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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13
1. 길. 제주도. 해질 무렵.
멈춰선 용달차. 수아 핸드폰 속의 문자를 찬찬히 보는 도우. (12회 엔딩의 다른 각도)
도우, 하나하나 읽는 표정. 차분하지만 먹먹한.
수아 : (문자소리) 이제 우리가 어떻게 될까요? 같이 지켜봐요.
-차창 너머로 짐칸에 앉아 있는 수아의 뒷모습 본다.
-짐칸의 수아. “좀 달려줄래요!”
-서서히 달리는 용달차.
도우 : (운전하며) 내가 했던 말 기억나요? 오다가다 또 보면, 그땐 나도 모른다고.
수아 : ...
도우 :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수아, 대답 대신 두 손을 가슴 높이로 든다. 바람이 분다.
두 손을 높이 든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관통.
수아,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하늘을 향해 쭉 편다. 손 마디마디가 다 깨어나는 듯.
용달차가 달린다.
2. 어딘가. 제주도. 저녁.
-서 있는 용달차. (라이트 켠 채)
-도우, 뒤로 가 적재함 옆문, 뒷문을 내려서 연다. 수아를 뚫어지게 본다.
-수아도 뚫어지게 본다.
수아 : 내가 이 말 했나..?
도우 : ..
수아 : 반가워요. 서도우씨.
도우 : (상판을 톡톡 친다. 일루 와요..하듯)
수아 : (일어나서 짐칸 끝에 걸터앉아서 다시 도우 본다) 라이트 안 껐는데..
도우 : 조용히 집중해서 보게요.
수아 : (뭘?)
도우 : (수아 얼굴 빤히 본다. 집중)
수아 : (익숙하다. 편하게 본다)
도우 : (수아 양손을 맞잡는다. 꽉) 반가워요. 최수아씨.
수아 : (미소 지으며 본다)
3. 길. 제주도. 저녁.
돌보미 할머니집 앞. 효은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아.
효은이 뛰어나오자, 자연스럽게 효은이 가방 드는 수아.
효은, 두 손에 화분 들고 있다. 조심조심 걷고.
효은 : 할머니가 나 오늘 숙제 잘했다구 선물루 주셨어.
수아 : 봉선화네. (말하면서도 두리번. 도우가 신경 쓰인다)
도우쪽> 차안의 도우, 차창 너머로 그런 둘을 본다. 눈에 띌까봐 라이트 끈다.
수아와 효은이 나란히 걸어가는 걸 눈으로 쫓는다.
수아와 효은쪽> 나란히 걸으며.
효은 : 애니언니.
수아 : (안 그래도 도우 신경 쓰이는데 깜짝 놀라서) 응?
효은 : 꽃이름으루. 어때?
수아 : 그냥 봉선화야-하자. 아님 선화?
효은 : 선화? (예쁘게 부른다) 선화야~ 어울려. (걷다가 뒤에 차 본다)
수아 : (같이 보다가. 효은이 도우차 보는 것 보고 효은이 몸 자기 쪽으로 돌린다) 차 온다.
효은 : 우리 때문에 못 지나가나봐. 지나가세요. (손짓) 고 고 고~
도우, 천천히 효은과 수아 옆을 지나간다. 둘을 앞지르자, 라이트를 켠다.
백미러로 둘을 보는 도우.
수아, 멀어지는 도우차를 본다. 효은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목례하고.
4. 마당. 수아집. 제주도. 저녁.
마당 한 켠에 화분을 놓는 효은.
효은 : (바닥에 있는 자신의 슬리퍼 보더니) 아빤 정말 의심을 안 했을까? 날 찾지두 않아? 안 보구 싶나봐.
수아 : (#12회 52씬. “결혼한 지 10년 넘어서 이렇게 가끔 보는 게 자네한테나 나한테나 축복인줄 알아야 돼.”)
우리가 여기서 잘 사는 게 아빤 좋대. 마음 놓인대. 아빠두 열심히 일할 수 있구.
우리 셋, 원하는 곳에 있는 거야. 아빤 서울에. 효은인 여기. 엄만? 효은이 옆. 그럼 된 거야.
효은 : (본다) 우리 반에두 주말마다 아빠 보는 애들 꽤 돼.
수아 : (끄덕) 가족마다 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머뭇거리다 자신에게 말하듯) 우리 셋한테 최선인 게 있을 거야.
하나씩. (크게 숨 몰아쉬며) 하나씩 해결하자.
5. 거실-마당. 수아집. 제주도. 저녁.
조용한 밤. 수아, 효은 자는 거 확인하고 마당으로 나가려다가. 멀리서 보이는 자전거 불빛.
-도우쪽> 도우, 자전거로 괜히 왔다갔다.
수아, 뛰어나간다.
도우 : (돌담 너머 조용하게) 아침에 와요..
수아 : (끄덕)
도우 : (보더니. 말없이 다시 자전거 페달 밟는다)
수아, 도우 가는 거 본다. 자전거 불빛이 멀어진다.
허겁지겁 나와서 맨발이다. 한참을 보는 수아.
<공 항 가 는 길>
6. 실내. 도우집. 제주도.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실내. 주전자물 부글부글 끓는다. 끈다.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톡톡톡 상판 치다가. 안 되겠다. 밖으로 나가는 도우.
7. 길. 제주도. 아침.
조깅하듯이 달리는 도우. 도우 주변으로 바다.
아침 햇살, 새소리, 바람소리(갈대 같은 자연의 소리) 지나치며 수아집 앞에 도착.
그 앞을 한두 번 돌더니 뒷걸음질로 달리다 다시 자신의 집 쪽으로 달려간다. (기다리지 못하겠어서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8. 버스정류장/ 도우집 앞. 제주도. 아침.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수아. (효은이 보내고)
-도우집 앞.
왔다갔다 하는 도우. 수아가 시야에 보인다. 멈춘다. 수아가 오는 걸 본다.
-수아, 시야에 도우가 보인다.
9. 실내. 도우집. 제주도. 오전.
들어가는 수아.
햇살 아래 자리 잡은 은희의 작품들. 작품을 보는 수아.
#6회. 바람이 불고 문이 열리며 은희와 수아가 마주하는.
천천히 작품들을 보면서
#6회. 팥죽 맛있게 먹고 ‘고마워요’ 하던 은희.
#6회. 수아의 발에 매듭을 해주던 은희.
멈춰 서는 수아. 순간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했을 도우 생각이.
#같은 장소. 밤. (과거)
-어둠속. 스탠드 불빛만이. 작품 하나하나 펴고, 놓고, 다는 도우.
-어둠속. 바닥에 대충 앉아 작품들을 죽 보는 도우. 맥주 마시며. 창밖을 보면, 바다가.
순간 울컥해지는 수아.
-사이.
바다가 보이는 창가 어딘가, 편하게 바닥에 앉은 수아.
수아, 도우가 건네준 고은희 편지를 읽고 있다. <전달자 최수아>라는 마지막 문구가 한눈에 보인다.
#6회. 이름이 뭐예요? 했던 은희.
도우, 작은 협탁 위에 간단한 음식(커피, 오메기떡)을 놓는다.
수아 : (편지 다시 봉투에 잘 넣어서 건넨다) 이래서 여기.
도우 : (받아서. 강조) 전달자 최수아. (계속 수아 본다)
수아 : (무안. 시선 피한다)
도우 : 이 시간에, 이 외진 데서. (본다) 최.수.아. 참.. (뱉어놓고도 어이가 없다) 이게 말이 돼요?
수아 : 현실감 제로. 화성에서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도우 : 화성(웃음이)
수아 : 살다보니....정말 보고 싶은 사람을...보네요.
도우 : ...더한 일도 일어날 걸요.
수아 : 이보다 더한 일, 없을 것 같은데.
도우 : (보다가. 단호) 일어날 걸요.
수아 : ...
도우 : 문자 중에서 하나만 물어볼게요.
수아 : 뭐 물어볼지 알 거 같은데. (시선 피한다)
도우 : 남편이 아직두 송미진씨랑 만나요?
수아 : 그게.. (생각을 좀 하다가) 오해였더라구요. 지금은 그냥 동료구, 가끔 밥 얻어먹는 이웃이구.
도우 : (본다)
#10회 엔딩. 울면서 가는 수아의 모습.
도우 : (끄덕끄덕) 이웃.
수아 : (풉. 우리도 이웃이지) 그냥 이웃.
도우 : (또 빤히 본다)
수아 : (괜히) 여긴 어떻게 찾았어요. 정말 편지랑 똑같아. 혼자 온 거예요?
도우 : (빤히 보더니) 궁금한 게 얼마나 많을까.. (장난) 아니 그렇게 보고 싶은 걸 어떻게 참구 살았어요?
수아 : (아 진짜..피식)
도우 : 난 맨날 한강둔치루 전화했는데.
수아 :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혼자 온 거예요?
도우 : 낼모레 얘기해줄게요.
수아 : ?
도우 : 확실하게 낼모레.
그때, 딩동 벨소리.
10. 도우집 앞. 제주도. 오전.
기다리고 있는 지영. 나오는 도우와 수아를 본다. 같이 인사하는.
11. 거실. 수아집. 제주도. 오전.
식탁을 놓는 지영과 도우.
지영 : (세팅 끝난 뒤 사진 찍는다) 제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괜찮죠?
수아 : 네.
지영 : (이리저리 찍는다) 집이 휑하네. 더 필요한 건 없구요?
도우, 이리저리 본다. 방문 열고 들여다보기까지.
대충 접어놓은 이불. 그 위에 효은이 실내복 굴러다니고. 휑한 방에 (중고) 앉은뱅이책상.
수아 : (창피. 방문 괜히 닫으려고) 대충 사는 중이라.
도우 : (닫지 못하게 막고 계속 본다. 천장도 보고)
지영 : 금방 올라가실 건가봐요?
도우 : (수아 본다)
지영 : 침구세트도 내가 만드니까. (명함 준다) 이건 침구세트 명함. 호텔이불 저리 가라야. (다른 명함 준다) 이건 가구 명함.
수아 : (받고는 예의상) 뭐 더 있음..
지영 : (웃음. 진짜 있다. 또 건넨다) 이건 게스트하우스 명함. 우리 목공소서 게스트하우스도 하는데 홍보가 안 돼서.
수아 : (받더니) 그럼.. 일자리도 있음 알아봐주세요.
지영 : 죽 있을 건가봐?
수아 : 네.
도우 : (슬며시 미소가) 먼저 가보세요. 전 이 집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구석구석. 봐야지 견적이 나오지.
지영 : 그래요! 저 먼저 갑니다!
지영 나가고, 둘만 남았다.
도우 : (휘 보면서) 이러구 사는구나...최수아씨가...
수아 : (괜히 싱크대에 있는 그릇들 바로 놓고, 행주도 탁탁 털어서 바로 잘 접고) 원래 이렇게 막 살진 않는데.
도우 : (여전히 흥미롭게 집안 본다. 바닥도 보고. 거실 천장도 보고. 창문도 보고. 이중창인지. 단열재 등등 체크한 것)
집은 따뜻하겠네. 여기도 LPG가스 받아서 난방하죠?
수아 : 네.
도우 : 식탁 말고 필요한 게 많아 보이는데. (방으로 간다. 문제의 미닫이문이 열려 있다) 방도 하나네. (들어가려고 하자)
수아 : (막는다) 효은이 옷도 널브러져 있구.. 집구경은 여기까지.
도우 : (수아 너머로 이미 보고 있다) 다 봤어요.
수아 : (밀어내며) 저 공항 가봐야 돼요.
도우 : 계속 일해요?
수아 : 아뇨. 임시직(하면서 방에 들어가 낑낑거리고 미닫이문 닫는다)
도우 : 안 닫혀요?
수아 : (낑낑거리며) 문자에 썼는데.
도우 : (기억났다. 11회 29씬. 문자. “방문이 잘 안 열려요. 그런데 이게 장점이 있어요. 잔소리하려다 문 여는 사이 까먹어요.”)
아..
수아 : (결국 닫았다)
도우 : 뭘 애써서 닫아요?
-방안의 수아/ 거실의 도우.
-안방> 수아, 서둘러 메이크업 하고.
거실> 도우, 문을 고쳐보겠다고 미닫이문 아래를 꼼꼼히 본다.
-수아, 상의 탈의하려는데 도우가 퉁퉁 미닫이문 치는 소리가.
수아 : (놀라서)
도우 : (쿵쿵 두드리고)
수아 : (얼른 셔츠 입고 단추 하나하나 끼는데도 괜히 긴장. 잘 안 되는데. 조용해진다)
도우 : (E) 그때, 왜 그렇게 울었어요?
#10회 엔딩. 돌아보며 우는 수아.
도우 : 내내 걸리던데..
수아 : 다신 못 보는 줄 알았죠. 영원히 못 보겠구나..
도우 : (듣고는) 그때 옆에.. 남편 맞죠?
수아 : (단추 마저 잠근다) 봤어요?
도우 : 제대로 못 본 거 같은데.
수아 : 다행이다. 안 봤음 했거든요.
도우 : (문짝 쾅쾅 두드린다)
수아 : (놀람. 허둥지둥 입는데)
도우 : 부서지겠는데.
수아 : (E) 안 돼요!
도우 : 옷 갈아입는구나.
수아 : 아뇨. 다 입었어요!
문이 드르르 열린다. 놀라는 수아. 도우, 웃음이.
12. 길. 수아집 앞. 제주도. 오전.
대문에 주머니가 걸려 있다(예전 우유 주머니 달아놓듯이).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마당 쪽으로 주머니를 넘긴다. 그걸 보는 도우.
도우 : 퇴근하고 오면 맞춰봐요. 뭐가 달라졌는지.
수아 : 뭐 해주려구요?
도우 : 해주고 싶은 거.
수아 : (웃으며) 가요. 난 이쪽. (손 흔든다)
수아, 정류장 쪽으로 가다가 돌아보니 도우, 팔짱 끼고 고개 갸웃하고 구경하듯 보고 서 있다.
수아 : 안 가요?
도우 : ...여기서 나구 자란 사람 맞아 보여요. 자연스럽게 잘 맞아요.
수아 : ..
도우 : 설계할 때 ‘상보적’이란 말 가끔 쓰거든요. 주변이랑 사물이랑 서로 모자라는 부분 채워주면서 어울리는 거요. 조화롭게.
지금, 수아씨랑 이곳이 딱 그래요. 서로 필요해 보여요. 여기도 수아씨가, 수아씨도 여기가. (웃으며) 아~주 상보적.
수아 : ..
도우 : 공항으루 데리러 갈게요.
수아 : (보다가) 유치한 질문 하나 할게요.
도우 : (듣기 위해 다가가자)
수아 : 거기서 들어요. 오글거리니까.
도우 : (멈춰 선다)
수아 : 도우씨한테 난.. (떠오르는 진석의 아픈 말)
#12회 52씬.
진석 : (식탁 쪽으로 가며) 너에게 난 뭐냐... 그런 상투적인 질문은 그나마 뭐라두 남아 있을 때 하는 거야.
뭐라두 남았어야 그 오글거리는 질문에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지. 나이가 몇인데...
수아 : 난 뭐예요?
도우 : (생각하더니) 그 대답, 지금 듣고 싶어요?
수아 : 대답할 건 있어요?
도우 : 물론. 언제든 대답할 순 있는데. 정말 기분 안 좋을 때, 미치게 우울할 때 물어봐요. 기분 완전 업시킬 수 있으니까. (미소)
수아 : (잠깐 생각하더니. 미소) 이미 대답 됐어요.
13. 버스정류장. 제주도. 오전.
버스를 기다리는 수아.
늘 타던 공항버스가 도착한다. 수아, 타지 않는다.
수아 : (생각중)
운전사 : 안 타세요?
수아 : (불쑥 승무원미소) 죄송합니다. 먼저 가십쇼. (자리 뜬다)
운전사 : ?!
14. 운동장. 효은학교. 제주도. 오전.
뛰어오는 효은.
효은 : 엄마! 빨리 말해. 수업 시작해!
수아 : 아빠한테 거짓말하는 거 불편하지?
효은 : (끄으덕) 쪼오금.
수아 : 그래. 그거 안 좋아. 엄마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 커서도 절대 니 감정 속이고 거짓말 하면 안 돼.
불안한 채, 억지루 사는 거 아냐. 아닌 건 아닌 거야. (마음 다지듯이) 엄마가 잘못한 거니까 엄마가 해결할게.
효은 : 아빠한테 다 말하게? 죄다 끌려갈 것 같은데.
수아 : (미소. 괜찮아~하듯) 효은이 마음이 편한 게 먼저.
효은 : (걱정) 언제 얘기할 건데?
수아 : 아빠 비행 갔다 오면. 걱정 마. 들어가!
효은 : (걱정스러운 얼굴. 다시 달려간다)
수아 : (방긋. 안심시킨다)
15. 길. 제주도/ 고택. 도우집. 오전.
-수아집 쪽으로 걸어가는 도우. 전화중.
-혜원, 고택 툇마루에 걸터앉아 전화 받는.
도우 : 내가 올라갈게.
혜원 : 그래줄래? 언제 오려구?
도우 : (E) 내일 오전에.
혜원 : 내일, 당장? 무지 급하네. (일부러) 시간 확인해보고 다시 문자 줄게. (바로 끊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고 끊었지만, 아찔하다. 이혼 때문에 오는 게 확실하다. 일부러 답신 안 하는데, 그때)
지은 : 아침부터 뭐야.. (하품하면서 걸어온다)
혜원 : 시작해볼까?
지은 : ?
16. 방. 고택. 도우집. 오전.
방문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지은.
지은 : (두리번두리번) 뭐, 늘 보던 건데.
혜원 : 이 일 하려면 이것부터 알아야 돼.
지은 : ?
혜원 : 지은씨가 앞으로 만날 장인분들, 팔십 프로가 여기에 대한 그리움 있어.
대화 막힐 때, 여기 툇마루가 어떻다. 처마 밑이 어떻다. 얘기 시작하면 대화가 술술 풀려..
지은 : (본다)
혜원 : 일루 와봐.
지은 : ...
-뒷마당> 작업대 위에 놓여 있는 소목장 용품들.
혜원 : 여기 안 거쳐 간 장인분들 없어. 어머님이 오는 분들 다 거둬서 작품 할 수 있게 해주셨거든.
지은 : ..도우가 보고 컸다는 게...이거구나..
혜원 : (끄덕)
17. 전시실. 도우집. 오전.
지은과 혜원.
혜원 : (봉투 넘긴다) 족보.
지은 : 응?
혜원 : 장인분들 설득하려면 필요할 거야. 그분들에 대한 기록이야. 챙겨야 할 기념일도 있구. 간단한 메모도 있구.
지은 : (열어보더니 놀란다)
혜원 : 소유에 대한 개념이 별루 없는 분들이야. 선물 대신에 종종 연락드리고 찾아봬. 가끔 혼도 내드리구.
기분 나쁜 거 말구 건강문제 같은 걸루. 따끔하게 말씀드리면 기분 좋아하셔. 수위 조절은 지은씨 몫.
지은 : (분량 본다) 이건 많아도 너무 많다.
혜원 : 그럼. 시댁어른 백여명 된다-생각하고 챙겨야 되는데.
지은 : (놀람) 이걸 어떻게 다 했어?
혜원 : 애정 생겼다며?
지은 : 응.
혜원 : 그럼 가능해. 사명감 갖고 해. 그리구 경숙씨한테 신뢰 생기면 같이 다녀.
지은 : (본다) 나한텐 신뢰가 있단 얘기네.
혜원 : ..서도우 친구잖아.
지은 : (본다)
혜원 : 왜?
지은 : (생각하더니) 서도우가 아무하고나 결혼한 거 아니네.
혜원 : ...
지은 : 공부 끝나구 돌아오면 꼭 나랑 같이 일해. 나, 도우 친구야. 이거저거 따지구 사람 안 봐. 그 사람 알맹이, 딱 고것만 봐.
이런 진짜를 놓치면 너무 아깝잖아?
혜원 : (옅은 미소. 하는데 문자가 딩동. 본다) 홍관장님이 보자시네?
지은 : 엄마가? 이 아침에?
18. 마루. 수아집. 제주도. 오전.
도우, 미닫이문을 연다. 잘 열리고 닫히고. 문 열고 방을 들여다본다. 담요 한 장 깔려 있다.
그때, 남자 목소리 “서도우씨.”
도우, 보면 퀸사이즈 매트리스 들고 서 있는 남자 둘(배달 온 것)
도우, “이쪽으루요..” 안내해준다.
19. 관장실. 홍갤러리. 오전.
마주앉은 혜원과 홍.
현정, 문 닫으려는데.
홍 : 내가 그랬지. 은희언니 몫까지 내가 한다구. 니가 도우랑 이혼문제 하두 질질 끌어서 니쪽 털어봤어.
(현정 본다) 니 친구 앞에서 얘기해?
현정 : (놀람. 문 닫고 나간다)
혜원 : ...
홍 : 이건 아니잖아. 키우지도 않은 딸을 키웠다니. 은희언니, 도우, 나. 우습니?
혜원 : (고개 숙인다)
홍 : 내가 어젯밤에 이 얘기 듣구 잠을 다 설쳤다. 은희언니, 그 선한 얼굴이 왔다갔다..
너한테 한 약속들 다 없던 걸루 하려다가 그럼 또 도우가 그러겠지. 상황이 그랬다. 의도적인 건 아닐 거다.
혜원 : 거짓말한 건... (고개 숙이고) 죄송합니다.
홍 : 나한테 죄송하면 뭐하니. 은희언니가 듣니, 니 딸이 듣니. 도우 하나 남았어. 그만 하자. 바로 끝내. 아님 가만 안 있는다.
20. 혜원사무실-앞. 홍갤러리. 오전.
-사무실. 서랍에서 봉투(이혼서류든) 꺼내 가방에 넣는 혜원.
-정신없이 방을 나오는 혜원. 부랴부랴 나간다.
현정, 의아한 듯 혜원 나가는 것 보고.
21. 길. 홍갤러리 앞. 오전.
택시를 잡아타는 혜원. “공항이요.” 한다.
22. 우편함. 영숙집. 오전.
우편물을 챙기는 영숙. 고지서 한 장을 뜯어서 읽어본다. 재건축 안내문.
영숙 : 그냥 좀 살게 내버려달라니까... (다음은 편지다. 발신인에 박효은. **초등학교. 이름과 함께. 읽는다)
할머니. 학교에서 육지에 사는 친척께 편지 쓰라고 해서 보내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할머니랑 정 들었나봐요.
(읽다가. 미소) 육지? 애가 육지래. 우스워라 우스워. (노래) “바다가 육지라면~” (하다가. 잠깐)
23. 사무실. 제주공항/ 주방. 영숙집. 오전.
-전화 받는 수아.
-식탁에 앉아 전화중인 영숙.
수아 : (난처한 얼굴)
영숙 : (E) 국제학교도 육지라는 말을 쓰냐구 묻잖니. 내가 몰라서 묻는 거다. 영어만 쓰는 데잖아.
봉투에 이 초등학교 이름은 뭐구.
수아 : 효은이 국제학교 다니는 거 아녜요, 어머니. 동네학교 다니는 거 맞아요.
영숙 : (헉) 너 뻥쳤니?
수아 : 효은이 학교생활 힘들어했던 거 아시잖아요. 여기 와서 효은이 아주 좋아졌어요. 다시 밝고 건강해요, 어머니..
영숙 : (됐고) 니들 별거하는 거지?
수아 : (난처) 아녜요.. 아직은.
영숙 : 아직?! 어머머머. 얘 말하는 거 봐. 애 때문이다, 일 때문이다... 죽어라 따루 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수아 : 효은이 학교문젠, 제가 진석씨한테 직접 말할게요.
영숙 : 당연하지. 미쳤니. 내가 니들 싸움에 끼게? 그래두 수아야.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사이 개판이라두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그러는 거 아냐. 싸워야 풀지. 거 있음 싸움이 되니?
(한숨) 애새끼들 어쩌구 사는지 애저녁에 관심 껐어야 이딴 소릴 안 듣구 사는 건데...
수아 : 어머니. 정말 죄송한데, 저희 문제고... 아시겠지만 진석씨(하는데)
영숙 : 하지 마. 하지 마. 너 지금 나한테 상담하려 그러지. 하지 마. 수아야. 나도 너 좋아하는데.. 이건 아냐.
수아 : (섭섭) 구석구석 아는 건 어머니뿐인데..
영숙 : (측은하지만) 얘기하지 마. 안 들을래. 안 그래두 재건축한데서 심란해 죽겠는데.
그래그래. 내 집은 내가 알아서 하고, 니들 문젠 니들이 알아서 하자.
전화 끊은 뒤 심란한 영숙. 어깨도 축 쳐지고. 한숨 나오고.
-사이.
전화로 수다 떠는 영숙. 손에 진숙사진 들고. (12회 27씬에 나온 사진. 휠체어 타고 있는 진숙. 주변에 봄꽃이 피어 있다)
영숙 : (개탄) 진숙아. 여기 나무들 재개발하면 다 밀어버린댄다. 여기 나무 너무 좋지. 너 어렸을 때부터 심어져 있던 건데..
(사진 보며) 휠체어는 탈만 하구? 응... (표정 환해지며) 거긴 봄이야? 어휴 좋아라.
(듣더니) 진숙아, 엄마.. 글루 갈까? 휠체어 밀어줘?
24. 간이운동장. 아파트. 낮.
6~7살 정도의 남자아이 앞에 놓고, 훈련중인 제아.
제아 : (팔짱 끼고) 헛둘 헛둘(하는데)
아이 : (양손 올리고. 제아를 놀리듯이) 헛둘 헛둘.
제아 : (참자 참자) 그게 아니지.
아이 : (또 장난)
제아 : (버럭) 제대루!
아이 : (흠칫 놀람. 멈춰 선다)
제아 : 시~작!
아이 : (으으앙 울어버린다)
제아 : (난처)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엄마.
엄마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니 애한테 그렇게 윽박을 지르면 애 실력이 나오냐구요! 이번 주에 입단 테스트 있는데!
제아 : (본다. 이 아줌마 뭐야?)
25. 거실. 미진집. 낮.
커다란 가방 툭 던지고 소파에 드러눕는 제아.
제아 : 내내 참다가 소리 한번 질렀더니, 어디 숨었는지 엄마가 바로 튀어나와서 나한테 막 뭐라 그러는데.
미진 : (냉장고 본다. 이미 음식 차릴 준비) 그래서, 때려치웠냐?
제아 : 아니. 나 진짜 철들었나봐. 더러운 꼴을 다 참아.
미진 : 기특해서 눈물이 난다.
제아 : 누나. 나한테 빚진 거 있지?
미진 : ?
제아 : 백만원.
미진 : 내가 언제?
제아 : 아. 누가 나한테 빚진 거 없나?
미진 : (밑반찬 하나 둘 꺼낸다) 있는 걸루 대충 먹구 가. 누나 오후에 비행이야.
제아 : (의심 가득) 매형두?
미진 : (동작 그만) 나가.
제아 : 싫어. 밥 먹구. (식탁에 앉으며) 아직 울 누나한테 사과 안 했어?
미진 : (#12회. 현주 “수아한테 사과해.”) 왜 죄다 나한테 사과하라고 난리들이야! 내가 왜?! 너 말해봐.
제아 : (장단 맞춰야 한다) 사랑이 뭔 죄야.
미진 : 대답 잘해라.
제아 : (머리 한번 굴리더니. 그렇지!) 거 좀 만난 게 뭔 대수라구.
미진 : 어서 먹어.
제아 : (먹으려다가 수저 내려놓는다) 그래두 친구의 친구랑 결혼한 매형은 뭐구. 걸 또 그냥 두고 본 누난 뭐냐.
미진 : ...
제아 : 매형이야 그러구두 남을 사람이라 치구. 누난 말해줄 수 있었잖아. 그렇게 친했는데..
우리 누나 단순한 거 알잖아. 사실대로 말했음 ‘알았어. 미진아’ 하고, 그냥 결혼했을 걸.
미진 : ...
-사이.
혼자 남은 미진, 통화중.
케빈 : (E) 어쩐 일이세요!
미진 : 수아 좀 찾아줄 수 있을까?
26. 사무실. 제주공항. 낮.
수아, 유니폼과 무전기 반납하고.
여자 : 수고 많으셨어요.
수아 : 결원 생기면 또 연락주시구요. 언제든 대기중입니다!
27. 복도. 사무실 앞. 제주공항/ 거실. 미진집. 낮.
케빈 : (지나가다가)
수아 : (나오고)
케빈 :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미진 : (E) 누구야?
케빈 : 찾았습니다.
수아 : ?
미진 : (E) 바꿔.
케빈 : (전화 준다) 바꾸라는데요.
수아 : 누군데?
케빈 : 쏭라면~
수아 : (받는다)
미진 : 케빈은 몰라. 그냥 들어.
수아 : ...
미진 : 너 거기서 어쩌자는 거야.
수아 : ...
미진 : 서도우 거깄는 거 알아.
수아 : 케빈 바꿀게.
미진 : (E) 안 돼!
수아 : (핸드폰 케빈에게)
케빈 : (받자마자)
미진 : (E) 최수아 잡아! 바꿔!
28. 차 안. 길. 제주도. 낮.
도우, 운전중. 공항 쪽으로.
29. 일각. 제주공항/ 거실. 미진집. 낮.
수아 : (앞서 가는데)
케빈 : (수아의 팔을 잡더니) 받으세요.
수아 : (이 친구.. 뭔가 안다)
케빈 : 어서요. 안 그럼 저 선배님 안 보냅니다.
수아 : ...
케빈 : (자리 비켜준다)
수아 : (다시 받는다) 건 어디서 들었니?
미진 : 다 들려. 우습지.
수아 : 하긴, 너랑 박진석이 밤새 있었다는 것두 다 들리니... 그래. 니 말이 맞다. 세상 무섭다.
미진 : 서도우도 제주도라며. 봤어? 어떻게? 도대체 니 둘 뭐야!
수아 : 니 둘은 뭔데.
미진 : 최수아. 잘 들어. (왔다갔다) 밤새 얘기만 했어. 됐어? 뭔 일? 아~무 일도 없었어. 안 믿기지? 믿어. 제발!
그래. 딱 하나 찔리는 건 있다. 박진석이 마음 가는 대로 하자고 했을 때, 날 속속들이 아는 박진석이랑 편하게 지내볼까?
그랬다. 그래서 밤새 옛날 얘기 하면서 웃고, 싸우고.. 건 미안해. 양심 없어서? (버럭) 노! 배알 없어서! 쪽팔려서 찔린다.
뒤통수 때리고 친구랑 결혼한 남자랑 뭔 친구? 이런 내가 한심해서 찔린다! 됐어!?
수아 : 어. 됐어. 끊어.
미진 : 사과할게. ...미안해.
수아 : (너 나 놀리니?) 뜬금없다. 왜?
미진 : 사과하래.
수아 : (빈정거리며) 누가?
미진 : 죄다! 역으루 말하면...너두 슬슬 사과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지. 니가 나보다 사과할 사람이 더 많을 걸?
수아 : 사과할게. 명단 건네.
미진 : 알았어. 니 전화번호나 넘겨. 니 잘난 핸드폰 번호 좀 따자. 명단 문자로 쏠게.
수아 : (불쑥) 너! 내가 결혼할 때 왜 안 말렸어?
미진 : 너야말로 뜬금없다. 할 말 없지? 정신 차려. 너 들통 나면 박진석 손에 죽어! 갈라서고 가든가!
수아 : 그때나 이렇게 말리지! 왜 안 말렸어! 뜯어말렸어야지!
-떨어져 있던 케빈, 놀라지만 고개 돌리지 않고 그저 듣고 있다.
수아 : (토해내듯이) 박진석 가족이랑 못 산다! (박진석이 한 말) 니가 숨쉬는 것도 지나다니는 것도 싫어할 거다!
나랑 살면서 최수아 너 만났듯이 너랑 살면서 끝없이 딴 여자 만날 거다!
미진 : (대꾸 못한다. 다 맞는 말이다. 예견했다)
수아 : 넌 박진석 인생에서 조만간 아웃이다! 왜 얘기 안 했냐구! 왜! 왜! 왜! (헉헉헉 숨 몰아쉬며 주저앉는다)
미진 : (괴롭다)
케빈 : (수아 옆으로 간다)
수아 : 왜 그랬냐고... (울음)
미진 : (울컥) 말렸음 안 했을까?
수아 : 어. 그니까 다 니 탓이야.
미진 : (갑자기 웃음이)
수아 : 웃니?
미진 : 안 웃겨? (울컥) 니가 내 말을 들었겠다. 미치도록 사랑해놓구.
수아 : ...
미진 : 너 거기서두 못 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치겠지?
수아 : (그래 미치겠다. 도와줘. 나 어떡하니. 하고 싶지만. 참는다)
미진 : 잘 살아, 못 살아? 그것만 말해. ...너 걱정돼서 그래. 어쩌자구 간 건지 확실히 말해. 도울 수 있음 도울 테니까!
수아 : (입술 질끈) 잘 살아. 미치도록 잘 살아. 넌 아마 깜짝 놀랄 거다.
미진 : 뻥치지 마. (감정 참으며) 다 보여. 이 사람 저 사람 신경 쓰느라 너 암 것도 못해. 제일 중요한 건 너야.
서도우도 박효은도 박진석도 아냐. 니 생각만 해. ...이게 내 진심이야. 옛날 옛적에 말 못한 건... 미안해.
수아 : (끊는다. 눈감고. 눈물이)
미진 : (눈물이..) 미안해.. 수아야..
케빈 : (옆에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머리만 넘기며)
수아 : (핸드폰 케빈에게 넘기며 자리 뜬다)
케빈 : (쭈뼛쭈뼛 따라가며) 모셔다 드릴까요?
수아 :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 흔들며 간다)
그냥 서 있는 케빈, 한쪽에 서 있는 도우를 본다. 도우, 다 보고 들은 것(수아 데리러 왔던 것)
-도우, 힘없이 걸어가는 수아를 본다.
30. 주차장. 제주공항. 낮.
차 세워둔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도우. 뒷좌석에서 백팩을 들고 다시 공항으로.
31. 버스정류장. 제주공항. 낮.
힘없이 서 있는 수아, 핸드폰을 본다.
도우 : (문자소리) 바로 서울 가요. 일 다 끝내고 연락할게요.
수아 : (기운이 죄다 빠진 느낌)
32. 안방. 수아집. 제주도. 오후.
무심결에 방문을 여는데, 스르륵 열린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아.
방문을 여니, 매트리스가 놓여 있고. 그 위에 하얀색의 바삭거리는 면이불.
도우 : (딩동. 문자소리) 쉬어요.
수아, 쓰러지듯이 눕는다.
33. 김포행 기내.
도우,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 팔짱 끼고, 눈감고 있다.
착륙 준비중. 안내 멘트 나오고.
34. 수아아파트 앞. 오후.
승무원복 입고, 트렁크 끌고 나오는 미진(출근하는 중)
그 앞으로 진석의 차가 선다. 차창 내린다. 기장복의 진석.
미진 : (승무원톤) 괜찮습니다. 전 공항버스 이용하면 됩니다.
진석 : 어제 제주도 갔다 왔는데..
미진 : ?!
35. 차 안-길가. 오후.
운전중인 진석. 조수석의 미진.
미진 : (놀라서) 가서 밥 얻어먹었다구 했다구?
진석 : 앞으로 수아한테 연락 오면 그렇게 입 맞춰.
미진 : (미치겠다) 최수아가.. 걸 믿어?
진석 : 믿지 그럼. 최제아 드나드는 얘기에 더 신경 쓰던데. 이제 최제아 니 집에 들이지 마.
미진 : (미치겠다. 가슴팍 팍팍 친다) 돌아버리겠다.
진석 : (이상하다) 뭐야?
미진 : 곧 비행이잖아.
진석 : 그래서?
미진 : 박기장님 신경 건드릴 얘긴 안 하겠습니다.
진석 : 해.
미진 : (바로) 다 알아. 수아, 당신이랑 나... 어땠는지 다 안다고.
진석 : 어떻게 아는데?
미진 : 내가 얘기했으니까.
진석 : ...
미진 : ...
진석 : (차갑게) 기껏 내려가서 밥 얻어먹은 사이로 정리했더니. 최수아,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뻔한 얘길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웃음이 다 난다) 생략할 건 생략했어야지, 송미진.
미진 : 이젠 다 알았지. 그럼 됐네.
진석 : (차 멈춘다) 내가 과거에 누굴 사귀던, 지금 누구한테 밥을 얻어먹던 우리 부부한텐 문제 될 거 없어.
뭔 일 터진 것처럼 난리 치지 마. 비행에 지장될까봐 말을 못해? 거 따위로 내가 비행에 지장을 받아? (가소롭다) 내려.
미진 : (바로 내린다. 뒷좌석 열고 트렁크 꺼내고 문 닫자마자)
진석 : (차창 열더니) 니 바람대로 내가 최수아랑 헤어져주는 일 없으니까. 꿈 깨.
미진 : (헉. 이 미친) 내 바람!? 야 박진석! 너! (달리는 차 쾅쾅 두드린다)
허망하게 서 있는 미진.
36. 차 안. 길. 오후.
운전중인 진석. 틀어져 있는 라디오의 볼륨(오후 3시경 프로그램)을 크게 올린다. 더 크게.
그리고 소리 지른다. 방송에 묻혀 진석의 괴성이 들리지 않는다.
37. 버스정류장. 길. 오후.
그냥 서 있는 미진.
미진 : 일하러 가자. 일하러 가자. 일하러 가자고! (핸드폰 주섬주섬 꺼내더니 전화 건다)
선배, 나. 내가 (엉엉...) 언제..엉엉...일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거 봤어? 엉엉...아프다고 드러눕는 거 봤냐고!
38. 카페. 오후.
창훈 : (들어오자마자 샌드위치 한입 물고 현주가 내미는 과일주스 마시고)
현주 : (창훈의 승무원복 상의 털어주며) 그 튼튼한 송미진이 뭔 일이래.
창훈 : 오늘 일하면 죽을 거 같대. 송미진이가 엄살떠는 거 봤냐며.
현주 : 못 봤지. 남 뒤치다꺼리 다 하는 앤데. 해줘 해줘. 병가 처리했지?
창훈 : (끄덕)
현주 : 잘했어. 당신 같은 선배가 있는 게 걔한텐 천운이야.
창훈 : (으쓱) 내가 이것들 때문에 쉬지를 못해.
39. 기내.
기장인 진석과 부기장. 그 앞으로 창훈, 주현, 은주, 상협, 혜진, 선영 보이고.
진석 : (조인트 브리핑 중) 목적지인 시드니공항의 날씨 또한 도착시간 대비 맑을 것으로 예보되었습니다.
오늘 항로상의 기류는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진 대신 서 있는 창훈쪽 한번 보고 계속 브리핑 이어가는)
목적지에 항공기 도착 후, 보안창구 점검 및 보안절차 준수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기내 보안장비 및 시설 점검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40. 귤농장. 제주도. 오후.
귤농장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수아.
주인 : (제주사투리) 초보들은 가위루 귤들을 찔러서...
수아 : (귤상자 옮기는 사람 보더니) 저 힘쓰는 거 잘해요.
-사이. 귤상자 옮기는 수아.
41. 목공소. 제주도. 오후.
한소쿠리 귤 담아온 수아. 지영에게 건넨다.
지영 : 잘 먹을게요. 할 만해요?
수아 : 네.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구.. (머뭇거리다가) 서도우씨 집, 열쇠.. 어딨는지 아세요? 제가 신세 진 게 많아서요.
42. 도우집 앞. 제주도. 오후.
수아, 화분 아래서 열쇠를 꺼낸다. 문을 열고, 땅에 내려뒀던 귤 한소쿠리 들고 들어간다.
43. 실내. 도우집. 제주도. 오후.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수아, 귤 식탁 위에 놓고. 싱크대에 컵 몇 개 있는 것 눈에 띄자 설거지하고.
-도우침대. 손으로 좍좍 펴서 깨끗이 정리하고, 베개 제자리에. (호텔처럼 이불 손으로 좍좍 펴고, 베개 제자리에)
-천천히 고은희 작품 쪽으로 걸어간다.
44. 길. 제주도. 늦은 오후.
혜원이 탄 택시가 (수아집 앞) 길로 들어선다.
밖을 보는 혜원, 바다가 보이자.
혜원 : 여기서 세워주시겠어요.
택시가 멈춰 선다. (혜원, 홍갤러리에서 부랴부랴 나온 차림 그대로다. 달랑 가방 하나)
혜원, 내려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구경하며. 쉬고 싶어서 온 사람처럼, 천천히 걷는다.
수아집을 지나간다.
45. 실내. 도우집. 제주도. 늦은 오후.
은희 작품들 너머, 창 너머 바다.
#6회 60씬. 은희 사람이 죽기 전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하나쯤은 꼭 해주구 간다..
수아 : (소리) 소중한 사람 도우씨...맞죠?
46. 도우집 앞-길. 제주도. 늦은 오후.
도우집에서 나오는 수아, 천천히 걷는다.
건너편에서 걸어오던 혜원과 스친다. 혜원은 도우집 쪽으로.
수아, 집에 거의 다 와서 생각났다. 깜박! 주머니에서 도우집 열쇠 꺼낸다.
47. 길. 도우집 앞. 제주도. 늦은 오후.
도우집 근처 다다른 혜원.
혜원 : 길 끝이라고 했는데.. (두리번거리다가 도우집 발견. 창가로 끌리듯이 간다. 창문 너머 은희 작품을 발견.
다가간다. 편안해지는 얼굴) 어머니...
-수아, 도우집 쪽으로 걸어간다. 어느 여자(혜원)가 창 너머 실내를 보고 있다. 관광객인 듯.
수아, 감상에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다가가 슬쩍 화분 앞에 앉는다.
열쇠 위치를 타인이 보면 안 되니까, 혜원 슬쩍 보며 몰래 화분 아래 열쇠 놓으려는데
혜원, 수아 쪽을 본다.
수아, 화분 내려놓고 열쇠 손에 꼭 쥐고 일어나는데.
혜원 : (간단하게 목례)
수아 : (얼떨결에 같이 인사)
혜원 : (들여다보며)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네요.
수아 : (반가운 마음에) 아세요?
혜원 : 네. 고은희 장인.
수아 : 아시는구나..
혜원 : 아세요?
수아 : (끄덕) 조금.
혜원 : 안에 아무두 없나? 여기 주인 분(하다가. 알 리가 없지. 핸드폰을 꺼내 문자 보는데)
수아 : 서울 가신 것 같던데.
혜원 : (이제야 도우 문자 확인. “오늘 서울 가.”) 그러네요.
수아 : (그냥 돌아서 간다)
혜원 : 내일 온다더니... 엇갈렸네.
수아 : (멈칫. 서서 갸웃. 다시 간다)
혜원 : (그런 수아를 보다가. 잠깐. 치고 드는)
#5회. 핸드폰으로 걸려오던 ‘효은엄마’
#6회. 장례식장. ‘효은엄마’라는 소리에 멈칫하던 혜원.
#8회. 차안의 혜원. 수아를 보며 “들어가!” 택시 앞에서 왔다갔다 하던 수아.
수아, 집으로 가는데.
혜원 : (설마. 천천히) 효은...엄마?
수아 : (걷다가 멈춰 선다. 치고 드는)
#3회. 수아가 양보한 맥주를 가져가는 혜원목소리. “그럼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6회. 석이의 뒤를 따라가며 “도우씨는요?” 했던 혜원. 혜원의 옆모습.
수아 : (멈칫)
혜원 : 효은엄마구나.
수아 : (어쩌지..하지만 돌아본다)
혜원 : 결국 보고마네...효.은.엄.마.
수아 : (설..마)
혜원 : 여기서 볼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수아 : ...
혜원 : 아직두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고은희 며느리.
수아 : (쿵)
혜원 : 서도우의 아내.
수아 : 안녕하..세요....어쩐 일루? (말하고 나서 바로. 내가 왜 이딴 소리를)
혜원 : 그 말은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나야 남편이 여기 살고. 저 안에 어머니 작품들 있고. 안 올 이유가 없죠.
효은엄마야말로... 여기서 뭐해요?
수아 : (뭐라고 대답도 못하고 그냥 가려고 하자)
혜원 : 그냥 가면 안 되지.
수아 : (멈춰 서서 돌아본다)
혜원 : 문 열어줘요.
수아 : ...제가 어떻게.. (하다가 손에 열쇠가! 아찔)
혜원 : 알 거 아녜요. 아까 화분 아래 두려던 거 열쇠 아닌가?
수아, 꿈쩍도 못한다. 잡아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래, 열어주자. 문이라도 열어주자. 생각에
문 앞으로 가서 손에 들고 있는 열쇠로 문을 연다. 손이 떨린다.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덜컥 열리자.
혜원 : (입술 깨문다) 진짜... 여네.
수아 : (!) 그게.. 그게.. (머뭇거리는 순간에)
혜원 : (찰싹. 수아의 뺨을 때린다)
수아 : (얼얼한 뺨. 하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혜원 : 니가 뭔데.. 여기 문을 열어.
수아 : ...
혜원 : 꼭꼭 숨어서 행복해?
수아 : (무너질 듯)
혜원 : 난 비참한데.
수아 : (뭐라고 아무 말도 못하고 떨기만)
혜원 : (외면) 가.
수아 : ..
혜원 : 얼쩡거리지 말구 가라구.
수아 : (뒷걸음질 치다가 돌아서 잰걸음으로 간다. 뭐지..뭐지.. 이렇게 가도 되나. 뭐라고 말이라도? 말은 무슨. 미칠 것 같다)
혜원 : (버럭) 으아아악. (소리 지르자)
수아 : (멈춰 선다)
혜원 : 가!
수아 : (무작정 간다)
48. 길. 제주도/ 거실. 미진집. 늦은 오후.
-수아, 한참을 걸었다. 수아,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낸다. 정신도 없고. 어딘가로 전화.
-승무원복 차림 그대로 소파에 누워 있는 미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수아 : 미진아.
미진 : (E) 아고. 이게 그 대단한 최수아 번호야. 뒷번호 그대루(하는데)
수아 : 지금 서도우 와이프 봤어. (울먹) 나 어떡해? (숨 몰아쉰다)
미진 :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야! 들숨, 날숨.
수아 : (따라한다. 들숨 날숨)
미진 : (소리 지르며) 호흡! 호흡! 너 어디 맞았어? 싸대기? 등짝?
수아 : (헉헉. 헉헉 몰아쉰다) 싸대기.
49. 실내. 도우집. 제주도. 늦은 오후.
들어오자마자 바로 주저앉는 혜원. (*추가장면 있습니다. 14회에)
50. 홍갤러리 안-앞. 늦은 오후.
-현정이 고개 갸웃하며 ‘모르겠는데’ 같은 대답.
도우, 자리 뜬다.
-갤러리를 나오는 도우. 다시 ‘아내’에게 전화. 하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므로...’ 기계음만.
답답한 도우.
51. 마루. 수아집. 제주도. 저녁.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수아. 멍하다.
수아 : (갑자기. 혼잣말) 그렇지, 미진아..
52. 수아집 앞-도우집 앞. 제주도. 저녁.
수아, 집을 나와 도우집으로. 두렵다 못해 창백한 얼굴로.
수아 : 너두 나한테 용기 내 사과한 거지. 맞아. 송미진 너 사과했어야만 해. 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나한텐 죄다 비수였어.
그니까, 나두 해야 돼. 해야 돼, 무조건. 무섭고 떨려두 해야 돼.
속도 내어 걷다가 달려가는 수아.
수아, 도우집 앞에 도착. 불이 켜져 있다. 바르르 떤다. 숨 몰아쉬고.
53. 공방. 도우집. 저녁.
작업중인 석. 허리 펴고 일어나서 나가려다가 놀란다.
석 : 도우야!
도우 : (망연자실)
석 : 너 언제 왔어!?
54. 도우집 앞. 제주도. 저녁.
수아,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어보니 열린다.
문 너머 보이는 실내. 아무도 없다. 혜원이 떠난 뒤다.
55. 공방. 도우집. 저녁.
도우 : (난감) 혜원이 연락이 안 돼. 아무데두 없어... 어디에두...
56. 소월로 전경. 밤.
57. 1층 가게. 밤.
지은, 테이블에 앉아서 현우 보며. (*서울타워가 보이는 테이블)
지은 : 현우야. 넌 도우가 서른여섯에 이혼할거라고... 상상이나 했어?
현우 : 아니.
지은 : 삼십대에 이렇게 큰 변수가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현우 : ...
지은 : 주변에서 하나 둘 이혼하거나. 하나 둘 하던 일을 관두거나. 하나 둘 뭐가 자꾸 바뀌어.
어쩔 수 없는 애들도 있구, 일부러 ‘이번이 마지막이다. 함 해보자’ 바꾸는 애들도 있구.
십대 사춘기 저리 가라다. 뿌리 자체를 흔들어. 우리 나이에 방황을 하니까 (허공 가리키며) 생각지 못한 곳에
떡 하고 가 있네. 너랑 나만 그대로. 다들 엉뚱한 데서 인생 2막들 열겠다구 난리.
현우 : 난 열일곱에 떠돌며 살구. 넌 스물하나에 결혼한다구 집 나가서 의지라고는 다 써버리구.
그런 애들한테 뭐 더 험한 일이 있겠냐.
지은 : 그치. (큭큭) 우리같이 풍파 제대로 겪은 애들은 지금은 평화로운데. 자알 큰 애들이 문제야 문제.
그때, 손님 들어온다.
현우 : 이런이런.
지은 : (등지고 있어 모른다) 왜? (돌아본다. 헉)
도우 : (앉으며)
지은 : (도우 만지작만지작) 도우야? 우리 도우? (껴안는다) 도우다!
도우 : (지은 떼어놓고)
지은 : 어떻게 된 거야!
현우 : (아무렇지 않게 맥주 한잔 준다)
도우 : (벌컥벌컥 마신다) 혜원이가 연락이 안 돼.
지은 : 혜원씨가? 에이. 아침에도 봤는데. (혜원에게 전화 거는데. 지금은 ...기계음 나온다) 튀었네 튀었어..
도우 : (고개 돌려서 뭔가 발견. 놀란 듯)
지은 : ? 뭐, 뭘 본 거야?
도우 : (남산타워 본다. *정식명칭은 ‘N서울타워’) 서울 맞네.
지은 : 얘 왜 이래. 서울 첨 봐?
도우 :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어서.. 서울 온 게 이제 실감나... 한잔만 더.
현우 : (한잔 더 준다)
지은 : 서도우가 삼십대에 제주도 틀어박혀서 서울타워 보고 눈이 휘둥그레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58. 거실. 미진집/ 길. 수아집 앞. 밤.
-맥주 마시고 있는 미진, 안경 쓰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부스스. 통화중.
-수아, 효은이 들을까봐 밖으로 나와서 통화중.
미진 : (미치겠다) 서도우는? 삼자대면 한 거야?
수아 : 도우씬 서울 갔는데 연락이 없어. 그 와이프도 바로 사라지고. 어떻게 된 건지 하나두 모르겠어.
그 사람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미진 : 것 봐. 일 터지니까 나밖에 생각 안 나지!?
수아 : (한숨만) 잘났다.
미진 : 내가 알아볼게. 걱정 마.
-수아,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고.
-미진, 얼른 ‘지은’에게 전화.
59. 지은사무실. 홍갤러리/ 거실. 미진집. 밤.
지은, (혜원이 준) 노트 꼼꼼하게 읽으면서 전화 받는 중.
지은 : 도우? 아고 말도 마. 걔 이혼하러 헐레벌떡 제주도서 왔는데 혜원씨가 사라졌어. 연락도 안 되구.
내가 보기엔 김혜원 튀었어.
미진 : (놀라 자빠짐) 이혼? 서도우가 이혼한다구?
지은 : 어.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울 엄마한테 듣구 기절초풍할 뻔했잖아.
미진 : 뭔데?
지은 : 나 생긴 거랑 다르게 입 무거워. 게다가 일하는 중. 이 밤에 애인보다 소중한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사무실 온 거 봐.
쏭, 너두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지?
미진 : 하나씩 까자. 서도우 와이프 방금 전에 어딨었는지 말해줄 테니까 너두 까. 서도우 이혼 사유.
지은 : (헉) 혜원씨?! 어딨는데!?
사이. 전화 끊은 뒤.
-미진, 놀라는. “서도우 ...대박.”
-지은, 놀라는.
지은 : 김혜원이 최수아를 봐. (휴우) 갈 때까지 가는구나. 도우야 어떡해. 갈라서는 거 만만치 않겠다. (전화 건다)
60. 1층 가게/ 지은사무실. 홍갤러리. 밤.
통화중인 지은과 도우.
도우 : (진지하게 듣는다. 손으로 미간을 누르기도 하고)
지은 : (왔다갔다 진지하게 얘기하고)
61. 계단. 1층 가게. 밤.
도우, 계단에 걸터앉아 야경을 보며. 핸드폰으로 ‘한강둔치’ 찾는다. 전화하려다 만다.
‘아내’ 번호를 누른다. ‘이 번호는..’ 기계음만이. F.O
62. 수아집 전경. 제주도. 아침.
63. 거실/ 마당. 수아집. 제주도. 오전.
식탁에 앉아 ‘제주오일장’(제주 생활정보지)을 한장 한장 넘기며 구직란을 보는 수아.
효은 : (소리) 엄마! 손님.
수아 : (본다)
돌담 위로 툭 튀어나온 미진. (정신없이 온 차림이다)
미진 : (효은이 보더니) 넌 딱 봐도 박진석 딸이다. 너 나 몰라?
효은 : (손을 올린다)
미진 : (? 같이 올린다)
효은 : (돌담 너머 하이파이브 시도)
미진 : (몸 낮추고 하이파이브)
효은 : 미진이모.
미진 : (함박미소)
수아 : (본다)
64. 횟집. 제주도. 낮.
효은 : (먹으며) 손님은 첨이라 너무 신나.
미진 : 외톨이들이구만.
수아 : (테이블 탁탁 친다. 노려보고)
효은 : (먹으며) 맛있어.
미진 : 니네 엄마가 이런 거 안 사줘? 니네 엄마 돈 없대지?
수아 : 대답하지 마.
효은 : (그냥 먹으며) 맨날 먹을 수 있는데. 내가 해녀 되면.
미진 : (?) 여긴 다 잡아 먹어야 돼?
효은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모두 참. 유머를 못 알아듣네.
미진 : 안 그래두 요즘 감 떨어진단 말 많이 듣는데. 너한테 배워야겠다.
효은 : (웃는다)
수아 : ...비행은?
미진 : 제꼈지.
수아 : (시선은 계속 딴 데 두며) 휴가 넉넉한가봐?
미진 : 그럼. 튼실한 체력으로 얼마나 알차게 모아놨는데. 한방에 근사하게 쓸려구.
수아 : 근사한데 썼네. 참회의 시간.
미진 : 봉사의 연장이지. (절레절레) 팔자야 팔자.
효은 : (눈 동그랗게 뜨고 미진 본다) 뭐라는 거야.
미진 : (미소) 놀러왔단 얘기야. 효은이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니 엄마가 돈 없어서 못 사주는 거.
65. 카페. 제주도. 낮.
효은이 기다리는 미진과 수아. 테이블 두고 마주앉아 침묵. 어색. 실내에 흐르는 노래.
미진 : (괜히 흥얼흥얼. 핸드폰으로 풍경 찍는다. *일반광각촬영) 좋다 좋아..
수아 : 알지도 못하는 노랠..
미진 : 모르면 흥얼거리지도 못하냐.
수아 : 옛날에 술 먹구 노래방서 울며불며 그렇게 열창을 하더니.. 그게 다 박 때문이었다니..
미진 : (흥얼) 어찌합니까.. 감히 제가 감히..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임재범의 ‘고해’) 딱 니 주제곡이다.
수아 : 건 니 노래였지. (잠깐) 너, 나 효은이 낳구 몸조리 할 때도 부득부득 끌어내서
혼자 술 먹구 그 노래 부르지 않았냐? 악다구니 쓰면서. 것두 ‘박’?
미진 : 야. 너 결혼하고 애 낳는 동안 내가 사귄 남자가 몇인데. 박 따위에!
수아 : 근데 왜 죄를 졌대? 노래 가사가 그렇잖아?! 또 유부였니?
미진 : 내가 뭐가 아쉬워서! 미쳤다구! (하는데)
효은 : (케이크랑 음료수 든 쟁반 내려놓으며) 나왔습니다!
수아 : (케이크 보며) 예쁘다.
효은 : 우리 셀카 찍자.
수아,미진 : (동시에 탐탁지 않게 서로를 본다)
사이. 효은이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셋. 수아가 셀카 초점 맞춰서 찰칵(*셀카광각촬영).
66. 길. 제주도. 낮.
앞서 걷는 효은. 흥얼거리며 사뿐사뿐.
뒤로 따라가는 수아와 미진.
수아 : (앞에 사뿐사뿐 걸어가는 효은 보며) 너한테 전화루 소리 지르고 말한 것 중에 하나는 정정.
미진 : 뭐.
수아 : 나 박진석이랑 결혼한 거 후회 안 해.
미진 : (본다)
수아 : 효은이가 있잖아. 그때 뜯어말렸음 지금 효은인 세상에 없었을 텐데. 그게 더 끔찍해.
미진 : ...
수아 : 넌 딸 없지? 안됐다.
미진 : 재수..(없기는. 하려는데)
효은 : (돌아보더니) 나 잡아봐라~
미진 : 유치하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아 : (잡으러 달려간다)
미진 : 뭐야. (보는데 웃음이)
67. 여기저기 도우집. 낮.
-은희방. 도우, 들어가서 큰절부터.
-고택방. 편하게 앉아 쪽문 너머를 보는 도우.
68. 주방. 도우집. 저녁.
석이랑 마주앉은 도우.
석 : 혜원이 며칠째야.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도우 : (지은이한테 들어서 혜원이 사정 안다. 분명 어디선가 화를 삭이고 있을 것이다. 기다려야 한다) 잘 있을 거야.
석 : 무슨 얘기라두 들은 거야?
도우 : (끄덕) 걱정 안 해두 돼. (집안 휘 둘러본다) 안 되겠는데.
석 : 뭐가?
도우 : 집에 오니까... 마음이 약해져. 서울 오면 안 되겠는데..
석 : 누구?
도우 : ...
69. 주차장. 인천공항. 새벽.
비행 마치고 도착한 진석, 자신의 차로 걸어간다.
70. 전시실. 도우집. 오전.
막 출근한 경숙. 책상 위에 못 보던 상자가 있다. 뭐지?
그때,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받는 경숙.
71. 전시실-도우가옥. 오전.
전시실을 나와 도우가옥 쪽으로 달려가는 경숙. 상자 들고.
72. 주방. 도우집. 오전.
경숙 : (종이상자 건네며) 학예사님한테 연락 왔어요.! 여기 주소로 오시라는데요?
석 : (종이 본다) 이게 어디야?
경숙 : 고은희 선생님 돌아가시고 인사 다니러 다니셨잖아요. 이 집만 빼먹었다구. 것만 마무리해주시면 집으루 오신대요.
석 : 어려운 부탁두 아니네. 가. 아는 선생님일 거야. 나두 너 제주도 가고 찾아다닌 분만 꽤 돼.
가보면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고. 그래도 다 너는 알 테니까. 빨리 갔다 와.
도우 : (주소 보더니 갸웃)
73. 수아아파트 앞. 낮.
달리는 도우의 차. 아파트단지로 들어간다.
74. 주차장. 수아아파트. 낮.
차를 세우고, 내리는 도우. 혜원이 남긴 선물가방을 들고.
메모를 보며 두리번거리다가. 멈칫. 여긴? 갸웃. 와본 기억이.
(8회. 단지 앞에 수아 한번 데려다준 적 있다. 미진이가 ‘저거 남자니?’ 했던)
도우,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75. 엘리베이터 앞. 수아아파트. 낮.
핸드폰이 울린다. 혜원이다. 받는 도우.
도우 : 어디야?
혜원 : (E) 당신 간다고 미리 전화해뒀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도우 : (승강기문이 열린다. 탄다)
혜원 : (E) 정말 고마운 분인데, 인사가 늦었지 뭐야.
76. 엘리베이터 안. 수아아파트. 낮.
수신 상태가 좋지 않다. 혜원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승강기문 열리고 내리는 도우.
77. 복도. 수아집 앞. 낮.
도우 : 혜원아. (하는데 전화가 끊긴 상태. 종이에 적힌 집 앞에서 머뭇. 혜원의 전화 기다린다. 전화가 울린다. 혜원이다. 받는다)
누구라구?
혜원 : (E) 정말 고마운 분.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팥죽 사주신 분.
도우 : !
동시에 문이 열리고 진석이 서 있다. 마주보고 서 있는 도우와 진석.
-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