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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불멸의 질문들을 향한 철학의 여정!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은 유럽의 살아 있는 지성, 철학자 뤽 페리가 철학 강사이자 작가인 클로드 카플리에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대답을 알기 쉽게 짚어준 책이다. 뤽 페리는 인류가 어떻게 ‘좋은 삶’을 찾아왔는지에 따라 서양철학사를 크게 다섯 시대로 나눈다. 각 시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보와 퇴보를 동시에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는 동안 철학의 흥미진진한 사연을 낳는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종교의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후 ‘해체의 시대’를 거쳐 이제 ‘사랑의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 시대든 위대한 철학 사조에는 반드시 3가지 축이 있다. 첫 번째 축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두 번째 축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끝으로 세 번째 축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 세 축을 중심으로 위대한 철학사조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변곡점을 찾는다.
저자소개
LUC FERRY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알랭 르노, 질 리포베츠키 등과 더불어 루이 알튀세르,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같은 프랑스 68혁명 세대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소장학자다.
파리4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랭스대학에서 정치학으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캉대학, 파리7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알랭 르노와 함께 쓴 책 《68 사상LA PENS?E '68》(1985)으로 처음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교육부 국가자문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장 피에르 라파랭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철학자로서 뤽 페리는 그동안 주로 종교와 분리된 인문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의 저서는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다VAINCRE LES PEURS》, 《인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HOMME?》(장 디디에 뱅상과 공저, 한국어판 제목은 《철학적 인간, 생물학적 인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한 《인간-신 또는 삶의 의미L'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 메데치상(에세이 부문)과 장 자크 루소 상을 받은 《새로운 생태학적 질서LE NOUVEL ORDRE ?COLOGIQUE》, 도덕?정치과학 아카데미 에르네스트-토렐 상을 수상한 《현대인의 지혜LA SAGESSE DES MODERNES》(앙드레 콩트-스퐁빌과 공저), 《사랑 혁명LA R?VOLUTION DE L'AMOUR》 등 의미 있는 저작 활동을 활발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특히 지은이가 외딴 휴가지에서 무료함을 못 견딘 지인들에게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는 《철학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APPRENDRE ? VIVRE》는 프랑스는 물론 영어권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저자 : 클로드 카플리에
CLAUDE CAPELIER는 철학 강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교육과정위원회 회원을 역임했다.
목차
들어가기 전에
‘살 만한 삶’을 둘러싼 철학의 흥미진진한 사연
첫머리에: 여행을 준비하며
철학의 대모험
1. 철학의 정체
철학은 도덕으로 축소되지 않는다|철학은 종교가 아니다|철학은 ‘세속의 영성’이다
2.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
첫 번째 대답: 우주적 조화에 부합하는 삶|두 번째 대답: 유대-그리스도교 원리|세 번째 대답: 인문주의 원리|네 번째 대답: 해체의 원리|다섯 번째 대답: 사랑, 새로운 의미의 원리
3. 인류, 자율성을 손에 넣다
비로소 성년이 된 인간|옛 철학자들이 아직도 매력적인 이유|철학의 두 가지 효용
제1기: 고대 그리스 시대
세계의 조화로운 질서 속에 영원이 있다
4. 헤시오도스: 신들의 도가니에서 세계를 그리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신들의 탄생|시간과 공간의 기원|신들의 전쟁|신화에서 철학으로|그리스의 기적: 철학의 탄생
5. 플라톤: 모든 요소를 구비한 최초의 철학
플라톤의 진리론|인식은 곧 상기다|이데아의 세계|귀족주의에 기초한 윤리와 정치|모두 플라톤 덕분일까?
6. 아리스토텔레스: 관찰로 철학을 살찌운 철학자
“나는 플라톤을 좋아하지만 진리를 더 좋아합니다”|왜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돌멩이는 땅으로 떨어지는가?|덕스러운 고양이에서 현자까지|그리스도교, 아리스토텔레스를 계승하다|자연법칙을 신성화하다
제2기: 유대-그리스도교 시대
하느님과 신앙이 우리를 구원할지니
7. 귀족주의 윤리를 향한 전면적 비판
달란트 이야기|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다
8. 유대 세계와 그리스 세계의 결별
그리스 세계가 본 대홍수 이야기: 데우칼리온과 피라|유대 세계가 본 대홍수 이야기: 노아|니므롯이 본 대홍수 이야기: 바벨탑|불행한 의식
9. 자연과 율법을 사랑으로 화해시키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마음의 약동이 율법을 완성한다|가지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의 조화
제3기: 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
역사와 진보가 구원한다
10. 피코 델라 미란돌라: 인문주의의 탄생
인간의 본성은 없다|멋진 만물박사 씨|자연을 벗어난 인간|타고난 재능은 없으나 자유로운 인간 |역사성의 출현|카운터컬처, 그리고 선구자들
11. 인문주의의 전형적 초상
특징1: 기존 권력론을 거부하다|특징2: 교조주의를 거부하다|특징3: 경험에 귀의하고 형이상학을 비판하다|특징4: 무한우주 관념에서 인권으로|특징5: 세계의 탈마법화, 그리고 자연을 기술로 장악하려는 기획|특징6: 낙관주의와 진보 사상|특징7: 지식의 민주화|특징8: 법률적 인문주의, 세속성과 역사의 역할|특징9: 인문주의의 두 얼굴, 교육과 식민화
12. 칸트적 전환
근본적으로 새로운 인식론|자유에 기초한 윤리학|사유의 확장을 통해 구원받다|전례 없는 전환: 인간의 유한성으로 신 관념을 상대화하다
13. 헤겔과 마르크스
역사철학자인가, 역사를 부정하는 이론가인가?|시간이라는 허상|계몽주의의 적 헤겔|역사의 종말|마르크스의 폭발적인 이중 시각
14. 계몽주의를 향한 비판들
반혁명 낭만주의적 비판|보편주의를 비판하다|진보를 비판하다|생태론적 비판
제4기: 해체의 시대
인간, 이상으로부터 해방되다
15. 쇼펜하우어: 염세주의에서 행복론으로
허상을 깨부수다|표상으로서의 세계|의지로서의 세계|세계에는 원인이 없다|실존에는 의미가 없다|피할 수 없는 인생의 부조리, 고통과 권태|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의 기술’|죽음이여 영원하라?
16. 니체: 있는 힘껏 열렬하게, 생을 살아라
세계의 무의미는 세계의 기회다|니체의 허무주의 비판|우상을 타파하라|반인식론: 우상의 계보학|모든 판단은 징후다|생의 강자와 약자|능동적인 힘과 반동적인 힘|반도덕주의자의 도덕|영원회귀|운명애, 매혹적이나 옹호할 수 없는 지혜
17. 하이데거: 기술세계
목적은 없다, 수단이 있을 뿐|세계화의 두 시대|경쟁사회의 일반화
제5기: 두 번째 인문주의의 도래
사랑혁명
18. 또 다른 현대성
새로운 의미의 원리|과학의 위협|불완전하고 교조적인 첫 번째 현대성|두 번째 현대성: 진보에 대한 믿음에서 위험사회로|목표 없는 진보|자본주의, 연애결혼과 현대 가족을 낳다|아이들이 우선이다|가족사랑에서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19. 세계의 재마법화
국가와 혁명의 쇠락|인간의 얼굴을 한 신성함|사랑의 정치|사랑의 지혜
출판사 서평
프랑스 전 교육부장관이자 유럽의 대표 지성 뤽 페리의
‘대화로 읽는 철학’, 삶에 답하다
☆
신과 이성이 사라진 시대, 두려움 없는 삶을 위한 아름다운 철학 이야기 _ 로쟈(이현우)
‘지혜를 향한 사랑’에서 ‘사랑의 지혜’로
불멸의 질문들을 향한 철학의 여정이 펼쳐진다!
다섯 시대, 다섯 가지 대답 : 철학의 역동적인 세대교체 이야기
옛 철학자들의 말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아직도 매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전 교육부장관이자 유럽의 살아 있는 지성, 철학자 뤽 페리는 인류가 어떻게 ‘좋은 삶’을 추구해 왔는지에 따라 서양철학사를 크게 다섯 시대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종교의 시대(유대-그리스도교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후 ‘해체의 시대’를 거쳐 이제 ‘사랑의 시대(두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각 시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보와 퇴보를 동시에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며, 그 과정에서 흥미진진한 사연들이 철학사에 자리잡는다.
뤽 페리는 철학 강사이자 작가인 클로드 카플리에와 편안하고 유쾌하게, 때론 힘주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철학의 다섯 가지 흐름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 La Plus Belle Histoire de la Philosophie …
지난날 우리 삶을 이끌고 승화하게끔 영감을 주었던 전통적 이상들, 곧 (영성, 애국심, 혁명정신을 자극하는) 거창한 이야기들은 이제 현실을 감당할 수 없고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에 삶의 상실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한층 더 거세어졌다. 일종의 향수 어린 회한에나 젖으면 모를까, 우리는 이제 그러한 옛것들에 충분히 마음을 줄 수가 없기에 달리 기댈 만한 것을 찾는 수밖에 없다. 무엇이 어차피 죽을 삶을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가? 그것에 우리 노력의 요체를 바쳐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_ 들어가기 전에: ‘살 만한 삶’을 둘러싼 철학의 흥미진진한 사연- 중에서
철학 = 인류가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
저자가 정의하기에 따르면, ‘인류가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차차 발견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사연’, 그것이 바로 철학의 역사다. 이른바 ‘서양철학사’를 다루는 책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그 속내는 더 깊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철학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며 철학을 무엇에 써먹을 수 있나’ ‘아직도 철학이 필요한가?’ 등의 질문에 결코 공허하지 않은 답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 답은 철학이 보통 사람들이 흔히 ‘철학’ 하면 떠올리는 ‘비판적 사유’와도, 과학이나 정치, 예술 같은 인간의 다른 도구와도 다르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짧고 우발적이어서 무의미에 시달리기 십상인 삶 속에서, 필멸자인 인간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난관에 합리적 사유라는 인간 고유의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며’ 조망하는 철학의 변곡점
어느 시대든 위대한 철학 사조에는 반드시 3가지 축이 있다. 첫 번째 축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진리와 인식), 두 번째 축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윤리와 도덕), 끝으로 세 번째 축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삶의 의미와 구원)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 세 축을 중심으로 위대한 철학사조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변곡점을 찾는다.
고대 그리스 시대, 세계가 완벽하게 조화로운 질서라는 생각에서 나온 첫 번째 답변은 신화의 탄생에서 시작해 우주의 조화에 개인을 일치시키는 것을 지향하며 철학의 탄생을 이끌어낸다. 그 다음 유대-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나온 두 번째 답변은 인간에게 ‘개인적’ 불멸을 약속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구원을 제시하는 동시에(진보) 이성이 신앙에 복종하게 되는(퇴행) 이중적인 진전을 낳는다.
르네상스기를 필두로 펼쳐진 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의 세 번째 대답(인문주의 원리)는 삶의 의미를 ‘인간의 이성과 자유’에 두면서 또 다시 인간적 관점에서 진일보하고, 또 한편으로 삶의 의미를 이성과 도덕으로 환원하면서 인간 존재의 모든 차원을 소외시키는 뒷걸음질을 겪는다. 그래서 뒤이어 등장한 네 번째 대답 ‘해체의 원리’는 앞서 나온 대답(종교라든가 인문주의 원리)에서 나온 이상(理想)들을 끊임없이 해체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그간 원리나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각종 허상에 짓눌려온 인간의 실존적 차원을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한층 더 인간적인 관점을 얻었으나, 역시 극단적인 상대주의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부딪히고 만다.
철학의 다섯 번째 대답은 여기서 새로운 ‘삶의 의미’의 원리를 불러들인다. 바로 ‘사랑의 시대’에 토대가 되는 ‘사랑의 원리’다. 이 대답은 첫 번째 인문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적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인문주의’라 할 수 있다. 사랑은 다른 감정들과는 달리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이상학적 원리’로 등극했으며, 연애결혼의 보편화와 현대 가족의 탄생, 그리고 현대 인도주의의 탄생을 거치며 사적 영역을 넘어 오늘날 사회의 궁극적인 목표에 더해졌다. 마지막 대답인 ‘사랑의 원리’에서, 뤽 페리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 철학이 ‘사랑의 지혜’로 거듭나는 오늘날의 현실을 조망하며 ‘세계의 재마법화’를 촉구한다.
책속으로
[뤽 페리] 중요한 철학사조들은 예외 없이 ‘좋은 삶’ 문제에서 정점에 이릅니다. 이 문제는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죽음, 곧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그리 불안도가 높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생이 짧다는 건 어쩔 수 없죠. 설령 스피노자처럼 철학이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삶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그동안은 뭘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야만 합니다. 어떻게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을 수밖에 없는 타자들, 특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 삶을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서부터 철학은 ‘세속의 영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아주 간단하면서 굉장히 심오한 얘기죠.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우연성을 넘어서서 유효한 의미, 죽음조차 완전히 앗아갈 수 없는 의미를 삶에 부여하고픈 욕구가 있습니다. 스피노자도, 쇼펜하우어도 그 점을 분명하게 말하지요. ---「01. 철학의 정체」중에서
[뤽 페리] 그리스도교의 메시지가 겨우 수세기 만에 세력을 넓히고 이미 잘 다듬어진 그리스·로마 사상 모델을 밀어낼 수 있었던 까닭은 적어도 믿는 이들에게는 개인적인 구원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철학은 개인이 인간보다 상위에 있는 질서에 흡수되어 버리는 맹목적이고 의식 없는 불멸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데, 그리스도교는 반대로 유일무이한 개인의 ‘몸과 영혼’의 부활을 말합니다. 인간이 파편이 아니라 인격체로서 구원받는다, 이 말이죠. (중략)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그리스도교는 고대 철학자들이 말하는 영생보다 훨씬 더 ‘유혹적인’ 영생을 제안하면서 구원의 교리를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이중의 손실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죠. 이성은 다시 신앙에 종속됐고, 좋은 삶의 길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 아니라 신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꽤 복잡한 얘기예요. 그리스도교의 답은 고대 그리스의 답보다 개인적이기 때문에 더 인간적인가 하면, 그리스적 이성을 몰아내고 신앙과 계시를 드높인다는 점에서 덜 인간적이기도 하죠. ---「02.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중에서
[뤽 페리] 인문주의는 오랜 역사 동안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인문주의는 초기, 곧 르네상스 시대에 주로 그리스·로마 문명에 근거하여 철학·종교·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고, 그 후 데카르트를 거쳐 계몽주의에 이르지요. 그러고 나서 칸트가 좀 더 견고한 토대를 닦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헤겔과 마르크스가 집단적 역사의 ‘법칙’에 대해서 철저하게 사유를 전개함으로써 그 토대를 한층 더 넓혔습니다.
우리는 이 사상가들과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모두 살펴볼 겁니다. 이 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는 방대합니다. 이 시대라고 해서 어두운 그늘이 없지 않으니 그 부분도 짚고 가야겠죠. (중략)
인문주의는 한때 인권을 역설했으면서도, 역사적으로 뒤처진다고 여기던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대할 때면 슬그머니 인권을 외면하곤 했어요. 첫 번째 인문주의의 이 같은 모습은 결코 용인할 수 없지요(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타자성에 열려 있는 두 번째 인문주의의 시대가 됐고요).
---「10. 피코 델라 미란돌라: 인문주의의 탄생」중에서
[뤽 페리] ...중매결혼에서 연애결혼으로의 변화, 내가 ‘사랑혁명’이라고 부르는 이 변화가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놨거든요. 이 조용하지만 심원한 혁명은 배우자, 친구, 자녀, 부모를 향한 사랑을 통해서 지금까지 무시당했던 삶의 측면들을 한없이 귀한 것으로 드높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에 대한 생각까지 뿌리부터 뒤집어놨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우리 자식 세대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정치적 생각의 중심으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죠. 첫 번째 인문주의, 곧 계몽과 인권의 인문주의는 이리하여 훨씬 더 광범위한 두 번째 인문주의로 대체됐습니다. 박애와 공감의 새로운 인문주의는 국가·혁명·진보를 위한 인간의 희생을 말하지 않고, 생의 내재성과 타인을 생각하는 우리의 감정 자체에서 실증적 유토피아의 원동력을 찾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가 저마다 ‘자기실현’의 수단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기획이 그 원동력이죠. ---「18. 또 다른 현대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