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98) - 밧줄 타고 화물선 구멍 막은 영웅들
종합 10위권을 노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의 한국선수단이 강세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부진하여 침통한 분위기 속에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선수가 쇼트트랙 1,0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따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파벌싸움에 여념이 없는 빙상연맹과 한국스포츠계의 병폐가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포츠만의 일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파벌과 연고주의의 폐해를 과감히 도려내는 일에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하리라. 안현수의 사례를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고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인의 저력을 선양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으면.
지난 15일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서 연료공급을 받던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이 파도에 떠밀려 연료공급선에 부딪히면서 선체에 구멍이 뚫려 많은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현장에 투입된 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이 2시간의 사투 끝에 화물선에서 쏟아져 내리던 기름구멍을 막아 더 많은 벙커C유 유출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TV화면에서 본 특수구조단의 기름범벅이 된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언론이 전한 전말을 살펴보자.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joins.com%2Fnews%2Fcomponent%2Fhtmlphoto_mmdata%2F201402%2F17%2Fhtm_20140217046130103011.jpg)
'15일 부산 태종대 남서쪽 6.6km 앞바다. 남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4명이 헬리콥터를 타고 와 벙커C유가 쏟아져 나오는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캡틴 방글리스호(8만8000t) 갑판에 내렸다. 연료 공급선과 충돌해 구멍이 뚫려 기름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 바다엔 높이 2~3m 파도가 쳤다. 그렇잖아도 흔들리는 뱃전에서 더 흔들리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 누군가 가로 20㎝, 세로 30㎝ 크기 구멍을 막아야 했다. 가장 선임인 신승용(42) 경사가 말했다. “내가 내려가겠다. 한 명은 같이 가고 둘은 여기 남아 밧줄을 잡아라.” 다음 선임이던 이순형(36) 경사가 함께 가겠다고 자원했다. 그리 크지 않은 구멍이었지만 나무와 부직포로 완전히 틀어막아 기름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워낙 배와 밧줄이 심하게 흔들려서였다.
뚫린 구멍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배는 옆에서 보면 아래가 좁고 위가 넓은 V자 모양. 뱃전에서 밧줄을 내려뜨리면 구멍 뚫린 벽면에 손이 닿지 않는다. 두 경사는 그네 타듯 밧줄을 흔들어 구멍에 접근해서는 구멍에 고리를 걸어 몸을 고정시켰다. 그렇게 하는 데만 30분 가까이 걸렸다. 그 뒤 1시간 30분 동안 시커먼 벙커C유를 뒤집어쓰면서 구멍을 막았다. 신 경사는 “처음엔 기름 냄새가 지독해 머리가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지만 최대한 빨리 구멍을 막는 데 집중하다 보니 냄새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화물선 안에는 유출량의 8배가 넘는 180만L의 벙커C유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두 해경의 활약 덕에 유출은 23만7000L로 막았다. 두 경사는 얼굴에 심한 기름독이 올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 경사는 토요일이라 쉬다가 긴급 호출을 받고 출동했다. 이 경사는 당직근무 중이었다.
신 경사는 육군 특전사, 이 경사는 해군 해난구조대 출신으로 2012년 특수구조단이 생길 때 합류한 초창기 멤버다. 2012년 12월 울산 앞바다에서 80m 높이의 대형 크레인을 실은 바지선 석정호가 뒤집혀 근로자와 선원 24명이 바다에 빠졌을 때 다른 단원과 같이 실종자 찾기에 나서는 등 손발을 맞췄다. 특수구조단은 모두 11명으로, 신 경사와 이 경사는 특히 수심 40m 아래 깊은 바다에 침몰한 선박에서의 구조가 전문이다.
이날 사고는 화물선이 연료를 공급받던 중 파도에 떠밀려 연료 공급선에 부딪히면서 일어났다. 해경 특수구조단이 발 빠르게 기름 유출구를 틀어막았으나 23만7000L는 흘러나갔다. 최근 여수 유출 사고 때 새어나간 16만4000L보다 많은 양이다. 사고가 나자 해경과 해군은 82척의 배를 동원해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기름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오일펜스를 치고, 부직포 같은 흡착재로 기름을 빨아들였다. 얇게 기름막이 형성된 부분엔 바닷물을 뿌렸다. 남해해경 류용환 계장은 “물을 뿌리면 기름층이 더 넓어지고 얇아져 증발이 빨리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팀은 16일 100t급 해경 순찰정을 타고 사고 해역에서 길이 4㎞, 폭 2㎞가량의 기름띠를 확인했다. 기름막이 해수면에 얇게 형성된 곳은 은색, 두꺼운 곳은 검은색을 띠었다. 주변에선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해경에 따르면 기름띠는 바람과 바닷물 흐름을 따라 사고 지점에서 일본 대마도 쪽으로 4.5㎞ 이동했다. 부근 부산 영도 앞바다에 김·전복 양식장이 있으나 16일 오후 늦게까지 피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진환 부산해양경찰서장은 “방제작업에는 3일 정도 걸릴 것”이라며 “국내 연안으로 기름띠가 움직여 어민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방제를 끝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중앙일보 2014. 2. 17)
4년 전 주민의 신속한 신고로 제방 붕괴를 막은 사례가 감동을 안겨준다. 관련내용은 이렇다.
2010년 16-17일 이틀간 내린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광주 광산구 본량동에서 주민의 신속한 신고로 제방 붕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본량동 입석마을 주민 박종철(57)씨는 17일 오전 7시께 자전거를 타고 황룡강 옆 둑을 지나가다 강의 흐름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밤새 양동이로 퍼붓듯 많은 비가 내린지라 농작물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박씨는 직감적으로 범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씨는 통장인 정병호(65)씨를 불러내 제방 인근 풀을 쳐 내고 배수문 옆 둑 일부가 유실돼 강물이 쏟아져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지난 1989년 폭우로 강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던 정씨는 마을 방송으로 20여명의 주민을 모아 긴급 복구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 연로한데다 힘을 쓰는 남자가 7-8명에 불과해 복구작업에 진척이 없자 정씨는 광산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광산구는 신고를 받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모래와 함께 20여명의 공무원을 현장에 급파했다. 복구작업은 모래 15톤을 투입해 5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다행히 강물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박씨와 정씨가 미리 발견해 신고하지 않았다면 둑이 무너져 입석, 감동, 북창마을 등 100여 가구가 물에 잠길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복구 작업에 참여한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두 분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큰 피해를 당할 뻔했다”며 “이번 일을 교훈으로 재해·재난을 예방하는 민관 합동 방재 체계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강원 영동지역에 기록적인 폭설로 사망자 발생하고 주택과 시설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폭설은 1911년 기상청 계측 이래 100년만의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주에 또다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폭설 피해는 영동지역 8개 시·군의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등 모두 498곳으로 피해액은 61억38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제설작업과 피해복구에 땀 흘리는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우리 모두 공동체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만전을 기하자.
* 기름구멍과 물이 새는 제방을 막느라 애쓴 이들을 새기다가 팔뚝으로 둑을 막은 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라 인터넷에서 관련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작은 소년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라 미국 작가 메리 도지가 1865년에 출판한 '한스 브링커 또는 은빛 스케이트'라는 책에서 꾸며낸 것이라고 한다. 1950년, 네덜란드에서는 그 둑의 수문 근처에 소년의 동상을 세웠다. 사연인즉 그 소년이 기적적인 일을 해낸 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