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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독립 지향하는 친미파, 중국과의 긴장 예고
중국 “민진당 대만 주류 민의 대표 못해”
미국·일본, 라이칭더 당선 일제히 환영
총통직선 30년 미중간 균형외교 독립지향 정서 정착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민진당의 라이칭더(왼쪽)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당선확정 뒤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고 있다. 2024.1.13. UPI 연합뉴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65)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밤 10시께(현지시각) 끝난 개표작업 결과 라이칭더 후보가 558만 6019표(득표율 40.05%)를 얻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467만 1021표, 33.39%)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369만 466표, 26.46%)를 여유있게 누르고 당선됐다. 투표율은 71.86%로 2020년 선거 때보다 3.04%포인트 내려갔다고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밝혔다.
민진당 3기 연속 집권에 성공
이로써 민진당은 2기 8년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에 이어 당 대표이자 부총통으로서 차이 총통의 정책을 계승한 라이칭더 새 총통 아래 연속 3기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라이칭더는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총통의 중요한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대만은 앞으로도 민주주의진영의 일원으로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민진당이 공개한 4분짜리 선전광고 영상에서도 그는 “평화와 민주주의가 없다면 대만이 아닐 것”이라며 “(평화와 민주주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다. 나는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고 말했다.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뒤 자축하는 타이베이의 지지자들. 2024.1.13. UPI 연합뉴스
“대만독립 일꾼” 리이칭더 당선, 중국과의 긴장 예고
이번 선거에서 국내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였던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그는 “앞으로 건전하고 질서있는 교류가 부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도 양안의 안정에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동시에 치러진 입법원(의회) 선거에서 민진당이 과반수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다른 당과 입법원 차원에서 제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만독립의 일꾼”임을 자처하며 대만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해 온 그의 총통 당선으로, 그의 당선을 반대해 온 중국과의 양안(중국-대만)관계에 당분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타이베이의 민진당 지지자들. 2024. 1.13. AP 연합뉴스
미국, 일본 라이칭더 당선 일제히 환영
그의 당선이 확정된 뒤 미국과 일본은 일제히 대만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이를 축하하고 협력 강화를 다짐했으나, 중국은 이번 선거가 민진당이 대만 주류 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걸 보여 주었다며 ‘하나의 중국’과 양안통일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라이칭더 당선을 축하하면서 “대민인들이 강고한 민주주의 제도와 선거의 강점을 보여 준 것에도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하는데 협력할 것이라며 이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라이칭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민진당이 대만독립을 공개적으로 추구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어려워져, 대만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지원하되 공개적인 독립 추구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도 성명을 통해 라이칭더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대만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요 중요한 벗”이라며 양안문제에 관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 열린 승리 자축 모임에서 기뻐하는 차이잉원 총통. 2024.1.13.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거부 반응, “민진당이 대만 주류 민의 대표 못해”
이에 반해 중국은 라이칭더 당선 확정 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명의의 담화를 통해 “두 선거(총통, 입법원 선거) 결과는 민진당이 (대만)섬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면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 이번 선거는 조국이 최종적으로는 통일될 것,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주장했다.
천빈화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이 공표한 담화는 또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년 컨센서스’(‘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한 1992년 합의)를 견지하고 ‘대만(독립)’ 행보와 외부세력의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대만의 관련 정당과 단체, 각계 인사들과 함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고, 양안관계의 평화를 밀고 나가 조국통일의 대업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대만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확정 뒤 타이베이에서 열린 자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3. AP 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 유학한 진보적 독립파 라이칭더
1959년 대만 북부의 빈한한 탄광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라이칭더는 대만대학 등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해 공중위생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내과의사였던 그는 1996년에 정치에 뛰어들어 1999~2010년 입법위원에 4차례 연속 당선됐으며, 타이난 시장(2010~2017년 2기 연임) 때도 청렴하고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2월 28일, ‘2.28사건’(1947년 장제스가 이끄는 외성인들이 대만 원주민인 내성인들을 가혹하게 탄압, 학살한 사건. 제주 4.3학살과 닮은 사건) 희생자들 추도 집회에 참석해 타이난 시내의 학교에 세워져 있던 장제스의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었으나 결국 일부를 남기고 철수시켰다.
차이잉원 정권 1기 때 행정원장(총리, 2017~2019)에 발탁됐고, 2020년에 시작된 차이잉원 2기 정권 때는 부총통이 됐으며, 지난해 1월에는 당주석(대표)이 됐다. 당 대표로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당 간부를 퇴진시키는 등 연이은 스캔들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라이칭더는 민진당 최대 파벌인 ‘신조류’의 핵심인물로서, “대만독립의 일꾼”임을 자칭했을 정도로 민진당 내에서도 독립 지향이 뚜렷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중국은 라이칭더를 싫어하며 적대시한다.
친미적인 인물로도 알려진 라이칭더(영어 이름 윌리엄 리 William Lee)의 대만 독립과 관련한 도발적인 언행은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국마저 걱정할 정도다. 그가 러닝 메이트격인 부총통 후보로 미국 사정을 잘 아는 샤오메이친 주미국 타이베이 대표부 대사를 지목한 것은, 선거에서 부담이 되는 자신의 이런 강한 ‘독립파’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는 관측이 있다.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양안관계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도발도 하지 않는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싶을 뿐”이라며 “해협 양안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대등한 존엄을 지키면서 중국과 교류 협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타이베이 시민들. 2024.1.13. 로이터 연합뉴스
총통 직선제 실시 30년, 민진당 장기 연속집권
4년 전의 총통선거에서는 무참하게 탄압당한 홍콩 민주화운동을 바라본 대만인들의 반중국 정서가 차이잉원 후보 당선에 절대적으로 기여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진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 부패 및 독재화에 대한 우려, 젊은층의 주택문제 등 내정에 대한 불만, 불안 때문에 라이칭더는 마지막까지 고전했다.
이 때문에 무당파를 중심으로 한 집권당에 대한 불만표의 상당부분이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에게로 쏠렸다. 제2당인 국민당은 중국과의 거리를 두되 관계를 더욱 강화해 안보와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과도한 독립지향성이 양안관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비판했으나, 강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중국의 간섭이나 관여를 우려하고 싫어하는 대만의 다수 유권자들이 국민당 선거전략에 호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거판도를 바꿀 수도 있었던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 단일화 협상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미중 간 균형외교 추구 독립지향 정서 정착
1996년에 처음 실시된 총통 직선제에서 내성인 출신의 리덩후이가 당선된 이후 약 30년 간 대만에서는 2008년, 2012년 제12, 13대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이겨 8년 간 집권한 기간을 빼면, 독립지향적인 민진당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 주도의 강압적인 양안통일을 거부하고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독립적인 대만을 추구하되 중국과도 평화롭고 안정적인 관계를 통해 경제적 실리도 얻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외교를 지향하는 정서가 대만에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출처 : 대만 총통 라이칭더 당선, 민진당 3기 연속집권 성공 < 국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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