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훔친 도둑의 용서(容恕)와 보은(報恩)
나무꾼 박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혼기를 한참이나 넘긴 딸을 올해는 시집보내려 했는데
또 한해가 속절없이 흘러 딸애는 한 살 더 먹어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딸년 탓이 아니라 가난 탓이다.
일 년 열 두 달 명절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올라 나무를 베서 장에 내다 팔지만, 세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가끔 매파가 와서 중매를 서보지만 혼수 흉내 낼 돈이 없으니
한숨만 토하다 흘러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에 법 없어도 살아갈 착한 박 씨는 한평생 배운 것이라고 는 나무 장사뿐인데,
요즘은 몸도 젊은 시절과 달라서 나무 짐도 점점 작아진다.
눈이 펄펄 오는 어느 날도, 그는 지게에 도끼와 톱을 얹고 산으로 갔다.
화력 좋은 굴참나무를 찾아 헤매던 박 씨는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새하얀 눈 위로 새빨간 산삼 열매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 아닌가.
그 산삼을 캐어보니 자그만치 일백이십 년 묵은 동자 삼!.
박 씨가 120년 묵은 산삼 한 뿌리를 캤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 저잣거리의 약재상이 찾아왔다.
“박 씨, 산삼을 들고 주막으로 가세. 천 석 꾼 부자 황 참봉이 기다리고 있네.”
박 씨는 이끼로 싼 산삼을 보자기에 싸 들고 약재상을 따라 저잣거리 주막으로 갔다.
황 참봉과 그의 수하들이 술 상을 차려 놓고 박 씨를 기다리고
주막을 제 집처럼 여기는 놀음 꾼들, 껄렁 패들도 귀한 산삼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었다.
마침내 박 씨가 보자기를 풀자 120년생 동자 산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와~모두가 탄성을 지를 때 누군가 번개처럼 산삼을 낚아채더니,
이런 처 죽여도 시원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120년 묵은 동자 삼을 개뼉 따귀 같은 노름꾼 놈이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어 대는 것이 아닌가?
주막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황 참봉의 수하들이 산삼 도둑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려보니,
폐병으로 콜록콜록하는 놀음쟁이 '허골'이었다.
제대로 놀음 판에 끼지도 못하고 뒷전에서 술 심부름이나 하고
고리나 뜯는, 집도 절도 없는 젊은 놈팡이 '허골'은 코피가 터지고
입술은 당 나발처럼 부어오른 채 황 참봉 수하들에 의해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었다.
“이놈을 포박해서 우리 집으로 끌고 가렸다.
이놈의 배를 갈라 산삼을 끄집어낼 테다.”
황 참봉의 일갈에 '허골'은 사색이 되었다.
바로 그때 박 씨가 나섰다.
“참봉 어른, 아직까지 '허골'의 뱃속에 있는 그 산삼은 제 것입니다.
이놈의 배를 째든지 통째로 삶든지 제가 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황 참봉 할 말이 없다.
박 씨는 '허골'을 데리고 나와 언덕 마루에서 그를 풀어줬다.
눈 발 속으로 '허골'이 사라진 후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박 씨는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크게 한숨을 토했다.
“그걸 팔아 딸애 시집보내려 했는데, 배를 짼들 산삼이 멀쩡할까?
내 팔자에 무슨 그런 복이...”
3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봄날,
예나 다름없이 박 씨가 나무 짐을 지고 산을 내려와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갓을 쓰고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이가 넙죽 절을 하는 게 아닌가.
“소인 '허골'입니다.”
피골이 상접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얼굴에 살이 오르고 어깨가 떡 벌어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허골'은 산삼을 먹고 폐병이 완치돼 마포 나루터에 진을 치고 장사 판에 뛰어들어 거상이 되어 있었다.
꽃 피고 새 우는 화창한 봄날,
'허골'과 박 씨 딸이 혼례를 올렸다.
박 씨는 더 이상 나무 지게를 지지 않고, 저잣거리 대궐 같은 기와집에 하인을 두고 살게 되었다.
용서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살면 언젠가 는 은혜를 받게 되는 것이 하늘의 섭리인 것을...
인생을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고요의 시간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보람 있게 음미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베푸는 시간도 가져 보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전화나, 이메일, SNS 단문이나 마 격려하는 글을 보내는 것도...
소중한 우리네 인생에 이렇듯 베푸는 배려로 인해, 사람의 향기가 넘쳐 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출처 > 6070 낭만 길 걷기 : 야담과 야화 글쓴 이: 미션
<받은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