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단추 채워주기
출석하는 교회에는
수요저녁 예배 시 찬양을 담당하는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성가대가 있습니다.
이 성가대의 대원들에게는 매주 새로운 찬양곡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 외에도
두 가지의 어려움이 더 있습니다.
그 하나는 오후 여섯시 사십분까지는
성가대 연습실에 도착해야하는 어려움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든 자기 사업을 하든
이 시간까지 서울의 동쪽 끝에 위치한
교회에 도착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값을 치루어야만 합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수고를
여러 해 동안 마다치 않은 채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휘자와
반주자 그리고 대원들을 보면
존경심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옵니다.
또 하나는
성가대원 가운의 똑딱단추가 앞이 아니라
뒤에 달려 있어서 단추나 지퍼가 뒤에 달려있는
옷을 입는 일에 훈련되어 있지 않은
남성 대원들이
가운을 입을 때마다 겪게 되는 어려움입니다.
하루는 가운을 입은 후 뒤에 있는
단추를 어렵게 채우다가
첫사랑(?)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인천에 있던 외가 집을 종종 방문해
여러 날을 그곳에서 지내곤 했었습니다.
외가의 바로 앞집에 ‘이나’라는 이름의
예쁜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는데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 그 애집으로
문안인사를 드리러 건너가곤 했습니다.
외가와 붙어 있던 아랫집에도
제 또래의 남자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이 아이도 매일 이나네 집으로 문안을 오곤해서
비록 어린 나이었지만 제 신경을 건드렸습니다.하루는 이나의 아빠가
제 오른 손을 이나의 어깨 위에 감싸듯 두르게 하고
나란히 세운 후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그날 그 애의 아빠가 저에게
따로 무슨 언질을 주신 것은 없었지만
저와 그 라이벌 친구 중
제 손을 들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후 아침 여느 날처럼 이나네 집으로 건너갔는데
부엌에 계시던 그 애의 엄마가 저에게
“선호야. 이나가 지금 옷을 입고 있는데
옷 뒤에 있는 단추 좀 채워주렴?” 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는 “네” 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애는 옷 뒤에 붙어 있는 똑딱 단추를
혼자 채우지 못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저에게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또 옷에 제 손을 데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아무런 몸짓도 없이
그냥 단추 채워주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그때 사실 저도 엄마나 외할머니가
옷을 입혀주고 머리도 빗겨주는 주제였는데
여자 아이의 옷 단추를
뒤에서 채워주는 일은 난생 처음이어서
어린 마음에도 긴장이 됐던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똑딱 단추를
순서를 맞추어 채워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애가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나의 엄마가 허겁지겁
방안으로 뛰어 들어 오셨습니다.
그만 제가 단추와 단추 사이에 살이 살짝 끼인 것도 모르고
두 단추에 힘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위의 단추들은 힘을 주면
딱하는 소리 내지는 느낌을 주며 단추가 채워졌는데
이번 단추는 그렇지가 않아서
힘을 더 주어 눌렀었는데 많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그때 미안하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그 자리에 엉거주춤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던 진땀났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저는 성가대 가운에 부착되어 있는 네 개의 단추 중
제일 위의 것만 빼놓고 먼저 단추를 다 채웁니다.
그리곤 여성분들이 원피스 입듯
가운을 입은 후 양손을 뒤로해
하나 남은 단추를 채우는 식으로 혼자 가운을 입습니다.
그러나 종종 다른 대원이 부탁도 안했는데
제가 입은 가운의 뒷단추를 채워주시거나
또는 제가 다른 분들의 가운 뒷단추를
채워 드릴 때 마음이 훈훈해져 옴을 느끼고 행복합니다.
올 한해 다른 분들의 인생살이 뒷단추들을
주님의 사랑 안에서 부지런히 채워 드리는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서로 짐을 짐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을 실천하십시오.”
(갈라디아서 6:2)
김선호 / 이학박사,
폴라스 인터내셔날 대표 : folaskim@hotmail.com
- 주부편지 2013년 1월호-
출처: 사진을 좋아하는 부부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