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로의 생활산책·85 | 정근모 박사의 ‘보이지 않는 손’
경기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 1년 수료 후, 조기 졸업,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에 차석으로 입학, 훗날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이학박사, 24세에 플로리다 대학교 최연소 교수가 되어 학생들보다 나이가 “어린 꼬마교수”로 불린 천재가 있었다.
한국 석학들 사이에 최고 권위의 상징인 한림원 회원과 국제 원자력상을 수상했고, 국제원자력기구 의장과 과학기술처장관을 두 번이나 지냈지만, ‘복음의 대사’가 된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기며 살고 있는 그 분이바로 정근모(鄭根謨, 1939~ ) 박사이다.
그는 신부전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아들 ‘진후’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주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깊이 체험했고 ‘예수님 중심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간증하였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당시만 해도 소아의 신장이식은 아직 개척 단계였고 수술 뒤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면역 억제제는 개발 중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내 신장을 이식해야 할 상황에도 대비했다. 운명은 가혹했지만, 기도와 사랑으로 극복해야 했다.”
아들의 병을 간호하느라 지친 그에게 하나님은 세미(細微)한 음성을 들려주셨다. “내 사랑하
는 아들아,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네 아들에게 감사한 적이 있느냐?” 정 박사는 하나님을
향해 외쳤다. "아버지더러 아들에게 감사하라니요?” “네 아들이 아니었다면 네가 나를 향해
이렇게 기도할 수 있었겠느냐?”
정근모 박사는 학문적으로 ‘1등 인생’을 살아왔지만,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가진 재능이 다르며,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삶은 과학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채워진 귀한 여정이었다. 그는 과학을 깊이 연구할수록 하나님의 존재와 섭리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고백하며, 과학과 신앙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임을 역설한다.
정 박사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원하는 크리스천들을 향해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잠언(箴言)」의 말씀과도 같은 목소리로 간증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간증 내용 중 일부이다. 미국에 있는 아들 ‘진후’가 신장 기능 상실로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나와 아내는 제일 먼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보, 기도합시다. 고통 중에 있는 우리 진후를 위해서...” 아내와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우리 부부의 이런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과학자가 그것도 최첨단 과학인 원자력을 연구한다는 사람이 아들의 입원 소식을 듣고서 한다는 게 고작 ‘성경’읽고 ‘기도’하는 일이란 말인가?”
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자주 온 세상을 원격 조정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느
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은 우주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셨다. 하나님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과학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간섭하시고 다스려오셨다.
놀라운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깨달음이 결코 내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함으로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제한된 진리’로 증명한 20세
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말했다. “과학을 모르는 종교는 장님이며, 종교가 없
는 과학은 불구다.” 아인슈타인이 그러했듯이 과학자는 그 어떤 사람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학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위대한 창조주이시며 우리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도를 따라 진후의 병세는 신장이식 후, 차츰 호전되어 갔다. 투석을 하고 몸속에 퍼져있던 요산(尿酸)이 제거됨으로써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긋지긋하던 통증으로부터 진후가 해방되었다는 소식이 검푸른 태평양을 건너왔다.
예수님은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학위들을 받았어도 하나님이 주시는 《BA학위》 곧 "Born Again[重生] 학위"를 받지 못하면 결코 구원을 받을 수도 없고 천국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기회가 되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은퇴장로
목원대 영문과 명예교수
고려대 영문과
Northern Arizona Univ.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