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명산을 가다] 수원·용인 광교산
경인일보 발행일 : 2013-12-13
송수복 객원기자
水水한 매력 차고 넘치는구나
수원천·탄천 발원 '많은 물' 품어
40여곳 달하는 약수터·샘터 꿀맛
수원8경 '광교적설' 겨울철 백미
청결한 화장실 자랑거리 중 하나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시작된 한남금북정맥이 안성 칠장산에서 한남과 금북으로 갈라지며 서북쪽으로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산맥을 한남정맥(漢南正脈)이라 하는데 이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 광교산이다.
수원천의 발원지이자 용인 탄천의 발원지 중 한 곳인 광교산은 흙산으로 많은 물을 품고 있는 산이다. 그래서인지 10개 이상의 관리형 약수터가 있고 작은 샘터 역할을 하는 곳까지 합하면 40여 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세계적 수준의 화장실문화를 지니고 있는 산
= 광교산 산행은 화장실에서 시작하여 화장실에서 끝을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파장동 보건연구원 방향에 위치한 항아리 화장실, 경기대 입구쪽의 반딧불이 화장실, 버스종점에 위치한 다슬기 화장실이 그것들이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행기점으로 삼는 반딧불이 화장실은 시설과 관리가 가장 돋보이는 곳으로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산행을 하려면 저수지 아래에 위치한 공용주차장을 이용한 뒤 화장실 앞에 모여들면서 인원점검을 마친 후 산행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단박에 올라설 수 있는 능선길은 평탄하고 쉬운 길로 솔향기가 가득해 가볍게 산행을 하기 위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문암골 방향으로 하산하여 원점회귀를 한다 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형제봉이다. 전망이 좋은 곳으로 그간에 보지 못했던 바위와 노송이 멋스러움을 더해주기에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다.
#행정구역 다툼이 끊이지 않던 광교산 정상
= 팔각정이 있는 비로봉을 지나오면 광교산 정상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능선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주는데 행정구역상 용인시의 땅에 정상이 있는 것이다.
수원시에서 1992년에 세운 고풍스런 갓모양의 정상석을 2008년도에 용인시에서 행정표기를 지운 채 다시 세운 것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한때는 정상석을 누가 세우느냐를 가지고 다툼이 일기도 하여 서로 부수던 때도 있었던 곳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용인쪽만 바라보게 되어 있으나 날이 맑은 날엔 멀리 여주까지도 불 수 있다.
통신탑이 세워진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르면 단박에 이를 수 있는 거리에 백운산이 있으며 청계산까지 50여㎞를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능선아래에 있는 절터 약수터는 수원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러봤음직한 곳인데다 가벼운 산행을 추구하는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버스종점에 내린 후 사방댐을 지나 왼편의 등산로로 접어들어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산길을 따라 한시간여를 가면 산자락의 8부 능선쯤에 위치한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그 옛날 광교산의 89암자 중 하나였던 미학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많은 눈이 내리던 날 우연히 사찰로 찾아든 나그네가 있었는데 마침 스님들도 끼니를 보전키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남은 쌀을 모아 밥을 지어줬다고 한다.
눈이 그치면서 나그네는 홀연히 절을 떠났고 남은 스님들은 굶주림에 힘들어 하고 있을 즈음 하늘에서 쌀자루가 떨어지기에 가서보니 학이 쌀을 물어다 주고 있었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미학사(美鶴寺)라고 불리기도 하며 쌀 미자가 들어간 '米鶴寺'라고도 한다.
공교롭게도 두 이름 모두에서 학이 등장하는데 장수의 상징이면서 고고한 자태의 격이 높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상당히 격이 높은 길지(吉地)에 위치한 곳에서 수원천이 발원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수원의 격(格)은 날로 높아져 갈 것이라 한다.
#지겟길에서 만난 약수터
= 파장시장에서 광교산자락을 타고 넘어가는 길인 '지겟길'은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르는 한적한 길이다. 광교산을 오르내리는 길 중 가장 편안한 길이기에 쉽게 다가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인근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길에 한철약수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1년도에 전한철씨가 조성했다 하여 '한철약수터'라 불리게 된 것이다. 광교산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신현선(74)씨는 "너른 평야지대에서 바라보는 광교산은 풍요로움의 상징과도 같아.
가뭄으로 고생할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물을 내어주고 있다 보니 농사지을 때도 걱정 한 번 한 적이 없었거든…"이라며 "약수터가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비가 오면 나오는 마른샘부터 사시사철 물이 나오는 샘까지 산자락 어디든 물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오염돼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라고 한다. '광교적설(光敎積雪)'을 '수원8경' 중 으뜸으로 꼽았기에 겨울풍경이 좋은 곳이다.
겨울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환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데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성숙한 시민의식과 후대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생각하여 각별히 아껴 잘 보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광교산(光敎山)
요약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와 용인시 수지구에 걸쳐 있는 산.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고기동, 의왕시의 일부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정상은 해발 582m의 시루봉이다.
본래 명칭은 광악산(光嶽山)이었는데, 928년 왕건(王建)이 후백제의 견훤(甄萱)을 평정한 뒤 이 산의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을 위로하고 있을 때 산 정상에서 광채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부처가 가르침을 내리는 산"이라 하여 '광교(光敎)'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 용인군 《지도읍지》에는 '서봉산(瑞峯山)'으로 기록되어 있고, 1872년 제작된《수원부지도》에도 기록되어 있다.
주위에 큰 산이 없는 평야지대에 있는 이 산은 산의 높이에 비해서는 인근의 백운산과 함께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산 능선이 매우 완만하면서도 사방으로 수목이 우거져 삼림욕이나 당일 산행으로 즐겨 찾는 곳이며, 겨울철의 설경(雪景)도 빼어나 '광교적설(光敎積雪)'이라 하여 수원8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상광교동에서 수원지를 끼고 들어가는 산 입구에서 넓은 산길로 들어가면 토사저지용 댐이 나오고, 댐을 지나면 등산코스가 여러 갈래로 분기한다. 왼쪽 골짜기로 들어가면 백운산이 가까운 갈대능선으로 가서 이 산의 능선을 타는 능선산행을 한 뒤 산 정상을 지나 형제봉 못미친 안부로 내려오면 원점회귀 산행이 된다.
능선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이 가능하여 이 산의 백미로 꼽힌다. 댐 위에서 중간길로 들어가되 개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넓은 암반을 흘러내리는 와폭이 있고 이 골짜기로 올라가면 울창한 숲길이 나오며 곧장 장성사지로 올라가는 큰 길과 연결된다. 이 길이 댐 위에서 좌측으로 분기된 길과 연결된다.
여러 가지 산행코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댐을 거쳐 등산길 분기점에서 왼쪽 골짜기로 들어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안부를 거쳐 능선을 타고 다시 올라온 길로 내려오는 약 4시간 코스가 가장 길며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인근에 광교유원지를 비롯하여 백운산과 수원화성·수원광교박물관·광교호수공원 등이 있다.
수원 광교산 산행지도
수원 광교산 산행코스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