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인조인간은 등장할 것인가.
미래학자들은 우주탐험가들이 처음 만나는 외계문명은 생명체가 아닌 로봇일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우주탐험은 생명체가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도 이미 우주탐험에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2003년에 쏘아올릴 화상탐사선에 2개의 로봇을 실려보낼 예정이다.
로봇(robot)이라는 말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지은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에서다. 체코슬로바키어어 robota에는 `험한 노동' `강제 노동'의 말맛이 들어 있다.
로봇의 미래 모습은? 단순히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기계장치로 머물 것인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독립적인 행동을 하는 사이보그로 발전할가.
인공두뇌, 인공눈, 전자코, 인공장기 등 개별 `부품'의 연구개발 속도는 인조인간이 공상과학물(SF작품)에나 나오는 가상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인공장기
인공장기는 동물복제나 배아간세포 배양을 통해 직접 장기를 제공하거나 생분해성 폴리머 등 바이오소재로 제작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장기이식 역사는 30년에 불과하지만 기술 발전이 매우 빨라 이제는 장기 부족만이 문제로 남았을 정도다.
장기이식용 복제동물로는 사람 장기의 크기와 에너지대사량이 비슷하고, 다산성이어서 장기를 대량공급할 수 있는 돼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3월 복제양을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 자매회사인 PPL세러퓨틱의 미국 버지니아지사 연구진은 체세포복제 방식으로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배아간세포를 이용한 장기 배양은 생명윤리 문제로 벽에 부닥치고 있지만 미국·영국 등에서는 부분적으로 연구를 허용하는 추세다.
많은 연구자들은 2020년께면 세포생물학과 고분자화학공업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조직공학 장기와 조직으로 시술하는 `네오장기' 시대의 막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피부
인체기관 중 가장 큰 기관은? 피부다. 성인의 피부면적은 1.6㎡, 무게는 체중의 16%를 차지한다. 피부는 보호, 체온조절, 감각, 분비, 배설, 비타민D 합성, 표정, 재생 및 면역작용 등 수많은 기능을 한다.
인조인간이 인간다워 보이려면 적어도 영화 `브이'에서 보듯이 인간의 `탈'인 피부를 덮어써야 한다.
인공피부는 이미 실험실을 벗어났다. 일본 나고야의 콘텍트렌즈 전문회사인 메니콘은 화상과 궤양 치료에 쓰이는 배양피부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한양대 공업화학과 이영무 교수팀이 3도 이상의 화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용 상처 피복제를 개발해 현재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임상실험중이다.
인공다리
1997년 일본 혼다는 세계 최초로 두발로 걷는 로봇을 등장시켜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기능을 향상해 `로보텍스2000'에 출품한 `아시모'는 보행중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고 계단을 오르내려 감탄을 자아냈다.
로봇과 관련한 많은 제품은 우주산업 발달과정에 부산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애리조나 대학에서 제작되고 있는 `바이로드'라는 로봇도 이중 하나다. 미국은 2003년 화성에 인공 근육에 의해 구동되는 다리를 가진 로봇 2개를 보낼 예정이다. 바이로드는 전기가 통하면 실제 근육처럼 수축하는 전선이나 스프링을 사용해 움직인다. 바퀴 로봇이 지날 수 없는 지형을 넘어갈 수 있는 데다 자신의 무게보다 1만7천배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가 1999년 7월 4개의 다리로 아장아장 걷는 휴먼로봇 `센토'를 선보였다.
인공눈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공지능연구실에서는 인간의 눈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코그'라고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은 광각과 협각 2개씩 총 4개의 카메라로 된 2개의 눈을 갖고 있다. 광각 카메라는 원시용, 협각 카메라는 근시용으로 쓰인다. 코그의 눈은 안구운동 기능까지 갖춰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돌릴 수도 있다.
인공눈은 인공귀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의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벨기에 루뱅대 연구팀은 지난달 10일 시각장애인용 `바이오닉 아이'를 제작했다. 이 특수 안경에는 소형 특수카메라가 부착돼 시각정보를 탐지한다. 옷깃 등에 꽂아놓은 신호감지기로 전달된 이 정보들은 전기신호로 바뀌어 눈의 시신경 뒤쪽에 이식한 무전기로 보내진다. 무전기는 4개의 전극을 이용해 시신경에 전기자극을 준다. 이 자극으로 시각장애인은 사물이 모습을 식별한다.
인공두뇌가 완성돼 이 `바이오닉 아이'와 결합되면 로봇은 인간과 마찬가지의, 어쩌면 `600만불의 사나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시각능력을 가질 것이다.
인공귀
사람의 귀는 왜 2개일까? 소리가 나는 방향을 쉽게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가 오른쪽 귀와 왼쪽 귀에 도착하는 시간은 다르다. 두뇌는 섬세한 시간차를 인식해 소리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다. 또 달리는 기차 위에서 `본부'를 외쳐야 휴대폰은 소음 때문에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은 굉음 속에서도 다른 사람 말소리를 듣는다. 사람의 귀에는 청각피질에 도달한 많은 소리 주파수 가운데 특정 주파수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와우각에 신호를 보내는 메커니즘이 있다.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의 존 니파코 박사는 지난해 봄 심각한 청각장애 어린이들에게 인공귀 이식수술을 해준 결과 80%가 특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인공귀 이식 수술은 미국내 200개 이상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사이보그는 좁게는 인체의 일부 기능을 잃은 사람들에게 인공장기를 달아주는 경우도 의미한다. 콘텍트렌즈, 인조속눈썹, 가발을 쓴 사람까지 포함한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 시대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을 `개코'라고 한다. 개가 냄새를 잘 맡는 이유는 숨을 들이쉴 때 코로 들어오는 냄새 섞인 공기와 내쉴 때 내뿜는 공기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터브스대 공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개코를 만들어 로봇개에 달았다. 로봇개는 지뢰 탐지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두개의 전극 사이에 코팅된 고분자 혼합재로 된 32개의 센서 어레이로 제작된 노즈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화학분석에 쓰인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여름 사람의 코보다 100배 이상 정확하게 냄새를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전자코'를 개발했다.
전자코는 한국에서도 만들어졌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들이 만든 벤처 카오스는 반도성 세라믹 재료를 이용해 가스의 반응정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원하는 가스만 통과시켜 정확하게 화학물질과 종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인삼연초연구원에서는 중국인감과 한국인삼을 가리기 위해 전자코를 수입해 쓰고 있다.
인공두뇌
컴퓨터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는 흔히 인간의 두뇌에 비유된다. 실리콘 기술로 인간의 두뇌를 구성하려면 뉴런(신경단위)을 연결하는 시냅스(신경연접부)에 해당하는 배선 때문에 엄청난 공간이 필요하다. 뉴런은 여자는 190억개, 남자는 230억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칩이 개발되면 1천억개의 뉴런과 1조개의 시냅스를 만들어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선단전기통신연구소(ATR)의 실리콘두뇌제작사업 책임자인 유고 데가리스는 2011년께면 인간보다 50배가 많은 1조개의 뉴런을 가진 슈퍼두뇌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는 올해 안에 7500개의 뉴런을 지닌 최초의 인공두뇌로 `로보키티(새끼고양이)'라는 로봇을 만들 계획이다. 데가리스는 “나의 피조물이 나를 파리처럼 찰싹 때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빠진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로봇이 스스로 경험에서 배워 행동을 발전시키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대학에서는 최근 15년 연구 끝에 로보멍키라는 로봇을 만들었다. 로보멍키는 긴팔원숭이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실험실에 설치된 사닥다리 위를 원을 그리며 돌아다닌다. 인공지능을 지닌 로보멍키는 초기정보만 넣어주면 반복 학습을 통해 이런 행동을 해낸다.