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교수의 ‘민족’논의는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국가의 모태로서 민족의 기원은 전근대의 ‘에스니’(혈족)와 근대의 ‘네이션’(국민)을 연결시킴으로써 보다 면밀히 추적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의 민족은 강력한 ‘에스니적’ 중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확장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축시킨 국가형성을 경험하였다.”(24쪽. 임현진*정영철, [21세기 통일한국을 향한 모색], 서울대출판부, 2005.)
근대 사회의 ‘잘난 국가’의 상징으로 유럽 민족 이론에서, ‘단일 국민(민족)’=‘단일 국가’란 논리가 있었다. 이것에 임현진교수는 수정을 가한다. 수정을 가하는 맥락은 이러할 것이다.
“중국, 일본 및 한국의 사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박시형은 발해가 그 주민, 영토, 주권의 면에서 볼 때 고구려의 적법한 후계자임을 밝히고 있다.”(13쪽. 앞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은 ‘중화민족의 다원일체’란 개념을 통해 중국민족을 단순한 복수민족으로 보지 않고 그 안에 모든 민족이 포함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15쪽, 앞의 책.)
고구려*발해 옹호의 북한역사 자료를 기점으로 하여 중국 공산당의 통치방식을 커닝하고 있으나, 이러한 논리는 똑같은 이유로 ‘친일파’가 내세우는 ‘일본’국 중심을 컨닝한 대동아공영권의 ‘내선일체’론을 옹호하게 된다. 형식논리적으로는 정확하게 같다. 히라카나 카타카나를 근대 일본 국가의 동일성이 무너지는 수준까지 과거로 소급하면, ‘신라’ ‘백제’의 역사와 무관하지가 않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남방과 북방의 혈족들에 지분 떼주기로 산산히 부서지게 된다.
“해방 이후 한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지 거의 반 세기 가까이 접어들고 있다. 민족 분단은 당시 격화된 동서냉전 상황 아래에서 ‘국제화된 내전’을 전기로 심화됨으로써 오늘의 남북한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남북한이 앤더슨이 의미하는 동일한 민족으로서의 ‘상상된 정치공동체’이기는 하지만 서로 주권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가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에서 결손 국가라고 보고 싶다.”(17쪽, 앞의 책)
근대 국민(민족) 국가론을 허물기 위해서, ‘단일민족론’에 친북좌익이 의도적으로 소금을 뿌렸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단일민족론’을 부정하는 그 입으로 ‘한민족론’을 옹호하는 모순적인 자태를 보여 왔다. 임현진교수가 제안한 새로운 모델은 ‘두 개의 결손국가’론이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부족한 면의 결손과 ‘공산주의’의 부족한 면에서의 결손이라는 친북좌익이 제기해온 역대 논리의 단순한 재탕이다. ‘역대 논거’가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한 논거였으나, 명목상 인정하는 점은 중대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결손’이라고 명목할 수는 있을까? ‘近墨者黑’이란 개념에 가깝게 불량국가 북한과 가까이 해서 ‘건전국가’가 불량화되는 상황은 아닐까?
‘내이션-스태이트’ 이론을 사용하면서 ‘내이션’을 ‘民族’이면서 ‘國家’와 ‘國民’ 모두의 번역어로 사용하면서 하는, ‘슬그머니 작전’에 대하여 문제제기 했었다. ‘에스니-스테이트’가 달성되어야 할 모델이라면 친일파가 ‘대동아공영권’을 주장 못할 이유가 없다.
고로, 임현진교수의 희망은 절대적 야만의 도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