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역시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주로 ’구도’에 있어서였습니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소묘 등에도 능했던 드가는 인상주의 그룹에 속하면서도 또 나름대로 그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정립했던 화가였죠. 인상주의가 빛과 색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드가는 공간 혹은 구도의 자유를 추구했던,
말하자면 구도의 미학의 소유자였습니다.
<경마들의 행진>은 드가가 추구했던 이러한 예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훌륭한 걸작이라 할 수 있는데요, 드가
는 1860년경 이후부터 당시 귀족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였던 경마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요, 주로
중요하지 않은 순간, 즉 경기가 시작하기 전이나 후의 모습을 그렸죠. 이 작품은 경마를 시작하기 전 기수들의 흥
분된 서성거림을 마치 힐끗 바라본 순간을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구도가 파격적입니다.
중앙은 비어있고 관중은 왼쪽에 몰려 있으며, 정작 주인공이라 양편 가장자리에 배치되어있어 마치 그림의 주제
가 필드를 가득 메운 그림자들인 듯한 착각이 들 지경입니다. 잘린 것 같은 우연적인 효과는 마치 스냅사진을 보
는 듯 느껴지는대요, 드가가 시도한 이러한 구도는 우끼요에의 구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