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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약사여래본원공덕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世)존(尊)께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교화하시다가, 광(廣)엄(儼)성(城)[바이샬리]의 낙(樂)음(音)수(樹) 아래에서 대비구 8천인과 보살 3만6천인과, 국왕 · 대신 · 바라문 · 거사와, 천(天) · 용(龍) · 야(夜)차(叉) 등의 팔(八)부(部)신(神)중(衆)과 무량한 대중의 공경을 받으며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때 부처님의 위(威)신(神)력(力)을 받들어 자리에서 일어난 문(文)수(殊)사(師)리(利) 법(法)왕(王)자(子)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다음 오른쪽 무릎을 꿇어 합장배례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여러 부처님의 명(名)호(號)와 근(根)본(本)대(大)원(願)과 수승한 공(功)덕(德)을 설하시어, 듣는 이들의 업장이 소멸되게 하옵시고, 정(正)법(法) 시대 다음의 상(像)법(法)과 말(末)법(法) 시대 중생들에게도 이로움과 즐거움을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을 칭찬하셨다.
“착하고 훌륭하도다, 문수사리여. 그대가 한량없는 자비심을 일으켜서, 여러 부처님의 명호와 본(本)원(願)과 공덕을 설할 것을 간곡히 청하여, 중생들을 결박하고 있는 업장을 뿌리뽑고, 상법과 말법 시대 중생들에게 이로움과 안락함을 주고자 하는구나. 문수사리여, 내 이제 그대를 위해 설하리니 잘 듣고 깊이 사유하여라.”
“그렇게 하겠나이다. 부디 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르셨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10항(恒)하(河)사(沙) 만큼의 불국토를 지나가면 정(淨)유(流)리(璃)라는 세계가 있으며, 그 국토에는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 · 응공(應供) · 정등각(正等覺) · 명행원만(明行圓滿) · 선서(善逝) · 세간해(世間解) · 무상사(無上師) · 조어장부(調御丈夫) · 천인사(天人師) · 불세존(佛世尊)이 계시느니라.
문수사리여, 이 약사유리광여래께서는 보(菩)살(薩)도(道)를 닦을 때 열두 가지 근본 대원을 발하여, 중생들이 구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하고자 하셨나니, 그 십(十)이(二)대(大)원(願)은 다음과 같으니라.
제1대원 : 제가 내세에 아(阿)뇩(耨)다(多)라(羅)삼(三)먁(藐)삼(三)보(菩)리(提)를 증득하였을 때, 제 몸의 찬란한 광명으로 한량없고 수도 없고 끝이 없는 세계를 다 비추고, 삼(三)십(十)이(二)대(大)장(丈)부(夫)상(相)과 팔(八)십(十)종(種)호(好)로써 저의 몸을 장엄한 다음, 일체 중생도 저와 다름이 없도록 하겠나이다.
제2대원 : 제가 내세에 보(菩)리(提)를 증득하였을 때, 몸이 유리처럼 청정하여 티끌과 더러움이 없고, 광명이 광대하고 공덕이 아주 높으며, 몸에서 나오는 장엄한 빛은 해와 달을 능가하여지이다. 그리고 그 빛을 받는 유(幽)명(冥)계(界)의 중생은 새로운 삶을 얻고,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뜻하는 바 대로 사업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제3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끝없고 한량없는 지혜와 방편으로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가질 수 있게 하되, 조그마한 부족함도 없도록 하겠나이다.
제4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그릇된 도[異(이)道(도)]를 닦는 중생 모두를 바른 깨달은의 도[菩(보)提(리)道(도)] 속에 편히 머물도록 할 것이며, 성(聲)문(聞)의 도(道)를 행하거나 벽(避)지(支)불(佛)의 도(道)를 행하는 이가 있으면 그들 모두를 대(大)승(乘) 속에 편히 머물도록 하겠나이다.
제5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어떤 중생이 저의 법 가운데에서 청정행[梵(범)行(행)]을 닦게 되면, 그 중생의 수가 한량없고 끝이 없을지라도 모두 삼(三)취(聚)정(淨)계(戒)를 온전히 갖추도록 할 것이요, 파계를 하였을지라도 악(惡)도(道)에 떨어지는 이가 없도록 하겠나이다.
제6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어떤 중생의 몸이 열등하고 감각 기관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였거나, 추하고 더럽고 완고하고 어리석거나, 장님 · 귀머거리 · 벙어리 · 절름발이 · 앉은뱅이 · 곱추 · 나병환자 · 미치광이거나,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 중생이 저의 이름을 진실한 마음으로 부르고 생각하면 온갖 병과 괴로움이 없도록 하겠나이다.
제7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어떤 중생이 병과 환난 속에서 핍박을 받고 있는데도, 의사도 없고 약도 없고 어버이도 없고 집도 없고 빈궁함과 괴로움만 많을 때, 저의 명호를 한번만이라도 귀로 들으면 그 모든 고난이 없어질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안락 하여지고 집과 권속과 재물이 모두 풍족하여지며, 마침내는 무상보리에 이를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제8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어떤 여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괴로움에 쪼들려서, 여자의 몸을 싫어하게 되고 여자의 몸을 버리기를 원할 때, 저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여자의 몸을 버린 다음 남자의 몸을 얻고, 마침내는 무상보리에 이를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제9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마(魔)의 그물에서 해탈하게 하고, 외(外)도(道)의 결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온갖 나쁜 견해[惡(악)見(견)]의 수풀 속에 떨어졌을지라도 모두 포섭하여 정(正)견(見)을 내게 하고, 보살행을 차례대로 잘 닦게 하여, 빨리 무상보리에 이를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제10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국(國)법(法)을 어긴 어떤 중생이 붙잡혀서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고 사형을 당하게 되었거나, 한량없는 재(災)난(難)으로 능욕을 당하고 슬픔과 근심에 휩싸여 몸과 마음이 괴롭기 그지없을 때 저의 이름을 듣게 되면, 저의 복덕과 위신력으로 모든 근심과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제11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어떤 중생이 굶주림과 목마름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악업을 지었을지라도, 저의 이름을 듣고 온 마음을 다해 수(受)지(持)하면, 저는 먼저 아주 맛있는 음식으로 그의 배를 부르게 한 다음에, 법(法)미(味)를 베풀어 진정한 안락을 얻도록 하겠나이다.
제12대원 : 제가 내세에 보리를 증득하였을 때, 가난한 어떤 중생이 옷이 없어 파리와 모기에게 물리고 추위와 더위로 밤낮없이 괴로움을 당할 때, 저의 이름을 듣고 온 마음을 다해 수지하면, 그가 필요로 하는 옷과 보배들로 장식한 물건화 꽃과 향과 음악과 갖가지 놀이기구 등을 원하는 대로 만족스럽게 베풀어주겠나이다.
문수사리여, 이상이 약사유리광여래께서 정(正)등(等)각(覺)을 이루기 위해 보살도를 행할 때 발한 열두 가지 미묘하고 높은 서원이니라.
문수사리여, 저 약사유리광여래가 보살도를 행할 때 발한 서원과 그 불국토의 공(功)덕(德)장(莊)엄(嚴)에 대해 내가 1겁 또는 1겁 이상을 설명하여도 다할 수 없나니, 그 불국토는 한결같이 청정하고 여인이 없고 삼(三)악(惡)도(道)와 괴로움의 신음 소리가 없느니라.
땅은 유리로 되어 잇고, 길의 경계선은 황금줄로 되어 있으며, 성의 문과 궁궐과 누각과 난간과 창문은 모두 칠(七)보(寶)로 이루어진 그물에 둘러싸여 있는데, 서(西)방(方) 극(極)락(樂)세(世)계(界)의 공덕장엄과 조금도 차이가 없느니라.
그 불국토 안에 두 보살 마하살이 있나니, 일(日)광(光)변(邊)조(照)보(菩)살(薩)과 월(月)광(光)변(邊)조(照)보(菩)살(薩)로, 한량없이 많은 보살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약사유리광여래의 정(正)법(法)보(寶)장(藏)을 지키고 있느니라.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신(信)심(心)있는 선남자 선여인은 마땅히 저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발원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또 이르셨다.
“문수사리여, 혹 어떤 중생이 선(善)악(惡)을 모르고, 탐욕과 인색함만을 품을 뿐 보시와 보시의 과보를 모르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고 믿음의 뿌리[信(신)根(근)]가 없으면, 많은 재물을 모으고 지키는 데만 힘을 기울일 뿐, 구걸하는 이가 오는 것을 마음으로 기뻐하지 않으며, 부득이 보시를 하게 되면 매우 아까워하면서 몸에서 살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끼느니라.
한없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이 중생은 자신을 위해서도 모은 재산을 쓰지 못하거늘, 어떻게 부모와 처자와 노비와 고용인과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주겠느냐? 이러한 중생은 목숨을 마친 다음 아(餓)귀(鬼)나 축(畜)생(生)의 세계에 태어나느니라.
그러나 과거 인간세계에 있었을 때 잠깐 동안이라도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들은 적이 있는 이는 아귀나 축생으로 있더라도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가 잠깐 생각나게 되고, 명호가 생각나는 즉시 목숨이 끊어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느니라.
나아가 과거를 아는 숙(宿)명(命)지(智)를 얻어 삼악도의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욕(欲)락(樂)을 좋아하지 않게 되어, 은혜로운 보시를 기꺼이 행하고 보시라는 이들을 찬탄하느니라.
또한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아까워하거나 탐착함이 없이 능히 보시를 하고, 점차로 머리와 눈과 손과 발과 살과 몸까지도 달라고 하는 이에게 모두 주고자 하거늘, 어찌 재물을 아까워하겠느냐!
또 문수사리여, 어떤 중생은 여래를 받들고 배우고 따르지만 계율을 범하는 경우가 있고, 계율을 범하지는 않지만 규칙을 범하는 경우가 있으며, 계율과 규칙을 범하지는 않지만 정(正)견(見)을 깨뜨리는 경우가 있느니라.
또 정견을 깨뜨리지는 않지만 많이 듣는 다(多)문(聞)을 버리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설하는 경(經)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다문은 할지라도 증(增)상(上)만(慢)에 빠져서 자기는 옳다 하고 남은 그르다고 할 뿐 아니라, 정(正)법(法)을 혐오하고 비방하면서 마의 무리와 짝을 하게 되느니라.
이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사(私)견(見)을 행함은 물론, 무량 중생들까지 지옥에 떨어지게 만들거나 지옥 · 아귀 · 축생의 세계를 하염없이 흘러다니게 만드느니라.
그러나 저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듣게 되면 곧 악행을 버리고 모든 선(善)법(法)을 닦아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되느니라.
그리고 악행을 버리지도 못하고 선법을 닦지도 못하여 삼악도에 떨어질지라도, 약사여래 본(本)원(願)의 위신력으로 인해 여래의 명호를 잠깐 듣게 되면, 듣는 즉시 삼악도에서의 목숨이 다하여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느니라.
그리하여 정견을 지니고 정진할 뿐 아니라 선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능히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여래의 가르침 속에서 진리를 수지하여 깨뜨리거나 범하는 일이 없고, 정견과 다문을 통하여 깊은 뜻을 이해하여, 교만하거나 정법을 비방하거나 마와 함께 함이 없이, 보살의 모든 행을 차례로 닦아 원만한 깨달음을 속히 증득하게 되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어떤 중생이 인색하고 탐욕을 부리고 시기질투하고 자기를 높이고 남을 비방하게 되면, 마땅히 악도에 떨어져서 무량한 세월동안 혹독한 고통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의 목숨이 다하면 축생계에 태어나서 소나 말이나 낙타나 노새가 되느니라. 그리하여 항상 채찍이나 몽둥이로 맞고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디면서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게 되느니라. 또한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비천한 생활을 하고, 남의 노비가 되어 부림을 받으면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느니라.
그러나 일찍이 사람으로 있었을 때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들었다면, 그 선한 인연에 의해 다시 약사여래를 생각해내고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할 수 있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즉시 약사여래의 위신력으로 온갖 괴로움에서 해탈하며, 모든 감각기관이 예리하고 지혜로워져서 많이 듣고 뛰어난 법을 구하며, 착한 벗을 만나 항상 서로 따르며, 능히 마의 그물을 끊고 무명의 껍질을 깨뜨려 번뇌의 강을 마르게 하며, 모든 생(生)노(老)병(病)사(死)와 근심과 슬픔과 고뇌에서 해탈하게 되느니라.
문수사리여 또 어떤 중생은 서로 어긋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송을 하고 싸우면서 나와 남을 함께 괴롭게 하느니라. 몸과 말과 뜻으로 온갖 악업을 지을 뿐 아니라, 상대에게 손해를 주고자 어떠한 이익도 없는 짓을 하며, 상대를 모함하고 해치기 위해 산과 숲과 나무와 무덤 등의 온갖 신에게 고사를 지내거나, 가축들을 잡아 그 피와 고기로 야차나 나찰에게 제사를 지내며, 원한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쓰거나 그 형상을 만들어 온갖 독(毒)해(害)를 끼치는 주술과 저주와 시체를 불러 일으키는 주문을 외워서, 상대의 목숨을 끊고 몸을 파괴하고자 하느니라.
그러나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들은 이에게는 이 모든 악한 짓으로도 해를 끼치지 못할 뿐 아니라, 마음이 자비롭고 이롭고 안락하게 바뀌기 때문에, 괴롭히려는 생각이나 원한의 마음 없이 서로가 기뻐하고 만족하고 이롭게 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만약 비구 · 비구니 · 우바새 · 우바이의 사부대중과 신심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팔(八)관(關)재(齋)계(戒)를 받고 매월 육(六)재(齋)일(日)이나 삼(三)장(長)재(齋)월(月)인 1월 · 5월 · 9월의 3개월 동안 계(戒)를 잘 지닌다면, 이러한 선근으로 어디에서나 기쁘고 즐거울 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가 서방 극락세계의 무(無)량(量)수(壽)불(佛) 계신 곳에 태어나서 정법을 들을 수 있는 인연이 차지 않았을지라도, 약사유리광여래의 이름을 들은 이는 목숨이 다할 때 팔(八)대(大)보(菩)살(薩) 등이 허공을 타고 와서 길을 인도하여, 극락세계의 기이한 빛을 띤 보배 연꽃 안에서 자(自)연(然) 화(化)생(生)하게 하느니라.
만일 이 사람이 천(天)상(上)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곧바로 천상에 태어나나니, 이미 닦은 선근이 한량없기 때문에 다시는 나쁜 세상에 태어나지 않느니라.
그리고 천상에서의 목숨이 다하면 인간세계의 전(轉)륜(輪)왕(王)이 되어 사(四)대(大)주(州)를 다스리면서 무량 중생들로 하여금 십(十)선(善)업(業)을 닦게 하거나, 대왕족 · 대바라문 · 대거사의 집안에 태어나나니, 보배와 재물이 창고에 가득하고, 훌륭한 외모에다 자재로움과 권(眷)속(屬)들을 구족하고, 총명한 지혜와 대(大)역(力)사(士)의 용맹을 갖추게 되느니라.
또한 어떤 여인이 약사여래의 명호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수지하면, 이 여인은 여자의 몸을 영원히 여읠 수 있게 되느니라.”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맹세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온갖 방편을 다해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유포하여, 미래의 신심 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그들의 처소에서 이 부처님의 명호를 들을 수 있게 하고, 잠자는 중에도 이 명호가 들리도록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경전을 받아지녀서 독송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설하고 해석하고 깨닫게 해주거나, 스스로 사(寫)경(經)하고 남에게 사경토록 하거나, 온갖 꽃과 향과 영락과 보(寶)당(幢)과 깃발 등으로 공양하거나, 이 경전을 오색의 비단 주머니에 넣어 깨끗하고 높은 자리에 안치하면, 사(四)대(大)천(天)왕(王)이 그 권속과 한없이 많은 천인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와서 공양하고 수호하게 하겠나이다.
세존이리셔, 이 경전을 보배롭게 유통시킬 때, 어떤 이가 이 경전을 수지하고 독송하여 저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와 예전에 발하신 대원을 들었다면, 그가 횡(橫)사(死)를 하거나 악귀들에게 정기를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이미 빼았겼다 할지라도 다시 이전으로 돌아와 안락한 삼을 이루도록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셨다.
“옳고 옳도다, 문수사리여. 그대가 말한 대로 될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신심있는 선남자 선여인이 약사유리광여래를 공양하고자 할진대는, 마땅히 그 부처님의 존상을 청정한 자리에 안치한 다음, 온갖 꽃을 뿌리고 온갖 향을 태우고 여러 가지 당(幢)과 번(幡)으로 그곳을 장엄해야 하느니라. 그이고 7일 낮 7일 밤 동안 팔관재계를 받아 지니면서 청정한 음식을 먹고 깨끗이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은 다음, 더럽고 탁한 마음이나 성내는 마음을 비우고, 일체 중생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는 자(慈)비(悲)희(喜)사(捨)와 평(平)등(等)심(心)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또 북을 울리고 찬탄의 노래를 부르면 불상의 오른쪽으로 돌면서, 저 약사여래의 본원공덕을 생각하고 이 경전을 독송하여야 하느니라.
이렇게 하면 생각하는대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고,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다 원만해지느니라. 곧 오래 살기를 바라면 장수하게 되고, 부자되기를 바라면 부자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면 그 지위를 얻고, 아들딸을 희망하면 빼어난 아들과 딸을 얻게 되느니라.
또한 어떤 사람이 갑자기 악(惡)몽(夢)을 꾸거나 나쁜 모습들을 보거나 요괴스러운 새[怪(괴)鳥(조)]가 날아와서 모이거나 집안에 괴이한 일이 생겨날 때, 그 사람이 여러가지 공양물을 마련하여 약사유리광여래께 공양하고 공경하게 되면, 모든 악몽과 나쁜 모습과 불길한 일들이 남김없이 사라지게 되느니라.
또한 물 · 불 · 칼 · 독(毒) 등으로 인한 공포나 높은 절벽에 매달리는 공포, 악한 코끼리 · 사자 · 호랑이 · 곰 · 독사 · 전갈 · 지네 · 그리마 · 모기 등으로 인한 공포가 있을 때, 저 약사여래를 간절히 생각하면 모든 공포에서 해탈하게 되며, 적군이 침범하였거나 도둑이 들어 두려움에 떨 때도 약사여래를 생각하고 공경하면 능히 해탈할 수 있느니라.
문수사리여, 선남자 선여인이 불 · 법 · 승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 · 십게 · 보살계 · 비구계 · 비구니계를 받았으나, 그 받은 계를 헐뜯고 범하여 삼악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때, 저 약사유리광여래를 생각하고 공양하게 되면 결정코 삼악도의 과보를 받지 않게 되느니라.
또한 어떤 여인이 출산을 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지극한 마음으로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부르면서 공경하면 속히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며, 태어난 자식은 감각기관이 온전하고 모습이 단정하여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며, 근기가 예리하고 총명하고 안온하고 병이 적으며, 사람 아닌 것들에게 혼백을 빼앗기게 되는 일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아(阿)난(難)에게 이르셨다.
“아난아, 내가 칭송하고 찬양한 약사유리광여래의 모든 공덕은 제불께서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늘 너는 믿을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덕을 갖추신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께서 설하신 진리에 대해 의혹이 생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여래의 몸과 말과 뜻으로 행하는 업들은 청정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해와 달을 능히 떨어뜨릴 수 있고 높은 산을 능히 이동시킬 수 있는 부처님들께서 하신 말씀은 절대로 틀림이 없사옵니다. 하지만 신심을 갖추지 못한 중생들은 세존께서 부처님들의 경계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단지 저 약사유리광여래의 이름만을 염할 뿐인데 그와 같은 큰 공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믿지 못하고 비방하게 되면, 그 중생을 큰 이익과 즐거움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여러 악도에 떨어져서, 길고 어두운 밤을 벗어나지 못함이 끝이 없게 되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아난아, 그러한 중생들도 세존이신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수지하게 되면 악도에 떨어지는 일이 없느니라.
아난아, 부처님들의 경계는 참으로 믿기 어렵거늘 너는 능히 수지하는구나. 마땅히 알아라. 이것이 바로 약사여래의 위신력이니라.
아난아, 모든 성(聲)문(聞)과 독(獨)각(覺)과 아직 초(初)지(地)에 오르지 못한 보살들은 모든 것을 여(如)실(實)하게 다 믿고 이해할 수 없느니라. 다만 일(一)생(生)보(補)처(處)보(菩)살(薩)은 제외하노라.
아난아, 사람의 몸을 받기 어렵고 삼보를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기도 어렵지만, 저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듣는 것은 몇 갑절 더 어렵느니라.
아난아, 저 약사유리광여래는 보살행이 한량없고 좋은 방편이 한량없고 광대한 서원이 항량없나니, 내가 1겁 또는 1겁이 넘도록 약사여래의 보(菩)살(薩)행(行)원(願)을 말하고, 겁이 다하도록 저 약사유리광여래께서 예전에 행하신 일과 수승한 대원들을 말하여도 결코 다 말할 수 없느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있던 구(救)탈(脫)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배례한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세에 어떤 중생이 환난으로 곤욕을 당하고, 중병에 시달려 야위고 음식을 못먹고 목과 입술이 마르고 눈이 침침하여 잘 보이지 않고 죽음이 임박하게 되면, 부모 · 자식 · 형제들과 친척 · 친구들이 둘러 앉아 흐느껴 울게 됩니다. 그때 그 사람의 몸은 그 자리에 누워있지만, 염(閻)마(魔)왕(王)의 사자가 그의 넋을 이끌어 염마왕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모든 중생에게는 언제나 중생과 함께하면서 착하고 악한 업을 기록하는 구(俱)생(生)신(伸)이 있는데, 그가 죽은 이의 죄와 복을 적은 것을 염마왕에게 주면 염마왕이 죽은 이에게 물어 확인하고, 지은 바 죄와 복을 계산하여 판결을 내립니다.
이때 병자의 가족이나 친지 등이 그를 위해 약사유리광여래께 귀의하고 스님을 청하여 이 경전을 읽는 등 법대로 공양하면, 혹 그의 넋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7일 · 21일 · 35일 · 49일이 지나 그 사람의 넋이 다시 돌아올 때는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모든 선악의 업보를 모두 기억할 것이요, 업보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것이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신심 있는 선남자 선여인은 마땅히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수지하여 힘이 닿는 데까지 공경하고 공양하고 받들어야 하옵니다.”
그때 아난이 구탈보살에게 여쭈었다.
“선남자여, 약사유리광여래를 어떻게 공경하고 공양하고 받들어야 합니까?”
“대덕 아난이여, 만일 어떤 환자가 중병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면, 그 사람은 마땅히 7일 낮과 밤동안 팔관재계를 지키면서, 음식과 공양구들을 힘 닿는 대로 마련하여 비구승에게 공양하고, 하루에 여섯 차례 약사유리광여래께 예배 드리고 공양하며, 이 경전을 마흔 아홉 번 독송하고 마흔 아홉 개의 등을 밝혀야 합니다.
곧 여래의 형상 일곱을 만들어 하나 하나의 상 앞에 일곱 개의 등을 두되, 각 등의 크기를 수레바퀴만 하게 하며, 49일 동안 광명이 끊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길이가 49척이 되는 오색의 비단 깃발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중생 49마리를 놓아주면 위험한 액난을 넘길 수 있고, 악귀에게 잡히는 등의 모든 횡액이 없어지게 됩니다.
대덕 아난이여, 또 관(灌)정(頂)을 받은 왕에게 재난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곧 백성들에게 질병의 난(難)이 있거나, 다른 나라가 침략을 하였거나, 나라 안에서 반역의 난이 일어났거나, 별자리의 변괴 및 일식 · 월식의 난이 일어났거나, 때 아닌 풍(風)우(雨)의 난이 일어났거나, 때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않는 등의 재난들이 있을 때, 저 관정을 받은 왕은 마땅히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일으키고 옥에 갇힌 죄수들을 사면하면서, 조금 전에 말한 공양의 법식대로 약사유리광여래께 공양하고 받들어야 합니다.
왕이 이러한 선근을 심으면, 저 약사유리광여래께서 일찍이 세우신 수승한 대원에 의해 왕의 나라가 곧 안온하게 되나니, 풍우가 때맞추어 찾아들어 곡식이 잘 자라며, 나라 안의 모든 백성이 병 없이 안락하고 환희롭게 살게 되며, 야차 등의 나쁜 귀신들도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없고 악한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저 왕의 수명과 기력도 더하여져서 무(無)병(病)하고 자(自)재(在)하게 됩니다.”
아난이 거듭 구탈보살에게 여쭈었다.
“선남자여, 어찌하여 다한 수명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하십니까?”
구탈보살이 답하였다.
“대덕이여, 그대는 일찍이 여래께서 아홉가지 뜻하지 않은 죽음[九(구)橫(횡)死(사)]이 있다고 설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바로 이 때문에 등과 깃발을 만들고 여러 가지 복덕을 닦을 것을 권하는 것이니, 복을 닦아야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괴로움과 환난을 겪지 않게 됩니다.”
아난이 여쭈었다.
“아홉가지 뜻하지 않은 죽음인 구횡사가 무엇입니까?”
“어떤 중생은 병세가 중하지 않지만 의사와 약이 없고 간병인이 없어서 죽는 경우가 있고, 혹 의사가 치료를 하였으되 약을 잘못 쓰게 되면 횡사를 하게 됩니다.또 사(邪)마(魔)외(外)도(道)와 요망하고 악한 귀신의 재앙을 부르는 무당이 망녕되게 화와 복에 대해 말하는 것을 믿고 두려워하면서 바르지 못한 점괘를 물어 화를 불러들이거나, 짐승들을 죽여 신(神)명(明)에게 호소하고 온갖 잡귀를 불러들여 복을 청하는 등, 어리석고 미혹하고 삿된 견해를 따르면서 목숨의 연장을 바라지만 끝내는 이룰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횡사하여 지옥에 떨어져서 나올 때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첫 번째 횡사라고 이름합니다.
두 번째 횡사는 왕(王)법(法)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요
세 번째 횡사는 사냥을 즐겨하며 돌아다니고 음란함과 술에 빠져들어 사람 아닌 것[非(비)人(인)]에게 정기를 빼앗겨 죽는 것이요
네 번째 횡사는 불에 타서 죽는 것이요
다섯 번째 횡사는 물에 빠져 죽는 것이요
여섯 번째 횡사는 사자 · 호랑이 등의 악한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것이요
일곱 번째 횡사는 절벽 등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는 것이요
여덟 번째 횡사는 독약이나 저주의 기도, 주문으로 일으킨 세체에게 해를 입어 죽는 것이요
아홉 번째 횡사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고통 속에서 음식을 얻지 못해 죽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구횡사이며, 이밖에도 한량없이 많은 횡사들이 있으나 모두를 설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아난이여, 세간에서 지은 선악들을 살피는 염마왕은 중생들 중에서 오(五)역(逆)죄(罪)를 짓고 불효를 하고 삼보를 욕되게하고 군(君)신(臣)의 법을 무너뜨리고 믿음과 계율을 깨뜨리면, 그 죄의 경중에 따라 벌을 내립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중생들을 온갖 괴로움과 재난에서부터 벗어나게끔 하기 위해 등을 밝히고 깃발을 만들고 방생 등의 복업을 닦을 것 권하는 것입니다.”
그때 대중 가운데 십(十)이(二)야(夜)차(叉)대(大)장(將)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궁비라(宮毘羅)대(大)장(將)
벌절라(伐折羅)대(大)장(將)
미기라(迷企羅)대(大)장(將)
안저라(安底羅)대(大)장(將)
알(頞)니(你)라(羅)대(大)장(將)
산저라(珊底羅)대(大)장(將)
인달라(因達羅)대(大)장(將)
파이라(波夷羅)대(大)장(將)
마호라(摩虎羅)대(大)장(將)
진달라(眞達羅)대(大)장(將)
초(招)두(杜)라(羅)대(大)장(將)
비(毗)갈(羯)라(羅)대(大)장(將)이었다.
각기 7천 명의 야차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 십(十)이(二)야(夜)차(叉)대(大)장(將)들이 한 목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듣게 되어, 악도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나이다.
지금 저희 모두는 한마음으로, 목숨이 다하도록 불 · 법 · 승 삼보에 귀의하옵고, 마땅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할 것을 맹세하옵니다.
그리고 어떠한 마을이든 성이든 나라든 한적한 숲에서든, 이 경전을 유포하고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수지하여 공경하고 공양하는 이가 있으면, 저희 권속들은 그 사람을 호위하여 모든 고난에서 해탈하게 하고, 구하는 것 모두를 얻을 수 있게 하겠나이다.
또 질병과 액난이 있는 중생이 이 경전을 독송하면서 벗어나기를 구하면 능히 해탈할 수 있게 하겠나이다.”
세존께서 야차대장들을 칭찬하셨다.
“착하고 훌륭하도다, 야차대장들이여. 너희가 약사유리광여래의 은덕을 보답하고자 할진대는, 마땅히 중생들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고자 노력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이 경을 ‘약(藥)사(師)유(琉)리(璃)광(光)여(如)래(來)본(本)원(願)공(功)덕(德)경(經)’이라 이름하며, ‘십(十)이(二)신(神)장(將)요(饒)익(益)유(有)정(情)결(結)원(願)신(神)주(呪)경(經)’ 또는 ‘발(拔)제(除)일(一)체(切)업(業)장(障)경(經)’이라고도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은 이름으로 지닐지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설하여 마치자,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모든 보살마하살과 대(大)성(聲)문(聞), 국왕 · 대신 · 바라문 · 거사들, 천 · 용 · 야차 · 건달바 ·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와 인(人)비(非)인(人) 등이 크게 환희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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