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 일상생활(취미) 23-13 "17km vs 8.2km"
오전 5시 날이 맑고 상쾌하다.
일요일 마라톤 연습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다.
6시까지 약속 장소로 가야 해서 서둘렀다.
날이 아직 어두워서 그런지 하늘에 별도 드문드문 보인다.
5시 15분 다온빌에 도착했다. 다른 입주자분들은 아직 주무시는 시간이라 조용히 102호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 * 도 씨 일어났어요?"
"아! 네"
잠에서 덜 깬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외출 준비 합시다"
"네 네"
* 도 씨는 외출 준비하고 직원은 차키를 챙겼다. 다른 것은 마땅히 챙길 것이 없어 * 도 씨를 기다렸다.
5시 45분 증평 보강천
회원들이 한분 한분씩 오셨다.
지난 7월에 회식을 한 덕분인지 다들 낯익다.
"안녕하세요. * 도 씨 오랜만이네"
"얼마만이야?"
"선생님은 처음이신데 오늘 달릴 수 있겠어요?"
* 도 씨는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지만 직원은 처음 연습을 나와서 그런지 어색했는데 저마다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네주셔서 다행이다.
직원을 포함해 총 10명의 회원이 모였다. 오늘 처음 연습에 참여한 회원이 있어서 자기소개를 했다.
부회장님의 진행으로 간단히 몸풀기를 했다.
뒤이어 김기철 고문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김기철 고문님은 서울화원 사장님이시고 * 도 씨 전 직장 사장님이기도 하다. * 도 씨가 쉬는 날 가끔 증평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안부는 전하는 고마운 분이시다.
"오늘 처음 오신 분들도 있고 * 도 씨는 오랜만에 왔으니 일단 1.5km 정도는 천천히 함께 뜁니다. 그리고 언덕 위로 올라서면 처음 오신 두 분들은 잠시 설명을 들으시고 나머지는 원래 코스대로 17km 정도 뜁니다"
마라톤 연습이 시작되었다.
직원은 처음 달리는 것이다 보니 100m를 뛰면서 벌써 숨이 가쁘다.
그런데 회원님들은 달리면서 안부 인사며 소소한 대화며 지나가는 주민들께 인사를 하며 여유가 넘친다.
* 도 씨는 근 1년 만에 뛰는 것이라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경력이 있어 그런지 역시나 여유가 넘쳤다.
500m가 넘어가면서 숨이 목까지 차고 땀이 줄줄 흐른다. 아직 첫 번째 목적지인 언덕은 보이지도 않았다.
지쳐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데 다행히 고문님께서 뒤에서 뛰면서 코치를 해주셔서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드디어 언덕에 올라섰다.
다른 길과 합류하는 야트막한 언덕.
그곳에서 회원들과 * 도 씨는 따로 달리기 시작했고 오늘 처음인 회원과 직원은 고문님의 설명을 들었다.
"마라톤에서 제일 중요한 3가지는 자세 호흡 시선이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발 끝에 힘을 주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걷듯이 뒤꿈치에 힘이 들어가면 절대 오래 못 달려요. 줄넘기하듯 발끝에 힘을 줍니다. 그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 뛰는 자세가 돼요. 그런데 절대 허리를 굽히거나 등을 굽히는 건 안 돼요. 그리고 호흡은 하하 호호 하하 호호 박자를 맞춰 쉬면 됩니다. 그래야 힘들지 않아요. 들이쉬는 것보다 내 쉬는 걸 크게 해야 돼요. 쉬는 건 본능적으로 알아서 쉬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시선. 남궁인호 선생님은 계속 바닥을 보고 뛰는데 그러면 기도가 좁아져서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꼭 시선은 바닥이 아니라 정면을 바라보고 뛰세요"
설명을 들은 뒤 다시 한번 1km 정도를 달렸다.
힘은 들고 자세는 잘 잡히지 않았지만 호흡만으로도 처음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니 몸이 풀리면서 버틸만했다.
"자 이제 저는 회원들 따라 달립니다. 저 앞에 정자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돌아서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렇게 뛰면 오늘 7km 정도 뛰는 겁니다. 처음 오면 3km 나 5km 정도 뛰는데 오늘 처음치고 많이 뛰는 거예요"
이제 오늘 처음 온 두 사람만 남아 뛰었다.
마라톤 동호회에 오면 * 도 씨를 잘 돕고 회원들과 관계를 주선하려는 마음이었는데 마라톤 자체만 놓고 보면 * 도 씨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실력 차가 난다.
어쩌면 10월에 있는 춘천마라톤대회에 직원이 아닌 * 도 씨가 길을 안내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약 30분 정도 함께 달린 것 외에는 * 도 씨를 본 적이 없으니까!
처음이라 너무 힘든 몸을 이끌고 간신히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거리를 확인해 보니 8.2km 다. 스포츠센터에서 러닝머신을 뛰어도 3km 뛰기 어려웠는데 역시 함께 달리니 더 멀리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3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정해진 코스를 뛴 회원들과 * 도 씨가 보인다. 모두들 얼굴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17km 정도를 뛰었어요"
" * 도 씨 근 1년 만인데 잘 뛰네요. 춘천마라톤 걱정은 없겠어요"
" * 도 씨 괜찮아요?"
"네네"
한 여성 회원이 가져온 음료를 나눠 마셨다. 다음에는 * 도 씨가 준비하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 도 씨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일반 신발. 직원도 역시나 러닝화가 없어 트레킹화를 신고 있다.
다른 회원들은 모두 러닝화를 신고 있다.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땀을 닦을 수건도 있어야겠구나. 모자를 쓰면 햇볕을 얼마쯤은 가릴 수 있어 좀 더 낫구나!
김기철 고문님께 신발은 어떤 걸 준비하면 좋을지 여쭤봤다.
"아! 신발요. 사실 쿠션 좋은 러닝화 사면 좋죠. 그런데 초보자들은 잘 못 골라요. 다른 회원님들도 이번에 제가 신는 신발을 공동구매 하려고 하거든요. 내일쯤요."
"아 내일요? 신청하면 언제쯤 올까요?"
"오는 건 수요일이라도 와요"
"그럼 저랑 * 도 씨 신청하겠습니다"
"신발이 좀 좋은 거라서 16만 원 정도 해요"
"네. 알겠습니다. 저도 신발이 꼭 필요해서요. 트래킹화를 신고 뛰었더니 너무 힘드네요"
"트레킹화는 어렵죠. 바닥이 딱딱해서 오래 달리기엔 적합지 않아요"
마라톤 연습이 모두 끝났다. 시간을 보니 8시 25분이다.
부회장님이 한 말씀하신다
"다들 식사하고 가죠?"
" * 도 씨도 갈 거죠?"
"네 당연히 가야죠"
아침 일찍 문 여는 칼국수집.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마라톤 사무국장님이 오늘 못 오셨는데 가게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연락을 주셨다. 회원들이 모두 기다렸는데 사무국장님이 오셔서 차 한잔 하러 가자고 했다. * 도 씨도 당연히 가야지. 회원이니까!
식사비도 각자 냈다. 처음에 * 도 씨와 직원 것은 안 받으시려고 해서 안된다고 했다. 회원이니까. 계좌이체 해드렸다.
북이면 <추학리 361> 카페 이름이자 주소다.
다온빌도 북이면에 있는데 이런 근사한 카페가 있는지 몰랐다.
회원들과 사진도 찍고 커피도 한잔 마셨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후 1시다.
마라톤 연습은 2시간 정도.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떠는 시간은 4시간.
어쩌면 마라톤은 구실이고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편안 사람들끼리 모여 웃고 수다 떨고 맛있는 거 먹는 재미 아닐까?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또다시 일주일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되는 건 아닐까?
"선생님! 선생님 덕에 * 도 씨가 오늘 즐겁게 보냈네요. 다음 주에도 와요"
"제가 하는 일입니다. 혹시 제가 와서 폐 끼친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녜요. * 도 씨와 이렇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서. 항상 집에 가기 바쁘고. 항상 어디 가야 한다 그러고. 우린 사정을 모르니..."
그간의 사정은 잘 모르겠다.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다만 앞으로는 오늘처럼 조금씩만 시간을 더 갖게 하면 회원 간의 사이가 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떤 날이 오면 * 도 씨 혼자 마라톤 연습하러 가겠지.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2023년 8월 27일 일요일 남궁인호
마라톤 동호회 회원으로 같이 운동하고 끝나면 식사하고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니 참 즐거워 보입니다. 쉬는 날 * 도 씨와 함께 동행한 팀장님의 수고로 * 도 씨의 삶이 풍성해 보입니다. * 도 씨와 팀장님 고맙습니다 -다온빌
첫댓글 *도 씨와 팀장님 모두 파이팅입니다~! 마라톤 후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내시니 *도씨도 스트레스 많이 풀렸을 거 같아요!
*도씨 팀장님이 함께 동행해 주시니 힘을 두배로 받았겠어요. 그 힘든 마라톤도 잘 견디니 회원분들과 시원한 차 마시며 갈증도 해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됐겠어요
두분에게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