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엄나무(개두릅) 두 그루 잡았더니...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열이튿날
상념으로 드리워진
촌부의 마음처럼
푸르디푸른 높은 하늘에도
기다랗게 옅은 구름띠가 생겼구나!
햇살 좋은 오월의 봄날인데...
하늘이 알았을까?
구름이 알았을까?
봄날이 그랬을까?
내 마음이 그렇게 느꼈겠지?
어서 이 상념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흔히들 하는 말로 그냥 죽치고 앉아있으면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뭔가 하긴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뭘 해볼까?
그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크게 자라는
두 그루의 엄나무를 잡아야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죽이는 것은 아니니까 다행이다.
며칠전 마을 아우가 엄나무를 보고는 잘라야지
개두릅을 따서 먹든지 말든지 하는 것이라 했다.
엄나무는 키를 작게, 낮게 길러야 하는 거라고...
그동안 그림의 떡이었으나 나무를 잘라줄 생각은
전혀 못했으니 산골살이 20년 헛살았구나 싶다.
가능한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그냥 놔두었으니...
엔진톱을 챙겨들고 엄나무가 서있는 밭가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쓰러지는 방향을 생각한 다음
엔진톱을 들이대고 10% 정도 크기만 남겨놓고
사정없이 베어 쓰러뜨려놓고 보니 생각보다 크다.
크긴 했지만 서 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무는 자빠뜨려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나보다.
연하디 연한 여린순 개두릅을 하나하나 꺾었더니
두 바구니 약 8kg 수확을 하여 졸지에 돈벌었다.
시중에서 1kg에 3만원 가량으로 거래된다나?
2kg은 장아찌를 담그고 나머지는 생전의 엄니를
닮아 개두릅을 잘먹는 막둥이에게 보내자는 아내,
"허허, 이 사람! 맏이라 친정 엄마의 마음인가베?"
읍내에 나가 택배를 보내고 빵집으로 가자고 했다.
우리 일을 도와주는 마을 아우와 이웃 어르신댁에
맛있는 빵을 조금씩 사다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고마움을 몰라라하면
도리가 아니라는 마음씨 고운 아내가 정말 착하다.
두 집 다 얼마나 고마워 하며 좋아라 하시는지...
그렇게 읍내를 거쳐 한 바퀴 마실을 돌아서 왔다.
집에는 온갖 꽃들이 어딜 싸돌아 다니다 왔느냐고
방긋방긋 예쁘게 웃으며 주인장 부부를 맞이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영산홍이 어서오라 반긴다.
집옆은 절정인 팥배나무 꽃이 벌들을 불러 모은다.
산철쭉도 방긋이요, 삼지구엽초꽃도 방긋이다.
첫댓글 산골의 모습이 정겨워요.
올해 두릎나물을 둘레길걷기에서 먹어보고
다시한번 맛보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눈으로 봅니다.
마을사람들과 나누는 정갈스런 모습과
촌부님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정말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껴 봅니다.
오늘도 행복가득한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산골도 완연한 봄입니다.
바빠지고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산골살이는 복받은 일상이라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나날이 봄빛이
아름다워지는 촌부님 댁이
벌써 풍성해 보이는건 마음 때문인지요.
오늘도 파이팅 하시며 행복 가득 하세요
늦게 당도한 봄이 엄청 가속이 붙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모습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