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마르셀로 비엘사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이단아'로 취급한다고 한다. '고집의 극치'라는 그의 축구스타일을 떠나 사생활을 들여다봐도 이러한 면이 나타나는데 비엘사 집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엘리트 출신들이 즐비하다.
법률가,변호사등이 대부분이고 특히 그의 형은 라파엘 비엘사는 현 아르헨티나 외무부 장관이다. 이런 집안에서 비엘사는 축구를 선택, 가족과는 전혀 딴 길로 가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존심 센 비엘사에게 축구팬들과의 충돌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는 모른다. 사실 비엘사의 경질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에서 죽음의 조 탈출에 실패하며 16강에도 오르지 못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비엘사에 대해 곳곳에서 안티 세력들이 발호했지만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마땅한 후임이 없으며 현재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를 계속 유임시키고 있지만 계약의 중도 파기시 비엘사에게 물어줄 거액의 위약금이 장수 감독의 진짜 이유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숙명의 라이벌 브라질과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격돌한 아르헨티나는 날씬한 몸으로 돌아온 신 축구황제 호날두에게 원맨쇼를 허용하며 1-3로 패하면서 비엘사 감독은 벼랑끝에 몰리게 된다. 팬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 났으며 자신에게 우호적인 지인들도 서서히 마음을 돌리고 있었다. 게다가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아르헨티나 차기 감독 0순위로 꼽힌 남미 최고의 명장 카를로스 비안치가 보카 후니오르스 감독에서 물러나면서 대표팀 감독에 관심을 보이면서 비엘사의 위기의식은 절정에 달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임한 2004 코파 아메리카에서 비엘사는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소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결승전 종료직전 브라질의 공격수 아드리아누에게 동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승부차기 끝에 브라질에게 우승을 내준 것은 정말 통탄할 일이었지만 팬들은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이 과거에 비해 한층 나아진 것에 대해 희망을 가지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비엘사가 고집을 버리고 주위의 의견들을 수렴한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일부에서는 비엘사 체제의 본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비엘사의 아르헨티나가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야말로 희망과 기대를 주는 가장 큰 이유이며 팬들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 결실이 맺어지길 원하고 있다.
기사회생한 비엘사에게 이번 2004 아테네 올림픽은 정말 중요한 대회이다. 그동안 올림픽 축구에서 단 한번도 금메달을 따본 경험이 없는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 경우 자국의 축구역사에 영광스러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아르헨티나가 대회 최다 우승을 기록 중인 코파 아메리카보다 올림픽이 비엘사의 명예회복에 더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비엘사가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겸임하고 있는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이는 비단 아르헨티나만의 얘기가 아니다. 남미의 대부분 국가대표팀 감독들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재정적인 문제겠지만 성인팀 감독이 신진 선수들의 기량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나 전력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은 형식적으로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자 성인 대표팀 코치인 우고 토칼리가 맡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비엘사를 보좌하고 있는 토칼리는 '비엘사의 로봇'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의 영향권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 팀을 이끄는 이는 비엘사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선에서 아르헨티나가 보여줄 경기 내용과 결과가 비엘사에 대한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아르헨티나 축구사이트인 'Supergoal'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축구팬들의 82%이상이 아르헨티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라 기대했고 이중 62%정도는 금메달을 딸 것이라 예상했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 아르헨티나 대표팀 명단 분석
2004 아테네 올림픽 축구에서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비엘사는 얼마전 예비선수 4명을 포함한 22인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국가대표팀인지 올림픽 대표팀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의 호화로운 선수 구성은 그들이 왜 우승 후보인지를 말해주었다.
골키퍼 두명과 수비수 니콜라스 부르디소(남미 예선 당시 올림픽 대표팀 주장)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한 선수들이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쯤되면 코파 아메리카는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담금질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3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활용했으니 이번 대회에서 객관적인 최강팀은 아르헨티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 와일드카드 3인
올림픽 대표팀에서 전력에 변수가 되는 23세 이상 와일드 카드 세명은 로베르토 아얄라(30), 가브리엘 에인세(26), 크리스티안 '킬리' 곤살레스(30)로 확정됐다. 모두 비엘사가 신임하는 애제자들로 이 중 수비수를 두명 뽑은 것은 주목할만 하다.
성인 대표팀 주장이자 수비의 핵인 로베르토 아얄라를 소속팀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라니에리 감독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뽑았으며 에인세 역시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만류를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올림픽 대표팀 합류에 성공했다. 베테랑으로서 리더쉽과 강한 정신력을 지닌 아얄라와 최근 대표팀에서 주전을 확보 중인 에인세의 가세로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는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하지만 위 선수들의 합류를 반기지 않을 이들도 있다. 바로 선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예비멤버로 밀려나버린 곤살로 로드리게스와 레안드로 페르난데스가 그들이다. 이들 두명은 당시 주장이었던 니콜라스 부르디소와 3백을 이루며 팀을 남미예선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비엘사는 이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외관상으로 볼때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남미예선 7경기에서 8실점을 했으니 경기당 1골이상을 내준 셈. 반면 공격에서는 16골을 뽑아 예선 1위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비엘사는 공격력을 강화하여 수비력을 커버하는 방법 대신에 수비력을 보강하여 안정적으로 전력상승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안 곤살레스는 그동안 세대교체론의 휩쓸려 팬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코파 아메리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뽑힌 경우다. 좌측면과 관련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의 합류는 분명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다. 체력도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며 강력한 왼발슛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비엘사와 심심찮게 마찰을 일으키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인테르 밀란은 곤살레스가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올림픽까지 출전한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엔 기겁을 했지만 출전을 승낙했다는 후문.
그러나 주위에선 "굳이 크리스티안 곤살레스를 뽑을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아르헨티나가 보유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좌측면 소화 가능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이 주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잉글랜드 선더랜드에서 활약 중인 훌리오 아르카와 올림픽 남미예선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오스마르 페레이라(CSKA 모스크바)가 여기에 해당한다.
2001년 세계청소년 대회 우승멤버이자 2003/04시즌 클럽 팬들이 선정한 선더랜드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한 아르카는 비엘사 체제에서는 올림픽 대표나 성인 대표를 막론하고 전혀 부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쉬운 쪽은 지역예선에서 주전으로 날카로운 왼발 킥과 돌파를 보여주며 3골을 기록, 팀내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던 페레이라일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본선에도 뛸 것으로 보였던 그는 예비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말았다. 예선이 끝난 후 아르헨티나의 리베르 플라테에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CSKA 모스크바로 이적하면서 비엘사가 컨디션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여겨진다.
2. 취약 포지션
한일 월드컵 이후 비엘사가 올림픽 대표팀까지 맡으면서 상당수의 젊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성인 대표팀과 유사한 약점을 올림픽 대표팀이 가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골키퍼, 우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세 곳은 현재 성인 대표팀의 문제거리이기도 하다.
골키퍼는 당초 와일드카드 1장이 사용될 유력한 포지션 중 하나였다. 현재 뽑힌 윌프레도 카바예로와 헤르만 룩스 모두 유망한 골키퍼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소속팀인 보카 후니오르스와 리베르 플라테에서 주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각각 현재 국가대표팀에서 골키퍼 자리를 다투고 있는 로베르토 아본단시에리와 프랑코 코스탄소에게 밀려 후보 신세다.
따라서 이들의 선배인 아본단시에리나 코스탄소 중 한명이 와일드카드로 유력시됐지만 의외로 비엘사는 한명도 뽑지 않은 대신 수비에 2명을 쓰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후보 골키퍼에게 골문을 맡긴다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다. 경기감각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과연 기존 수비진들이 아닌 와일드 카드로 인해 바뀐 수비진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 단 한명의 전문 우측 풀백/윙백이 없는 우측 수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가대표팀에는 하비에르 사네티라는 터줏대감이 있지만 올림픽 대표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우측면 수비 역시 당초 와일드 카드 사용이 유력했지만 결국은 불발되고 말았다. 유력한 후보였던 사네티가 소속팀 인테르 밀란과의 관계를 의식하여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메이저 대회에 연속해서 출장하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산된 것.
비엘사 감독 역시 평소에 측면 수비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 인정한 가운데 반대편인 좌측 수비로는 전문 좌측 윙백인 클레멘테 로드리게스와 유사시 좌측 풀백으로도 뛸 수 있는 에인세, 윙백으로 플레이가 가능한 킬리 곤살레스가 있어 큰 염려는 없어 보인다. 이들 모두 왼발 잡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서 우측 수비로 뛸 수 있는 선수로는 루이스 곤살레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마리아노 곤살레스, 클레멘테 로드리게스 네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다시피 이들은 모두 전문성에서 취약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향후 성인 대표팀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루이스 곤살레스는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일정수준 이상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중앙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이며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는 남미예선에서도 임시로 이 포지션에 뛴 적은 있지만 그가 우측으로 올 경우 중원에서 이를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가장 유력한 선수는 본래 좌측이 주 포지션인 클레멘테 로드리게스이다. 이미 여러차례 비엘사 감독에 의해 본의 아니게 우측 수비수로 시험받은 바 있다. 선수 본인으로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우측에서도 그의 빠른 스피드와 오버래핑은 쓸 만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이다.
3. 3-3-1-3 포메이션의 사용 여부
한일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비엘사 감독의 3-3-1-3 전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포메이션이다. 그러나 근 2년이 넘게 이를 고수하다보면 아무리 훌륭한 전술도 상대에게 간파되기 마련이다. 상대의 중앙 봉쇄에 막혀 측면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양상을 반복하는 모습은 아르헨티나 팬들이 비엘사를 공격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을 인식한 듯 지난 코파아메리카 대회에서 4-3-1-2 전술로 재미를 봤던 비엘사 감독이 어떠한 전술을 사용할지 여부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파아메리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만큼 올림픽에서 4-3-1-2가 쓰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이 있었지만 최근 올림픽 대표팀의 연습경기의 포메이션은 모두 3-3-1-3으로 고정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 풀백이 없는 상황에서 4백을 쓰기엔 사실 어려움이 많은 상황. 3-3-1-3을 사용할 경우 팀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측면 수비에서 윙백과 스토퍼의 이중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한층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로 수비수 두명을 뽑은 것도 이를 염두해 둔 포석으로 봐야 할 것이다.
측면 요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4백도 쓰기 어려운 비상시 비엘사는 2-3-2-3이라는 포메이션을 급조하여 가동한 바 있다. 공격에 비중을 두어 상대방의 공격기회 자체를 차단함과 동시에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활용한 압박을 구사하는 것인데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이런 전술을 사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3-3-1-3 전술이 너무 측면으로 공격이 쏠린다는 지적에 대해 비엘사는 윙포워드를 한명 줄이는 대신 창조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투입하여 플레이메이커를 두명 두는 3-3-2-2 포메이션으로 이를 타개하기도 했다.
2006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자주 선보인 파블로 아이마르-안드레스 디알레산드로 조합이 바로 그것인데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는 팀 공격의 볼배급을 전담시킬 만한 선수가 부족한 까닭에 이 전술의 사용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굳이 이를 쓴다면 루이스 곤살레스가 성인 대표팀에서 아이마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3-3-1-3 전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올림픽 대표 선수들도 비엘사 감독의 지휘아래 3-3-1-3을 기본으로 한 연습을 소화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큰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역시 문제는 상대가 아르헨티나의 3-3-1-3 전술의 틀을 너무도 잘 안다는 것에 있다. 과거처럼 팀 플레이를 최우선시하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는 이미 여기에 대비하고 있을 상대에게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코파아메리카에서 전술적인 틀을 바꿔 재미를 봤다면 올림픽에서는 기존의 틀로 얼마나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는 상당부분 비엘사 감독의 역량에 달려 있다.
4. 공격진의 면면
코파 아메리카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아르헨티나를 열광시켰던 하비에르 사비올라가 이번에 올림픽에 출전한다. 소속팀인 FC 바르셀로나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비올라는 스페인 국적을 취득하며 한때 잔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이 보였지만 올림픽 출전으로 인해 팀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후보 이상의 입지를 얻지 못했던 사비올라로서는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비엘사 감독의 맘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포기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코파아메리카 도중 부상으로 아쉽게 득점 행진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나 복잡한 소속팀과의 관계를 모두 잊어 버리고 올림픽에서 맹활약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사비올라와 함께 주전 원톱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 루시아노 피게로아는 선수단에서 가장 힘과 체격이 좋은 정통파 공격수로 아르헨티나의 플레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얼마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1000만 유로가 넘는 가치를 인정받으며 화제를 모왔던 카를로스 테베스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이다. 올림픽 남미예선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도 활약한 그는 공격에 관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코파아메리카에서 팀의 조커로서 고비때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그는 사비올라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통해 성인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제 2의 오르테가를 꿈꾸는 세사르 델가도는 이미 성인팀에서도 중용되는 선수 중 한명이며 투지 넘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비엘사의 사랑을 받는 마우로 로살레스, 왼발의 달인으로 빼어난 킥을 선사하는 안드레스 디알레산드로, 우측면의 유틸리티맨으로 활약하는 마리아노 곤살레스 등도 사비올라나 피게로아 등 공격수들을 지원하여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한편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페르난도 카베나기(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발탁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전부터 팬들이 대표팀에서 보기 원하는 선수 0순위로 꼽혔던 카베나기는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두루 갖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뒤를 이를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붙박이 원톱감으로 추앙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얼마전 러시아 리그에 진출한 카베나기가 대표팀에서 모습을 보이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밖에 과거 청소년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레안드로 로마뇰리(산로렌소) 역시 제외되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튀니지, 호주와 함께 C조에 속해있는 아르헨티나는 일단 무난히 토너먼트 진출이 예상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1928년과 1996년 올림픽 대회에 결승에 올랐지만 은메달만 목에 걸었던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 이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금메달이라는 숙원을 위해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비록 말많고 탈많았던 비엘사 체제지만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결과는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올림픽 대회가 비엘사의 '마지막 발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월드컵부터 메이저대회에서 매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우승을 차지 못한 비엘사가 지휘봉을 잡은지도 이제 5년이 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메이저대회인 아테네 올림픽에서 비엘사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아니면 영원히 축구계의 이단아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팀 명단
* 와일드카드 (23세 이상 선수) ≠ 예비 선수
- 골키퍼: 1-윌프레도 카바예로 (보카 후니오르스), 18-헤르만 룩스 (리베르 플라테), 22-오스카르 우스타리≠ (인디펜디엔테)
- 수비수: 2-로베르토 아얄라* (발렌시아, 스페인), 3-니콜라스 부르디소 (인테르 밀란, 이탈리아), 4-파브리시오 콜록시니 (AC 밀란, 이탈리아), 6-가브리엘 에인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13-니콜라스 메디나 (선더랜드, 잉글랜드), 14-클레멘테 로드리게스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러시아), 20-곤살로 로드리게스≠ (비야레알, 스페인), 21-레안드로 페르난데스≠ (뉴웰스 올드보이스)
- 미드필더: 11-크리스티안 '킬리' 곤살레스* (인테르 밀란, 이탈리아), 15-안드레스 디알레산드로 (볼프스부르크, 독일), 5-하비에르 마스체라노, 16-루이스 곤살레스 (이상 리베르 플라테), 17-마리아노 곤살레스 (팔레르모, 이탈리아)
- 공격수: 7-하비에르 사비올라 (바르셀로나, 스페인), 8-세사르 델가도, 9-루시아노 피게로아 (이상 크루스 아술, 멕시코), 10-카를로스 테베스 (보카 후니오르스), 12-마우로 로살레스 (뉴웰스 올드보이스), 19-막시밀리아노 로드리게스≠ (에스파뇰, 스페인)
- 예상 라인업 (3-3-1-3): 카바예로 - 콜록시니, 아얄라, 에인세 - 루이스 곤살레스(클레멘테 로드리게스), 마스체라노, 킬리 곤살레스 - 디알레산드로(테베스) - 테베스(로살레스), 사비올라, 델가도 Written by 주경돈(celad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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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환장하것네 -_-;;;;;;;; 매번 올림픽에 이정도 급으로만 으로도 모든국가들이 선수 보내면...올림픽 엄청 흥행할텐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