고음의 테너로 서막이 시작되는데, 한 점성가가 이 오페라는 우화극을 통해서 교훈적인 요정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막이 오르자, 웅장하고 호화스런 궁정의 회의실이 보인다. 늙은 도돈 왕이 횡설수설하며 옥좌에 앉아 그의 두 아들과 함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폴칸 장군이 국경에서 항거하고 있는 적들에 대한 방어 전략을 논의한다. 대신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나 모두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이때 점성가가 나타나서 마술의 힘을 지닌 금계, 즉 황금 닭을 도돈 왕에게 바친다. 그리고 설명하기를, 이 수탉은 위협이 닥칠 때마다 울 것이라고 아뢴다. 왕은 매우 기뻐하며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았으니 그 답례로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점성가는 나중에 지불받기를 원한다. 그 금계는 궁전 앞의 첨탑 위에 안치되고 왕을 비롯한 모든 요인들은 그제서야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한다. 오케스트라의 꿈결 같은 음악이 흐르면서 모두들 깊은 잠에 빠진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금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왕은 하품을 하면서 휘하의 부대를 출정시키고, 그 통솔자로서 두 아들을 임명한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 아멜파와 어울린다. 재차 오케스트라에 의해 꿈의 장면들이 묘사된다. 두 번째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이번엔 왕이 손수 출정을 감행한다. 폴칸 장군은 왕에게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오래되어서 녹슬고 무디어진 갑옷을 입도록 강요한다.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는데, 왕은 갑옷 조각을 하나씩 기워 입어야 하기 때문에 몹시 투덜댄다. 제2막 야산의 전쟁터로, 동이 틀 무렵에 도돈 왕과 폴칸 장군은 우연히 전쟁터에서 전사한 두 왕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왕은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마구 울부짖는다. 감정이 풍부한 러시아인의 통곡소리는 참으로 비통하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왕자들의 죽음은 적진의 셰마하 여왕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칼부림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적의 천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몹시 분노한 도돈 왕이 육중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생긴 대포를 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적진에서는 눈이 부실 듯 화려한 의상을 걸친 셰마하 여왕이 노예를 거느리고 돌연 모습을 나타내자, 일동은 멈칫 놀란다. 젊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왕이 매우 심미적이며 동양적인 노래 [태양의 찬미 Hymne au Soleil]를 신비스럽게 불렀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돈 왕에게 자기를 소개한다. 자신은 동쪽의 신비스런 나라인 셰마하의 여왕으로서, 도돈 왕을 정복하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군대의 힘을 빌지 않고 다만 자신의 여자다운 매력을 이용할 것임을 밝힌다. 왕은 매우 흡족해 하지만 폴칸 장군이 사사건건 여왕의 이야기를 의심했기 때문에 장군은 그 장면에서 추방되고 만다. 셰마하 여왕은 그녀의 모든 성적 매력을 발휘하여 도돈 왕을 유혹의 그물에 빠지게 한다. [아 젊음은 곧 시들어]라는 여왕의 아리아가 아니더라도 도돈 왕을 함락하기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늙고 멍청한 왕은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넋이 나간다. 그리고 즉석에서 그의 손과 마음, 나아가 궁전의 전재산을 그녀에게 바칠 것을 맹세한다.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여왕은 한술 더 떠서 폴칸 장군에게 엄벌을 내려야만 왕의 선물을 받아들이겠다며 콧대를 높인다. 탐욕에 눈이 먼 도돈 왕은 폴칸 장군을 참수형에 처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수도로 돌아가는 군대의 행진이 있고, 셰마하 여왕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도돈 왕이 의기양양해 한다. 한편 여왕의 노예들은 그의 주인인 셰마하의 어리석은 새 남편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제3막 도돈의 궁전 밖, 신하들이 그들의 왕을 기다리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도돈 왕이 용으로부터 아름다운 황녀를 구출했는데, 지금 그 황녀를 궁전으로 데려오고 있다는 내용이다. 왕과 여왕의 행렬이 나타나자 신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영접한다. 그때 그 점성가가 모습을 드러내어 예전의 보답을 청구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로 여왕을 선택하고 싶다며 왕에게 말하나, 당연히 거절당한다. 왕은 여왕을 제외한 어떠한 요구라도 다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점성가는 계속 고집을 부린다. 도돈 왕은 왕의 권한으로 그의 머리를 지팡이로 때린다. 순간 '꽝' 하는 천둥소리가 울리고 점성가가 죽어 쓰러진다. 이윽고 왕이 여왕을 포옹하려 들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하고, 동시에 금계가 횃대에서 날아와 왕의 머리를 쪼아 죽인다. 거듭 천둥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그 속에서 셰마하 여왕의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불이 다시 켜졌을 때는 여왕과 금계, 그리고 점성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백성들의 합창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점성가가 다시 등장하여 간단하게 작품의 줄거리를 상기시킨다. 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단지 우화적인 요정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 극에 출연한 점성가와 여왕은 실제 인물이었음을 밝힌다. 금계의 모티프가 드높게 연주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림스키-코르사코프] 금계 [Le Coq d'Or, 金鷄] (명작 오페라 해설, 2003. 10. 15., 삼호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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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3, 박종호>
파리 샤틀레 극장은 오페라 제작의 설비를 완비한 오페라 극장은 아니지만, 종종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제작하곤 하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이미 리옹 오페라에서 그 능력을 보여준 지휘자 켄트 나가노는 프랑스 오페라계와 친근한데, 그가 프랑스 정상의 파리 오케스트라에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가수와 합창단을 규합하여 좋은 공연을 완성했다. 특히 연출은 일본인인 이치카와 엔노스케이며 미술(아사쿠라 세츠)과 의상(모리 도미오)도 모두 일본 팀으로서, 환상의 나라를 동양풍의 무대로 잘 꾸며 내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1.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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