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닮은꼴
김복희
재활용 수거장 옆에
남루한 소파가 앉아있었다.
힘겹고 막막한 삶의 무게에 눌려
푹 내려앉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때는 푸른 잎처럼
윤기 자르르 흐르던 몸매가
여기 저기 닳고 닳아 가슴 찢겼네.
피곤할 때 다가가면
포근히 꼭 안아주던 그이처럼
오랜 세월 함께 지냈는데
이제는 영영 이별인가
요양원 차를 기다리는 몸
바람이 어루만져 준다
[작가소개]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육필문학회 감사, 김포문인협회 회원,
문학의 집 서울회원, 광화문 사랑방 시낭송회 회원, 동화구연 지도자, 25회 경기문학상
공로상, 청계문학상 시 본상 수상, 시집『바람을 품은 숲』『겨울 담쟁이』『쑥부쟁이
꽃』『생명 연습』『꽃잔치, 오늘 우리 행복하자』, 공저『사금파리처럼 빛나는』외 다수
[시향]
길모퉁이에 버려진 의자나 소파를 보게 되면, 다른 생활폐기물과는 달리 마음에 짠한 여운이 남지요 재활용 수거함 옆에 내놓은 남루한 소파를 본 시인은 누군가를 위해 제 몸이 푹 내려앉도록 헌신한 소파에 대해 연민을 느낍니다 힘겹고 막막한 삶의 무게에 눌려 살다가, 이제 병들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피곤할 때 다가가면 ‘포근히 안아주던 그이처럼‘ 오랜 세월 함께 지냈는데 이제 영영 버려지게 되다니~~ 여기서 시인의 의식 속에선, 지금은 곁에 없는 그와 낡은 소파가 오버랩됩니다 요양원 차를 기다리는 몸, 병든 노인처럼 우두커니 앉아 차에 실리기를 기다리는 소파의 모습에서 먼저 가신 분의 노후 모습을 반추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이든 폐기물이든, 낡아서 버려지든 멀쩡한데도 버려지든, 세상에서 쓸모없어져서 버려진다는 것은, 그리하여 마침내 잊히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요 저 쓸쓸한 풍경은 머잖아 우리들도 맞이해야 할 삶의 한 장면일 것입니다
글 : 박정인(시인)
첫댓글 박선생님 평까지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좋은 시 감사합니다 버려진 소파가 짠~ 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 한 줄도 쓰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