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생애 꼭 따고 싶은 타이틀" |
방어율 1위(2.33) 등극 롯데 이상목 |
"내 생애 한 번은 꼭 따고 싶은 타이틀이죠."
롯데 베테랑 투수 이상목이 지난 12일 방어율 1위(2.33)에 올랐다. 그동안 다승-방어율-탈삼진 등 3개 부문서 단독 1위를 달리던 한화 류현진이 이날 LG전서 8⅓이닝 동안 4실점(4자책점)해 3위(2.35)로 내려앉았다. 일종의 '어부지리'인 셈이다. 하지만 그저 운이 좋아서 1위가 된 것은 아니다. 이상목의 올시즌 투구내용은 '돌아온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빼어났다. 이상목은 "올시즌엔 방어율 1위보다는 규정이닝을 채우고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마치기 전에 꼭 한 번 타이틀을 따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
대충 투구폼? 구질따라 퀵모션 속도 달라 |
|
이상목의 투구폼은 좀 특이하다. 군더더기 없는 투구동작이 가볍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대충(?)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황이나 구질에 따라 퀵모션 속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 풍부한 경험이 빚어낸 완급조절 능력이다. 힘들이지 않고 던지는 비결은 뭘까. 이상목은 "그냥 편하게 마음먹고 던지는 건 맞는데 대충 던진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내 나름대로는 정말 힘껏 던지는 거예요"라며 껄껄 웃었다.
포크볼 대명사 요즘은 맞혀 잡는 볼 활용 |
▶언제적 포크볼인데…
이상목은 포크볼 투수의 대명사로 통한다. 정확히 언제부터 포크볼을 '무기'로 쓰기 시작했는지는 자신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단다. 다만 지금 포크볼 구위가 예전만큼 위력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상목은 "한참 좋을 때는 투 스트라이크 잡고 나서 포크볼 하나면 무조건 헛스윙 삼진이었어요. 승부구였죠"라고 말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8㎞을 넘나들 때 이상목의 포크볼은 '언히터블' 수준이었다. 요즘은 어떨까. "포크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어줍니다. 치라고 주는 공이죠." 맞혀 잡는 공으로 용도가 변경된 셈이다. 칼같은 제구력 덕분에 가능한 얘기다. 14일 현재 이상목의 이닝당 볼넷은 0.14개(85이닝-12개)로 류현진(0.25개), 두산 리오스(0.21개), 팀 동료 손민한(0.19개) 등 제구력 좋은 투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9경기 연속 QS…이 기록으론 만족 못해 |
▶퀄리티스타트로는 만족 못해
퀄리티스타트(QS)는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내로 막는 것이다. 이상목은 6월3일 SK전부터 8월9일 현대전까지 경기 연속 QS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중 6승1패를 거두며 방어율 1.76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 퀄리티스타트만 해서는 지금 방어율 지키지도 못한다"는 게 이상목의 말이다. 6이닝-3자책점이 아니라 '9이닝-3자책점'을 해도 지금보다는 방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방어율 1위를 지키는 것도 어렵지만 2점대를 유지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진우형처럼 마흔 넘어서도 던지는게 목표" |
▶다승? 방어율!
이상목은 한화 소속이던 2003년 15승7패, 방어율 3.54를 기록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러나 그해 전반기를 마친 시점의 성적은 더 좋았다. 다승과 방어율 모두 1위였다. 이상목은 "잘하면 다승, 방어율 중 하나는 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됐다"며 "남은 야구 인생에서 다승왕은 힘들겠지만 방어율 타이틀은 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목의 올해 나이는 35세. 목표는 한화 송진우만큼 오래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진우형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마흔 넘어서까지 마운드에 서는 게 목표에요. 그러다 보면 한번쯤 방어율 1위에 도전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