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변신은 무죄
부산 바다를 지키는 이색등대를
찾아
바다의 수호천사 등대가 변하고 있다. 부산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개성 넘치는 조형등대가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이제는 등대를 찾아 여행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 등대가 볼거리가 된 것이다. 이색등대가 모여 있는 부산 기장에는 먹거리도 풍성하니 여행이
더욱 즐겁다.
부산, 70여 개 등대가 밤바다를 비춰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에 /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생략)
시인 고은 선생이 노랫말을 붙인 동요<등대지기>다.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에 한 줄기 빛은
길 잃은 배에게는 생명과 같다. 그 생명의 빛을 밝히는 등대지기의 마음을 시인은 ‘거룩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항구도시
부산에는 그 마음을 담은 등대가 유·무인 합쳐 74개에 이른다. 그중에서 젖병·야구·축구·마징가Z 등 특이한 모양의 조형등대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멸치와 풍장어로 유명한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그곳이다.
이처럼 이색적인 조형등대가 세워진 이유는 등대를 이용해서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계획에서다. 그중에서 멸치와 풍장어로 유명한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젖병등대,
닭벼슬등대, 장승등대, 월드컵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대변항
해운대와 광안리에 비해 사람이 적은 송정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짚불곰장어로 유명한 기장곰장어촌을 지난다. 4km 정도를
더 달리면 오른쪽 어깨너머에 아담한 서암항이 보인다. 갈고리처럼 생긴 방파제 끝에 젖병모양의 귀여운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어쩜 저런 등대를
만들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한달음에 뛰어가서 살펴보니 2009년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출산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정식 명칭은
귀여운 모습과 달리 무미건조한 ‘서암항 남방파제등대’. 젖병등대 벽면에는 부산에 사는 영유아 144명의 발도장과 손도장이 양각으로 제작되어 붙어
있다. 그 옆에 큰 병보다 더 작은 젖병모양이 있는데 등대기능은 없는 조형물일 뿐이다. 앙증맞은 젖병등대를 제대로 보려면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10여m 뒤에서 봐야 한다.
젖병등대
벽면에는 부산에 사는 영유아 144명의 발도장과 손도장이 양각으로 제작되어 붙어 있다.
[왼쪽/오른쪽] 젖병등대는 2009년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출산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 고요한
바다를 지키고 있는 젖병등대
젖병등대에서 눈을 돌려 왼쪽을 보면 북쪽을 향한 뱃머리 모양의 붉은 등대가 보인다. 차전놀이등대 또는 닭벼슬처럼 보인다고 해서
닭벼슬등대라고 부른다. 정식명칭은 ‘서암항 북방파제등대’다. 가까이 가서 보면 등대라기보다는 전망대처럼 보이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난간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이라도 한 듯 자물쇠가 여러 개 걸려있다. 개중에는 오래전에 맹세를 했는지 녹슨 것도 있다. 긴 시간만큼 사랑도
끊어지지 않고 영원하길 소망하며 발길을 돌린다.
[왼쪽/오른쪽] 닭벼슬모양을 닮은 닭벼슬등대, 정식명칭은 ‘서암항
북방파제등대’다 / 오래된 연인이 잠그고 간 듯 한 자물쇠가 닭벼슬등대에 매달려 있다
태권V와 마징가Z가 대변항을 지킨다
대변항에 들어서면 마징가Z를 닮은 노란색 등대가 보인다. 그 뒤로 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것 같은 태권V등대가 등을 맞대고 섰다. 육안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대변항으로 들어오는 먼바다의 파도를 막기 위해 인공섬 형태의 ‘뜬 방파제’에 설치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서는 갈 수 없다.
원래 두 등대는 장승을 본떠 만들었으나 천하대장군은 마징가Z를, 지하여장군은 태권V를 더 닮았다. 장승등대의 정식명칭은 ‘대변외항
남방파제등대’다.
마징가Z를 닮은 천하대장군 등대, 오른쪽에 흰색 등대는 지하여장군등대
장승등대 옆 긴 방파제 끝 지점에 월드컵기념등대가 서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4강 신화를 기념하는 등대다. 미사일 발사대를
닮은 빨간색 등대에 세 개의 다리가 축구공을 감싸고 있다. 이 축구공은 2002년 월드컵 공인구였던 ‘피버노바’다. 아랫부분에 출전국가의 국기와
경기 성적이 기록되어 있다.
[왼쪽/오른쪽]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4강 신화를 기념하는
월드컵등대 /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의 마크가 선명한 월드컵등대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에 선정된 곳이다. 부두 앞에 자연 방파제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죽도가 있어 파도가
거센 동해바다를 잠재운다. 부둣가에는 기장 특산품인 미역을 말리는 건조대가 널브러져 있다. 기장멸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이다. 항구
안으로 고깃배가 들어오면 어부와 상인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특히 3, 4월에는 멸치잡이가 제철이다. 국물다시용이나 마른반찬으로 먹는 멸치가
이곳에서는 훌륭한 횟감으로 대접받는다. 그래서 싱싱한 멸치회와 멸치찌개를 맛보려고 미식가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치열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가들도 빠른 걸음으로 분주하게 옮겨 다닌다.
기장미역으로 유명한 대변항에는 미역건조대가 수없이 많다
대변항은 3~4월에 멸치털기가 한창이다
부산 사나이하면 갈매기하고 야구아이가!
대변항에서 북쪽으로 11km를 더 달리면 칠암항에서 이색등대의 완결판을 볼 수 있다. 부산사나이들이 열광하는 야구를 형상화한 야구등대와
부산갈매기를 연상시키는 갈매기 등대가 그것이다. 부산의 야구장에 가면 어김없이 목 놓아 부르는 응원가가 ‘파도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다.
갈매기등대는 다이내믹 부산의 모습을 적절히 표현한 멋진 등대다
칠암항 오른쪽 방파제에는 하얀 야구등대가 있고 왼쪽에는 붉은색 갈매기등대가 있다. 야구등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고
야구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방망이 모양의 등탑을 중심으로 야구공과 글러브 모양이 나란히 세워놓았다. 야구공 조형물
안쪽벽면에는 전설의 투수 최동원과 영원한 맞수 선동열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경기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빨간색 갈매기등대는 야구공
모양의 원형 조형물과 등대로 이루어졌는데 공 가운데 갈매기가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다이내믹 부산의 모습을 적절히 표현한 멋진 등대다.
야구등대
내부에는 전설의 투수 무쇠팔 최동원 선수의 현역시절의 사진들이 붙어 있다
[왼쪽/오른쪽] 부산의 야구 열기를 대변하는 야구등대 / 야구등대와 부산갈매기 등대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
칠암항은 흔히 아나고로 알려진 붕장어가 별미다. 회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뼈째 먹는 것을 꺼리는 손님을 위해 뼈를 바른 뒤
손님상에 내놓기도 한다. 붕장어 회에 야채를 듬뿍 올린 뒤 콩가루와 초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이만한 별미도 없다. 매년 가을에 기장 붕장어
축제가 개최된다.
여행정보
서암마을회관(젖병등대, 닭벼슬등대, 마징가등대)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문의 : 051-709-4424
대변항(월드컵등대)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문의 : 051-709-4424 / korean.visitkorea.or.kr
칠암항(야구등대,갈매기등대)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문의 : 051-709-4424
기타정보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 www.busan.go.kr
1.주변 음식점
천지할매 : 활어회 , 전복죽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210 / 051-721-6611
동백횟집 : 멸치회 , 멍게비빔밥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589-4 / 051-721-2509
칠암등대횟집 : 아나고회 , 아나고구이 /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문오성길 523 / 051-727-5000
2.숙소
오즈모텔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530 /
051-722-9030 / korean.visitkorea.or.kr
기장빕스모텔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길 78 / 051-724-1377 / vipsmotel.cafe24.com
더바다펜션 :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일역길 78-1 / 010-7117-6078 / www.the-bada.com
첫댓글 아주 눈에 익은곳들입니다...ㅎ
부산이 산도, 바다도 있어 아주 좋은 곳이라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보긴 했는데 여유있게 구경은 못 해서...
@자비화 우리집앞이네요~
@불이 헉, 놀라워라... 정말 좋으시겠어요.
우리 집도 바다 앞이면 좋을텐데...
저는 절을 바로 뒤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자비화 집앞 아니고 내가 살고있는곳과 가까운 곳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