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탄생 / 박숙경
마담갈렌능소화 사이로 구름이 지나는 하늘은
너무 흔한 풍경 아닌가요
어쩜 그리 그제나 어제나 오늘이 반복되는지
종종걸음이 어울린다는 말이 위로가 될 때가 있듯이
구름도 가끔 탐스럽고 그래요
똑바로만 걸으면 무슨 재미인가요
내일은 차츰 흐리고 비 소식이 있을 예정이라고요
그럴 수밖에
하늘도 가끔 양파를 써는 새댁처럼 눈물을 쏟고 싶었을 거예요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는 말을 이해해요
슬픔을 닮은 것을 생각하다 추수 끝난 물에 잠긴 논을 떠올려요
고요에 숱한 주름을 그려 넣은 채
닦고 돌아섰는데도 다시 그렁그렁하니까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인데
현재 구름이 가득 낀 흐린 날씨예요, 라는 일기예보
그건 거짓말이잖아
서로 다른 곳에 머물러 입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무엇이든 너무 믿지는 마세요
가을장마가 지기 전에 백조자리나 만났으면 좋겠어요
―계간 《시와소금》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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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숙경 시인
1962년 경북 군위 출생.
2015년 《동리목월》 등단.
시집 『날아라 캥거루』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