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임 주지스님에 대한 기대
스님께서 오시기전 자세한 사정은 몰랐으나 스님께서는 다도 전문가이시고
남종화를 잘 그리시고 큰 스님 시봉을 오래 하신 분이라 들어 고상한 취미를
가진 훌륭한 분께서 부임해 절을 더 발전시키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전임 주지스님이셨던 명진스님,진화스님 모두 절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고
종단 내부 위상이나 정치적 입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두 분 모두 신도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셨습니다.
그 두 분께서는 신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셨고 설령 반대하는 일이
있더라도 시간을 두고 잘 설득하여 사찰 일을 하는 데 있어 반목이나 마찰이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오시고 나서부터 절에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종루개축 문제로 주지스님과 종루 개축을 반대하는 신도분 사이에 언쟁이
오갔고 그를 녹음한 녹음파일을 웬만한 신도들은 다 휴대전화 카톡으로 저장시켜
듣고 있으며 그 문제의 녹음파일은 지금도 계속 유포중에 있습니다.
3) 문제의 발단
종루 개축이 바로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종루는 불교가 이웃종교처럼 인간만 고려하는 폭 좁은 종교가 아니라
우주만물을 다 배려하고 존중하는 포용력 넓은 가르침임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불교 철학의 핵심적 건축물입니다.
이를 개조해 다실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힘듭니다.
다실이나 카페는 절의 유휴공간 어디에라도 설치해도 됩니다.
왜 굳이 많은 초중생들이 생애 처음으로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설명을 듣는
뜻 깊은 포교의 장소이자,
많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 불교를 소개하는 문화자원인 소중한 종루를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게끔 벽을 설치해
법고, 범종,목어,운판의 보존에 해를 끼쳐 가면서
위의 사물들이 잘 보이지도 않게끔 만들어 놓으신 것인지요?
잘 아는 분께 들으니 범종의 용두가 이미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잘 보존해야 한다던데 이제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습기가 차면
범종이 어찌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축 건물을 지을때에도 신도들 의견이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 기존 건물의 개축에는
더 더욱 신도들의 여론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게 제대로 된 절차이고 절을 계속 다니면서 그 유지와 발전에 온 힘을 기울이는
진정한 절의 주인들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닙니까?
몇년 머물다 다른 곳에 가실 분은 잠시 절의 책임만 맡게 된 분이지
4) 주지스님 주장의 심각한 오류
사찰에는 세속법 보다 불법이 우선 적용됩니다.
그런 이유로 사찰에선 육식을 하지 않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고
스님들께선 불편한 장삼을 걸치신 채 생활하며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새벽예불을 올립니다.
이 모든 금기들이 세속에선 거리낌 없이 늘 행해지지만요.
불교의 정신이 깃든 사찰건축물들은 그래서 세속법에서 어떤 잣대를 들이대어
재단하든 최고 책임자이신 주지스님께서 굳건히 지키고 수호하셔야 하질 않습니까?
건축물은 물론 봉은사내 나무 한그루,풀 한포기까지
다 스님이 지켜내셔야 하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종루가 불법 건축물이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니니
얼마든지 개조해도 된다고 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런 말씀은 사사건건 불교에 ,봉은사에 딴지를 거는 관계 공무원
,예를 들어 강남구청이나 서울시 건축과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말이지
이 절을 수호하실 막중 책임이 있는 주지스님께서 하실 말씀은 절대로 아닙니다.
왜 스님께선 불법보다 세속법에 더 의지하려 하시는 건지요?
현재 시점에서 문화재로 지정되든 안되든 오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문화재가 되는 것이고
불교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면 그건 이미 불자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종단관계자가 종루 개조를 허락 했으니 합법적이라는 주장은 다음 글을 읽으시고
5) 주지스님이 본 받아야 할 분 : 한암 대선사
스님께서도 익히 아실 한암 대선사께서는 1925년 봉은사의 조실스님이셨고
1941년 조계종 초대 종정이셨습니다. 학식과 덕망이 뛰어나 조선총독들 조차
스님을 무척 존경하고 따랐다고 합니다.
그 분께서 한국전 와중인 1951년 상원사에 계셨고 1.4후퇴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군부에서는 월정사와 상원사가 공비들의 소굴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하여 사찰 소각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전시에는 일반인들에게도 무시무시한 군형법이 적용 됩니다.
이에 반하면 평상시였으면 가볍게 처벌받을 죄조차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됨을
스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한암스님께서는 어찌 하셨습니까?
나와 함께 절을 태우라며 물러서지 않으셨고 그 기개에 감복한 장교가 상원사를
태우는 대신 절의 문들만 떼어내서 태우게 되어 상원사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전해져
국보 36호 상원사 범종,국보 221호인 문수보살동자상 등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우리에게 소중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선 스님의 종루개축에 반대하는 신도들은 오역죄를 지은 것이고 ,외부 불순
세력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기도하러 모인 신도분들 앞에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세속의 법,그것도 전시중의 군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한암 대선사께서는 그야말로
오역죄중의 오역죄를 지은 불순세력의 최고봉이 되겠습니다.
6) 스님이 하실 일
부디 스님께서는 아상을 내려 놓으시고 종루 개축이 오판임을 인정하신 후
속히 원상복구 하셔야 할 것 입니다.
누구나 득도하기 전에는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릅니다.
그걸 인정하시고 시정하는 것만이 스님께서 전임주지스님들처럼
신도들의 사랑와 존경을 받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개조한 종루에서의 다도시연을 신도회에서 거절하여 할 수 없이 스님들께서
다도시연을 하셔야 한다던데 왜 그런지 헤아려 주십시오.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것뿐이지 불교에 대해 조예가 있는 분들은
다들 종루 개축을 반기지 않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느 사찰의 종루가 벽으로 막혀 있던가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부디 다시금 생각하시고 시정해 주십시오.
제가 참으로 큰 죄를 지었습니다.
반성하면서도 한편 스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왜 제가 큰 구업을 짓게 만드셨습니까?
----------------------------------------------------------------------------------------------------------
첫댓글 법정스님이 생각나구요~~씁쓰름합니다~~
이런곳에 시주하면 부처님께 안가고 부처님 배신한사람 주머니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