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기는 2020년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리는 부산일보사 강당입니다.
오후 6시20분, 강당에 발을 들이니 정면 단상에 즐비한 화환이 신춘문예라는 오랜 제도의
여전한 위상과 열기를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일찍 걸음하셔서 묵직하게 자리잡고 계신 선생님들, 낯 익은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 나누는 것도
행사와 당선자가 베푸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앗, 가슴에 꽃 달고 계신 분 들!
척 봐도 심사위원님이시군요. 박선미 한정기 선생님 반갑습니다.
여러 언론사의 4분기는 문학담당 기자들에게 분주한 시기인데요. 그야 신춘문예 때문이지요.
기자들 말에 의하면 신춘문예 프로젝트에서 일단 심사위원 선정이 중요하답니다.
응모작은 많기도 하고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작품 완성도는 물론이고 향후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안목 장착이 심사위원들 기본이라는 거죠. 꾸준한 활동으로 문학 흐름에 대한 감각과 도덕적 권위까지
인정 받아야 된다는데 두 분 선생님은 그런 촘촘한 검증을 패스한 분이라는 거지요.
자, 자 여길 보고 하트 세레모니!
남촌님 시선끝엔 막 도착한 반가운 분이 계신가 봅니다.
앗, 오늘의 프리마돈나 아니십니껴!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로 반짝거려 두 눈을 제대로 못 뜨고 겨우 인사했습니당.
그런데, 사실은, 수상자보다 커다란 리본을 가슴에 단 이 분이 더 유명한 분이십니다.
이렇다할 문학의 관은 안 쓰셨으나 이 분은 날마다 일기를 쓰시는분인데요.
일기 잘 쓰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 분이 계시잖아요?
전쟁 중에도 꼬박꼬박 일기 쓴 이순신 장군, 숨어 살면서도 열심히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
아문젠과 하멜도 일기왕인데 다윈의 진화론도 항해일기를 열심히 쓴 결과 아닙니까.
왕대 밭에 왕대 나고 일기 쓰는 엄마 밑에 작가가 나는 건 지당한 일 아니겠어요.
덧붙여 새해 제 결심도 일기 쓰기입니다.
색색의 종이 든 뒤쪽의 이 사람들은 어떡하면 주인공을 기쁘게 해줄까, 모의 중인것 같네요.
이분들이 멋있는 건 남 재미있게 해주기 전에 이미 자기들이 즐거워지는 것이죠.
저도 이런 범죄모의에 한 발 끼는 것 좋아해요.
상금 나누자고 외치는 이 분은 누굴까요?
한쪽 눈만 보고 알아맞춰 보세요. 맞춘 분은 칭찬해 드릴게요.
영식이 엄니 축하드려요!
제일 앞줄에 졸로리 앉은 수상자들의 면모를 휘익 보니 2020년은 모든 장르에서
젊은 수상자를 내셨네요. 거선의 엔진같은 박동과 활발한 피돌이가 느껴집니다.
드디어 시상식 시작입니다.
김성중선생님이 전체 심사평을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지만...
우리 글과 우리 문화를 지킨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 문학이며....
그러나 신춘문예까지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우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당선은 스스로 나뭇조각이나 지푸라기를 잡고 헤쳐나가라는 이정표다.
힘차게 헤쳐나가길 바라며 당선을 축하한다."
각 장르 수상자들의 당선소감도 짧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어두운 경계에 서 있다. 한 곳을 바라보며 따뜻한 소설 쓰고 싶고...
오래 쓰는 사람이 되겠다.
시- 부산일보 신춘 당선으로 힘을 받았다. 별같은 작품을 쓰겠다.
시조-아름다운 우리 시조, 소통과 공감 있는 시조 쓰기로 울림있는 시조의 바다로 나아가겠다.
평론 -가족들의 무한한 지지와 응원 덕분이다.
동화- 저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지금 동그란 얼굴들이 잔뜩 보인다...
한 방 있는 글 쓰겠다.
희곡-희곡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을 향한 목소리 바래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다.
평론-썩어빠진 관행 봐 넘기지 않는 결기 본받아 쓰겠다.
동화 당선자는 뒤태도 참 곱지라!
끝으로 부산일보 사장님이 한 말씀 하셨습니다.
"요즘은 짧은 게 트랜드니 저도 짧게 한마디 하겠다...
세상이 신춘문예까지 없어질까... 사실 글이라는 게 어렵다.
신문사를 흔히 글공장이라하는데 요즘은 뉴스와 유튜부 등 모든게 손 안에 있다.
신문은 찾아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신문은 사라지지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글이 소중하다. 올해처럼 수상자의 연령이 낮고 여성분이 많은게 희망이지 않겠냐.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글은 사라지지 않고 신문사도, 신춘문예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둘자 선생님이 준비해온 화관을 씌우니,
여신 납시오!
올해 부산일보 총 응모작이 3138편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문학을 경외한다는 방증이겠지요.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해 가고 즉각적인 영상이나 액티비티한 게임이
동시대 사람들의 오감을 사로잡지만 오래된 도구인 글자와 문장을 잡고 씨름하는
우리들이 있어서 세상은 희망적이라고 주장하며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장 스케치를 마치겠습니다.
고이 김지경 당선자님,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첫댓글 정말 상세하고 깊이있는 참관기네요. 아무나 흉내내기 힘든 아우라가 있어서 좋아요
고이 어머니한테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제자들한테 인사받기 급급해서 놓쳤네요. 고이가 상 한 번 더 받아야겠어요. ㅡ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이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문우들과 선후배의 응원을 듬뿍 받으시니 곧 다시한번 축포를 터트릴 듯하옵니다^^
김재원 선생님~ 제자의 수상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셔요.^^
올해도 건강하세요~
사진이 다 멋집니다. 현장만큼 실감납니다.
행복한 분들이 여기 다 계시네요^^
모두 모두 멋지십니다^^
스케치가 아니라
시상식 캐리커처네요.
아름다운 수상자와
더불어 기뻐하는 시상식 참석자의
모습또한 빛나보입니다.
참 아름다운 밤이였어요.^^
경숙샘 ~
영식이 에미예요. ^-^
이렇게 시간 들여서 글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ㅡ와아^^
사진도 글도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꾸벅~^-^)
영식이 에미가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모두 꽃다발이 돼 나타났군요.^^
오~ 어마무시한 행렬!
글나라 군단의 힘이
느껴집니다.
단합력에 엄지 척입니다 선생님들
다시 한번 축하 드려요^^
동화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 말이 나한테 배우는 것보다 문우들이 좋아서 다닌다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