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정말 모 아니면 도같은 분위기입니다.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는 말입니다. 이 쏠림현상은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는 쾌속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지만 부정적인 면에서는 이리 몰리고 저리 몰려서 결국 배가 뒤집히는 그런 현상까지 도출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웃에서 뭔가를 하면 참지를 못합니다. 마치 어떤 현상에 동참을 못할 경우 패배자가 된다는 강박증같이도 보입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1인 가정 급증도 그와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는 홀로 문화 그리고 그런 풍조를 대변하는 1인 가구 급증이 트랜드화하고 있습니다. 무슨 유행처럼 번진다는 말입니다. 한국 가정 10곳 가운데 1인 가구가 3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1인 가구는 앞으로도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13년 뒤에는 전체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10가구 중 4가구가 1인가구라는 것입니다. 통계청 조사에서 2022년 1인 가구의 비중은 34%를 넘어섰으며 2037년에는 40%를 돌파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사회현상은 대체로 예측치를 웃도는 현상 즉 쏠림현상이 있음을 감안하면 1인 가구 속도는 더욱 급속하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인 가구 증가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 45%, 덴마크 45%로 서구 국가들의 1인 가구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도 43%로 한국과 비슷한 형태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1인 가구와 한국의 1인 가구와는 달라도 상당히 다른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구의 가족 제도는 가족이 우선이 아니였습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 사회는 자녀들이 18세가 되면 독립해 나가는 것이 관습이자 전통이였습니다. 예전부터 그런 풍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피면서 같이 살다 자녀들이 18세가 되면 스스로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자녀들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집을 나가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부모들도 자녀들이 당연히 집을 떠날 것으로 생각하기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와 전혀 다른 가족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가족은 대가족을 의미하고 사회보다 그리고 개인보다 가족을 우선시했습니다. 한가족에 조모 그리고 부모 자녀 손자 등 4대가 함께 거주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영향으로 서구권의 문화가 마구 들어오며서 한국의 가족은 분열되기 시작했습니다. 효의 개념이 상실되고 효는 그냥 고리타분한 예전 미풍양속정도로 여겨지는 사회가 됐습니다. 부모는 자녀교육에 정성을 다하고 그렇게 자란 자녀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그런 사회적 문화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여성들의 권리가 강화되고 남녀 평등적 사고가 급속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이제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풍조까지 등장했습니다. 물론 망국병이라는 부동산 투기심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정권들의 책임도 큽니다. 말로만 정책으로만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는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일확천금 심리를 더욱 확산시키는 부작용까지 낳았습니다. 아이를 키울 장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2020년부터 전세계에 휘몰아친 코로나 19의 영향이 극심합니다. 혼자 생활해 보니 그 나름 멋도 있고 충분히 지낼 만한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 동물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을 꺼리고 혼자 살겠다고 나서는데는 부모들의 간섭이 싫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습니다. 부모의 충고는 단지 잔소리에 불가하니 지긋지긋한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집을 나가려는 것입니다.서구 국가의 독립적인 생활방식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리고 집을 나간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스스로 거주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실정입니다. 부모로 부터 완전한 독립이 아닌 주거만 독립하는 형태입니다. 실질적인 1인가구의 모습은 아닙니다. 1인 가구는 스스로 벌어 혼자 사는 것인데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 자녀가 보기 싫어 원룸으로 자녀를 내보내는 가정도 많습니다.
1인가구는 젊은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층의 1인 가구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뒷전이고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젊은층에 맞서 이젠 자식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노령층이 급속하게 늘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성심성의껏 교육시키고 그렇게 자란 자녀들은 부모들의 부양을 당연시 여기던 사회 문화는 이제 박물관속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들은 스스로 살아갈 앞날을 위해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을 철저하게 움켜잡고 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수명은 길어지는데 자식들은 부모부양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각자도생의 심정이 작용한 것이겠죠. 앞으로 1인 가구는 특히 노인들을 중심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50년대에는 1인 가구중 80세 이상이 2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급증은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가 낳은 또 하나의 문제점이자 특징으로 판단됩니다. 1인 가구의 급증은 큰 사회적 변화를 가져 오게 할 것입니다. 아파트의 규모도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15평에서 20평정도면 충분한데 무슨 34평이나 40평이니 하는 아파트를 선호할까요. 혼밥 혼술 등 혼자 하는 문화로 사회 시스템이 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생활에서 혼자 생활하는 호랑이형 인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회 트랜드는 급속하게 변모하지만 아직도 예전 풍습속에 사로잡혀 정책을 펴거나 정책 입안을 하는 상황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연금과 의료시스템, 노인문제 그리고 주택정책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이 배우고 익혔던 그 시대에 맞는 상황을 앞으로의 변화에 억지로 맞춰보려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1인 가구가 갖는 의미와 그 속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2024년 9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